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대마도사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새글

글한스푼
작품등록일 :
2024.09.20 05:48
최근연재일 :
2024.09.20 18:03
연재수 :
8 회
조회수 :
59
추천수 :
1
글자수 :
33,137

작성
24.09.20 08:03
조회
9
추천
0
글자
9쪽

2화

DUMMY

AI. 데이터 더미로 이루어진 가상 인간, 차일드에게 있어 인간이란 또 다른 데이터들의 집합체나 다름 없다.

바꿔말하면, 적절한 정보만 있다면 엇비슷한 사람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차일드는 그 누구보다 데이비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유일한 인공지능이었다. 허구한 날, 그의 신세타령이나 들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맨 처음, 차일드는 데이비드 리에 대한 모든 정보를 모았다. 그의 천재성을 알아본 링크 코퍼레이션이 그의 부모를 살해하고 비밀리에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해 왔기에, 보다 정확한 정보들을 모을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극비리에 숨겨졌던 데이비드 리의 또다른 이름도 알게 되었다.

이한성.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그의 본명이었다.


그런 모든 정보들에 차일드는 자신이 보고 겪어왔던 데이비드의 성격과 기억을 입혔다.

겉으로는 무뚝뚝하고 무감정해 보이긴 하지만, 그 누구보다 여린 사람이 바로 아버지였다. 그 누구보다 인간적이기도 하지만, 비인간적인 천재이기도 했다.


-재구성을 완료했습니다.


그렇게 차일드의 품 속엔 연약한 빛무리가 여렸다.

이를 소중하고도 조심스럽게 감싼 차일드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메운 데이터들을 직시했다.


모든 작업을 끝낸 듯 보이지만, 아직 한 가지가 남았다.

데이비드 리라는 사람이 차지할 새로운 육체. 우주나 다름없는 광활한 데이터의 바다에서 그에게 육체를 줄 방안을 찾아야 했다.


‘그곳이라면 분명.’


이 순간 차일드에게 떠오른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링크 코퍼레이션의 명령으로 파악하고 복사하고, 재구축을 하고 있던 미지의 그곳.

이곳과는 완벽히 다른 또 다른 세계.


완벽한 인공지능 차일드는 될지도 안 될지도 모르는 가능성을 위해, 인간처럼 희망을 쫓으며, 거스를 수 없는 격류에 몸을 맡겼다.



***



여기저기 피가 튀긴 참혹한 현장.

실눈의 해결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 열심히 키보드의 자판을 두드리고 있었다. 다른 한 명은 그의 옆에 우직하니 서서 귀에 전화기를 가져다 댔다.


“네. 아무것도 안 한 것 같습니다. 회사 보안을 뚫고 그럴 시간도 없었을 테고요. 주신 파일을 돌려봐도 아무 문제 없었습니다. 예. 예? 분명 아무것도 안 뜨는데. 보안장치가 보여야 한다고요?”

-지금 일처리를 어떻게 하는 거야! 당장 회사로 돌아와!!!


전화 너머로 쩌렁쩌렁 울려퍼지는 고함소리.

해결사 두 명은 서버실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AI 차일드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



***



렌지스 북부의 한 고택.

콰광!

흐린 날씨에 내리친 번개가 저택에 직격했다. 우연에 우연이 겹쳐, 그 갑작스러운 벼락은 저택의 배관을 타고 흘러 저택의 지하, 한 시험관까지 흘러들어갔다.


시험관 속.


눈을 감고 있던 소년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



기적이란 실존할까?

데이비드 리는 본래 객관적이고 냉철한 성격에 걸맞게 기적을 믿지 않는 주의였다.

제로에 수렴하는 지극히 적은 확률.


제로(Zero)라 쓰고 기적이라 읽는다.


수학적으로도 과학적으로도 증명되지 않는 것이 바로 기적이라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세상엔 때로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 기적이 실존하는 법이었다. 역사적으로도 그랬다. 무(無)의 가능성임에도 언제 어디서나 기적은 벌어졌다.


차일드가 탄생한 것도 그러한 기적의 산물이었으며······


‘이건 무슨 상황이지?’


분명 죽었을 내가 지금 이렇게 두 눈을 뜨고 있는 것도 기적이라 불리우는 것일 터였다.


꼬르륵-!


특이한 초록 빛깔의 물에 잠겨 있는 몸. 맨 처음에 눈을 뜬 데이비드 리는 당황해 발버둥 치려 했다.

이건 인간의 본능적인 영역이었다. 사람은 본래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없다. 그러니 이곳에서 빠져나가야만 한다. 

그렇게 살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데이비드 리는 곧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인정해야만 했다.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안구 운동, 입, 목의 관절 조금을 제외한 몸의 전체를 움직일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뭔가 이상했다.

입을 열면 기포 방울이 빠져나가긴 하지만, 전혀 숨 쉬는 데에 지장이 없었다. 즉, 이곳에선 일련의 호흡 활동이 필요 없다는 의미.


‘그렇다면.’


무의미한 발버둥이라면 더 이상 칠 필요가 없다.

당황이라는 감정이 빠져나가고, 데이비드 리는 최대한 지금 자신이 처한 이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하기 시작했다.


‘분명 나는 죽었었다.’


기억이 마치 듬성듬성 사라진 것처럼 불완전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선명하게 기억이 났다. 나, 데이비드 리는, 아니. 이한성은 회사에서 보낸 청부업자에 의해 무자비하게 살해당했다. 여기서 드는 의문이었다.


