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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안™
작품등록일 :
2024.09.13 23:32
최근연재일 :
2024.09.19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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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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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인도를 따르라.(2)

DUMMY

끈적하고 텁텁한 느낌이 났다.

안개가 주는 것 이상의 불쾌감.

코를 찔러오는 비릿하면서도 역한 냄새.

저 어둠 속에 있는 것이 원인이었다.


"!!!!!"


신정아가 옆에서 뭐라고 떠들어 댔으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강형석은 오직 어둠에만 시선을 고정한 채로 서 있었다.

온다.

온다.

뭔가가 다가온다.

강형석은 멍하니 어둠을 지켜보다가 무의식적으로 한 걸음을 내디뎠다.

길에서 벗어난 방향이었고, 신정아에게서 등을 돌린 위치였다.


"!!!!!"


마치 물속에서 듣는 것처럼 신정아의 목소리가 아늑하게 들려왔다.

그런데도 강형석은 다시 발을 옮겼고, 또다시 걸음을 옮기려 할 때,


딸랑.


귀 바로 옆에서 울리는 방울이 그의 발을 멈춰 세웠다.

방울은 점점 많아졌다.


와라라라라랑!


종국에는 작은 방울 십여 개를 흔드는 것처럼 소리가 겹쳤다.

마치 무당들이 사용하는 방울 같은 소리에 강형석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눈을 크게 뜬 그는 갑자기 달라진 위치에 당황하여 주변을 둘러봤다. 차는 안개에 갇혀서 윤곽만 보이고 있었고, 신정아는 공포에 질린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야, 야 너 왜 그래."


강형석은 식은땀을 쓸어내리고는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젠장, 홀렸었어.'


상식과 이성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에게.

그가 지금까지 숱하게 보아온 귀신이 그러했던 것처럼.

저 어둠 역시 그를 홀려내려 했다.


"괜찮은 거 맞아? 갑자기 왜 이러는 건데."

"아무 것도 아니에요."

"겁주려고 이러는 거지! 야!"


이 여자는 진짜 사람을 더럽게 못 믿는다.

그래도 불신과 두려움이 가득한 목소리가 정신을 완전히 차리는 데 도움을 줬다.

강형석은 고개를 젓는 것으로 답을 주고는 아까와는 달라진 눈으로 어둠을 응시했다. 시야에 들어오는 건 없지만 당장이라도 안개를 뚫고 험한 것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당장 여기 떠나야 한다.


"일단 차로 가시죠."

"뭐, 뭐?"

"자세한 건 차에서 말해드릴게요."

"신고는? 뭐라도 해야 할 거 아니야."

"일단 가자고요."


신정아의 팔뚝을 잡아당겼으나 그녀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무슨 소리야. 신고부터 해야지!"


이해가 되지 않을 만큼 신정아가 고집을 부려왔다.

그 반응이 섬뜩해서 강형석이 그녀의 눈을 봤을 때, 마치 먼 산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눈동자가 보였다.


'신 과장이 홀렸어.'


빌어먹을.

강형석은 입술로만 욕지기를 씹어뱉었다.

홀린다는 건 위험하다.

악령이라 불리는 것들은 사람을 홀려 이해되지 않을 행동을 하게 만든다.

그렇게 놈들은 자신이 원하는 걸 취한다.

창귀가 원하는 건 사람의 목숨.

정확하게는 강형석과 신정아의 피와 고기다.


덥썩!


"정신 차려요! 이럴 때 아니에요!"


강형석은 어깨를 강하게 잡고 흔들었으나 신정아는 얼굴 근육까지 느슨해지고 있었다.


"시발! 정신 차리라고요!"


퍼억!


강형석은 신정아의 어깨를 손바닥으로 후려쳤다.

몸이 흔들릴 정도였으나 신정아는 "신고해야 해."라고 중얼거리기만 했다.


"정신 좀 차려봐요! 쫌!"


강형석은 손을 어깨까지 들었다.

그러나 곧바로 내려치지는 못하고 잠시나마 망설였다.

당장 뺨을 때리는 게 돕는 방법이라는 걸 안다.

신정아가 사람을 독하게 만들 때마다 머릿속으로 상상만 했던 걸 실천할 기회인데, 상황이 상황이라 그런지 불쾌함이 훅 밀려왔다.


쫘악!


고개가 돌아간 신정아가 두 눈을 퍼뜩 떴다.


"아, 아?"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신정아의 눈빛은 아까보다 확실히 맑아져 있었다.


"어, 어. 나, 나 방금? 그런데 왜 아프지."


겁에 질린 눈동자로 혼란스러워하는 것이 강형석이 뺨을 때린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하는 듯했다.

