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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한스푼
작품등록일 :
2024.09.20 05:48
최근연재일 :
2024.09.2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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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0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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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DUMMY

[해제 완료. 감각 영역을 확장합니다.]


순간, 내게 보이는 세상이 격변한다.

일반적인 시각이 물건이 빛에 반사되어 맺힌 상을 보는 것이라면, 이는 보다 더 고차원적인 것이었다.


‘관조’라는 것이 이런 것일까.

세상 모든 것이 분해되어 보인다.


꼬르륵-!

단순한 벽도, 아무것도 없는 허공도, 폐 속에 갇혀 있다가 내 입에서 마저 뿜어져 나오는 공기방울도.

이 세상 전부가 좌표로 나누어진 세계에서, 하나하나가 모조리 수치화 되어 있다.


세상 모든 것이 내 아래에 있는 것만 같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전능함.

당연하게도 인간의 정신으론 과분한 것들이다.


색채 하나 없는 어마어마한 정보량의 데이터들이 뇌가 날아가버릴 것 같은 고통을 준다. 

괴로웠다.

심해에서 온 몸을 쥐어짜지는 감각이 이런 것일까. 거대한 코끼리에 밟힌다면 이런 고통일까.

숨을 쉴 필요가 없음에도 숨이 막혀오는 기분이다.

형태가 없는 데이터 따위에 압사 당할 것만 같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조금 있으니, 점차 새로운 정보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정신을 잃어버릴 정도로, 무한한 정보들이었다. 허공에 기체처럼 떠다니지만, 하나하나가 어지러이 변화한다. 허공 뿐만이 아니라, 내 몸에도 이것의 존재가 선명히 느껴진다.


‘이게 바로.’


단번에 보자마자 그것의 정체를 알아챌 수 있었다.

무채색인 데이터 세상 속에서도 하나하나가 작은 태양이나 다름 없는 빛을 내뿜고 있다. 

마나.

차일드가 말했던 마법의 근원이자, 미지였다.


[······터!]

[...스터. 마스터! 시간이 되었습니다. 경계를 다시 세워야···.]


정보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는 새에 시간이 벌써 많이 흘러버렸나 보다.

점차 선명하게 들리는 차일드의 목소리가 더는 이런 고통을 겪을 필요가 없다고 고했다.


‘아직, 아직. 닫지마.’


하지만 아직이었다.

이제 고작 느끼기만 했을 뿐이기에.

마나를 움직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기에.


‘이게 바로 마나.’


나는 몸 속의 미지를 관조했다.

참으로 강렬한 끌림이었다.

처음 마주했음에도, 내가 어떻게 해야하는지 감이 왔다.


‘움직여.’


의지를 실어 명령을 불어넣자, 심장 쪽에서 황금빛으로 빛나던 마나가 꿀렁이며 몸에서 빠져나왔다.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마나.

이는 분명 나의 재능보다도 내가 깃든 육체의 재능이었다.


오직 마나를 다루기 위해 만들어진, 완벽한 인형.

분명 누군가가 인공적으로 가공한 것일 터였으나.


이젠 나의 것이었다.


‘모아서 한 번에.’


때문에 더욱 수월하게 마나를 모을 수 있었다.

내 통제를 벗어나지 않을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그렇게 공처럼 둥글어진 마나들에게 눈짓으로 목적지를 하나 설정해 주었다.


‘저 유리를.’


부숴버리라고.


터엉!

마나로 만들어진 구는 느릿하게 날아가, 유리벽에 부딪혔다. 고작 가벼운 충돌에 튼튼하기 짝이 없는 실험관은 멀쩡했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생각은 당연히 없었다.


‘한 번 더.’


이 과정을 반복했다. 처음은 어색했으나, 그 다음은 조금 더 익숙해졌다. 

두번. 세번.


파스스.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더 강하게, 마나를 모아 날려보냈다.

그러다가 실험관에 금이 갔으며, 안에 들어차 있는 물의 수위도 점차 낮아지기 시작했다.


‘이제 끝이다.’


우드득!

보다 더 선명해진 실험관의 균열.

몇 번의 시도 끝에, 본능적으로 이게 마지막임을 깨달았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금이 가 있는 유리벽을 향해 마나를 쏘아보냈다.


와장창-!


유리가 깨지고, 물이 밖으로 쏟아져 나온다. 나 또한 그 흐름에 휩쓸려 떠내려갔다.

점차 돌아오는 육체의 감각. 


“우웨에엑!!”


몸을 움직이기 이전에, 내가 먼저 해야만 했던 것은 폐속에 가득찬 물을 토해내는 것이었다.


“허억! 헉!!”


갑작스레 바뀐 호흡 수단에, 숨을 헐떡이며 무력하게 엎어져 있을 때.

차일드의 목소리가 귓가에 스쳤다.


[보안 장벽을 재설정했습니다. 감각 공유를 차단합니다.]


세계가 다시 단조롭게 바뀌었다. 호흡도 점차 익숙해졌다.

그렇게 나를 괴롭히던 지독한 고통이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나, 나는 여전히 아까의 몽환적인 감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빠져나오고 싶지 않았다.


다시 한 번, 그 미지를 맛보고 싶었다.