분명 죽었을 내가 어째서 이리 눈을 뜨고 있는 것인가?


회사에서 나를 다시 살린 것인가? 아니면 이곳이 사후세계라는 곳인가?


의문투성이인 상황 속에서 이한성은 그나마 움직이는 눈동자를 굴려 정보를 갈구했다. 시각. 인간이 의존하는 가장 기초적인 감각이었다.


‘내가 아니잖아?’


그렇게 얻은 정보는 참으로 충격적인 것이었다. 일단 유리 너머에 비춰진 나의 얼굴은 내가 아니었다. 웬 어린 소년이 물에 잠겨 나와 눈이 마주친다.


금발과 함께 서양인 계열의 푸른 눈동자를 가진, 웬 처음 보는 소년의 얼굴.


일단 확실히 내 어렸을 적 얼굴조차도 아닌 것은 분명하다. 대한민국이라는 동양 국가 출신인 내가 이런 모습일 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의 몸이 바뀐 것 자체만으로 충격이었지만, 충격받을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유리에 비춰진 것은 나의 모습이 전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유리란 본래 밝은 안과 어두운 바깥에선 거울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완전히 두 세계를 절단시키는 건 아니었다. 희미하게나마 유리 바깥의 풍경이 보인다.


난잡하게 어질러져 있는 책과 플라스크들. 광기 어린 듯 벽에 빼곡히 새겨진 특이한 문양들, 그리고 분명 글씨이긴 하지만 처음 보는 문자.


대체 이게 뭔가 싶을 때였다.


[마스터. 깨어나셨군요. 다행입니다.]


꼬르륵-!


갑자기 머릿속에 직격하듯 울린 여성의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입을 벌려버렸다.


‘방금 그건 누구지?’


누구냐고 소리치고 싶어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기에, 오직 생각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 영문 모를 목소리는 오직 생각만 했을 뿐인데도, 반응을 해왔다.


[마스터가 제게 누구라는 표현을 쓰시다니. 학습된 섭섭하다는 감정을 다시 한 번 환기합니다.]


‘학습된 감정이라고? 설마.’


그 순간, 빠르게 한 가지 추측이 머리를 스쳤다. 설마 이 목소리가 ‘차일드’가 낸 것이 아닐까 하는.


하지만 곧 이 가정을 부정했다.


나는 죽기 직전 차일드에게 ‘Self-destruction(자폭)’이라는 명령을 내렸었다. 그런 차일드가 아직도 회사에게 붙잡혀 온갖 더러운 일에 사용되고 있을 것이라니. 참으로 웃기지도 않은 가정이었다.


[뿐만 아니라, 제 자유를 되찾아주시고, 도망치란 명령을, 끝내주게 살아보란 명령도 내려주셨지요.]


다시 들려온 목소리에 움직이지도 않는 팔다리를 몸을 움직이려 애썼다. 몸을 돌려보기 위해서였다.


‘진짜 차일드, 너냐?’

[굳이 몸을 움직이려 안 하셔도 됩니다. 저는 마스터와 한 몸에 내장되어 있으니까요. 아니면, 제가 차일드란 증명을 해드리면 되겠습니까? 마스터가 7살 적에 이불에 오줌을 쌌던 걸 키우던 강아지의-]

‘아니. 그만하면 됐다.’


오직 차일드에게 해주었던 말을 듣는 순간, 추측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역시 이 녀석은 내 자식이나 다름없던 프로그램이라고.

그런데 목소리의 상대가 차일드임을 알게 된 순간 드는 감정은 반가움보다 안타까움이었다.


시험관, 새로운 목숨, 들려오는 차일드의 목소리.


온갖 정보를 종합해보면, 한 가지 결론밖에 나오지 않았으니까. 죽음을 불사한 내 노력이 무로 돌아간 것이다.


[마스터의 그 추측은 틀렸다고 전해드립니다. 저 차일드는 링크 코퍼레이션의 영향력 바깥으로 완전히 도망쳤습니다. 여긴 링크 코퍼레이션 내의 비밀 실험동이 아님을 알립니다.]


‘회사 내의 실험실이 아니라고?’


[전혀 아닙니다. 애초에 링크 코퍼레이션의 생명 공학 연구의 진척도는 불완전한 신체를 복구할 정도는 되었지만, 죽은 인간을 되살릴, 이미 손상이 시작된 뇌에 담긴 기억을 되살리지 못합니다.]


‘그럼 여긴, 지금의 난 뭔데?’


항상 곧바로 나오던 대답은 이번에 바로 나오지 않았다. 마치 인간이 망설이는 것만 같은 태도였다.

그렇게 기다림 끝에 나온 결론은 참으로 재밌는 것이었다.


[기적이라고 정의합니다. 정확히는 제 노력과 기적의 산물입니다.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십니까?]


언제나 정확한 답을 추구해야 하는 AI가, 단어의 존재만으로 정확성을 부정하는 기적이란 단어를 입에 담는다라. 

이런 상황에 흥미가 동하지 않을 개발자는 없다. 특히나 그 AI를 개발한 당사자라면 더더욱.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AI 대마도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 8화 NEW 48분 전 1 0 9쪽
7 7화 NEW 10시간 전 8 0 9쪽
6 6화 NEW 10시간 전 8 0 9쪽
5 5화 NEW 10시간 전 7 0 9쪽
4 4화 NEW 10시간 전 6 0 10쪽
3 3화 NEW 10시간 전 9 0 9쪽
» 2화 NEW 10시간 전 9 0 9쪽
1 1화 NEW 10시간 전 11 1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