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천재 기사로 각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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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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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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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쿠르 의식

DUMMY

감히 제국의 애새끼가 우리 집에서 행패를 부려?


나는 라이너스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등불을 스쳐 지나갔다. 일부러 발을 헛디딘 척하며 팔을 살짝 휘둘렀다.


툭!


예상대로 등불은 우르르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넘어졌다.


우당탕탕!


사람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집중되었다. 혼란이 번지자 나는 틈을 놓치지 않았다. 바로 라이너스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이리 와. 밖에서 얘기 좀 하자."


라이너스는 내 말을 듣고는 코웃음을 치며 나를 따라왔다.


그리고 그게 그의 첫 번째 실수였다.


으슥한 복도.


마나를 펼쳐 주변에 사람들이 있는지 확인해보았다.


'아무도 없군.'


홀에 번진 혼란 때문일까 아주 조용하다.


라이너스가 천천히 다가오더니 비웃는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어차피 손보려고 했는데 이렇게 으슥한 곳을 찾아서 다행이네. 뭐? 할말? 웃기고 있네."


그는 나를 한 번 훑어보며 거들먹거렸다.


"아니다. 니깟놈 말 들어서 뭐할까. 이 의식이 너네 거지같은 베른 왕국에서 중요한 의식이라매? 중요한 의식이니까 얼굴에 멍 정도만 만들어주면 되겠군. 그 긍지높은 그레이 백작가의 체면이 상하게 말이야."


전생에는 눈치도 없고 저런 악의를 본 적도 없었기에 이런 상황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근데 만들었으니 뭐. 저 놈에게 씻을 수 없는 '기억'을 만들어줘야겠다.


라이너스는 거들먹거리며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아마도 머릿속에서는 이미 나를 굴욕적으로 꺾고 돌아가는 장면을 상상하고 있겠지.


'좋아, 감히 내 앞에서 방심을 해?'


나는 속으로 차갑게 웃었다. 천천히 다가가서 그를 쳐다봤다. 그놈은 아무런 경계심도 없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우리 아버지가 제국 자작이야, 제. 국. 너네 같은 왕국이 아니라.”


라이너스가 으스대며 말했다.


"내가 여기서 널 줘패는 것 만으로 내가 가문에서 누릴 권력은 변하지 않아. 네 가문이 얼마나 힘이 있든 간에. 아니, 차라리 아버지는 그걸 더 좋아하실걸?"


퍽!


"어우 거참 말 많네."


그 말을 뱉자마자 나는 순식간에 그의 턱을 강하게 후려쳤다. 라이너스는 충격을 받았는지 멍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너무 빠르게 쳐맞아서 얼빠진 표정이 보기 좋다.


“너... 뭐 하는···”


라이너스가 말을 끝내기 전에, 나는 다시 주먹을 그의 옆구리에 꽂아넣었다.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제야 고통이 느껴지기 시작한 것일까. 나는 그가 반격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계속해서 그의 몸을 가격했다. 허리, 가슴, 그리고 턱. 주먹이 들어갈 때마다 그는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나는 그를 조용하게 만들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내 예상보다 더 빨리 허물어졌다. 나는 그의 턱을 단단히 쥐고 벽에 밀어붙였다.


“멍 하나 만들어주겠다며?”


나는 그를 비웃으며 턱을 더 세게 눌렀다.


“이게 제국의 그 고명하신 자작가의 후계이신가? 7살 짜리 아이에게 쳐맞고 콩벌레 마냥 웅크리고 있는게?”


“너, 감히... 나한테...”


그는 힘겹게 말을 꺼냈다.


나는 라이너스의 찡그린 얼굴을 보고 속으로 피식 웃었다.


'아직 상황 파악이 덜 됐나 보네.'


겉으론 멀쩡해 보여도, 곧 그의 얼굴에 공포가 새겨질 것이다. 나는 그의 머리 위에 손을 얹고 마나를 서서히 불어넣기 시작했다.


"끄으으으...!"


라이너스의 눈이 커지며 전신이 경직되었다. 그의 몸은 본능적으로 저항하려 했지만, 나는 한 손으로 그의 입을 강하게 틀어막았다. 그의 비명 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철저히 막아둔 채 속삭였다.


“조용히 해라.”


나는 낮고 냉정하게 말했다.


“너는 오늘로써 처음 공포가 뭔지. 진짜로 두려워해야 할 대상이 누군지 배우는거다.”


나는 마나를 조금씩 그의 두개골 속으로 집어넣으며 신경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그는 더 이상 반항할 힘조차 없었다. 두 눈은 완전히 뒤집혀 있고, 입에선 침이 흘러내렸다. 그러나 이 모든 고통은 겉으로는 전혀 티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내 마나가 그의 뇌를 지배할 때, 그가 느낄 절대적인 공포는 작지 않을 것이다.


'이건 기사들도 못 버티는거다. 어리니까 그나마 살살해준다.'


나는 그의 내부를 조였다가 풀어주고, 다시 반복했다. 숨이 막히다 다시 살아나는 그 고통 속에서, 그는 나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가 겪는 고통은 단순한 고문이 아니었다. 그의 정신을 무너뜨리고, 다시는 일어설 수 없게 만드는 절대적인 힘의 각인이었다.


