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천재 기사로 각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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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릅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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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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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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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석 가르기

DUMMY

최근 서리 고블린 군집을 성공적으로 절멸 시킨 우리 아버지.


바쁜 와중에도 영지로 복귀하시자마자 나를 부르셨다.


목소리에서 뭔가 중요한 일이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아버지 들어가겠습니다."


"아들, 왔구나."


아버지는 평소와 다름없이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뭔가 용건이 있어보이시는군.


"일주일 후면 네가 7살이 되잖니. 그레이 가문에선 그 나이에 아주 중요한 의식을 치르게 된단다. ‘파르쿠르'는 들어봤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알고 있었다. 그레이 가문에선 대대로 7살이 되면 자신의 운명을 결정짓는 의식을 치른다.


검, 책, 지팡이, 돈 등 다양한 상징적인 물건들이 놓이고, 그중 하나를 선택하는 의식이다.


고리타분한 의식이지만 그 선택에 따라 자신의 길을 미리 볼 수 있다고 생각되는, 베른 왕국의 매우 중요한 전통이었다.


물론 나한테는 시간 낭비다.


하지만 모순적으로 귀족 사회에선 첫 데뷔인만큼 중요한 무대이기도 하다.


아버지는 잠시 내 얼굴을 바라보더니 말했다.


"이제 너도 그 의식을 치를 시간이 됐다. 일주일 뒤에 많은 귀족들이 모일 거다. 그때 네가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네 앞길이 결정될 거야.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지 말고 진지하게 임해주렴."


내 속을 읽으셨나?


"예. 걱정마세요 아버지."


나는 차분하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이미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 전생에 나는 책을 선택했다. 내 재능도 모르고 그저 평화롭게 살고 싶다는 생각에, 혹은 어린마음에 아무것도 몰랐지 뭐.


하지만 그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는 내가 잘 알고 있다.


'이번 생은 내가 내 의지로 모든 걸 선택한다.'


이미 머릿속에서는 검을 선택하겠다는 결심이 서 있었다. 전생과는 다른 길을 걸을 거라는 다짐도 함께. 나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길을 선택해야만 한다. 지금의 나는 더 이상 평화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 선택으로 무엇을 잃었는지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좋다. 그럼 준비해라, 일주일 뒤면 많은 이들이 너의 선택을 보러 올 거다."


파르쿠르 의식은 생각보다 큰 행사다. 그레이 가문만이 아니라, 주변 귀족들도 모두 참석한다. 어디 지방의 영주부터 백작, 남작, 심지어 후작들까지 모여서 후계자의 운명을 지켜본다. 그만큼 이 의식은 그레이 가문의 중요한 전통이자, 왕국 내에서도 주목받는 행사다.


이번에는 나도 그들의 시선을 모으게 될 거다.


파르쿠르 의식 이야기를 나눈 뒤, 나는 무심코 아버지의 목에 걸려 있는 은빛 팬던트를 바라보았다. 어릴 때부터 늘 그 자리에 있던 팬던트. 어쩌면 내가 가장 궁금해했던 물건이었다.


"아버지, 저 팬던트는 뭐예요?"


아버지는 내 시선을 따라 목에 걸린 팬던트를 한 번 만지작거리더니, 미소를 지었다.


"이게 궁금했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항상 목에 걸려 있는 걸 보니 특별한 물건인 것 같아서요."


아버지는 한 손으로 팬던트를 만지며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러더니 나를 보며 말했다.


"이 팬던트는 그레이 가문의 시조인 케일리스 그레이께서 우리 가문에 대대로 물려주신 유품이란다. 대대로 후계자가 정식으로 가주 자리를 승계할 때마다 이 팬던트를 전해 받게 되지."


아버지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랐다. 이 팬던트가 단순한 장신구가 아니라는 게 느껴졌다. 나는 더 깊은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그럼, 왜 항상 아버지가 가지고 계신 거예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가요?"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가문에 전해 내려오는 전통 중 하나는, 후계자가 정식으로 가주 자리를 넘겨받을 때 이 팬던트를 받는 거란다. 다른 전통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기도 했지만, 이 팬던트를 주는 의식만큼은 변하지 않았어. 그리고 팬던트를 물려받을 때 시조님께서 남긴 한 가지 말을 전해 듣는단다."


나는 무언가 중대한 비밀을 마주한 기분이었다.


"그 들린다는 말이 뭐예요, 아버지?"


