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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안™
작품등록일 :
2024.09.13 23:32
최근연재일 :
2024.09.19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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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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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신의 인도를 따르라.(3)

DUMMY

급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강형석은 홀린 듯한 음성으로 물었다.


"···방울 소리 들려요?"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숨이 턱까지 찼는데도 용케 짜증을 섞어서 신정아가 답했다.

바라던 대답이었다.


'실질적인 게 아니야. 영적인 거다.'


상식으로는 말이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상식으로 받아들일 만한 수준은 진즉에 넘었다.


딸랑, 딸랑, 와라라라랑!


'무당 방울 소리다.'


무당 방울이 가지는 의미는 크다.

신을 부르고, 굿판을 열며, 악귀를 물리치는 무구.

지금이야 돈을 내면 구할 수 있는 게 됐지만, 원래는 무당이 수년간 수행하며 만들어 가던 것이었다.

그런 무당 방울 소리를 창귀 같은 악귀가 흉내 낼 수 없을 것이다.


화악!


"꺄악!"


신정아가 넘어질 뻔한 정도로 강형석은 방울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스사사사사사!


창귀가 그들을 몰아내는 방향에서 조금 더 뒤쪽이었다.


딸랑, 딸랑. 와라랑. 와라라랑.


"미친놈아, 어디로 가는 거야!"


신정아의 불평이 방울 소리를 듣는 걸 방해해 왔다.


"조용히 해봐요! 쫌!"

"야!"


강형석은 그녀의 팔을 확 잡아당기는 것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개새끼."


신정아가 울 것 같은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딸랑, 딸랑.


방울 소리는 따라오라는 것처럼 계속해서 앞서간다.


스사사사사사!


창귀의 움직임이 격렬해졌다.

갑자기 바로 옆을 확 스쳐 지나가기도 했고, 강형석과 신정아 사이를 바람같이 지나가기도 했다.


"꺄아아아악!"


그때마다 신정아가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으려 했으나 강형석의 손에 막혔다.

멈추거나 방향을 돌려서는 안 된다.

그랬다가는 정말 죽는다.

창귀가 두려운 건 창귀여서가 아니다.

그 집요함과 악착같음은 물귀신에 비교할만하고, 놈들의 주인인 호랑이는 창귀와 비교할 만한 게 아니다.

실제 호랑이인지, 영적인 형태의 호랑이인지는 모르겠으나 정신을 놓았다가는 살아서 내일을 보지 못한다.


스사사사사사!


아무리 창귀가 방해해 와도 강형석은 악착같이 방울에만 집중했다.


딸랑!


갑자기 방울이 크게 울렸고,


화악!


안개 속에서 느닷없이 나무 벽이 나타났다.


쿵!


급히 멈춘 탓에 뒤따라오던 신정아가 그의 등에 세게 부딪힌 다음이었다.


"야!"


강형석은 숨을 몰아쉬며 나무 벽의 전체 모습을 보기 위해 뒷걸음질을 쳤다.


'신당이다.'


제대로 지어진 신당은 아니었다.

그래도 정성을 들여 지은 곳이었고, 문짝은 없어서 내부를 볼 수 있었다.


"여, 여기는 또 어디야. 말 좀 해봐!"


강형석은 대꾸 없이 신당 내부를 바라봤다.


"대답 좀 하라고! 평소에 갈궜다고 이러는 거야?"


그런 마음이 아예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보다 신당을 더 살펴보는 게 중요했다.


'방울이 멈췄어. 여기가 목적지다.'


선녀상과 주장신, 소당신의 상.

바닥에는 돗자리가 깔려 있다.

낙엽이나 거미줄은 없었으나 무당이 없는 신당이라는 건 알 수가 있었다.

향로와 촛대가 놓인 단상.

여기에 놓인 무당 방울 때문이었다.


스사사사사!


창귀가 주변을 쏘아 다니는 소리가 밤바람처럼 음습하고 매섭게 들려왔다.

그러나 더는 접근하지 못하고 분노에 찬 것처럼 험한 기운만을 쏟아냈다.


휘이이잉.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쏟아지는 나뭇잎.

이상하게 가빠져 오는 숨.

반대로 차분히 가라앉는 심장.

강형석은 도색이 군데군데 벗겨진 주장신과 선녀상을 보고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대답 좀 하라고! 민속학!"


퍽퍽! 퍽!


신정아가 답을 바라며 강형석의 등을 두들겨 왔다.

그만큼 그녀가 보기에도 이 신당은 위화감을 주는 장소였다.

평범한 사람인 신정아에게 공포를 심어줄 만큼.

몸이 흔들리는 중에도 강형석은 무당 방울만을 바라봤다.

알 수 없는 뭔가가 가슴 깊숙한 곳에서 눈을 뜨는 기분이었다.


'왜 여기로 인도하신 겁니까.'


몸주신의 답을 바랐다.

버려진 신당과 무당 방울.

이것에 대한 해답이 필요했다.


스사사사사사사사!


