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천재 기사로 각성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새글

두릅치기
작품등록일 :
2024.09.13 18:28
최근연재일 :
2024.09.19 12:15
연재수 :
7 회
조회수 :
243
추천수 :
17
글자수 :
43,091

작성
24.09.14 17:22
조회
46
추천
2
글자
14쪽

기초는 언제나 중요한 법이다.

DUMMY

쿵쿵쿵!


나는 어느덧 다섯 살이 되었다.


처음 이 몸에 적응하기 전에는 뒤집기조차 어려웠지만, 이제는 힘도 제법 붙어서 어디든 뛰어다닐 수 있게 되었다. 빠르게 적응한 내 몸이 뛸 때마다 힘찬 발걸음 소리가 집안 가득 울렸다.


지금 내 앞에는 두 살짜리 여동생이 있다. 이 천사같은 여동생의 이름은 셀린이다.


그녀는 빛나는 금발에 큰 눈을 가진, 정말 이쁜 아이였다. 셀린은 내 눈에 너무 사랑스러워서 하루도 빼놓지 않고 보러 간다. 그러면 어머니 엘레나는 늘 웃으며 나에게 묻곤 했다.


“카를, 그렇게도 동생이 좋니?”


좋을 수 밖에. 너무나도 이쁜 것을.


물론 겉으로는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이다. 전장에서 구른 경험때문인지 자꾸 날 것의 말만 튀어나오니깐 말이다.


'이 놈의 말투는 언제 고쳐지려나. 영혼에 인이라도 박힌건가.'


내가 요새 입을 다물고 있는 이유는 다른게 아니다.


어느 날, 어머니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던 중이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수프를 떠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카를, 오늘은 뭐하면서 지냈니? 요새 셀린을 챙기느라 도통 아들 얼굴 보기가 힘드네."


어머니가 부드럽게 물으셨다.


나는 목검을 또 부숴먹은 다음이라 생각 없이 대답했다.


"어··· 뭐, 죽다 살아났죠. 아침부터 삽질한 덕분에."


그 순간, 어머니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굳었다. 순간적으로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


‘아, 씨... 또다.’


나는 한숨을 삼켰다. 평소엔 잘 나오지 않던 말들이 이런 순간엔 어김없이 튀어나왔다.


"...삽질?"


어머니의 말투는 평온했지만, 그 안에 담긴 뜻은 분명했다. 나는 그 따가운 시선을 피하지 못하고, 급하게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었다.


'괜찮아, 카를. 이건 그냥 실수야. 수습만 잘하면 돼.'


나는 최대한 순진한 척 웃으며 말했다.


"아, 그게요... 모래성을 만들었거든요! 삽으로 막 떠서··· 그래서 삽질한 거예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어머니는 나를 조용히 응시하셨지만, 그 눈빛은 점차 부드러워지더니 미소로 바뀌었다.


"그래, 우리 아들이 오늘 성을 지었구나. 힘들었겠다."


그 말에 나는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위기는 넘긴 듯 보였다.


하지만 속으로는 나를 질책했다. 제발 연기 좀 잘하자고.


"그나저나 그이가 요새 너무 바빠서 얼굴도 안 비추네."


어머니의 얼굴에 서운함이 스며들었다.


아버지는 요즘 많이 바쁘다. 아니, 언제나 바쁘다.


우리 집안, 그레이 백작가는 북쪽 국경을 지키는 변경백 가문이다. 북부의 혹독한 기후와 거친 환경 속에서, 우리는 이 작은 베른 왕국을 수호하는 방패 역할을 하고 있다.


어릴 때는 어떻게 이 넓은 북부지역을 다 방어하는 걸까하는 생각을 많이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이 넓은 지역을 다 방어할 수 있는데는 우리 그레이 가문이 자랑하는 기사단, 북부 출신의 강인한 이들로만 구성된 하얀늑대 기사단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북쪽의 험난한 자연과 맞서 싸우며 단련된 강자들로, 그 어느 기사단보다도 무시무시하다. 그들이 험난한 북부의 기후 속에서 적들과 싸우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웅장해지지 않을 수 없다.


하얀늑대 기사단은 우리 가문의 자존심이자, 이 왕국을 지키는 핵심 전력이다.


제국이 와도 두렵지 않았지 저들과 함께라면.