아버지는 잠시 팬던트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나도 모른단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내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아버지가 늘 진지하게 말씀하시던 그 팬던트에 대해, 이렇게 간단히 모른다고 하시다니.


"...예?"


"내 아버지, 네 할아버지도, 그 위의 증조할아버지도 그 말을 알아듣지 못했단다. 팬던트를 계승받을 때 들리는 건 고대의 언어로 된 말이기 때문에, 그 의미를 알 수 없거든."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럼... 해독하면 되잖아요. 요즘은 고대 언어를 연구하는 학자들도 있고, 여러 방법도 있을 텐데요."


아버지는 피식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들아, 우리는 그걸 시도해보지 않은게 아니란다. 문제는, 시조님의 전언을 들은 뒤에는 그 누구도 다시는 그 말을 듣거나 기억할 수 없다는 거야. 마법적으로 봉인된 유물 같은 건데, 아무리 다시 들으려고 해도 팬던트는 침묵하지."


나는 그 팬던트에 대해 더더욱 궁금해졌다. 그저 장신구가 아닌, 진짜로 마법적이고 신비로운 유물이었던 것이다. 시조님의 말이 담겨있지만, 그 의미조차 후대에는 알 수 없는 물건이라니.


"그러면 아버지는 그걸 후계자인 저한테 주시게 되는 건가요?"


"아니. 정확히 말하면 가주위를 승계할 때 이 팬던트를 물려받게 될 거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 때가 아니니, 네가 그 순간까지 준비를 잘해야겠지."


"그 팬던트를 알기 위해서라도 얼른 후계자 수업에 들어가야겠네요."


아버지는 잠시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부드럽게 웃었다.


"이 녀석. 벌써부터 이 아비의 자리를 탐내다니. 우리 그레이 가문은 파르쿠르 의식을 치르기 전에는 후계자를 본격적으로 훈련시키지 않는 전통이 있단다. 의식이 끝나야 비로소 너에게 맞는 교육을 시작할 수 있지. 의식에서 너의 선택이 곧 네 미래를 결정하니까 말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파르쿠르 의식이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후계자로서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행사라는 건 알겠지만, 그만큼 시간이 제한된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그럼 의식이 끝나고 나면 뭐부터 배우게 되나요?"


"네 선택에 맡길 거다. 이 아빠는 하고 싶지 않은데도 이것저것 막 해야했거든. 돌아가신 네 할아버지가 워낙 강경하셔야지. 하하핫."


거참, 우유부단 하시네요 아버지. 나야 미래를 아니까 대비한다지만.


"하지만 아직은 어린 나이니까 너무 서두를 필요는 없다, 카를."


아버지가 나를 다독였다.


"너에게 필요한 건 실력이 아니라, 그걸 다룰 수 있는 마음가짐과 인내심이야. 그것만 있으면 너는 우리 가문을 이끌어갈 훌륭한 후계자가 될 수 있단다."


나는 아버지의 말을 가슴속 깊이 새겼다. 이번 생에서는 단순히 힘을 기르는 것만이 아니라, 그걸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 더 많이 배워야 할 것이다. 전생에서 내가 놓친 것들이 이제야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다.


"파르쿠르 의식이 끝나면, 진짜 네 길이 시작될 거야. 그때부터 네가 가진 모든 걸 다 쏟아붓는 거다."


나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의 길이 쉽지 않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팬던트를 물려받고, 가문의 가주가 되어, 이 가문을 더 크게 부흥시키는 것이 나의 사명이 될 것이다.


"먼 미래겠지만 네가 선택한 그날을 기다리고 있겠다, 카를. 아빠도 쉬고 싶거든."


아버지는 마지막으로 나를 바라보며 깊은 신뢰가 담긴 미소를 지었다.


"저도 그 미래가 기다려지네요."


부자는 아주 쏙 닮았다.


===


파르쿠르 의식 당일, 라크벨 성의 웅장한 홀은 그야말로 귀족들의 집합소였다. 샹들리에가 빛을 뿌리며 황금빛 장관을 이루고, 고풍스러운 벽면엔 세심한 문양들이 새겨져 있었다. 성의 자랑스러운 유산들이 홀을 채우고 있었다.


‘아버지, 오늘 좀 과하게 준비하신 것 같은데?’


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성 안을 둘러보았다. 오늘은 그레이 가문의 후계자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파르쿠르 의식이 열리는 날이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지켜보기 위해 왕국 전역의 귀족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었다.


