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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한스푼
작품등록일 :
2024.09.20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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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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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0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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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DUMMY

똑같은 물음이었음에도, 다른 의미였다.

그리고 이런 내겐 언제나 답을 제공해주는 AI가 존재했다.


[일종의 처리장입니다. 침입자를 처리하거나, 실험을 마친 부산물들을 버려두는 곳으로 파악됩니다.]


물론, 차일드는 자신이 모르는 것까지 완벽히 알려줄 수 있는 신이 아니었다. 


[추가적인 답변이 필요하십니까?]


‘아니. 괜찮아.’


차일드의 답이 도움이 안 된 것은 아니다.

내 추측에 확신을 불어넣어 주었으니까.


실험실과 그 아래 함정으로 연결된 공간.

이곳의 용도를 짐작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확신까진 하지 못했다. 그만큼 눈앞의 광경은 상상 이상으로 끔찍한 것이었다.


‘그보다 이곳엔 도덕적 관념이라던가 법이 없나?’


[분명 존재합니다. 판타지아가 지구보다 규제가 약하긴 하나, 이 정도의 살인을 허용하는 경우는 잔재한 제 데이터 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론 여기는 지구가 아니기에, 이런 학살을 권장하는 법령이 존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긴 합니다만, 희박한 확률입니다.]


‘한마디로 여긴 누군가의 구린 뒷구멍이라는 건가.’


감정의 간섭이 하나 없는 이성은, 상황을 최대한 냉정하게 바라보게 한다. 지옥이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을 참상의 현장.

이 많은 살인이 이루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내 신체가 어떻게 이런 초인적인 능력을 얻었을까.


구태여 답을 굳이 멀리 돌아가서 구할 필요는 없다. 익숙한 일이기에 더욱 그랬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 구린 일을 자행하는 것은 현실세계에서도 숱하게 봐왔으니까.

나 또한 그런 적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었으니까.


‘확실한 건, 이곳의 주인은 거악(巨惡)이다.’


어림잡아, 수 십. 넉넉히 잡아, 수 백이다. 그 정도의 인간이 여기, 처리장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무슨 숭고한 의도가 있든, 이만한 학살을 벌인 사람을 절대 선인이라 할 수 없다. 용서받을 수 있을리 없다.

찰박-

내 날카로운 감각에 걸린 소리에, 스멀스멀 안 좋은 예감이 싹 트기 시작한다.


“차일드. 이곳이 버려졌을 가능성은 얼마나 되지?”


[몇몇 혈흔의 흔적, 시체의 부패 정도를 고려해봤을 때, 가장 최근에 벌어진 사망 추정 시각은 일주일입니다. 그 밖에도 실험관의 관리상태를 고려했을 때, 0퍼센트에 수렴합니다.]


“한마디로 미치광이 살인마가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거군.”


[······그렇습니다, 마스터. 정확한 답을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불안한 것만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내가 실험관을 깨고 탈출하자 작동했던 보안기재.


그 보안기재란 것에, 이곳의 주인에게 알리는 그 어떠한 마법적인 알림이 있을지 모른다. 최악의 경우엔 지금 이 순간에도 이곳의 주인이 찾아오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곳을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우선적으로 파악한 바. 이곳의 지형자체는 복잡하지 않기에, 주어진 길을 따라가기만 하면 출구까지는 손쉽게 도달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곳에 존재하는 마법적인 함정들입니다. 이곳의 시스템을 제외한 마나에 대한 해킹과 분석은 아무리 저로서도 약간의 시간이 소요되기에,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선 보다 더 많은 시간을 요합니다.]


“좋아. 일단 이곳을 빠르게 탈출해보자고.”


멍하니, 이곳의 삭막한 풍경만을 관찰하고 있을 시간은 없다.

서둘러야 했다.

그러한 생각은 어둠 속에서 가까워지는 기척 때문에 더욱 강해진다.

마치 사람으로 착각할 법한 놈들의 실루엣을 보며 중얼거렸다.


“······저 괴물들을 어떻게든 뚫고서 말이야.”


찰팍. 찰팍.

썩어 눌러붙은 피 웅덩이를 느릿하게 밟으며 다가오는 존재. 인간의 형상을 띄고 있지만,  뚝뚝 녹아내리는 살점 덕분에, 인간이 아니라는 것만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정확히는 인간이였던 것들이다.


그워어어-


움직이는 시체 덩어리.

좀비(zombie)를 보았음에도 내 정신은 동요 하나 없다.

어째서 소설이나 영화에서 보던 것들이 나타났는지 의문을 품지 않는다.


마법이 존재하는 비상식적인 세계.


이 또한 차일드가 말한 마법적인 함정의 일환이겠지.

알아서 납득하며, 다음 행동을 준비할 뿐이었다.


[보조하겠습니다.]



***



저런 괴물과 싸우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런 위험천만한 실전은 해본 적 없는, 방구석 프로그래머였던 나다. 그런데 어째선지 너무나도 이런 상황이 기꺼웠다. 무엇을 해야 할지 나도 모르게 그 해답을 찾아가고 있었다.


‘일단 무기로 쓸만한 게.’


보고 듣고 느끼며 끊임없이 정보를 수집한다.

그렇게 수집된 정보를 토대로 계획을 수립한다.

마치 한편의 알고리즘을 짜는 것처럼.


더욱 가까워지는 좀비들.

