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먹하는 하남자는 아포칼립스의 국가권력급 환생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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뮨피아조아
작품등록일 :
2024.09.16 19:20
최근연재일 :
2024.09.19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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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9.16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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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DUMMY

지옥이었다.


온 세상이 새빨간 화마에 잠겨있었다. 통제에서 벗어난 폭주 기관차처럼 거세게 질주하는 불길이 살아 숨 쉬는 모든 존재의 임종을 고했다. 단, 하나의 생명체를 제외하고.


언제 마지막으로 정리했는지 까마득할 정도로 덥수룩하게 자란 검은색의 머리카락. 살아온 삶의 궤적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수많은 상흔.


지혈을 위해 응급 처치한 붕대 사이로 흘러나오는 선혈.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하지만, 사내는 아랑곳하지 않고 검을 지팡이 삼아 앞으로 또, 앞으로 조금씩 나아갔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던가. 얼마나 많은 시체를 밟고 또 밟고 지나갔는가. 사내는 울고 있었다. 싸늘한 주검이 된 그들을, 그는 알고 있었다. 길게 자란 앞머리 사이로 사내의 형형한 안광이 드러났다.


핏줄이 잔뜩 서린 그의 눈은 끝이 보이지 않는 깊은 슬픔으로 가득했다. 무엇이 사내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답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살아있을 적에 분명 절세가인으로 이름을 날렸으리라. 햇빛을 머금은 듯한 찬란한 금발. 푸른 바다를 담은 것 같은 아쿠아마린 빛의 눈동자. 도드라진 오뚝한 콧날. 앵두 마냥 영롱한 붉은 색의 입매.


여인의 핏기 없는 창백한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시간이 멈춘 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죽음도 그녀의 아름다움만큼은 앗아가지 못했다.


사내의 굵은 눈물이 여인의 얼굴에 뚝뚝 떨어졌다. 뜨거운 액체가 그녀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지만, 이미 생명이 꺼진 자는 아무런 반응을 할 수 없었다.


미동조차 없는 여인의 모습에 사내는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그녀의 가슴팍에 파고들어 한참을 울고, 또 울고, 또 울었다.


알 수 없었다. 사내의 눈에서 흐른 것이 눈물이었을지. 아니면, 여인의 꺼진 생명이 다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애탄 부름이었을지를.


그렇게, 얼마나 비탄에 젖었던가. 얼마나 많은 슬픔을 삭이고 또 삭였던가. 사내의 눈물이 그쳤다. 흘릴 눈물도 울 기운도 더는 남지 않았기에.


여인의 심장은 멈춘 지 오래였다. 그녀의 죽음을 인정할 때였다. 사내의 덜덜 떨리는 손이 여인의 눈 위로 향했다. 초점 없는 눈동자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거친 손이 그녀의 눈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눈을 감은 그녀의 모습은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사내는 바랐다. 그녀가 부디 행복한 꿈을 꾸고 있기를.


사내는 여인을 땅바닥에 조심스레 눕힌 후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모든 걸 집어삼킨 화마는 여전히 사그라들 줄 모르고 사방에 도사렸다.


머지않아, 저들은 사내의 생명마저 꺼트리라. 그는 달아나지 않았다. 이곳이 자신의 무덤이 되리라는 걸 사내는 알고 있었다. 이미 너무 많은 피를 흘렸다.


도망 대신 그는 현세에 펼쳐진 지옥을 감상했다. 한편으로는 이런 짓을 벌인 자에 대한 복수를 맹세하면서 사내는 나지막하게 한 마디를 내뱉었다.


“마왕, 난 다시 태어나도 네놈의 목만을 쫓아다닐 것이다.”


쿨럭.


사내는 분노에 가득찬 문장을 천천히 읊조린 뒤, 탁한 기침 소리와 함께 피 한 움큼을 토해냈다. 붉은 각혈이 흩뿌려진 땅바닥은 그의 임종이 임박했음을 알렸다.


점차 사내의 눈동자에서 생기가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조금 있으면 그의 눈에 어린 슬픔도, 분노도, 흔적 없이 증발하리라. 그 전에 사내는 사력을 다해 마지막 한 마디를 내던졌다.


“그때까지 목 간수 잘해라.”


말을 마친 사내의 생명이 꺼졌다. 만물을 빨아들일 것만 같은 루비색 눈동자에 짙은 어둠이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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