먼저 홀에 들어선 건 카발론 후작이었다. 그는 남부의 풍요로운 영지를 다스리는 귀족으로, 통통한 몸집에 무성한 수염을 자랑하며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는 나를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 자는 전생에서도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했지만, 결국 제국이 침공했을 때 우리에게 협력했다.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이다.


‘카발론 후작, 편에 넣는다.’


그 다음으로 들어온 것은 베일 백작이었다. 그는 동부의 상업과 무역을 책임지는 부유한 귀족이었으며, 말투는 부드럽지만 그 속은 날카롭다.


그의 눈은 예리하게 빛나며 나를 탐색하는 듯했다. 이 자도 전생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제국에 저항했었다. 그의 영지는 제국에 함락되지 않은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였다.


‘베일 백작, 동맹 확정.’


이어 브래드필 백작이 등장했다. 북부의 강인한 전사답게, 그의 몸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압도적이었다. 그는 제국이 쳐들어왔을 때도 끝까지 싸웠지만, 전쟁 말기에 가문을 지키기 위해 결국 항복하고 말았다.


신뢰할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가문을 지키기 전까지의 그의 투지는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브래드필 백작, 주시 대상이지만 협력 가능. 유일한 약점은 가문.’


내가 귀족들의 동태를 살피는 동안, 북서부의 영주인 헤이스 남작이 홀 안으로 들어섰다.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내 얼굴이 찡그려졌다.


전생에 그는 가장 먼저 제국에 항복한 인물 중 하나였으며, 배신자 중에서도 손꼽혔다.


‘헤이스 남작, 저 쓰레기새끼. 절대 배척.’


다음으로 들어온 건 라일 후작이었다. 라일 후작은 중부의 군사 요충지를 지키고 있는 자로, 그의 수염이 짧고 깔끔하게 다듬어져 있었다.


전쟁 때는 애매한 위치에 서 있었지만, 제국에 추가 기울자 바로 항복한 전형적인 간신배같은 새끼. 이 자는 불리할 때고 유리할 때고 지 살길만 찾는다.


‘라일 후작, 아군으로 만들 필요도 없고, 적으로 만들 필요도 없음.’


나는 이렇게 귀족들의 면면을 살피며, 그들이 어떤 행동을 할지 예상했다. 이들이 전생에서 보여준 행보를 바탕으로 나는 동맹을 맺을 자와 배척할 자를 가려내고 있었다.


내게 협력했던 자들에겐 그 보상을.


배신한 자에게는 고통을.


그들이 이번 생에서는 보답을 받게 만들어야겠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홀 안으로 들어온 귀족은 서부의 고지대 영주인 크레반 남작이었다. 그는 굳게 다문 입술과 날카로운 눈매로 나를 지켜보며 걸어왔다. 이 자도 전생에 제국과의 전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그와의 협력은 전쟁의 흐름을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


‘크레반 남작, 동맹으로 만들자.’


이렇게 오늘 모인 귀족들 사이에서 나는 천천히 내 편과 적을 구분해 나갔다.


전생에서 제국에 대항했던 자들은 나의 곁에 세우고, 배신했던 자들은 철저히 배척했다.


‘이번 생에선 실수하지 않겠다. 제국과의 싸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자들을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해.’


귀족들은 나를 지켜보며 이 의식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기대하는 듯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평가받고 있다는 걸 전혀 모르겠지.


나는 그들을 속으로 하나하나 분류하며, 그들의 말과 행동을 관찰했다.


그 때 발렌티아 제국. 이 씹어먹을 새끼들이 보낸 사절단이 눈에 띄었다.


어디 뭐 파르틴 자작가랬나 뭐래나.


근데 이 새끼들 태도가 너무나도 불쾌하다.


하이레 자작은 나를 보며 가볍게 비웃었고, 한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그의 아들 라이너스는 뻔뻔하게 홀을 거닐며 귀족들을 훑어보았다.


'하 나, 이 새끼들을 어쩔까'


제국에서 보낸 사절이 자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기분이 더러웠다. 적대적인 국가라고 하지만 백작 대신 자작을 보내는 이 무례함에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다.


전생에는 아무것도 몰랐다. 7살짜리가 뭘 알겠는가. 그때는 그저 의식이 거창한 행사인 줄로만 알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내 몸은 7살이지만, 정신은 이미 40대를 넘겼다. 참는 건 내 성미에 맞지 않는다. 이 어린놈의 새끼, 라이너스를 어떻게 골려줄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저놈을 살짝 건드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미안하지만 제국의 애새끼야.


넌 오늘 잘못 걸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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