그가 쩔쩔매며 고통을 참으려 할 때, 나는 그의 귀에 대고 마지막으로 말했다.


"기억해라. 넌 이제부터 평생 그레이 가문을 떠올릴 때마다 이 공포를 느낄 거다. 이건 네가 제국에서 아무리 높은 자리에 올라가도 절대 떨쳐낼 수 없는 두려움이다. 너희가 우리 가문을 무시하는 순간, 그 때는 너의 목숨을 내가 앗아가마."


그의 몸이 떨리며 완전히 굳어갔다. 공포는 이미 그의 영혼에 깊이 박혀 있었다. 그 순간, 그의 바지춤이 축축해지는 게 느껴졌다. 그는 나를 바라보며 눈물마저 흘리고 있었다. 바닥에 흥건해진 것을 보니··· 뻔했다.


나는 코를 막고 눈살을 찌푸렸다.


"더럽게."


라이너스는 바지에 오줌을 지린 채로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나는 고개를 숙여 그의 귀에 대고 마지막 한 마디를 던졌다.


“이걸로 바지 가리고 나와라.”


내가 대충 던져준 손수건에도 그는 공포에 질려 비틀거리며 뒷걸음질을 쳤다. 나는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보냈다.


라이너스는 완전히 망가진 채 두려움에 질려있었고, 나는 손을 털며 홀로 돌아섰다.


곧이어 우리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웃으며 다시 의식이 열리는 홀로 걸어 나갔다. 사람들이 우리를 보며 흐뭇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역시, 아이들은 순수하군요. 전쟁의 갈등 따위는 저들에겐 아무 상관없나 봐."


나는 그 말을 들으며 속으로 피식 웃었다. 하지만 그때 옆을 보니 라이너스의 바지춤에 묻은 얼룩이 내 시선을 끌었다. 나는 다시 한 번 코를 막고 찡그렸다.


==============


의식은 다행히 순조롭게 끝났다. 나는 검을 손에 쥔 채 홀 한가운데 서 있었다. 모든 것이 예상대로였다.


내가 선택한 건 역시나 '검'.


전생에서 검을 고르지 않았던 내가 이번엔 망설임 없이 선택한 도구였다. 전생의 나였다면 책을 골랐겠지만, 이번 생에서의 내 앞에 놓인 길은 오로지 전투와 힘으로 이어진 길이다.


홀은 이미 떠들썩했다. 의식이 끝나자마자 파티가 시작됐다.


왕국의 귀족들은 하나둘 다가와 나와 아버지에게 인사를 건넸다. 아버지는 나를 자랑스럽다는 듯 바라보며 환하게 웃으셨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주 웃어주었다.


그때 아버지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아, 등불이 넘어가서 소란을 일으켜 죄송합니다. 많이들 놀라셨을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이 상황을 웃어넘기려 했다.


의식 중에 내가 일부러 넘어뜨린 등불은, 예상대로 약간의 소동을 일으켰다. 귀족들은 모두 그 순간을 목격했으니, 아버지는 사과할 수 밖에.


귀족들은 아버지의 사과를 듣고는 무조건 괜찮다는 듯이 잽싸게 나를 칭찬하기 시작했다.


“괜찮습니다. 그나저나 후계자가 참 영민하십니다. 이 나이에 검을 고르다니, 대단합니다.”


“역시 그레이 가문의 후계자는 남다르군요.”


나는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알랑거리는 말들이 역겹게 느껴졌다.


저 새끼들, 전생에 제국이 우리 그레이 가문을 침공했을 때 제일 먼저 침묵했던 자들이었다.


그때는 가장 먼저 고개를 숙이며 항복하던 놈들이, 이제는 아버지 앞에서 눈웃음을 치며 우리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고 있다. 그 꼴을 보고 있자니 내 속이 들끓었다.


‘전생에 제국이 침공했을 때 그토록 겁에 질려 도망치던 놈들이···’


아버지도 이들이 어떤 존재인지 알겠지만, 지금은 일단 참아야 한다. 나중에 그들이 대가를 치를 날이 올 것이다. 나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마주했다.


그 때 웅성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저 멀리서 하이레 자작이 분노에 찬 얼굴로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이미 붉게 물들어 있었고, 그 눈빛에서는 감당할 수 없는 분노가 번뜩였다.


멀찍이 떨어진 그의 아들 라이너스는 눈에 띄게 겁에 질려 있었고,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는 듯 고개를 숙인 채 서 있었다.


‘그래, 드디어 올 게 왔군.’


하이레 자작은 나와 아버지 앞에 서자마자 나에게 큰소리로 외쳤다.


"우리 아들에게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어떻게 내 아들이 그 모양이 되었단 말인가!"


하이레 자작의 목소리는 이미 감정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의 얼굴은 화가 치밀어 오르는 듯 붉게 변해 있었다. 주변에 있던 귀족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의 거친 행동에 모두의 시선이 한곳으로 모였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상황을 지켜보았다. 아버지의 반응을 기다리는 게 최선이었다. 물론 아버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기도 했다.


