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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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6.04.07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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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6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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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16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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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진(3)

DUMMY

학도는 승아가 보기에 분명히 포텐이 있었다. 헛손질이 좀 많아서 그렇지 분명히 손은 빠른 편이었다. 승아 자신이 공격적인 스타일이라면, 원재나 종원은 비교적 수비적인 스타일이었다. 그에 반해 학도는 둘다 치우치지 않는 스타일. 공수의 밸런스는 좋았다. 공격이나 수비 어느것 하나 특별하지 못해서 그렇지..


운영이나 전략이나 컨트롤이나 뭐 특별히 못하는 부분도 없었다. 특별히 잘하는 부분도 없어서 그렇지.


대 종족전에서도 인간, 기계, 괴물 상대 모두 특별히 약점을 보이는 부분도 없었다. 하지만 상대를 못 이겨서 그렇지....


생각해보니 프로게이머인데 강점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손이 좀 빠른데도 유닛 컨트롤은 빠르지 않다. 공격도 수비도 특출나지 않다. 어딘가 지적해야 될 부분은 많은데 크게 먼저 손 보아야 할 부분이 생각나지 않는다.


이게 학도의 현재 상황에 대한 원재를 비롯한 팀내의 평가였다.


무언가 특별히 지적하려는 부분이 보이지는 않지만, 총체적으로 무언가 많이 부족한데 어딘가 숨어있는 것을 찾지 못하는 것이 학도의 취약점들이었다.


승아는 학도와 일단 연습경기를 몇 경기 해보기로 했다. 최근의 학도의 실력을 직접 상대하면서 겪어보기 위함이었다. 경기를 보기는 했지만 직접 경기를 연습해주거나 한 것은 최근 거의 없었기에 학도의 실력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승아는 직접 학도와 상대해 보았다.


크게 바뀐점은 없었다. 약점이 특별히 없지만 모든것이 약점인 학도 그대로였다.


그리고 몇 경기 해 보면서, 학도의 나아갈 방향을 승아는 찾아낼 수 있었다.


학도의 빌드는 인간, 기계, 괴물 등의 종족을 가리지 않고 앞마당 소굴멀티 후 연못을 만들거나, 본진에서 사냥개를 생산한 후 앞마당을 가는 2소굴 빌드를 썼다. 2소굴 빌드는 승아가 본진 올인과 같이 주로 쓰는 빌드로, 초반을 노리기는 매우 좋았다. 특히 승아 자신의 경우에는 초반에 나온 사냥개와 소수의 라미아로 상대를 같이 가난하게 만들면서, ‘내가 거지라 동냥밥을 먹는다면 너는 흙이나 퍼먹어라!’ 식의 전략으로 상대를 더 가난하게 만드는데 능했다.


반면 학도는 2소굴 빌드에 적응하지 못했다. 앞마당 멀티만이 있는 2소굴 빌드가 있다면, 이를 잘 활용할 컨트롤이 필요한데, 학도는 손이 빠르기는 하지만 헛손질이 많아 승아처럼 세밀한 초반 마이크로 컨트롤이 잘 되지 않았다. 덕분에 초반에 상대에게 당하고, 당하니 멘탈이 깨지고, 다시 건물도 깨지고, 게임도 깨졌다.


“학도오빠. 왜 2소굴 빌드 쓰는거에요?”

“어? 다들 이렇게 하지 않아? 괴물은?”

“에~에?”

“승아 너도 그렇게 하잖아. 너도 그렇게 하길래.. 나도 그렇게 했는데?”


생각해보니 그랬다. 지성철이나 정창환이나 승아나, 주로 초반에 피해를 주거나 몰아치거나 짜내거나 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러다보니 심할 경우에는 본진 플레이, 그나마 부유하게 한다는 것이 앞마당이었다. 보통 그 정도면 이 세 프로게이머에게는 이미 승패가 갈릴 정도의 전투 병력을 뽑을 자원이 나오기도 했다. 있는대로 쥐어짜니까.


방금 언급한 셋은 앞마당만으로도 게임을 충분히 풀어나갈 수 있었고, 3번째 멀티를 뜬다고 하더라도 유리한 상황에서 판을 더 유리하게 만들기 위한 경우에 불과했다. 하지만 학도의 경우는 달랐다. 초반 2소굴이나 본진 올인으로 전혀 안된다면, 몸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한다는 것이 승아의 생각이었다.


“뭐.. 그렇긴 한데요... 오빠한테는 좀 안맞는 빌드 같아서요.”

“그러면 어떻게 해?”

“오빤.. 3소굴 운영 빌드를 써야 할 것 같아요.”

