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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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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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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9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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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숙청(3)

DUMMY

율리우스가 자신을 고문한 사람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고 기절한 이후 왕은 기다렸다는 듯 사건을 종결시켰다.


그리고 율리아에게 왕실근위대와 왕실 마법근위대, 법 개정에 대한 권한 일부를 주고 이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과 ‘제국 전체의 개혁’을 명령했다.


다만 그건 국왕의 큰 실수였다.


아무리 율리아라도 이보다 더 미친 짓을 저지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버린 것이다.


다만 앞으로 일어날 일을 모르는 왕은 선심 쓰듯이 책임자들의 직접 죄를 사하며 자기 책임은 부랴부랴 넘기기 바빴다.


왕실 소속의 비밀첩무부와 조사법정는 율리아가 죽이거나 감옥에 쳐넣은 이들을 조사하느라 대부분 일이 마비될 정도로 바빴졌다.


율리아는 그걸로 모자라서 대숙청 당일 현대의 검사가 캐비넷을 열듯이 개인 금고를 열어 6살 이후 10년간 쌓아온 증거들을 대방출 해버렸다.


율리아가 왕궁 내에서 숙청한 이들보다 훨씬 많은 행정 관련 부서들의 비리가 밝혀지고 그건 법조계에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양이였다.


귀족들에게 안타까운 사실은 그렇게 뿌려진 증거들이 고작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런건 필요할때 꺼내서 써먹는게 최고였다. 괜히 다 뿌릴 필요는 없었다.


또 율리아는 그녀의 절대적 지지자였던 성녀 안젤리카와 ‘모종의 방법’으로 데려온 대마녀를 한 교회에서 같이 율리우스를 치료하게 만들었다.


엄청난 기적이였다. 아무리 제국이 마녀를 받아들인다고 해도 천신교단은 마녀를 탄압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마녀, 소피아 베이커의 교회에 대한 증오는 엄청나서 그녀 앞에서는 교회나 신에 대해서 말해서는 안된다는 무언의 규칙마저 있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율리우스의 상태는 매우 나빴기에 다섯 시간이 넘는 대수술을 걸쳐야만 했다.


지구 중세에서는 뭔가 문제 생겨 수술을 한다면 환자가 맨정신으로 버티며 수십초 안에 뭔가 자르고 보는게 끝이지만 이곳은 판타지.


부작용과 오남용 때문에 절대적으로 금지됬던 흑마법 [딥 슬립]을 이용하면 무려 수면 마취가 가능했다.


심지어 대마녀는 마녀들의 기술 위치크래프트 중에서 생명력을 조작하는 기술을 주로 쓰느라 인간의 신체에 대해서는 대륙 최고의 전문가였다.


성녀 안젤리카 또한 신성마법에 기대어 치료하는건 한계가 있다고 느껴서 성직자답지 않게 생명과학과 의학을 배웠기에 율리우스를 완벽하게 치료할 수 있었다.


그리고 율리아는 이 사건을 통해 순식간에 왕궁을 장악할 생각이였다.


"제가··· 마지막 인가요?"


안젤리카는 왕궁 안의 율리아의 집무실에 들어오고 터무니 없이 많은 결계와 보안마법에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그녀는 꽤 긴장해 있었는데 젊은 나이에 어쩔 수 없이 정치에 뛰어들면서 수 많은 이들을 봐왔지만 안에 모인 사람들 하나하나 심상치 않았다.


제국 왕실근위대 단장 헤럴드 리처드 애틀리 백작.


귀찮다는 이유로 근위대가 되거나 높은 직책을 가지지 않았지만 제국 왕실마법부 소속 대마법사이자 한때 '적색' 볼케이노 마탑의 마탑주였던 대마녀 소피아 베이커.


제국 왕실 소속 검술 사범. 직책, 소드마스터 리처드 크롬웰 백작.


방금 막 들어온 천신교단 소속, 신의 직접 선택한 대행자이자 성녀 안젤리카.