공기를 식칼로 그어내는 듯한 창귀의 소리를 들으며 강형석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눈을 뜨면서 양손을 가지런히 모았다.


"알려주십시오."

"야, 야! 너 뭐 하는 거야! 지금!"


평범한 행동이 아니기에 신정아가 낮으면서도 울 것 같은 음성으로 매달렸다.

그런데도 강형석은 기도를 올리는 데 집중했다.


"인도를 받고 왔습니다. 저를 이곳으로 불러내신 그 뜻을 알고 싶습니다."


무속의 길을 걷지 않았기에 이것이 올바른 방법인지는 모른다.

그런데도 그는 간곡하고 진실한 마음으로 기도를 이어 나갔다.


"도와주십시오. 도움이 필요합니다."


신정아의 불안한 시선이 강형석에게로 향했다.

그녀 역시 무속에 대해 자세한 건 알지 못했으나 입을 열지는 못했다.

강형석은 신에게 말을 걸고 있다.

평소에는 느낄 수 없던 강한 힘과 진심이 느껴지고 있었다.


"제게 무엇을 원하시는 지, 제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십시오."


딸랑!


바람 한 점 없는 신당에서 방울이 스스로 울렸다.


"바, 방금 방울이······."


놀란 신정아가 다급히 입을 막았다.


'내가 왜 이러지?'


이유는 모르겠으나 말해서는 안 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말은커녕 숨 소리를 내는 것 조차 불경하게 느껴졌다.


딸랑, 딸랑.


그러한 분위기에서 방울은 계속해서 울렸다.


"···이것으로 인도하기 위해서였습니까."


딸랑.


물음에 답하듯 방울이 울렸다.

방울은 신과 인간을 이어준다.

그렇기에 강형석은 몸주신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제가 이 방울을 들기를 바라시는 겁니까.'


딸랑.


강형석은 입이 말라가는 걸 느꼈다.

고작 방울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무당 방울이기 때문이다.

이 방울을 드는 순간 운명이 바뀔 것이다.

누름굿으로 미뤄놨던 운명을 마주해야 할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너무 무겁습니다. 저는 이 방울을 들 준비가 안 됐습니다."


딸랑.


"신을 받지 않았고, 무속의 길을 걷지도 않습니다. 그런 저에게 이 방울을 들라고 하시는 겁니까."


딸랑.


강형석은 깊은숨을 터트리면서 방울만을 바라봤다.

계속해서 울리는 방울은 마치 그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신의 길을 따르라.


평범한 삶을 살아온 강형석이 쉽게 결단내리기 힘든 일이었다.


스아아아아아아!


창귀가 만들어내는 소리가 점차 가까워진다.

공기는 매섭게 떨리고 창귀가 풍기는 노린내가 코를 찔러왔다.

신정아는 아예 주저 앉아 머리를 감싸고 떨고 있었으며, 신당 안에는 창귀가 만들어내는 바람이 태풍처럼 밀려들어왔다.

옷자락과 머리카락이 흔들리는 가운데, 강형석은 입술을 달싹였다.


"알겠습니다."


강형석은 결심이 선 얼굴로 손을 뻗었다.

누군가의 소중한 무구였을 무당 방울을 들었고, 신비로운 음색이 주변으로 퍼졌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잡아보는 무당 방울이다.

하지만 원래부터 한 몸이었던 것처럼 너무나도 익숙하게 느껴졌다.

동시에 낯선 감각이 들었다.

몸주신.

이름도 모를 장군신.

그것이 강형석에게로 깃드는 것이었다.


와라라랑, 와라라라랑.


무당 방울이 무섭게 흔들리고 주저앉은 신정아가 놀란 눈으로 그를 올려다봤다.

뭔지는 모르겠으나 강형석이 자신이 알던 그 사람이 아닌 듯한 것 같았다.


"강형석···?"


무당.

신을 받아들인 인간.

방울을 쥔 강형석이 풍기는 이미지였다.


와라라라랑!


방울 크게 흔든 강형석은 창귀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를 위협했던 창귀는 신당 앞에서 서서 털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강형석은 저절로 입을 열리는 걸 느꼈다.


"원수 백천만귀신 욕사지귀야. 불 욕사지귀야."


외워본 적도 없는 말이 입에서 흘러나왔다.

축사경.

귀신을 제압하고 구축하는 경문.

몸주신과 합일을 이룬 강형석은 창귀를 노려봤으며, 창귀는 입술을 말아 올리며 이를 드러냈다.

등의 털은 곤두세우고 발톱을 꺼냈으나 덤벼들지는 못했다.


"육사지귀 당아 불욕사지귀 피아아 천상 축귀대장."


와라랑! 와라랑!


되려 주춤거리며 강형석에게서 조금씩 물러났다.


"패룡천검 하래인간. 용천검 일무사정."


축사경은 분명 효과를 나타냈다.

창귀에게는 두려움을, 강형석에게는 평안을 안겨줬다.


이제 창귀가 두렵지 않다.