빌어먹을 친제국파 귀족새끼들만 아니었어도 쉽게 전멸 당하진 않았을텐데.


뭐, 일단은 강해지는게 먼저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힘이 부족해서 멸망했던건 사실이니깐.


하여튼, 이 넓은 지역을 관리하시느라 아버지께서는 요새 집도 들르지 못하고 일만 하신다.


옆에서 잠든 동생의 손을 꽉 쥐고 있자니, 아버지께서도 셀린을 보고 싶어하실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도 그런 아버지의 짐을 덜어드리고 싶다.


'아버지를 도우려면 할 건 해야지.'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침대에서 조심스럽게 내려오려는 순간, 어머니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들, 어디가니? 오늘은 엄마 옆에서 자는 게 어때? 날이 춥기도 하고, 동생도 잘 자고 있잖니."


어머니 엘레나는 여전히 따뜻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그 말에 마음이 잠시 흔들렸다. 어머니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따뜻한 미소는 언제나 나를 편안하게 해줬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천천히 가로저었다.


"아니에요, 엄마. 저도 하루 빨리 커서, 아버지를 도와. 영지를 지키는 훌륭한 기사가 되고 싶어요."


어머니는 잠시 말없이 나를 바라보다, 살짝 서운한 표정이 드러난다. 그녀의 얼굴에 드리운 미세한 그늘을 보니 마음이 조금 무거워졌다.


'죄송합니다, 엄마··· 하지만 해야 할 일이 있잖아요.'


애써 어머니의 서운한 눈빛을 피하며 나는 힘차게 외쳤다.


"다녀오겠습니다!"


그 말을 남기고 나는 서둘러 방을 나섰다.


발걸음은 자연스레 아버지가 따로 마련해주신 개인 연무장으로 향했다.


이 길도 이젠 너무 익숙하다. 몇 번을 오갔는지 셀 수 없을 정도다.


조금 더 걷자, 드디어 내 눈앞에 개인 연무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편하다 편해.’


아버지께 졸라서 얻은, 내 소중한 공간.


그때 아버지의 표정이 떠올랐다. 뭐하는지 궁금해 하시면서도 결국은 이렇게 연무장을 따로 만들어 주셨지.


이곳은 나만의 성역이다.


회귀한 후 나만이 오롯이 존재하는 유일한 공간이라고 해야할까.


"휴, 오늘도 시작해볼까."


혼자 중얼거리며 훈련장 한가운데 자리를 잡고 가부좌를 틀었다.


신체 훈련을 하기엔 아직 성장기의 몸. 나는 요 5년의 시간동안 오러의 기틀을 잡는데 모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는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몸 안의 마나를 관조하기 시작했다. 전생에 소드마스터의 경지에 올랐던 경험 덕분에, 내 현재 몸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건 이제 일상이 되었다.


'지금 이 몸의 기틀을 만드는데 5년이나 걸렸네.'


현재 나는 다섯 살, 아직 어린 몸이지만 불순물 하나 없는 맑은 상태다. 전생의 나와는 다르게, 이 몸은 세상의 오염에 물들지 않은 순수함 그 자체였다. 물론, 모유를 끊은 후부터 서서히 불순물들이 쌓이기 시작했지만 그 또한 내겐 큰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끊임없이 그레이 마나 연공법을 통해 몸속의 불순물을 정화시키고 있었다. 아버지는 이번 생에 이 비전(秘傳)을 아직 나에게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전생에서 이미 배워봤기 때문에 식은 죽 먹기였다.


이 연공법은 단순히 마나를 흡수하고 순환시키는 기술이 아니다. 우리 그레이 가문에 대대로 내려오는 비전, 그 자체다. 우리 가문의 시조이자 전설적인 드래곤 슬레이어 케에스 그레이께서 직접 창안하신 심법으로, 다른 가문의 마나 연공법과는 확실히 차원이 다르다.


첫 번째로, 이 연공법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강력해진다.


대부분의 마나 연공법은 처음부터 강렬한 힘을 발휘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출력이 딸린다. 하지만 그레이 마나 연공법은 다르다. 처음에는 천천히 마나를 흡수하기 때문에 답답하다. 하지만 그 속도는 점점 불어난다. 마치 조그마한 돌맹이하나가 큰 산사태를 일으키는 것 처럼 말이다.


