회귀 후, 천재 기사로 각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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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릅치기
작품등록일 :
2024.09.13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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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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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DUMMY

붉은 태양이 서서히 지평선 너머로 사라졌다. 하늘은 마치 피로 물든 듯 붉게 타올랐고, 전장에는 차가운 바람만이 남아 불타는 잿더미 사이를 휩쓸고 지나갔다.


나는 피투성이가 된 채 무릎을 꿇고 있다. 내 피가 차가운 대지 위로 천천히 흘러내리며, 흙과 섞여 검붉은 빛을 내고 있었다.


"쿨럭!"


사람의 몸에서 피가 이렇게도 많이 나오고도 살 수 있다는 걸 오늘 처음 깨달았다.


근데 그게 내 몸이라는게 문제지. 씨팔.


“끝이다, 카를 그레이. 기나긴 추격도 여기서 끝나는구나.”


내 앞에는 제국의 소드마스터가 검을 들고 서있었다.


더럽기 그지 없는 놈들.


7명 중에서 그래도 3명은 데려갔으니 쟤네도 손해려나?


제국 놈들은 맨날 이런 식이다. 강대국이면 이종족에 맞서 인류를 보호해도 모자랄 판에 왕국 하나 먹겠다고 우리 가문을 몰살시켰다.


그 때, 내 인생은 모든 것이 바뀌었다.


"...너희 제국새끼들은 양심도 없냐?"


“...우리에겐 대의가 있다. 너 같은 놈은 모르겠지만. 이제 그만 저항하고 순순히 죽어라.”


"쿨럭... 대의는 무슨, 개풀 뜯어먹는 소리하고 앉아있네. 이 씨발새끼님들아, 가문 몰살 시킨게 대의냐?"


젠장. 말을 하면서 시간을 벌려고 했지만 도저히 회복이 안된다.


어차피 여기서 저 놈을 죽여도 내 몸은 회생불가겠지.


이쯤되면 항상 드는 생각이 있다.


좀만 더 검을 일찍 잡을걸.


철혈의 백작이라 불리던 내 아버지 레온 그레이는 가족들에게는 너무나도 다정했다.


그 다정함에 취해 재능이 있던 검술을 등한시하고 영지관리 같은 학문에만 집중했건만,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나.


"아깝도다. 검귀, 너 같은 인재가 우리 제국에 있었으면 좀 더 빠르게 왕국들을 흡수할 수 있었을거다."


"너 같으면 가족을 죽인 놈들하고 손을 잡겠냐? 걍 죽여라. 이 음침한 새끼들아."


몸은 더 이상 말을 듣지 않았지만, 내 입은 멈추지 않았다.


"그레이 백작가는 위엄있고 긍지높은 백작가였는데 그 장자는 마치 용병이 쓰는 말투를 쓰니 격이 낮군."


"이게 다 니네 때문 아니냐? 내가 전장에 간 것도 검을 든 것도, 검귀가 된 것도, 모조리 너네 때문이다. 이 음침한 놈아."


"크큭. 궁지에 몰린 검귀는 검귀가 아니라 설귀(舌鬼)가 되는군. 이제 잘 가라. 설귀."


'하, 니 새끼는 내가 무조건 데려간다.'


나는 속에서 천불이 나지만 모순적으로 어느때보다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했다.


찬란한 오러의 푸른 빛이 그의 검에 깃들었다.


그리고 그의 마음가짐을 반영한 검이 나에게 다가온다.


마치 느긋하게 다잡은 먹이를 먹는 사자의 모습 같다.


푹!


순간, 그의 검이 내 몸을 관통했다. 극심한 고통이 밀려왔지만, 난 이를 악물고 버텼다.


'난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고.'


한 손으로 그의 검을 꽉 잡았다.


그 손은 더 이상 쓸 수 없을 정도로 깊게 상처가 났다.


그럼에도 나는 남은 한 손으로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 그의 목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푹!


"커.. 커컥!"


내 회심의 일격은 그의 목을 관통했다. 제국 놈의 눈이 크게 뜨이는게 보인다.. 당황한 표정이 잠깐 머물렀다가, 이내 힘을 잃고 그 자리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쿨럭...! 그러게 누가 방심하래? 나 검귀 카를이야 이 새끼야. 쿨럭!"


나도 그와 함께 쓰러지며 숨을 몰아쉬었다. 차가운 대지에 몸을 기댄 채, 마지막 전투에서의 승리가 얼마나 허무한지 깨달았다.


그가 바닥에 쓰러져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것을 확인했지만 나 역시도 깨달았다.


희미해져 가는 시야, 빠져가는 힘. 풀려가는 동공.