“3소굴? 그건 지키기 힘들지 않아? 아무래도 2소굴만으로 병력을 어느정도 뽑아야 하지 않나 싶은데.. 잊혀진 사원이나 인터프리터 같은 경우에는 3번째 멀티 짓는 위치도 멀기도 하고.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있을까?”

“에? 무슨 말이에요? 3소굴을 왜 거기에 지어요?”

“무슨 말이야? 소굴은 자원 옆에 지어야지.”


승아가 학도의 문제의 시작점이 어딘지 깨달은 것도 그때쯤이었다. 생각이 문제였다. 이 시기의 상위권 게이머들은 다들 자신만의 특별한 방법을 고안해서 활용한다. 지성철의 경우에는 참호 러쉬를 일꾼으로 막는 컨트롤이 가능한 선수였고, 승아는 거기에다 추가로 사냥개와 하피의 동시 활용에 대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경우가 있었다. 다들 시스템 안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 활용한다. 승아의 경우는 도가 지나쳐서 버그로 인정받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 반면 학도는 새 패러다임을 창출하기는 커녕 기존의 생각보다 더 굳어버린 생각의 틀 안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오빠. 소굴은 왜 자원 옆에 지어야 하는 건데요?”

“그야, 자원을 캐기 위함이지.”

“자원을 캐지 않는 소굴은 있으면 안되나요?”

“안되지. 소굴은 자원 캐라고 있는 거 아냐?”

“무슨 말이에요? 괴물에게 있어서 소굴은 자원도 캐지만 유닛을 생산하는 건물이잖아요? 그런데 앞마당까지 짓고 하나 더 지어도 되잖아요?”


승아의 말을 들은 학도는 그제서야 소굴을 꼭 3번째 멀티에 짓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납득했다.


“그렇다면..”

“네. 학도 오빠. 3소굴 운영이에요. 상황에 따라 본진과 멀티 합 3소굴 운영이나, 오빠말대로 멀티 3소굴 운영도 괜찮지만요. 앞에 것을 염두에 두세요. 제가 보기에 오빤 지금 저만큼 초반 마이크로 컨트롤이 안돼요. 그렇다고 나중에 물량도 안나오죠. 그래서 매번 지죠. 그리고 같은 빌드를 매번 반복하고, 또 지고, 그리고 또 컨트롤이 안되고, 다시 물량도 안되고.. 반복.”

“승아야.. 사실이긴 한데. 너무 잔인하게 말한다, 너.”

“사실이니까요. 오빠. 3소굴을 멀티에 꼭 짓지 말고, 가까운데 3멀티를 할 수 있으면 연못 없이 자원 옆에 노 연못 3소굴 해도 되구요. 그게 아니라도 빠른 시일내에 2번째 소굴 뒤 연못, 이후 3번째 소굴 가도 괜찮구요. 이 두가지 빌드를 운영하면 장점이 있어요.”

“어떤 거?”

“일단 오빤 제가 보기에 손이 느린 편은 아니에요. 그런데 빠르면 뭐해요. 마이크로 컨트롤이 저만큼 되지 않으면 초반에 유닛을 흘리는데. 그럴바에 차라리 초반에 배를 살짝 불려서 3소굴에서 라미아나 사냥개를 마구 뽑아내는 거에요. 그럼 물량에서 압도된 상태에서 상대보다 빨리 컨트롤 해서 오빠가 장점을 살려서 이득을 취할 수 있죠.”


승아의 설명을 들은 학도는 무언가 잘 될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말만으로 다 된다면 무엇을 못하랴는 생각에 어깨가 다시 축 쳐졌다.


“근데 그게 될까? 내가?”

“오빠. 자신감을 가져요. 오빤 우승도 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자신감을 가져요.”

“에이.. 내가? 말도 안되는 소리.”

“하여튼! 해 봐요. 3소굴 빌드. 자세히 가르쳐 줄 테니까.”


승아는 학도에게 맵마다 상황에 맞는 3소굴 빌드를 전수하기 시작했다. 아직 제대로 된 3소굴 빌드를 쓰지 않고 있는 상황에 학도의 3소굴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터였다. 승아는 학도에게 초반 빌드에 이어 기본적인 2가지 빌드, 즉 하피와 라미아의 컨트롤 중에 특히 하피의 컨트롤에 중점을 두어 가르쳐 주었다. 3소굴 빌드는 하피 운영에 있어서도 가스를 조금 더 빨리 캐어 라미아가 생각보다 빨리, 많이 나오는데 중점을 두고 있었다.


“학도오빠. 좀전에 18가스 아니라 13가스 해야 하는건 알았죠? 이번엔 하피 뭉치기랑, 하피 짤짤이를 가르쳐 드릴게요.”

“하피를 뭉친다고?”