'내가 이것 때문에 좀 더 빨리 무(武)에 뜻을 두었어야했던 건데.'


전생에 가장 크게 남았던 후회였다. 하지만 이제 뭔 상관이겠는가. 나는 회귀했는데.


두 번째로, 마나의 정화 능력이 있다. 이 연공법은 마나를 단순히 흡수하는 게 아니라, 그 안의 불순물까지 걸러낸다. 이 연공법을 사용하면 마나가 몸 안을 지날 때마다 깨끗하게 정화된다. 전생에선 빌어먹을 더러운 몸뚱아리를 정화하느라 진짜 죽는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깨끗한 몸이기 때문에 이 연공법을 하면서 고통을 느껴본 적이 없다.


'우리 시조님 진짜 드래곤 아니야?'


북부인들에게는 사실 그레이 가문은 블랙 드래곤의 후손이다! 하는 전설이 알음알음 돌고 있었다.


물론 개소리겠지만, 이 심법을 보면 약간의 설득력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마지막 세 번째는 이렇게 개소리 같은 생각을 해도 마나 연공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안정성이라고 해야할까.


"후아!"


지난한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가부좌를 풀었다.


아랫 배 쪽에 위치시킨 마나 홀에서 날뛰는 활어마냥 휘몰아치는 마나가 느껴진다.


"이 정도면 비기너... 후반인가?"


내가 예상한 것 보다는 낮은 경지에 도달했다.


하지만 걱정이 되지 않는다.


같은 비기너라고 다 같지는 않으니까.


같은 소드마스터지만 내가 4명을 참살할 수 있었던 것과 같은 이치다.


"언제든 기본이 중요한 법이지."


오러를 분출하는 단계. 익스퍼트.


그 직전의 단계긴 하지만 느낌상 언제든지 오러의 분출이 가능할 것 같다.


다만 너무나도 빠른 성장보다는 기본을 더 닦고 오르는게 좋을 것 같다는 직감 때문에 안 오르는 것일 뿐.


트드드득.


허리춤에 찬 장난감 같은 목검을 꺼내본다.


아버지께서 아직 진검은 위험하다면서 목검을 주셨다.


내가 뭐 수련한다니까 애기들 전쟁놀이 하면서 노는 그런 장난감 같은 목검을 주시다니.


'뭐, 진검이어도 괜찮긴 한데.'


너무 어린 나이라 내가 하고 싶은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해서 답답하긴 하다.


지금 훈련의 목표는 이 장난감 칼 안부수고 '카를식 10검' 모두 펼치기다.


초반에는 받는 족족 다 부셔먹었다.


그래도 있는 집 자식이라 아버지께서는 허허 아들 힘이 장사구나 하시면서 새로운 목검을 주시긴 했다.


하지만 그것도 하루이틀이지 매일 몇개씩 부숴먹으니 내가 미안해서 이런 훈련을 하게 됐다.


근데 이 훈련 생각보다 효과가 좋다.


또르륵!


내 콧잔등을 타고 내려가는 땀방울.


그레이 가문의 검식을 변형해 창안한 카를 10식은 좀 부끄럽지만 내 이름을 붙였다.


거세고 물어뜯을 것 같은 그레이 검식은 나와 맞지 않아서 화려하고 우아하게 재구성했다.


그래서 맨날 검은 여명회원들 사이에 놀림거리가 되기도 했지.


'카를 넌 기세는 거의 짐승인데, 막상 검술보면 무슨 제국의 공작이 펼칠 법한 우아함을 갖추고 있네.'


팬시가 낄낄 거리면서 쳐 웃는 장면이 떠올라서 눈살이 찌뿌려진다.


'이게 더 효율적인데 어떻게 해.'


그나저나 검은 여명회에 소속된 사람들은 지금 이 시간대에는 뭘 하고 있을까?


글쎄다.


각자 제국에게 '비극적'인 일들을 당할 준비를 하고 있겠지.


그리고 그들의 고통역시 줄여주는 것이 내 목표 중에 하나이기도 하고 말이야.


후웅!


부웅!


목검이 허공을 찢었다.


차가운 바람이 내 귀를 때리며 검풍이 일었다. 마치 칼날처럼 날카로운 바람이 허공에 선명한 흔적을 남겼다.