강형석은 무작정 그녀의 손목을 움켜잡았다.

그러고는 끌고 가듯이 차를 향해 걸어 나갔다.


"뭐한 거야. 야! 안 놔?"


대꾸할 여유는 없어서 그는 성큼성큼 거리면서 걸음을 옮겼다.

처음에는 끌려오듯 걷던 신정아도 덜컥 뭔가를 느꼈는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


화악!


어쩌면 창귀를 돌아보려던 신정아를 팔을 당기는 것으로 막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말로 해. 이 자식아."


강한 척을 하면서도 나약한 음성으로 말한 신정아와 함께 차에 도착했다.

앞범퍼가 찌그러지고 피와 털이 묻어있는 걸 제외하면 다른 이상은 없어 보였다.


'다행이다. 차는 멀쩡해.'


강형석은 곧바로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덜컹!


그러나 잔인하게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안도감이 자리 잡았던 강형석의 얼굴에서 핏기가 단번에 달아났다.


"망했다. 시발."


진심으로 욕을 내뱉은 그는 전신의 힘을 이용하여 손잡이 채로 문을 흔들었다.


덜컹, 덜컹, 덜컹!


이러다가 손잡이가 떨어져 나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전력을 다했다.

그런데도 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잠금을 안 풀었잖아. 멍청아!"

"스마트 키잖아요!"


출장 때마다 얻어 탄 주제에 신정아가 답답한 소리를 지껄여댔다.


"나와봐!"


전력을 다하는 모습과 짙은 안개 때문에 공포를 집어먹은 신정아가 강형석을 밀치고는 손잡이를 같이 잡았다.


"셋에 당겨요."


신정아까지 가미해서 손잡이를 당겼다.

자동차 전체가 흔들거렸으나 이번에도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허억, 허억!"


도저히 열리지 않는 차 문에 손을 놔버린 강형석은 거센 숨을 몰아쉬었다.

뭔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됐다.

차나 차 키가 잘못됐을 가능성?

없는 건 아니지만 하필이면 지금 그런 일이 벌어진다는 게 말이 안 된다.

누군가가 강형석과 신정아를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것처럼 기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하아, 하아, 하아."


불길한 생각이 커지면서 호흡이 가빠져 온다.

강형석은 차 옆에 선 채로 짙은 안개와 어둠을 향해서 고개를 돌렸다. 신정아 역시 그를 따라 같은 곳을 바라보았을 때,


"저기요! 거기 누구 있어요?"


안개 저편에서 굵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람이다."


순간 신정아가 화색을 띠며 대답하려 했다.

그러나 강형석이 곧바로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


'비린내.'


저 목소리가 들린 순간 안개 속에서 옅은 비린내가 느껴졌다. 마치 생선가게에서 날 것 같은 종류의 비린내였다.

그래서 이런 안개 깊은 산에서 날 법한 냄새가 아니었다.


'귀취······.'


귀신의 냄새.

악귀의 냄새.

그것이 저 목소리가 들린 순간에 코를 스쳐 지나갔다.


"사고당했나 보네요. 도움이 필요한 것 같은데, 여기로 오세요."


강형석은 신정아와 함께 천천히 뒷걸음질을 쳤다.

입은 잡고 있고 이제는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있어서 신정아가 몸을 떠는 게 고스란히 느껴졌다.


"답이 없으시네. 저 이상한 사람 아닙니다. 여기 밑에 마을 주민이고, 잠깐 일이 있어서 지나가던 길이었고요. 혹시 말할 수 없는 상황이에요? 저기요."


꿀꺽.


강형석은 마른침을 삼켰다.

비린내를 닮은 귀취가 점점 진해지고 있어서였다.

놈이 다가온다.


"말 좀 해보라고요!"


강형석은 뒤를 돌아봤다.

가드레일 너머로 깎아내리는 듯한 비탈길이 있었다.

짙은 안개 때문에 밑을 제대로 볼 순 없지만 도망가기에는 일자로 뻥 뚫려있는 차도보다 저쪽이 더 나을 것 같았다.

이때였다.


"신정아! 강형석!"


놈이 산이 울리도록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이름을 불렀다.

온몸에 솜털이 곤두서는 걸 느끼며 강형석은 신정아를 확 잡아당겼다.


"뛰어!"


강형석이 팔을 붙잡고 가드레일 쪽으로 달렸으며 신정아가 정신없이 그 뒤를 쫓아왔다.


휘익!


몸을 날려 가드레일을 넘은 강형석이 뒤를 돌아봤다.

신정아가 가드레일을 넘는 걸 돕기 위해서였는데, 그녀의 뒤에서 다가오는 그것을 보게 됐다.

그것은 사람이 아니었다.

전신을 덮은 호랑이 같은 얼룩.

