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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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6.04.07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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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6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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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08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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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즌, 새 여성 프로게이머 이은지 (5)

DUMMY

승아와 원재가 있는 XK 마르스는 첫날 경기가 없었다. 덕분에 숙소에서 TV로 경기를 관람하게 된 XK 마르스였다.


새 여성 프로게이머인 이은지가 등장하자 승아도 저절로 관심이 갔다. 회귀전 보지 못했던 선수였기에 어떤 실력을 가진 사람인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원재와 학도를 제외한 다른 팀원들도 이은지가 착 달라붙은 미니스커트 형식의 팀복을 입고 풍만한 가슴라인 등을 강조한 옷을 입고 나오자 계속 눈이 가고 있었다. TV에서 볼 때 그정도인데 직접 본다면 더 큰 관심이 갈 것 같이 보였다.


관심이 가지 않는 XK 마르스의 팀원은 단 둘이었다.

원재는 이은지와 같은 스타일은 별로 관심이 없었고, 학도는.. 3D세계보다는 2D세계, 즉 만화나 게임 속 세계를 좋아하는 팀원이었다.


승아도 이은지를 보자 가슴이 먼저 눈에 들어올 정도로 이은지는 팀복을 야릇하게 입는 재주가 있었다.


‘쳇.. 저정도.. 나도 조금만 더 크면 저정도는 된다구!’


승아는 이은지를 보며 묘한 패배감에 입술을 삐죽였다.


원재는 이은지를 보는 승아를 보고, 승아에게 이은지에 대해 물어보았다.

승아도 원재의 질문에 사감을 뺀 채로 대답했다.


“승아야. 쟤 어떤거 같아? 이은지.”

“음.. 글쎄요. 좀 더 봐야죠.”


승아의 말에 원재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원재와 승아의 질문은 그냥 평범한 질답 같았지만, 그 둘만이 아는 언어로 서로 해독을 끝냈다. 원재가 승아에게 묻는 것은 조금 더 늦게 회귀한 승아에게 아는 선수인지 물어본 것이고, 승아가 좀 더 보자고 한 것은 모르는 사람이라는 이야기였다.


시간의 흐름이 이미 달라져서, 승아가 아는 여성게이머들이 나오려면 아직 더 있어야 했다. 그 와중에 이은지라는 여성게이머가 등장했던 것이다.


사실 이 시기에 여성 게이머들은 거의 없었다. 우주전쟁판이 생기고 몇년 뒤에야 여성부 리그가 생기지만, 이제는 여성부 리그가 생긴다고 해도 흥행이 될 지는 미지수였다. 회귀 전에야 여성 게이머가 없는 상황에서 이벤트 경기로 열리면서 시작된 여성부 리그였지만, 지금은 이미 기존 선수들을 능가하는 실력을 가진 여성게이머인 승아가 있지 않은가! 굳이 여성게이머들을 보러 리그를 개최할 필요가 없었다. 승아가 있으니까.


이런 상황에서 여성부 리그를 열면 승아가 우승을 쓸어버릴 것이고, 그렇다고 승아를 빼고 경기를 개최하자니 실제로 여성유저들의 실력이 좋지 않은 편이라 여성부 리그가 2부나 3부 리그 수준밖에 안된다는 것을 대놓고 공인하는 것이라 열기도 좀 그랬다. 덕분에 승아의 회귀 뒤인 지금은 여성부 리그가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새 여성게이머를 한국항공에서 영입해서 이은지가 등장했다. 그리고 3세트에 등장해서 이성의 안창훈을 눌러버리고 말았다. 2관문 기계전사 푸쉬로.


“흠.. 기계전사 푸쉬를 저 맵에서 쓴다는 것은 안창훈이 생각 못했을 것 같은데?”

“그렇죠. 피의 능선은 아무래도 앞마당까지는 뻔히 먹고 지키기 쉬운 지형으로 되어있으니까요.”

“안창훈 지금 경기 보니 1억 받고 이성에 들어갈 실력은 아닌 것 같은데?”


동운이 말한대로 안창훈은 성공적인 영입이 아닌 것으로 보였다. 진정근과 최정일은 앞선 1, 2 세트에서 우주전쟁 넷 래더에서 실력을 보여준 대로 비교적 괜찮은 컨트롤과 생산 등을 보여주면서 이겼지만, 안창훈은 멀티 후 입구막기를 하는 평범한 일반유저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그런 안창훈의 경기력을 보면서 종원은 혼자 말했다.


“이성에서 저럴바에 차라리 나한테 1억을 주지... 내가 기계종족해도 저거보다 잘할 수 있는데..”


