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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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6.04.07 23:09
최근연재일 :
2018.02.06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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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2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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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취미 (4)

DUMMY

승아가 우주전쟁을 못해서 캐논포만 짓고 있던 것은 당연히 아니었다.

이은지를 그냥 이겨서는 단지 ‘윤승아 자신이 잘해서 이긴 것’으로 된다.

승아가 하고자 하는 것은 ‘이은지가 못해서 상대가 이기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것이 이은지와 같이 우주전쟁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들에 대한 승아 자신의 응징법이었다.


승아는 일단 일꾼을 하나 ‘더’ 이은지의 앞마당으로 보냈다. 다행히 아래, 위로 길이 많은 피의 능선이기에, 계속 기계전사를 추가하는 이은지에게 걸리지 않고도 일꾼을 보내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물론 이은지가 뽑고나서 유닛을 관문 옆에 그대로 둔 것도 하나의 도움이 되었지만 말이다.


‘역시나.’


이은지의 앞마당에는 아직도 멀티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었다. 게다가 가스도 캐고 있지 않았다. 이건 뭐... 너무나도 알기 쉬운 빌드였다. 승아 자신도 가스를 캐지 않고 있기는 했지만, 그것은 기계전사 밖에 뽑지 않는 이은지의 현재 실력과 자신이 지금 쓸 빌드 때문이었지, 정상적인 빌드는 아니었다. 이은지가 자신이었다면, 자신은 이미 아크를 뽑아 올인을 다시 갈 준비를 하고 있을 터였다.


승아는 이은지의 상태를 체크한 뒤 자신의 본진 멀티를 캐논포를 더 지어 방어하면서, 앞마당 멀티를 뜨기 시작했다. 캐논포의 숫자가 일부 적은 것을 커버하기 위해, 입구를 아예 관문과 수정으로 막아버리고, 뒤에 캐논포를 지은 승아였다.


“윤승아가 너무 앞마당에만 캐논포를 짓는 것 아닌가요? 관문 이후로는 테크가 올라가고 있지 않다는 점도 좀 걸리네요.”

“그나마의 관문도 캐논포 앞을 막는 방벽 역할을 하고 있을 뿐, 기계전사를 뽑거나 하고 있지는 않아요.”

“이은지도 테크를 올라가고 있지는 않은데요. 관문을 바깥에 지은 이상 테크를 바깥에서 탈 수도 있거든요. 본진 정찰이 된 것을 믿고 저렇게 방심한다면 곤란합니다.”

“다행히 이은지가 기계전사만 뽑고 있어서 그렇지, 수송선으로 본진 드랍만 가도 이건 정말 힘들거든요.”


마치 이은지가 기계전사만을 뽑고, 드랍을 전혀 해 오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캐논포만을 만드는 듯한 승아의 플레이와 그 기대에 부응하듯 정말 기계전사만을 뽑고 있는 이은지를 본 김준형 해설은 갑자기 생각나는 것이 있어 탄성을 질렀다.


“아! 그러고보니 이 예측 플레이는, 같은팀의 서원재 코치가 주로 즐겨하던 플레이가 아닌가요? 상대가 무엇을 할 것 같으니 그에 완전히 맞추어가는 플레이! 바로 서원재식 플레이 아닙니까!”

“아아아!! 그러네요?! 서원재 코치가 이런 상대의 심리를 읽어 빌드를 맞춰가는 것에 매우 능한 플레이어죠.”

“아직 은퇴할 때가 아닌데.. 좀더 서원재 코치의 실력을 보고 싶었는데 아쉽습니다.”

“많은 팬들이 지금도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좀더 그 모습을 볼 수 있나 했는데요. 그 모습을 지금 우주전쟁 팬 여러분께서는 서원재 코치와 친한 윤승아 선수에게서 보고 계십니다.”

“서원재 코치가 윤승아 선수에게 많은 도움을 준 것 같습니다.”


해설진들의 이야기와 달리 승아는 원재처럼 확신을 가진 빌드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은지라면, 이은지의 실력이라면 지금 어떻게 하고 있을 것이라는 것이 승아의 견적에는 빌드가 딱 하고 나왔다. 이은지는 기계전사 올인이라는 것. 이것을 승아가 알고 있었기에 할 수 있는 전략이었다. 설마 4게임 연속 기계전사 러쉬를 쓸까 누가 생각하겠냐만은, 그 빌드밖에 쓰지 못하면 어떻게 하랴, 써야지.


승아는 그런 이은지의 상태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승아는 준비해 온 전략을 이은지를 상대로 시전했다. 이 전략을 위해 그동안 가스를 캐지 않고 미네랄 자원만을 캐고 있었던 승아.