이 모든 것들은 내가 곧 죽을 것이라는 걸 암시했다.


"하... 젠..장맞을... 복수는 죽어서 해야하나...?"


그러나 그 순간, 목에 걸린 팬던트가 갑자기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내 가슴 속에서부터 강렬한 열기가 퍼져나갔다.


'뭐지···?'


눈 앞으로 어릴 적의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게 주마등인가 뭐시긴가?'


떠오르는 기억은 바로 18살 그 사건의 기억. 가문의 장자라는 이유만으로 가문의 멸망을 함께하지 못한 그 날, 아버지는 목에 걸린 팬던트를 나에게 건내줬다.


"왕국도, 제국도 믿지 마라. 그리고 살아라. 살아서 모든 것을 잊고 살아가라. 내 아들."


"아버지. 저도 싸울 수 있습니다!"


"닥쳐라! 너 하나만큼은 살아야 한다! 크레이그 기사단장, 부탁 좀 하겠네."


"...이 노장 죽어서까지 도련님을 지키겠습니다."


"아버지! 저는..!"


퍽!


내 목뒤에 꽂히는 손날. 눈을 까뒤집은 나.


나는 그렇게 강제로 살려졌다.


하지만 아버지. 어떻게 잊고 살아갈까요.


이렇게 원한에 사무친 복수귀가 되어버렸는데.


검은 여명회에 가입한 기억, 동료들과 제국에 맞서 싸운 기억 등등 여러 기억들은 물결처럼 스쳐지나간다.


그 때 팬던트에서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 빛은 점점 더 강해지며, 나의 시야를 모두 덮어버렸다.


아니, 주변에 널린 제국놈들의 시체도, 소드마스터도, 산도, 들도, 하늘도.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저 강렬한 빛에 잡아먹혔다.


나는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 빛은 마치 세계를 되돌리는 것처럼, 모든 것을 역행시키고 있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그저 후회가 가득 깃든 나의 눈동자였다.


===


따뜻한 공기가 피부를 스쳤다.


분명 난 차가운 바람이 가득한 전장에 있었는데 왜 이리 따뜻해진 걸까?


천천히 눈을 떴지만, 처음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모든 것이 흐릿했고, 색 조차 구별이 제대로 안간다.


'전장이 갑자기 왜 흑백처럼 보이고 흐릿하지? 기온은 또 왜이래?'


움직이려 했지만 팔과 다리는 마치 갓 태어난 아기처럼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 때 귀에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


"응애! 응애!"


울음소리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뭔 전장에 애새끼를 데려와. 얼른 애새끼 데리고 떠나라 곧 제국군이 닥치면 너넨 다 죽는다.'


하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나는 울음소리.


'아 씨, 도대체 어디야?'


주위를 둘러보려 했지만 목이 안움직여진다.


마치 연체 동물이 된 마냥 힘이 들어가지 않는 목.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그 소리가 나에게서 나오는 것임을 깨달았다.


경악한 나는 울음을 멈추려 했지만, 몸은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이 빌어먹을 울음소리가 내꺼라고? 아니... 내가 아기가 됐다고?'


시간이 지나자 주변이 점차 또렷해지며 흐릿했던 얼굴들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나를 내려다보는 사람들··· 익숙한 듯 낯선 모습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설마... 다시 태어난 건가?'


나는 부드러운 천에 싸여 있다는 걸 느꼈다. 따뜻하고 푹신한 감촉.


손가락을 움직여 천의 끝을 잡으려 했지만, 손은 너무나도 연약해 그저 미약하게 떨릴 뿐이었다.


'혼란스럽다 혼란스러워. 이 몸도 이 상황도 모든게 혼란스럽다.'


분명 난 죽었다. 소드마스터의 칼이 내 가슴을 꿰뚫었고, 피를 쏟으며 모든 것이 끝나는 듯했다. 그런데 지금, 나는 다시 살아 있었다. 그것도 아기의 몸으로.


그때, 죽기 직전의 마지막 순간이 떠올랐다.


팬던트.


내 손에 쥐어졌던 아버지의 팬던트가 생각났다. 그 팬던트는 갑자기 뜨거워졌고, 강렬한 빛이 온 세상을 뒤덮었다.


그 빛은 마치 시간을 거슬러가는 것 같았고, 그 후로 나는 기억이 없었다. 이 모든 것이 그 팬던트 때문일까?


'설마 그 팬던트가 나를 다시 살린 건가?'


혼란스러웠지만, 지금 이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그뿐이었다. 그 팬던트가 나에게 또 다른 기회를 준 것일까?


'대체 왜?'


그 순간, 내 시야가 조금 더 선명해졌다. 그리고 그토록 그리웠던 두 얼굴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엄마...? 아빠...?'