애애앵-! 애애앵-!


그런 나를 꿈속에서 끌어내린 것은, 웬 사이렌 소리였다. 눈앞에서 어지러이 흔들리는 붉은 불빛들.


“이게 대체···무슨 상황이야?”


드디어 처음 들어보는 이 육체의 앳된 목소리.

나의 질문에 반응해오는 것은 어김없이, 나의 차일드였다.


[마스터의 무모했던 도전에 대한 성공을 축하하기에 앞서, 좋은 소식과 안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둘 중 무엇부터 들으시겠습니까?]


“좋은 소식부터.”


[저를 억제하던 시험관의 힘이 사라져, 이곳의 시스템 전반을 해킹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럼 안 좋은 소식은 뭐야?”


[제가 손을 쓸 새도 없이. 누군가가, 설치해 놓은 보안기재가 작동되었다는 것입니다.]


차일드의 말이 이어지던 순간이었다.

슉! 바닥이 푹 꺼졌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자각하기가 무섭게, 몸이 아래로 가라앉았다.

저 위쪽으로 멀어지는 불빛을 보며, 팔다리를 휘저었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함이었지만, 그런다고 사람이 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런 건 빨리 말했어야지이이이이!”


휘익!

귓가에 바람이 스친다.

저 위, 뚫렸던 바닥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며 지하가 어둠으로 들어찬다.


그렇게 얼마간의 추락 끝에 나를 반긴 것은.

쿵-!

순간, 의식을 잃을 정도의 강렬한 통증이었다.



***



꽤나 오래전의 기억이다.

한창 작업에 몰입할 때, 잠도 안자고 먹지도 않았으며 29시간을 내리 컴퓨터 앞을 지키던 적이 있었다.


당연히 결과는 응급실 행.


링거를 맞으며 강제로 일을 멈췄어야 했던 그때, 바랬던 적이 있다. 초인같은 신체가 있으면 참 좋을 거 같다고.


[마스터 괜찮으십니까?]


“······글쎄. 모르겠어. 이게 괜찮은 건지, 위험한 건지.”


이전까지 바닥이었던 천장이 닫혀버려 어둠으로 들어찬 공간.

잠깐의 회상에서 깨어난 내가, 누워있는 그대로 차일드의 질문에 멍하니 답했다.

까마득한 높이. 어림잡아도 건물의 5층 높이에서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조금 통증이 있는 것을 빼고는 몸이 멀쩡했다. 

이는 물컹하면서도 끈적한 이 지형의 탓도 있겠지만, 확실히 이 초인이라 볼 수 있는 신비한 육체의 덕분이 컸다.


마나를 자유자재로 다루고, 물리적 충격에도 내구성이 높으며, 비인간적인 자아를 둘이나 담을 수 있는 마법적인 산물.


‘그야말로 괴물, 그 자체군.’


쿡쿡, 소리 죽여 웃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선명하게 느껴진다. 실험관에서 막 벗어났을 때, 내 상태는 막 세상에 태어난 갓난아기 같은 상태였다. 어설프게 숨을 쉬는게 고작이었을 정도. 그러나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멈춰있던 신체 기관들이 제 기능을 찾기 시작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죽어있던 여러 감각들이 살아나기 시작한다. 단순히 살아나는 것을 넘어, 인간의 것 이상으로 진화하고 있다.


괜찮냐고? 


최상이었다. 아니. 최상을 넘어서 소름이 돋을 정도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활력이 차오른다. 그 활력엔 내가 겪었던 마나에 대한 감각이 포함되어 있었다. 차일드의 도움을 받았던 때만큼은 아니었지만, 지금 내 기감엔 똑같은 미증유의 힘에 대한 것이 느껴졌다.


조금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차일드의 도움 없이도 이전과 똑같은 마법을 행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다시 한 번, 그 중독성 넘치는 쾌감을 다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감각이 되살아난다는 것이 좋은 일만은 아니었다. 선명해진 감각에 거슬리는 것들이 하나 둘 늘어간다. 제일 거슬리는 것은 역시, 이곳의 지독한 악취였다. 이 암흑 속에선 지독한 썪은내가 진동했다. 뛰어난 후각을 가졌기에, 헛구역질을 참을 수 없다.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우웁! 대체 여기는 뭐 하는 곳이길래······!”


차일드에게 답을 구하지 않아도 곧 진실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어둠에서조차 적응해 나가는 괴물의 시각은, 근소한 시야를 제공해주었으니까. 저 앞의 희끄무리한 둥근 형체가 점차 선명해지고.


사람의 것이 분명한 머리뼈가 나와 눈을 마주한다.


습관적으로 저도 모르게 친 뒷 걸음질. 턱, 등이 벽에 막히고서야, 그제야 이곳의 전반적인 풍경이 눈에 확 들어왔다.

찰박하고 끈적한 바닥은 그냥 바닥이 아니었다. 피와 살가죽이 썩고 늘러붙어 생긴 일종의 트램폴린이다. 조형물인줄 알았던 것들은 뼛다구들이다.


살 떨리는 광경을 목격하였음에도, 나의 감정은 두려울정도로 평온하다. 대신 질문한다.


“···여기는 뭐 하는 곳이길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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