인류 역사 전체를 찾아봐도 몇 없은 천재이자 600년 만에 나타난 용안의 소유자.


어제 왕궁에 수백명의 귀족들을 협박해 모두를 강제로 한곳에 모으고 말도 안되는 대숙청을 벌였으며 오늘 이들을 집무실로 부른 장본인.


브리타니아 제국 3황녀이자 백금용의 후예, 율리아 드라고니아.


그녀는 집무실 중앙 종이가 지저분하게 쌓인 책상 앞에 앉아 눈을 감으며 느긋하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근위대장과 소드마스터도 그렇고 율리아까지 갑옷으로 완전 무장한 모습은 의아했지만 등 뒤의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율리아의 부드러운 백금발에 반사되며 반짝이는 모습은 천상의 미모라 칭송받는 성녀가 보기에도 매우 아름다웠다.


성녀가 손님용으로 있는 호화로운 마법 소파에 앉자 그녀는 찻잔을 내려놓고 황금빛 눈동자가 눈을 떴다.


어째서인지 대마녀는 흠짓 떨었지만 율리아는 상관하지 않고 말했다.


"모두 모여줘서 고맙네, 꽤 기다렸으니 본론부터 말하지."


아직 어리다는게 실감이 가는 여리면서도 강한 힘을 가진 소녀의 목소리는 이곳에 모인 이들의 귀에는 부드럽고도 감미로우며 묘한 끌림까지 느끼게 만들었다.


다만 이어지는 그녀의 말은 살벌하기 그지 없었다.


"오늘부터 우리는 제국 전체의 쓰래기들을 청소할 것이다."


"..."


숨이 멎은 듯한 정적이 집무실을 감쌌다.


"그게··· 무슨 뜻이지?"


이에 대마녀가 당황한 눈빛으로 질문했다.


"말 그대로지, 전국적인 대학살을 저지를거란 말이다."


"..."


대마녀와 안젤리카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다만 크롬월은 피식 웃으며 소리쳤다.


"하! 나쁘지 않군."


"와··· 씨발, 저 새끼 웃는거 60년 만에 처음 보네··· 근데 너희들 단체로 미쳤냐?"


육감적인 다리를 꼬며 대마녀가 막말을 내뱉자 안젤리카는 기겁할 수 밖에 없었다.


"왕족 앞에서 그게 무슨···"


"닥치고 있어라, 천신의 꼬맹아. 지금 무슨 상황인지 알고는 있는거냐?"


"본녀가 닥치고 기어다니라는 말을 한지가 겨우 어제인데도 벌써부터 그러면 곤란한데···"


율리아가 짐심으로 그렇게 말하자 대마녀가 발작하며 자리를 박찼다.


"내가 너 따위를 무서워할 것 같아?! 마법으로 널 불살라버리면 영혼도 남지 못할텐데 왕실에서 어떻게 추적할 수 있는데!"


대마녀의 녹안이 마안의 적안으로 변하고 흉흉한 마력을 뿜어냈다.


우우우우우웅!!!


살벌한 마력의 공명음과 함께 집무실의 결계가 떨려왔다.


"이게 무슨···!!!"


안젤리카가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신성력을 끌어올릴때에도 두 검사와 율리아는 가만히 앉아 있었다.


"본녀가 긴 시간 실종되면 대신 내가 모은 모든 정보를 뿌려줄 이들 정도는 이미 여럿 구해놨지. 제국 전체를 불태울 생각이 아니라면 막을 수 없을거다."


그 말에 대마녀가 이를 악물고 미간을 좁힐때 크롬웰이 거들었다.


"말은 끝까지 들어라, 대마녀. 황녀에게 도대체 무슨 약점을 잡혔는지 몰라도 제국 최고 전력을 데리고 생각 없이 일을 벌이려는건 아닐테니까. 최소한 우리들이 따르게 할 이유는 만들어왔겠지."