긴박한 와중에도, 나의 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바로 앞열에 넷. 뒷편에도 스물 정도. 보이는 것만 이정도라면.’


시야 바깥의 저 어둠 너머엔, 더 있을 수 있다.

거기다가 좀비들의 간격이 꽤나 촘촘하다.

최소한의 충돌은 불가피하다는 의미. 

판단을 내리는 와중에도, 나는 의미없이 멈춰 있진 않았다.


찰박-

최대한 조심스럽게 뒷걸음질치며 좀비들과 거리를 벌린다.


그워-!


내 발자국 소리 하나하나에 반응하는 좀비들.

놈들이 소리에 꽤나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유의미한 정보를 얻으면서, 손을 조심스레 아래로 뻗었다.

기분 나쁜 촉감을 애써 무시하며 손아귀에 힘을 줬다.


뿌득!


그렇게 땅에서 뽑아낸 것은 피로 얼룩져 색바랜 막대기였다.

이름 모를 누군가의 뼈대일 것이 분명했으나, 이젠 나만의 일용 둔기였다.

누군가의 시신을 훼손해 그 죽음을 욕되게 했다는 것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이쪽은 생존의 문제였다. 그냥 마음 편히 생각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그럴 여유조차 없다.


그워어-!


그렇지 않으면 이쪽이 죽을 판이니까!


다른 놈들보다 유별나게 내게 접근했던 좀비.

먹잇감인 내게 더욱 강렬하게 놈을 향해 뼛다구를 강하게 휘둘렀다.

퍼억-!

호선을 그리며 그대로 귓방망이에 들어박힌 타격.

좀비의 뼈가 물렁한지, 내가 힘이 센 건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때린 부분 그대로 움푹 함몰됐다.


‘해치웠나?’


좀비는 머리를 뭉개면 죽는다는 현실의 상식.

하지만 이 판타지와도 같은 세계는 그런 상식 따윈 통하지 않는 곳이었다.


잠시 멈칫했던 좀비가, 머리가 기괴하게 파인 그대로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으니까.

그 그로테스크한 모습에 또다시 뒷걸음치던 와중, 등에 벽이 닿았다.

막다른 곳이다.

심지어 양 옆에서도 팔다리가 없지만. 어떻게든 꿈틀거리며 이쪽으로 기어오는 좀비들이 있다.


‘됐어.’ 


이젠 도망칠 곳은 없다.

차일드가 말했던 대로라면, 출구는 분명 좀비들로 가득한 저 앞에 있을 터.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였다.


‘도망은 끝이다.’


어째선지 ‘보조하겠습니다’라는 말 뒤로 침묵하고 있는 차일드.

나로서는 시간을 벌어달라는 녀석의 뜻이, 확실히 전해지긴 했다. 그래도 마냥 도망만 칠 수는 없는 법. 아니. 애초에 도망칠 수 없는 길은 없다. 살 수 있는 방법은 앞으로 뚫고 나가는 것뿐.


'아직. 아직 아니야.'


막다른 길에 몰렸지만, 나는 쉽사리 움직이지 않았다. 

놈들의 움직임 패턴, 배치, 이곳의 지형.

그 모든 것을 고려해 타이밍을 재던 때였다.

나한테 다가오며 한 좀비가 무언가에 걸려 잠시 주춤거렸다. 덕분에 꽤나 촘촘했던 좀비들 간의 거리에 조금의 틈이 벌어졌다.


‘지금!’


드디어 내가 기다리던 기회가 찾아왔다.

벌어진 틈을 향해, 있는 힘껏 땅을 박차고 내달렸다.

바로 귀옆으로 좀비의 손이 스치는 듯 했으나, 무사히 지나쳤다.


그워어어!

그워!


당연히 한 무리를 지나졌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다. 아직도 내 앞에 저 끔찍한 것들이 널려 있었으니까. 내 걸음 소리에 반응한 좀비들이 사방에서 나를 향해 달려든다.


‘이 정도면.’


그래도 한 번 해내니, 다음은 좀 더 수월한 것은 사실이었다.

좀비들의 대략적인 움직임이 눈에 익숙해지자, 피하기는 더 쉬웠다.


‘할만해.’


어린 아이의 체형이라 더욱 손쉽게 좀비들의 틈을 누볐다. 앞이 완전히 막힌 경우엔, 한 놈의 다리를 후려쳤다. 균형을 무너뜨리고. 그 위를 뛰어넘었다. 놈들이 나보다 느렸기에, 충분히 따돌릴 수 있었다.


이후로도 일련의 행위 반복.

피할 수 있는 건 피하고, 피할 수 없는 건 넘어트려 길을 만든다.


찰박-


그렇게 예상보다 너무나도 허무하게, 차일드가 말했던 출구라는 곳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그러나 환희로 가득차던 내 표정은 출구와 가까워질수록 서서히 굳어갔다. 점차 선명해지는 어둠 너머의 광경.


“하.”


허탈하게 고개를 들었다. 나를 가로막은 것은 좀비도, 마법적인 함정도 아닌, 너무나도 아날로그한 방식이었으니까.

어른 한 명이 겨우 빠져나갈만한 통로. 멀리서 봤을 땐 어두워서 안 보였는데, 가까이 갈수록 그 형상이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통로는 막혀 있었다. 그것도 열쇠로만 열 수 있는 구식 철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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