“윤승아, 캐논포를 또 짓는데 위치가... 이은지의 멀티 바로 뒷 언덕이에요!”

“아까 앞마당 정찰 보낸 일꾼이죠?”

“엇!! 동시에 이은지의 본진에 들어가 있던 일꾼도 수정을 짓습니다.”

“이거.. 캐논포 러쉬죠?”

“적 본진에 수정을 지었다는 것은 관문을 지어 유닛을 몰래 뽑거나, 캐논포를 짓겠다는 것인데, 본진 자원 캐는 곳인 자원 뒤쪽에 수정을 지었다는 것은 누가봐도 캐논포 러쉬겠죠!”

“하지만 너무 대놓고 짓는데요.”

“이건 막힙니다. 일꾼들이 몰려들어서 공격하거나, 캐논포가 지어질 위치에 일꾼 1~2마리 세워두기만 해도 건물을 지을 수가 없어요.”


승아는 이은지의 본진에서 자원을 캐는 일꾼들이 붙은 미네랄 뒤에 가서 수정을 지었다. 누가 보아도 캐논포를 짓기 위한 수정이었다. 그런데 당장에 일꾼을 4~5마리정도 빼내어 캐논포 러쉬 등이 이어지지 못하게 해야 할 이은지의 일꾼이 자원만을 계속해서 캐고 있었다.


- 이은지 뭐하는 거야?

- 본진에 수정이 지어졌는데, 캐논포 러쉬잖아!

- 저걸 설마 못보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 아냐! 지금 센터에서 기계전사만 더 뽑는데?

- 기계전사는 많은데. 저걸로 본진 버리고 공격 들어가려는 거 아냐?

- 그럼 더 상황 판단이 안 좋은거지! 지금 윤승아 입구를 봐. 완전히 관문이랑 수정으로 앞에 막고 뒤에 캐논포 지었는데 아크도 아니고 기계전사로 저 뒤에 캐논포들은 공격도 못해.

- 어? 그러네? 그럼 본진 막고 가스 캐서 아크 뽑아야 하는데 뭐하는거야? 본진도 그대로 두고.

- 그러니까!


이은지는 관객들의 말처럼 센터에서 기계전사만을 뽑고 있었다. 하나 둘 기계전사가 늘어갈 때마다, 이은지는 승아를 밀으러 지금이라도 가야하는지 고민이 되었다.


‘이정도 양이면 윤승아를 밀 수 있을까? 아냐. 캐논포가 있는데 좀 더 뽑을까? 호진오빠가 이런 경우는 이야기 안해줬는데..’


‘이 기계전사가 이정도 모였다면 뚫을 수 있겠지?’


이은지는 잠시 생각하더니 기계전사를 승아의 멀티 쪽을 향해 공격 명령을 내렸다. 소위 긁어서 어택 땅. 그러니까 유닛을 전부 마우스로 긁어서 범위로 클릭한 뒤, 세부적으로 컨트롤하지 않고 공격명령을 내렸다.


그 순간, 공격받고 있다는 소리가 이은지에게 들리기 시작했다.


‘어.. 어디지?’


‘으악!! 본진?!!’


그러나 이은지가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었다.


“아.. 이은지, 이제야 알아차린 것 같습니다. 윤승아가 본진에 처음 보낸 일꾼을 계속 박아두고 있다가 이제 수정을 대놓고 지었는데, 그걸 못봤어요.”

“이걸 못보다니요..”

“일꾼 하나만 잡으면 되었는데요.”

“윤승아, 이은지의 본진 미네랄 뒤에 대놓고 캐논포 2개를 지어 일꾼을 전부 학살합니다. 이제는 본진 사원도 공격받고 있어요!”

“이은지, 당황합니다. 일꾼을 다시 빼서 앞마당으로.. 자원이 많으니 거기에 새로 멀티를 활성화 하는군요. 사원을 앞마당에 새로 건설합니다. 아! 그런데!!”

“거기에도 윤승아의 캐논포가 있어요! 앞마당 언덕 뒤에도 캐논포 1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까 지어놨죠!”

“이은지, 자원을 전혀 캐지 못합니다!”

“이제 이은지, 공격을 갈 때가 아니에요! 지금이라도 회군을 해서 캐논포부터 제거하고, 새로 판을 짜야 합니다!”