“네. 하피를 뭉치면 마치 한몸처럼 움직여서 순간적으로 화력을 뿜어내서 더 강해질 수 있어요. 게다가 공격도 일점사를 잘 당하지 않을 수 있죠.”

“그게 잘 뭉쳐져 근데?”

“그럼요. 제가 아직 실전에서 잘 안써서 그렇지.. 이걸 꺼내게 만든 상대가 없었거든요.”

“어. 그래.”


학도는 순간 승아의 귀여운 외모에도 불구하고 잠시 재수없다는 생각을 했다.


“이 하피를 뭉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해요. 일단 첫번째로, 그냥 자원에 우클릭을 하는거구요. 두번째로는 하피들과 비올란테를 묶어서 하나의 부대로 지정해서 컨트롤 하는거에요. 아니면 땅에 숨은 유닛과 한 부대로 지정해도 되구요. 이걸 이용하면 잘 뭉쳐진 하피로 상대방 유닛을 하고 A키로 공격하여 일점사 하고, 빠지고, 일점사하고 빠지고. 이게 돼요.”

“그래? 와...”

“네. 그게 하피 짤짤이에요.”


학도는 감탄하다가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이었다.


“근데, 승아야.”

“왜요?”

“그거.. 그거 말인데.”

“그게 왜요?”

“버그 아냐?”

“오빠!!!!”

“아.. 아니면 말지 왜 소리 지르고 그래.”

“배울거면 배우고 아니면 말아요!”

“알았어, 알았어.”


하피 짤짤이의 경우 회귀전에도 버그라고 하는 사람들은 있었지만, 결국은 모든 괴물 유저가 사용하는 초반 컨트롤이 되고 말았다. 특히 인간의 소총병을 상대로 위성의 오염이 나오기 전까지 필수적인 컨트롤로 자리잡았다. 그러지 않고서는 인간의 우주방어를 차후 뚫을 수가 없는 자원의 격차를 가진 채로 허약한 맷집의 괴물이 버텨야 하기 때문이었다.


하피 짤짤이는 특별히 상대에게 피해를 끼치는 컨트롤이 없는 이상, 회귀 전처럼 문제가 되지 않을 컨트롤일 것으로 생각한 승아였다.


“하피 짤짤이는 특히 인간전이나 괴물전에 쓰시구, 괴물전은 하피 짤짤이가 손에만 익으면 제일 좋을거에요. 맵에 관계없이. 단, 기계전은 라미아에요.”


라미아의 경우에도 승아의 교육은 계속되었다.


라미아는 물량이 많아질수록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는 일반 게이머들과는 달리, 학도는 더 많은 물량이더라도 빠른 손놀림으로 컨트롤이 가능했다. 문제는 거기까지 간 경기가 없다는 사실. 그렇기에 학도의 포텐은 전혀 터지지 못하고 있었다. 후반에 잘 하면 뭐하나.. 연습경기가 아닌 이상 상대는 그 틈을 찔러 학도에게 GG를 강요할 터이니 말이다. 그런데 승아는 초반에 배를 째는 타이밍과, 물량을 뽑는 타이밍을 학도에게 초시계까지 켜 놓고 가르쳐 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학도는 라미아와 하피를 만드는 빌드오더와 컨트롤을 하나하나 승아에게 배워나갔다.


“음.. 그러니까.. 라미아 컨트롤은 알겠는데.. 하피 컨트롤 하려면 이건.. 하피 모으다가 상대가 쳐들어오면?”

“아휴.. 오빠! 그러니까 5분 20초에서 30초 대에 촉수건물을 2~3개정도 지어놔야죠. 앞마당에. 이걸 빼먹었으니 미네랄 자원이 남죠. 다시!”

“억! 다시 처음부터? 지금 벌써 5번은 더 한 것 같은데?”

“이거만 확실히 익히면 초반은 다 돼요. 자 다시 갈테니 이번에는 촉수건물 짓는 거 잊지 마시고, 하피를 40초 뒤에는 7~9마리 동시에 뽑아내야 해요. 극초반에 이건 소굴을 어디에 지었느냐에 따라 7마리냐 9마리냐가 되니까요. 오빠! 듣고 있어요?”

“으.. 으응.”


아무리 미소녀지만 자신에게 끊임없이 요구하는 승아의 가르침에 학도는 정신이 없었다.


‘크흙... 나의 아카리 쨔응은 이런 성격이 아니라능...’


학도는 그렇게 승아의 교육아래 강해지고 있었다.


작가의말

더위가 조금 사그라드는가 했더니 내일도 덥다고 하네요.

더위의 막바지 땀 피해 없으시길 바랍니다;ㅁ;


솔현님 사람o님 댓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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