아버지는 하이레 자작의 성난 외침을 들으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아버지의 얼굴에는 여전히 여유로운 미소가 남아있었지만, 그 눈빛이 서서히 차갑게 변해갔다.


그리고 그 순간, 아버지의 기운이 거세게 일어섰다. 소드마스터의 오라가 공간을 뒤덮었다. 그 강력한 오라는 숨 막힐 듯한 무게로 하이레 자작의 몸을 감싸며 꽉 조여오기 시작했다.


하이레 자작은 그 기운을 느끼자마자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그의 몸은 긴장으로 굳어졌고, 눈에 띄게 떨기 시작했다. 그가 겨우겨우 숨을 몰아쉬며 아버지의 압도적인 기운에 짓눌리고 있었다.


아버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목소리는 차갑고도 낮았다.


“제국에서 자작을 보낸것도 이미 실례인데··· 행동까지 실례를 저지른다면, 내가 그걸 참아야 하겠나?”


아버지의 말은 마치 칼처럼 날카롭고, 그 말 속에는 압도적인 힘이 담겨 있었다. 홀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숨을 죽였다. 아버지의 오라는 하이레 자작을 더 강하게 짓눌렀고, 그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얼굴은 이제 완전히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러고보니 아버지께서 화를 내는 걸 보는게 이번 생에서는 처음이네.'


저번 생에서는 보긴 봤다. 18살에 백작가가 침공당할때.


그 땐 팬던트를 건내주면서 도망가라고 화를 내셨었지.


하이레 자작의 표정은 완전히 굳어 있었다. 그저 떨고 있을 뿐이었다. 그가 여기서 무슨 말을 하든, 이미 모든 상황은 그의 통제 밖으로 벗어났다.


그럼에도 꼴에 자존심은 남아있었을까.


"이... 이... 사절을 이렇게 대한 걸 우리 제국이 가만히 두고 볼 것이라고 생각하시오?"


그 말을 듣자 아버지는 그를 더 이상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 무심하게 시선을 돌렸다.


그 순간, 하이레 자작은 겨우겨우 몸을 일으켜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하얗게 질려 있었고, 그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아버지 멋지시네. 이게 그레이 가문이지.’


나는 속으로 웃었다.


제국이 아무리 크고 강대해도, 이곳에서만큼은 우리가 그들을 짓밟을 수 있다. 하이레 자작은 자신의 한계를 뼈저리게 깨달았을 것이다. 나는 그의 굴욕적인 모습을 지켜보며 속으로 쾌감을 느꼈다.


한동안의 침묵이 홀을 지배했다.


왕국의 귀족들은 그저 그 광경을 지켜보며 침묵했다. 하이레 자작이 굴욕에 찬 얼굴로 떨고 있는 모습을 누구도 위로하려 들지 않았다. 그들의 눈에는 오로지 두려움과 경외심만이 서려 있었다. 아버지가 그들에게 남긴 인상은 강력했다. 자작조차 아무 말도 하지 못할 만큼, 모두가 그레이 백작가의 힘을 다시금 확인한 셈이었다.


모든 시선이 나와 아버지에게 쏠려 있었고, 공기는 팽팽하게 긴장돼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긴장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저 이렇게 끝내버리면, 너무 재미가 없지 않은가?


분위기를 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일부러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저 형이 놀자고 해서 논 게 전부예요!"


나는 순진하게 시치미를 떼고 말했다. 내 말에 귀족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쳐다봤다.


"아무 짓도 안 했어요."


내가 의도적으로 애새끼처럼 행동하자, 모든 귀족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그들 중 몇몇은 입가에 미소를 띠기 시작했다.


하이레 자작은 순간적으로 얼굴이 더욱 붉어졌지만, 나에게 반박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는 분노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10대 중반인 자신의 아들이 절반도 안산 7살짜리 나에게 꼼짝없이 당했다는 사실이 너무 뻔했기 때문에 말조차 나오지 않는 듯했다.


그의 아들, 라이너스는 여전히 멀찍이 서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의 굴욕은 분명했고,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이레 자작은 이를 악물며 더 이상 이 상황을 견디지 못한 채, 급하게 몸을 돌려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 그의 모습은 참으로 옹졸해 보였다.


'병신새끼들.'


그리고 그 순간, 연회장의 분위기가 다시 화기애애해졌다. 귀족들은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고, 나와 아버지에게서 시선을 떼며 원래의 연회 분위기로 돌아갔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러나 그들은 아버지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그런 상황을 여유롭게 지켜보았다. 하지만 그가 나에게 고개를 살짝 돌리고, 귓속말을 하는 순간, 나는 숨이 턱 막힐 뻔했다.


"좀 있다가 보자, 아들아."


아버지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분명히 무거웠다.


나는 아버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하... 오늘 인생처음으로 연속으로 아버지가 화내는 걸 보는 건가?


어깨에 땀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이제 곧 무슨 일이 벌어질지 두려워졌다. 아버지가 화난 표정을 짓지 않고 있으니 더 무섭다. 그의 진짜 분노는 늘 이런 식으로 조용히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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