하지만 해설진이 이야기 할 때 동시에 카메라맨이 보여준 화면에는 회군해서 캐논포를 걷어내야 할 이은지의 기계전사가 공격을 가서 회군하지 않고 관문과 수정으로 막힌 윤승아의 입구를 돌파하지 못한 상태로 그 뒤의 캐논포에 계속해서 우왕좌왕하면서 얻어맞는 모습이 비추어지고 있었다. 그러면서 이은지의 기계전사는 하나둘씩 죽어가고 있었다.


“이건.. ”

“...........”

“.........답이 없습니다. 이건 끝났어요.”

“이은지 선수, 초반에는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기계전사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제대로 본진을 살피지 못했어요.”

“거기다가 지금도 입구 관문을 강제어택해서 길 하나만 뚫고 저 많은 기계전사를 윤승아의 본진으로 들여보내서 똑같이 정리만 하면 될 텐데요. 그마저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 오늘 이은지 선수. 많이 힘든 모습들을 보여주는데요.”


해설진들이 많이 힘든 모습이라고 순화해서 이야기했지만, 이은지가 보여준것은 “앗! 내 눈!” 이라고 소리칠 정도의 눈이 썩는 정도의 경기력이었다. 초반 캐논포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아크로 체제를 전환하지 않고 계속해서 기계전사를 뽑은 것도 그렇고, 그렇게 뽑았는데도 자신이 유리한 타이밍에 밀지 못했으며, 그렇다고 멀티를 뜬 것도 아니고, 본진과 멀티에 캐논포가 지어지는데도 알지 못했다. 그리고 막판에 많은 기계전사를 관문을 강제어택해서 길을 뚫는 등의 컨트롤도 하지 못하고 그저 우왕좌왕하면서 맞아 죽어갔다.

정말 보는 눈이 썩어버릴 정도의 경기력이었다.


이은지도 게임을 못하기는 하지만, 본능적으로 여기서 게임을 더 했다간 더 좋지 않은 꼴을 볼 것을 예감한듯 GG를 쳤다. 하지만 그마저도 사실은 늦은 판단이었던 것이, 이미 못볼 꼴을 팬들과 해설자들에게 보여준 뒤였다.


“GG! 윤승아가 이은지를 캐논포 러쉬로 잡아내며 2:1로 XK 마르스의 역전을 이루어냅니다!”

“윤승아 선수, 역시 강하네요.”

“네. 강합니다. 이은지 선수도 강했지만 윤승아 선수 강하게 잘 받아쳤습니다.”


호진은 해설진들의 말에 머리를 감싸쥐었다. 우주전쟁 판을 키우기 위해 입으로 열심히 립 서비스를 날리고 있는 해설진들이지만, 생각이 있는 이들이라면 이제 이은지의 컨트롤의 실체를 다 알게 된 것이라고 보아도 무방했다. 그저 타이밍만 맞추어서 기계전사 러쉬만을 하고, 그 외에는 본진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테크도, 컨트롤도 안된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까발려진 것이다.


호진은 이은지를 보며 그냥 머리를 감싸쥔 채 입을 벌린 상태로 얼굴을 찌푸리며 말없이 감정을 표현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까 첫 공격을 들어가지 않고 바로 뺀 뒤에 가스를 캐서 아크라도 뽑아서 처음 뽑은 기계전사와 같이 공격했다면, 방심하고 있는 승아에게 일격을 가해 승리를 거둬서 이후에 경기를 지더라도 윤승아를 이긴 여자 선수로 남을 수 있었다.


그 뒤로 다른 선수들에게 지더라도, 이은지의 이미지를 지킬 수 있었다. 실력은 차차 키워가도 될 터였다. 우주전쟁은 아직 잘 모르지만, 그래도 피지컬에 싹수가 좀 보였으니까 일단 유명해진 뒤에 천천히 실력을 채워갈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그런데 그냥 지는 것보다 못한 결과를 낳은 이은지...

이미 어느정도 예상한 결과였지만, 예상보다도 더 참혹했다.


그런 호진에게 방금 지고 내려온 이은지가 말을 꺼냈다.


“호진오빠. 쟤 왜 비겁하게 캐논포 지어요? 난 기계전사 뽑는데? 아우.. 저 어린게 캐논포만 안 뽑았어도 내가 이기는건데.. 비겁한 뇬.. 그쵸? 비겁하죠? 그쵸? 오빠? 왜 말이 없어요?”


‘네가 말도 안되는 말을 하니까 말문이 막히는 거잖아!!’


미처 겉으로는 내뱉지 못했지만 호진은 속에서 외침이 절로 나오고 있었다.


호진은...

또다시 XK 마르스가 그리워졌다.


[현재 스코어.]

[XK 마르스 2 : 1 한국항공 점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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