창귀를 몰아세우듯 축사경을 읊던 그는 방울을 내려치듯 흔들었다.


와라라라랑!


천둥처럼 방울이 울리며 영험한 기운이 퍼져나갔다.


스으으으.


창귀가 강형석을 노려보면서 뒷걸음질로 안개 속으로 녹아들어 갔다.

동시에 주변을 옥죄이던 꿉꿉하면서도 불길한 기운이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끝···, 난 거야?"


어느새 주저앉아 있던 신정아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강형석은 창귀가 사라진 안개를 보면서 하얗게 마른 입술로 답했다.


"몰라요. 나도."


이것으로 모든 게 해결됐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당장 창귀가 물러났다는 것만큼은 확실해 보였다.


* * *


"손잡아요."


가드레일 너머에서 강형석은 신정아에게 손을 내밀었다.

신정아가 마지못한 느낌으로 손을 건네왔고, 강형석은 손을 붙잡아 그녀가 가드레일을 넘는 걸 도왔다.

마음에 여유가 찾아온 탓일까.

신정아의 엉망진창인 꼴이 눈에 들어왔다.

헝클어진 머리카락이나 곳곳에 묻은 흙과 낙엽 때문에 꼭 산거지 같은 모양새였다.


"너 이상한 생각했지?"

"안 했습니다."


평소처럼 신정아가 표독스러운 시선을 보내면서 몸에 묻은 흙먼지를 툴툴 털어냈다.

시간은 새벽을 달리고 있었으며 이상하리만치 자욱했던 안개는 달빛에 녹아들 듯 사라지고 있을 때였다.


저벅, 저벅.


서 있는 게 힘들 만큼 피곤했다.

더 힘들게 하는 건, 내일은 휴일이 아니라는 거였다.

마음 같아서는 두 사람 다 병가라고 신청하고 싶다.

하지만 출장 나간 두 남녀가 동시에 회사를 쉬었다 가는 어떤 소문이 돌지 뻔하디뻔한 거였다.

그게 창귀보다 더 무섭다.


스윽.


강형석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신정아가 바짝 붙어왔다.

그러면서 소매를 움켜쥐었는데 차가 가까워졌기 때문이었다.

차 앞에는 그가 차로 치었던 창귀가 있을 것이다.


"눈 감아요. 여차하면 말해드리겠습니다."


강형석은 눈을 꼬옥 감은 신정아를 인도하며 자동차로 다가갔다.

자동차 앞에는 어떤 것도 죽어있지 않기를 바랐는데, 애석하게도 범퍼는 찌그러져 있었으며 차도에는 죽은 동물의 시체가 쓰러져 있었다.

그러나 그게 창귀는 아니었다.


"새끼 고라니네요."


이런 걸 보면 확실히 홀린 게 맞긴 하다.


"안 볼래. 안 볼 거야."

"그러세요."


강형석은 죽은 고라니 시체를 차도 외곽으로 빼내고는 짧게 기도했다.


'좋은 곳으로 가기를.'


명복을 빌어준 그는 신정아를 데리고 자동차로 돌아왔다.


벌컥.


무슨 수를 써도 움직이지 않았던 차문이 맥없이 열려버렸다.

허탈하게 웃어버린 강형석은 조수석에 신정아를 태우고는 자신도 올라탔다.


그르르릉.


자동차에 시동까지 걸었으나 강형석은 곧바로 출발하지 않았다.

시간 상으로는 얼마 안 된다.

하지만 최소 반나절 이상은 귀신에게 시달린 느낌이 들고, 창귀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등골이 오싹오싹해진다.


"일단 돌아가자. 여기 있기 싫어."


신정아가 했던 말 중에 가장 공감가는 말이라 강형석은 운전을 시작했다.


그우우우웅.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동차는 안개 속을 달려나갔다.

산을 벗어날 때까지 조수석 시트에 몸을 바짝 붙였던 신정아가 담배를 꺼내 물었고, 강형석은 창문을 열어 찬바람이 들어오게 했다.


"너 퇴사할 거야?"


뜬금없이 들어온 질문에 강형석은 코웃음을 쳤다.


"왜요? 무당이 된 것 같아서요?"

"만신도 될 수 있다면서. 그게 월급쟁이보다 훨씬 돈 많이 벌 거 아니야."

"됐습니다. 정식으로 신내림 받은 것도 아닌데."


더는 돌아오는 말이 없어 차 안은 조용해졌다.

아마 많이 피곤할 것이다.

늦은 시간에 험한 꼴을 당했으니.

그래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말은 존재했다.

창귀는 집착이 강한 원귀라 완전히 끝난 게 아니다. 놈을 다루는 호랑이는 모습조차 보지 못했다.

그래도 크게 걱정되지는 않았다.

옆에서 잠든 신정아의 숨소리를 들으며 강형석은 무당 방울을 쥐었던 손을 들었다.

거기에는 그간 없었던 세 개의 점이 박혀 있었다.

그리고 영험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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