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천재 기사로 각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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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릅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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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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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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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스콰이어

DUMMY

"그래서."


아버지가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하이레 자작의 아들에게 한 방 먹였다고?"


나는 잠시 망설였지만, 솔직히 대답했다.


"예, 맞습니다."


아버지는 고개를 숙이고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더니,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끄응... 이걸 잘했다고 해야 하는 건지, 혼을 내야 하는 건지."


나는 조용히 아버지를 바라봤다. 그가 무슨 말을 할지 기다리면서도, 속으로는 긴장되고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아버지의 얼굴엔 웃음기가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 뭐... 어차피 애들끼리 싸움이니 크게 문제 될 것도 없겠군."


아버지가 턱을 만지며 말했다.


"17살짜리 놈이 7살한테 맞았다고 여기저기 떠들고 다닐 리도 없을 테고."


나는 그 말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아버지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 시선이 예사롭지 않아서, 순간적으로 내 마음이 두근거렸다.


"왜 그러세요?"


나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아버지는 한동안 나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 아들, 혹시··· 이것까지 계산한 거냐?"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눈을 피했다. 아버지의 물음 속에는 무언가를 꿰뚫어보는 듯한 날카로운 기운이 담겨 있었다.


"저는 모르겠는데요?"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일부러 천진난만한 척 말하면서 이 상황을 슬쩍 넘기려 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눈빛은 여전히 나를 예리하게 꿰뚫고 있었다.


아버지는 잠시 아무 말 없이 나를 지켜보다가, 미소를 짓지 않은 채로 다시 물었다. "그래? 정말 모르겠다고?"


나는 그 순간, 속으로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눈을 피했다.


'역시 아버지는 속이 보이지 않는 분이야.'


하지만 입으로는 아무런 해명을 하지 않았다.


"수상한 녀석..."


아버지는 미소를 띤 채 한 손으로 턱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아무튼, 네가 더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은 건 다행이다. 애들끼리 싸움이니까 자작도 크게 문제 삼지 않을 거야."


그러더니 갑자기 아버지는 내 어깨를 툭툭 치며 말을 이었다.


"자, 파르쿠르 의식도 끝났으니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뭘 배울 생각이냐? 이 아비는 너가 검을 집는 순간 아주 좋더구나."


음?


순간, 멈칫했다. 아버지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전생에서 나는 책을 집었었다. 검을 잡을 생각은 해본 적도 없었다. 그때는 전쟁을 피하고 싶었고, 힘을 쓰는 대신 평화와 학문을 선택하는 것이 옳다고 믿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아버지의 속마음은 검을 집기를 바라셨던 것 같다.


참 아버지 마음도 몰라주고 전생의 내가 눈치가 없었네.


"저도 검이 좋아요 아버지."


"그러냐? 하하하. 그럼 당장 내일부터 스콰이어들과 가볍게 훈련을 시작해보자꾸나. 크레이그 기사단장한테는 미리 이야기 해놓았다."


...예? 내일부터요?


===


스콰이어. 기사의 종자를 의미하는 그 직급은 사실 아직 기사가 되지 못한 10대 중후반의 기사 지망생들을 지칭하는 단어다.


스콰이어로써 입지를 다지고 실력을 인정받으면 이제 준기사 대우를 받는거지.


근데 나보고 이런 핏덩이들하고 같이 훈련을 받으라고?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지끈 거린다.


전생에선 스콰이어 훈련을 안했지만 벌써부터 그 분위기가 짐작이 갔다.


스콰이어에는 일반 재능있는 영지민의 아이도 있지만 그레이 가문의 방계 출신들 역시 많이 섞여있다.


그레이 가문이 존재한지 몇년이 됐는데 그 갈래가 얼마나 깊고 다양하겠는가.


그런데 그 중 나 혼자만이 직계다.


이말인 즉슨, 방계들에게 엄청난 시기와 질투를 받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아이고, 골이야. 이 나이 먹고 애들하고 드잡이질 할 생각에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네."


그럼 뭐 어쩌겠는가 아버지가 훈련하라고 친히 명하셨는데.


스콰이어 훈련장에 도착하자, 이미 수많은 아이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 중에는 나보다 나이가 더 많은 이들이 많았다.


거기다 난 아직 후계자일뿐 귀족의 작위를 수여받지 못한 아이일 뿐.


일단은 저 새까맣게 어린 놈들한테도 반말하지도 못하는 처지였다.


'에휴'


고개를 저으며 나는 그들의 시선을 무시한 채 훈련 준비를 시작했다.


훈련장 구석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 속에서 누군가가 내 이름을 중얼거리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곧장 그 무리에서 한 녀석이 나에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체격이 큰 녀석이었다. 짙은 갈색 머리에 근육질의 몸, 그의 눈빛에는 시기와 질투가 가득했다. 이름이··· 아레스였던가?


그가 내 앞에서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래, 네가 직계라는 카를이냐?"