송아지만 한 덩치.

머리는 사람의 것이다.

호랑이에게 잡아 먹혔다는 걸 알려주듯이 얼굴은 고통스럽게 일그러져 있는데 입술만 귀밑까지 쭉 찢어져 있었다.

마치 웃고 있는 것처럼.


화악!


강형석은 신정아의 어깨와 골반 부분을 붙잡아 가드레일 안으로 끌어당겼다.


"꺅!"


날카롭게 비명을 지른 신정아를 일으킨 그는 무작정 비탈길을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뭐야, 뒤에 뭐가 있는데!"

"보지 마요!"


행여나 신정아가 다시 홀려버리게 되면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촤르르륵! 탓탓탓탓!


어두컴컴한 산비탈 길을 쏟아지듯 뛰어 내려가면서 그것의 모습을 되새겼다.

어릴 때부터 영안이 트인 터라 많은 귀신을 보았었다.

그중에 당연히 악귀도 있었다.

하지만 저런 형태의 귀신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대체 왜, 저런 게 왜?

강형석은 덤벼드는 나뭇가지와 날벌레들을 밀쳐가며 신정아와 함께 달려 나갔다.


"허억, 허억! 허억!"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른다.

안개에 젖은 돌멩이는 호시탐탐 발목을 꺾을 기회를 엿보는 것 같다.

바로 뒤에서는 창귀가 목덜미를 낚아챌 것 같다.

경험해 보지 못한 지독한 상황이 옛 기억을 끌어올렸다.


'선생님, 인터넷에서 봤는데 웃는 귀신과 춤추는 귀신이 정말 가장 위험한가요?'


10대였을 때쯤일 것이다.

강형석은 신누름굿을 해준 무당과 친분을 이어 나가고 있었는데, 종종 이런 질문을 하곤 했었다.


'그런 귀신도 위험할 수 있지. 하지만 먼저 떠난 어미가 커가는 자식을 보면서 웃으면, 어디 그게 악귀더냐.'

'춤을 추는 귀신은요?'

'그야 흥이 나면 춤을 출 수도 있겠지.'

'귀신이요?'

'귀신이라고 특별하게 생각하지 말아라. 결국에는 다 사람이었던 게야. 세상 모든 사람이 그랬고, 너나 나 역시 언젠가는 혼백이 될 것 아니더냐.'

'악귀는 무서워요. 그런 걸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당시 무당은 대답에 앞서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어린 나이인데도 영안이 트여버린 강형석을 딱하게 여겼기에 그녀는 자주 가엽다는 듯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했었다.


'네 몸주신은 강하신 분이다. 뭐가 그리 두렵더냐.'

'저는 신을 안 받았잖아요. 그래서 그래요. 악귀가 와도 쫓아내지 못한다고요.'

'쯧쯧쯧. 딱한 것.'


무당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가엽다는 듯이 강형석을 바라봤다.


'가장 험한 악귀는 널 헤치려는 놈일 거다.'


실망하는 그의 앞에서, 무당은 안심시켜 주려는 듯이 말을 덧붙였었다.


'하지만 두려워할 게 없다. 언젠가 널 해하려는 악귀와 만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네 몸주신께서는 절대로 널 내버려 두지 않으실 거야."


몸주신.

몸의 주인인 신.

강형석에게 깃들어 뜻을 펼치려는 신.

그렇기에 그를 지켜줄 신.


'아이야. 그분이 인도하는 대로 가거라. 그것이 너의 길이다.'


무당은 이 말을 끝으로 그날의 대화를 끝냈다.


'젠장, 지금보다 필요한 순간이 또 어디 있다고!'


침묵하는 몸주신에 강형석이 아쉬움을 품은 순간이었다.


"자, 잠깐! 좀, 천천히! 흐윽!"


팔을 붙잡힌 채 뒤따라오는 신정아가 숨이 넘어가듯 말해왔다. 그러나 강형석은 계속 산을 뛰어 내려가며 뒤를 돌아봤다.


스사사사사!


창귀가 뒤에서 왼쪽 옆으로 이동하며 쫓아오고 있었다.

꼭 강형석과 신정아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려는 것처럼.


뿌득!


어금니를 악문 강형석은 짧은 시간에 많은 생각을 했다.


'어디로 가야 하지?'


차로 되돌아가?

아니면 오른쪽? 아니, 왼쪽? 그냥 직진?

갈 길을 잃은 것처럼 그가 방황하고 있을 때였다.


딸랑.


맑은 방울 소리가 그의 귀를 스쳐 지나갔다.


딸랑.

딸랑.

딸랑.


그가 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듯이 계속해서 울리는 방울이 강형석의 시선을 끌어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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