카를식 10검.


우아하지만 그 속에는 전생의 내 삶의 마음가짐이 그대로 녹아있는 듯 살기가 그득하다.


보는 이는 그저 화려한 검으로 생각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해본 사람들은 알겠지. 화려함 속에 겹겹히 감춰진 죽음을.


첫 번째 초식이 끝나기 무섭게 나는 다음 동작으로 이어갔다. 빠르고 치명적이게. 검이 아래로 쏟아지듯 내려왔다.


내리치면서 느껴지는 그 묵직한 압박감이 팔끝까지 전해진다. 그러나 나는 힘을 더 주었다. 그러자 압박감이 덜해지는 느낌이다.


내 몸이 빠르게 움직이자, 발은 그에 맞춰 자연스럽게 이동했다.


휙-


휙-!


검이 허공을 쪼개며 휘둘러진다. 바람이 갈라지고, 공기가 찢기는 소리.


'빠르게, 더 빠르게.'


아마 상대가 앞에 서 있었다면, 이미 그는 영혼이 되었을것이다.


'최대한의 속도로 휘두른다.'


검을 휘두르며 몸을 틀었다. 그러자 바람이 따라왔다.


그저 빠르기만 하면 안된다. 벌써부터 이 빌어먹을 몸뚱아리는 지친 듯 힘이 제대로 실리지 않는다.


'더 강하게 몰아 붙여야된다.'


이미 피로가 몰려오기 시작했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내 안에 있는 마나는 자연스럽게 몸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손끝에서 검이 더 빠르게, 더 치명적으로 휘둘러졌다.


숨을 몰아쉬며 나는 다섯 번째 동작을 이어갔다. 검이 머리 위로 번쩍 들리더니, 공중에서 빛을 반사했다.


검은 내 손끝에서 자유로웠다. 공중에 남겨진 잔상, 그 끝엔 아무것도 없었다.


왜냐하면 이미 검은 공중을 갈라 머릿속 상상의 적을 난도질 하고 있었으니까.


숨이 가빠지고 온몸이 쑤신다. 하지만 나는 다시 한 번 검을 휘둘렀다.


나는 검을 땅에 꽂고 몸을 뒤로 틀었다.


쾅!


검이 땅을 때리자, 땅이 울렸다. 이대로라면 검이 부서질지도 모른다.


휙-


힘을 주며 마지막 동작을 이어갔다. 열 번째 동작에 다다르자마자, 내 손끝에서 검이 마지막 궤적을 그렸다. 허공에서 잔상이 남고, 순간적으로 멈춘 시간 속에 모든 것이 끝나 있었다.


콰콰광!!!


검이 폭죽처럼 터져버렸다. 목검의 조각들이 사방으로 튀었고, 나는 그 파편이 연무장 곳곳에 흩어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하··· 또 부숴먹었네.”


한숨을 내쉬며 부서진 목검의 손잡이를 땅에 던졌다. 부러진 나무 조각이 흙 위로 굴러갔다. 생각보다 조급함이 나를 잡아먹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목표한 시간보다 더 급하게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자꾸 들었다.


'괜찮아. 제발 천천히 좀 하자.'


하지만 속으로는, 자꾸만 서두르고 있는 나 자신을 멈출 수가 없었다. 내가 서둘러야 하는 이유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연무장 바닥에 떨어진 목검 파편들을 살폈다. 이 카를 전용 연무장은 내 훈련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지만, 지금은 파편들과 먼지가 가득했다. 깨끗하던 연무장이 부서진 검 조각으로 뒤덮여 있었다.


"...뒷정리는 어떻게 하지?"


뭘 어떻게 해. 내가 치워야지 뭐.


기초는 언제나 중요한 법이다.


그렇게 내 틀을 다지는 지난한 일과는 오늘도 반복됐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회귀 후, 천재 기사로 각성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 지옥 훈련, 그리고 약속 NEW 6시간 전 12 2 15쪽
6 내기의 결과 24.09.18 24 3 13쪽
5 스콰이어 24.09.17 31 3 14쪽
4 파르쿠르 의식 24.09.16 34 3 14쪽
3 옥석 가르기 24.09.15 42 2 13쪽
» 기초는 언제나 중요한 법이다. 24.09.14 47 2 14쪽
1 프롤로그 24.09.13 54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