주변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와 함께 있던 무리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비웃고 있었다. 그들 중 몇몇은 아레스를 둘러싸고 장단을 맞추며 비아냥거렸다. 방계 출신 중에서도, 특히 이런 놈들이 나를 향한 질투를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하, 시작인가.'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이런 상황은 예상하고 있었다. 그가 무슨 말을 하든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아레스는 더 큰 목소리로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어이, 직계 도련님. 여기 훈련장에 뭘 하러 온 거냐? 이런 데는 너 같은 직계 도련님이 있을 곳이 아니지 않나?"


주변에서 또다시 킥킥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천천히 아레스를 쳐다봤다. 그의 눈빛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 그가 원하는 건 내가 겁을 먹고 물러나는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그럴 이유가 없었다.


"그건 아레스 형이 신경쓸 일이 아닌 것 같은데?"


나는 천천히 말했다. 내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분명했다.


"훈련장에선 훈련을 받으러 온 거야 형. 형이 무슨 말을 하든, 내 할 일은 변하지 않아."


음, 성인이었으면 욕을 날려주었겠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놈들이니까.


나도 참 관대해졌네.


순간 주변이 잠시 조용해졌다. 아레스는 예상치 못한 내 반응에 살짝 당황한 듯했다. 하지만 곧 다시 입가에 비웃음을 띠며 다가왔다.


"많이 컸네. 카를"


아레스는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그냥 나가라. 직계라고 잘난 척하지 말고, 가서 영지 경영하는 책이나 읽으란 말이다."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책은 지겨울 만큼 읽었어. 형이야 말로 책 좀 읽어야겠다. 글은 뗐지?"


아레스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의 주먹이 떨리기 시작했다. 이제 곧 덤벼들 것처럼 보였다. 주변에 있던 스콰이어들도 상황을 지켜보며 긴장한 표정으로 우리 둘을 번갈아보고 있었다.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었다.


"어린놈의 새끼가 진짜!"


아레스가 분노를 참지 못한 듯 소리쳤다. 그의 눈에선 이미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넘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나를 향해 주먹을 휘두르려는 찰나였다.


"그만!"


단호한 목소리가 훈련장에 울려 퍼졌다. 모든 시선이 소리 나는 쪽으로 향했다. 크레이그 기사단장이었다. 나이 지긋한 그가 묵직한 발걸음으로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그 순간, 훈련장의 공기가 얼어붙은 듯 고요해졌다.


아레스가 움찔하며 손을 멈췄다. 그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창백해졌다. 내게 다가오던 그의 손은 허공에서 머뭇거리다가 그대로 내려갔다. 나 역시 그의 모습을 지켜보며 침착하게 상황을 살폈다.


"여기가 싸움터인 줄 아느냐, 아레스?"


크레이그 기사단장의 목소리는 한층 낮고 냉정했다. 그는 아레스를 똑바로 바라보며 한 발 더 다가섰다.


훈련장에 있던 스콰이어들이 그 순간 모두 숨을 죽였다. 아레스는 더 이상 나를 쳐다보지도 못하고 고개를 떨군 채 한 걸음 물러섰다.


"이 훈련장에서, 내 허락도 없이 네 멋대로 싸움을 벌이려고 하다니."


크레이그는 아레스에게 다가가 그를 노려보았다.


"네놈이 이곳에서 대장 노릇하는건 알겠다만 여기는 신성한 훈련장이다."


아레스는 입술을 질끈 깨물며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주변에서 지켜보던 스콰이어들조차 움츠러들며 눈치를 살폈다. 크레이그의 분노가 그저 아레스에게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훈련장 전체에 퍼진 듯했다.


"다들 똑똑히 들어라."


크레이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이 훈련장은 너희들끼리 싸우는 곳이 아니다. 누구든 이 규율을 어기면, 그게 직계든 방계든, 가차없이 훈련에서 제외시킬 것이다."


그 말에 스콰이어들은 다시 한 번 몸을 웅크렸다. 나 역시 크레이그의 단호함에 살짝 놀랐다. 전생에도 그랬지만, 그는 항상 가문의 원칙을 가장 중시하는 인물이었다.


크레이그는 다시 아레스를 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레스, 네가 지금 그레이 가문의 이름을 더럽힌 것을 자각하라. 부끄러운 줄 알아라. 실력으로 증명할 생각은 없고 어린 나이의 도련님을 힘으로 해결하려 들다니."


아레스는 입술을 깨물고 머리를 숙였다. 그의 눈빛에는 수치심이 가득했다. 나를 향해 덤벼들려 했던 자신이, 이렇게까지 무시당하고 혼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지.


크레이그는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덧붙였다.


"이 훈련을 무사히 마치고 기사가 되고 싶으면, 앞으로는 언행에 조심해라. 그렇지 않으면 그 대가가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아레스는 아무 대꾸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주변의 스콰이어들도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훈련장에는 그저 침묵만이 감돌았다.