나는 잠시 숨을 멈췄다. 젊은 시절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눈앞에 있었다. 어머니는 따뜻한 미소를 짓고 있었고, 아버지는 강인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나는 숨조차 쉴 수 없었다.


“카를, 우리 아가.”


어머니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내 마음을 뒤흔들었다. 본능적으로 그녀의 품에 안겼다. 작은 손이 그녀의 옷자락을 잡으려 했지만, 그마저도 연약한 손가락이 제대로 따라주지 않았다.


'엄마... 아빠...'


그리움이 밀려왔다. 죽음 이후 다시 만난 부모님. 더 이상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다. 나도 모르게 울음이 터져 나왔다.


"응애! 응애!"


울음소리는 전생의 고통과 회한을 담지 못했지만, 내 마음속에는 억누를 수 없는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어머니는 당황한 듯 나를 다독이며 말했다.


어머니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본능적으로 그녀의 품으로 몸을 기댔다. 작고 연약한 손가락이 그녀의 옷자락을 잡으려 애썼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아 옷자락을 간신히 스치고 말았다. 그 순간, 어머니의 손이 내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응애... 응애!"


울음소리는 내가 전생에서 겪었던 수많은 고통과 후회를 다 표현하지 못했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억눌린 감정이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것 같았다. 어머니는 그런 나를 품에 더욱 꽉 안았다.


"아가, 아가... 어디가 불편한 거니? 엄마가 다 안아줄게."


어머니는 나를 살며시 들어 올려, 부드럽게 흔들어주었다. 그녀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그리웠던 따스한 감정이 밀려왔다.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고 싶었지만, 내 손은 그저 미약하게 떨릴 뿐이었다.


그때 아버지가 다가와서 나를 내려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엘레나, 너무 걱정하지 마오. 아기들은 다 이렇게 우는 법이니까. 졸려서 그런 걸 거요.”


아버지의 목소리는 여전히 강인하면서도 따뜻했다. 전생의 기억 속에서 마지막까지 지켜내려 했던 그 강한 아버지의 모습이 겹쳐졌다. 그를 다시 이렇게 눈앞에서 마주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아버지의 손이 내 작은 손을 살며시 감싸쥐었다.


"카를, 우리 강한 아들. 무슨 일이 있어도 아빠는 네 편이야."


아버지의 목소리는 나에게 안도감을 주면서도 묘한 비애감을 불러일으켰다. 그토록 지키지 못했던 가문, 그리고 가족들.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나는 어머니의 품에서 계속 울부짖었지만, 그 울음 속에는 이전과는 다른 감정이 섞여 있었다.


단순한 아기의 울음이 아닌, 다시 시작된 나의 인생에 대한 복잡한 감정들이 어우러져 있었다. 어머니는 그런 나를 계속 품에 안고 흔들어주며 조용히 위로했다.


"괜찮아, 우리 아가. 엄마가 여기 있잖니. 무슨 일이 있어도 네 곁에 있을 거야."


어머니의 손길은 여전히 따뜻했고, 그 말 한마디에 나는 더 이상 저항할 수 없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 남아있던 모든 감정이 눈물이 되어 흘러내렸다. 어머니는 그저 나를 달래며 조용히 내 울음을 받아주었다.


'이런 씨발... 이 나이 쳐먹고 이렇게 눈물이 난다니... 검은 여명회원들이 봤으면 아주 평생 놀림거리가 됐겠구만.'


하지만 그래도 좋다. 너무 좋아서 죽어버릴 것만 같다.


전생에 잘못된 것들을 바로 잡을 기회가 온 것 같다.


나는 작고 연약한 손으로 어머니의 손가락을 붙잡으며 다짐했다. 다시는 이 따뜻함을 잃지 않겠다고.


지금의 나는 너무나 무력했다. 이 작은 몸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과거의 기억과 경험이 여전히 생생한데, 나는 이제 그저 한갓 아기일 뿐이었다.


‘18살. 그때까지 준비해야 해.’


나는 기억하고 있다. 18살이 되던 해, 서리 오크 부족연맹의 대규모 습격이 있었다. 성벽은 무너지고, 가족들은 하나둘씩 쓰러졌다. 그날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반드시 준비해야 했다.


전생에 나는 검귀, 검의 악마라고 불렸다. 하지만 그 때의 나이는 거진 마흔이 될 무렵.


하지만 이번 생에서 적들은 좀 더 날렵하고 강한 어린 나이의 검귀를 상대해야 할 거다.


그것도 완전한 전력이 보존된 우리 그레이 백작가와 함께.


제국 딱 대라. 진짜 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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