"끄아아아아악! 씨바아아아알!!!"


대마녀는 나이 값도 못하며 소리를 지르며 발을 쿵쿵 굴리다가 소파에 파묻히듯 몸을 던져서 앉았다.


"본녀는 왕이 될 것이다. 확실하게, 의심의 여지도 없이."


경쟁자인 황태자와 2황녀가 떡하니 살아있지만 율리아는 당연한 사실을 말하듯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 제국은 썩었다. 얼마안가서 멸망할 것이다."


이에 모두의 표정이 한층 진지해졌다.


"그래도 본녀가 강해져서 100년이 넘어서도 왕으로 있을 수 있다면 이를 막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


브리타니아 제국에는 한가지 이상한 헌법이 있다.


왕위를 100년 이상 유지할 수 없는 법이다.


무려 2000년 전에 브리타니아 제국이 세워질때부터 이어졌으며 백금용의 권위로 절대적으로 지켜지는 규칙.


지구의 중세와 달리 여기에는 마법과 신비가 있었다. 그곳에서 당연했던 수 많은 상식이 이곳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


왕이 수백년간 살면서 제국을 지배해하는 말도 안되는 일도 가능한 것이다.


당장 경지에 올라 반영체가 되고 위치크래프트 이용해 젊고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을 유지 중인 대마녀가 149살, 육체 자체가 경지에 도달하고 환골탈태를 해 30대 후반의 외모를 지닌 소드마스터의 나이가 97살이였다.


그래서 백금용과 초대 드라고니아는 이를 원하지 않았고 세대가 계속 변할 수 있도록 이를 막는 법을 만들었으며 그 법은 백금용에 의해 절대적으로 지켜졌다.


그리고 그 법의 예외 사항은 단 하나.


"신이... 되려고요?"


안젤리카가 이를 알아차리고 묻자 율리아가 덤덤하게 말했다.


"못 할게 뭡니까, 안젤리카 성녀. 여기 있는 대마녀만 해도 고생하면 30년 안에는 가능할 것 같은데··· 그리고 저는 아직 젊으니 그 정도는 천천히 해도 그냥 될 겁니다."


"..."


오만하기 그지없는 율리아의 말에 성직자인 그녀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런데··· 큰 문제가 생겼다."


낮빛이 어두어지는 율리아에게 근위대장, 애틀리가 말했다.


"그 율리우스라는 소년과 관련된 일 입니까?"


"눈치가 좋군."


그 말에 애틀리는 웃으며 자조적인 이야기를 꺼냈다.


"솔찍히 여기 있는 인간들 중에 저 혼자 천재가 아니니까 말 입니다. 괴물들 사이에서 직책만 높아서 껴있는데 눈치 정도는 좋아야하지 않겠습니까?"


안젤리카는 신이 선택했고 크롬웰는 검술에 한해서는 따라올 이가 없었으며 대마녀와 율리아는 말이 필요없는 천재였다.


그러나 애틀리는 마스터의 경지도 도달하지 못했으니 그런 감상을 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다만 율리아는 그런 생각을 전부 꽤뚫어보고는 입을 열었다.


"너무 자신을 까내리지 말거라. 본녀는 그대의 힘과 가능성을 높게 쳐주고 있으며 여기 있는 대마녀도 견습마녀 시절에는 마녀의 숲 전체에서 최악의 재능을 가졌었으니까. 그녀가 지금은 천재라고 불리지만 그건 남들이 보기에 그렇지 실제론—"


"야! 누가 마음대로 까발리래!"


대마녀가 화내며서 소리쳤지만 크롬웰은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말인가?! 이 괴물이 둔재였다고? 애초에 출신이 마녀의 숲—"


"사람 면전에 대고 괴물? 나이 한세기도 다 못 채운 새끼가 어딜!"