"자, 훈련 시작한다!"


크레이그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내뱉고, 다시 훈련장 중앙으로 돌아갔다.


아레스는 크레이그가 멀어지자 슬그머니 내 옆을 스쳐 지나가며 작게 중얼거렸다.


"좀 이따 보자고."


나는 그 말에 코웃음을 치며 귀를 파며 속으로 생각했다.


'왜 이렇게 좀 있다 보자는 놈들이 많은 거야, 귀찮게.'


그렇게 훈련이 시작되었다.


===


스콰이어들은 빠르게 속도를 내며 달리기 시작했다.


마치 나에게 따라올 수 있을 것 같냐는 눈빛과 함께.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런 눈빛은 가볍게 무시해줬다.


나도 그들과 함께 페이스를 맞추며 출발했다. 처음엔 여유롭게 뛰었다.


기초 체력 훈련이라고 하니 쉬울거라 생각했는데 예상과 달리 강도가 꽤 빡세다.


'나름 괜찮네?'


처음부터 아레스를 비롯한 몇몇은 전력으로 뛰고 있었다.


'그래도 나한텐 안되지.'


나는 스스로 몸에 자극을 주기 위해 속도를 조금씩 높였다. 내 신체는 아직 약하지만, 마나는 이미 충만하다. 마나와 신체의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선 더 강하게 내 몸을 몰아붙여야만 했다. 발걸음에 더 힘을 실었다.


주변 스콰이어들이 내 속도를 눈치챘는지 슬쩍 나를 힐끔거렸다.


그들의 속도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었지만, 내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아 형들 좀 느리네? 크레이그님한테 말해서 밥 좀 잘 먹이라고 해야겠어."


어린 아이인 내가 툭 뱉은 말.


그것은 마치 기름에 불을 부은 꼴이었다.


마치 광역 도발 스킬처럼 아이들은 나를 잡으러 미친듯이 달리기 시작한다.


나는 다시 한번 속도를 올렸다. 한참 나를 죽어라 쫓아오던 주변의 스콰이어들이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게 보였다. 그들은 애써 나와의 간격을 좁히려 노력했지만, 쉽지 않아 보였다.


한 녀석이 눈에 띄게 속도를 낮추며 숨을 몰아쉬더니, 결국 떨어져 나갔다. 그의 얼굴이 터질 것처럼 붉어졌다. 다른 애들도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나한테 안 지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저 애새낀 도대체 뭐냐고!"


뒤에서 들려오는 스콰이어의 목소리에는 경악과 짜증이 섞여 있었다. 아레스가 이를 악물며 속도를 올리려고 애썼지만, 나와의 거리는 계속 벌어졌다.


'더 빨리, 더 강하게.'


나는 속도를 더 올렸다. 이제 스콰이어 애들은 무더기로 낙오되기 시작했다. 그들은 하나둘 포기하듯 속도를 늦추며 나를 바라보는 모습이 느껴졌다. 그들의 표정엔 당혹감과 의구심이 섞여 있었다.


"쟤 괴물이냐? 체력이 말이 안되는데..."


한 아이가 헉헉거리며 내 뒤에서 말했다.


"대체 어떻게 저렇게 뛰는거냐"


그들이 아무리 애를 써도 나는 멈추지 않았다. 나에겐 이 훈련은 내 신체를 단련시키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내게 필요한 건 더 강한 몸, 더 단단한 신체였다.


"이... 씨발. 쥐새끼 같은 놈."


아레스는 그래도 여기 대장이라 그런지 곧잘 따라오면서 말을 건냈다.


'에휴. 아레스 이 멍청한 놈아 니놈의 적은 내가 아니야 이 썩을놈아.'


가끔씩 미래를 아는 나는 이들의 이런 텃세가 그저 안타까울 뿐이었다.


아레스 저 놈도 전생에선 끝까지 제국에 항쟁하다 머리가 두동강나 죽었지.


그도 결국엔 가문을 위해 자신의 모든 걸 던진 충성스러운 기사였다. 그저 지금은 열등감에 쩔어, 잘못된 방향으로 분노를 표출하고 있을 뿐이다.


여기에서 나에게 이유없을 반감을 가진 그들이지만 지닌 가문에 대한 충성심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니 후계자인 내가 길을 잘 닦아줘야겠지.


그렇다. 내가 이 훈련장에서 이루고자 하는 목적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내 신체를 단련하는 것. 두 번째는 이 스콰이어들의 수준을 높게 끌어올려 제국에 맞서 싸울 수 있게 만드는 것.


나는 그들에게 잠재력을 심어줄 것이다. 그들이 깨닫기 전까지, 더 강하게.


나는 천진난만하게 아레스를 향해 물었다.


"나랑 내기 할래? 아레스 형?"


다시한번 말하지만. 나의 목적은 분명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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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24.09.13 5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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