그렇게 대마녀가 나이 먹은게 벼슬이라도 된 듯이 한참 동안 쌍욕을 박아넣었고 크롬웰과 애틀리 백작은 이를 무시하며 대마녀의 과거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들으려고 율리아에게 다가가 캐물었으며 그녀는 이들을 전부 무시하고 방음 마법을 몰래 깔면서 눈을 감고 차를 마셨다.


"이딴게··· 제국 최강?"


그리고 혼자 소파에 앉아있는 성녀 안젤리카는 이들을 한심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한참이 지나고 모두가 자리에 앉았을때 안젤리카가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 문제가 생겼다는 데까지 말하셨는데···"


"그래... 다시 본론부터 말하지."


대마녀를 제외하고 다시 진지해진 그들의 앞에서 율리아는 찻잔을 내려놓고는 충격적인 말을 내뱉었다.


"20년 이내에 제국은 멸망한다."


***


"세계를 구해주겠다니··· 그게 무슨 말이지?"


내 말을 들은 율리아의 의문스러워하는 목소리가 지하실에서 울려퍼졌다.


나는 이에 대답했다.


"율리아, 제국은 멸망할거야. 알고 있지?"


"......!"


그녀의 몸이 놀란 듯이 경직되었다.


내가 입에 담고 있는 제국어가 영어라서 존댓말이라는 개념이 없지만 신분과 입장에 따른 단어와 문장에서 나오는 뉘앙스라는게 있다.


그러나 율리아는 신분이 낮은 나의 건방진 말투를 지적하지도 못하고 잠자고 들었다.


"국왕이 된 이들은 하나같이 무능했고 관료들은 부패했고 마법사와 귀족들은 평민을 인간이라 취급하지 않으며 국교가 유일신앙인 탓에 다른 종교들과 완전히 척을 지고 있지."


단순히 적대하는게 아니라 서로 죽이려고 작정한 수준이다.


천신 앙겔로스는 하데스와 주변 신들, 그리고 지하세계 그 자채를 죽이고 올림푸스와 전쟁을 벌였으니까.


"타 국가들은 힘이 모자라 움추리고 있을 뿐 브리타니아 제국에 대한 증오를 키우고 있으며 고대의 신을 섬기는 이교도와 이름 없는 신을 섬기는 암흑교단, 자신의 이익만을 쫒으며 악마와 거래하는 귀족과 흑마법사가 곳곳에 창궐하고 있어. 심지어 마계, 판데모니움의 마족과 악마까지 지상을 넘보고 있지. 여기서 제국은 언제 멸망할까?"


"200년."


율리아는 이천년이 넘는 제국의 멸망을 입에 담았고.


"틀렸어. 20년 정도면 충분하고도 남아."


나는 그 희망을 끊었다.


그리고 미래를 예언했다


"곧 전쟁이 일어날거야. 이유는 모르지만 그런건 명분에 불과하지. 확실하게 일어날거야."


율리아의 황금빛 안광이 어두워지고 주먹을 쥐며 부르르 떨었다.


"제국과 연합군... 인간과 마족... 천신과 올림푸스... 그 모든 전쟁들 끝에서 남아 있는게 외신들에게 잡아먹힌 대륙이라면?"


"..."


"내가 어느 편에 설지는 잘 모르겠어. 이 대전쟁에 도덕적 잣대도 의미 없으니 그때가 되어야 알 수 있겠지."


"..."


"지금 여기서 내가 아무리 뭐라 해도 증명할 수 있는 건 없겠지. 네가 내 마음을 볼 수 있다면 모든 게 증명되는 일이였지만 이제 아니게 됐으니까."


나는 완전히 나가버린 목소리 물었다.


그 소리는 내가 듣기에도 매우 처량하게 들렸다.


"한 가지만 묻자."


"뭐지?"


그리고 이 세계에 던져지고 품었던 가장 큰 의문에 대해 물었다.


"나에게 영혼이 있기는 한거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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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Θάνατος(죽음) 24.09.16 17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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