종원이 그렇게 말할 정도로 평범한 이은지의 2관문 푸쉬에 안창훈은 당해버렸다.

그렇게 이은지가 안창훈을 이긴 경기가 끝나고 이은지에 대한 팀원들의 평판은 나쁘지 않았다.


“이은지.. 승아처럼 초반을 주로 노리는 선수일까요?”

“뭐.. 작전을 잘 들고 나온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좀더 봐야 알 것 같아요.”

“여성 게이머라고 다 잘하는건 아니잖아요. 승아가 특별한거지.”

“하지만 일단 이겼잖아?”

“맞아. 일단 이겼다는게 중요하지. 졌으면 모를까 이겼잖아?”


하지만 승아는 이은지가 기계전사 하나만을 뽑는데도, 가스자원을 캐지 않는데도 가스 채취소를 만들었다는 것을 미니맵으로 보았다. 일꾼을 뽑는 초당 최적화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이은지의 본진이 잠시 비추어졌을 때, 가스를 캐지 않는데도 가스를 만든 이은지를 보고서 무언가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원재오빠.”

“응?”

“이은지 본진에. 가스 안 캐는데 채취소가 있어요.”

“흠...”


원재도 이은지의 본진을 확인했을 때, 승아는 원재에게 다가가 둘만 들을 수 있는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 오빠. 저 언니 실력, 정미나 미연이 정도도 안돼요.

- 그럼 어느 정도야?

- 하수연?

- 걔가 누구야? 난 모르겠는데?

- 있어요. 게임 진짜 못하면서 프로팀에서 1년 6개월동안 버틴 애가.


승아는 하수연을 이야기하며 눈에서 약간의 증오를 드러냈다.


하수연.

2013~14년 사이 우주전쟁2 리그에서 데뷔한 여자선수였다. 빌드는 오직 2관문 기계전사 푸쉬. 캐논포도 쓰지 않았다. 가스도 캐지 않았다. 오직 기계전사.


문제는 우주전쟁 2에서는 기계전사가 상대적으로 약화된 유닛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사람들의 평균 피지컬도 높아지고, 게임을 보는 눈과 작전들도 달라졌다.


그런데 오직 2기계전사 푸쉬만을 고집했다. 할줄 아는게 그거밖에 없으니까. 그래도 하수연이 있는 옵티머스 팀은 워낙 선수층이 낮은편이라 가끔 출전하기는 했다. 그리고 귀신같이 2관문 기계전사 러쉬만 고집하다가 졌다.


그것이 반복되자 안되겠는지 게임아나운서로 전향했지만, 어버버 거리는 더듬거림으로 제대로 말도 못하고 다시 하겠습니다. 라는 말과 버벅거림이 생방송에서 여러번 나올 정도로 문제가 있게 자주 버벅대는데도 누가 밀어주는지 게임이 끝나고 인터뷰 아나운서로 몇달간 활동을 했었다.


하지만 누군가 밀어준다고 해도 최소한의 한도가 있는 법. 일반 사람들보다도 말을 못하는 그녀의 언어실력은 하수연을 우주전쟁 판에 선수뿐 아니라 아나운서로도 더이상 발붙이지 못하게 했다.


그저 그렇게 사라진 뒤에 인터넷으로 파티사진, 수영장 사진, 여행사진등을 올리는 평범한 된장녀로 활동하는 하수연. 그런데 웃기게도 하수연을 검색하면 그 뒤로도 전 프로게이머라고 포탈에 떴다. 승아는 당시 힘든 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정말 어이가 없었다. 프로게이머라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승아에게 여성 게이머에 대한 편견을 더 심어준 그런 게이머같지도 않은 여성게이머들이 자신의 프로필에 당당히 전 프로게이머라고 걸어두고 있다니. 정미나 미연이 정도면 그래도 이해를 했다. 그들은 그래도 열심히 게임에 혼을 담았으니까.


그런데 하수연은 아니었다. 오직 자신의 이력만들기와 이미지 메이킹, 다른 일을 위한 발판으로만 우주전쟁을 생각했다.


그런 게이머들의 표본이 되는 사람이 하수연이었다. 그 뒤로도 무슨 헬륨인가 하는 그룹의 여성멤버가 똑같은 전철을 밟다 사라졌고, 그외에도 그런 여성 프로게이머 코스프레를 하는 사람들의 러쉬가 이어지면서 그렇지 않아도 산소호흡기를 꽂은 채로 겨우겨우 명맥을 유지하던 여성부 리그는 한번 방송에 나온 뒤 그 실체가 공개되면서 완전히 그 호흡기를 떼버리게 되었었다.


승아는 이은지에게서 그런 하수연의 그림자를 보았기에 오늘 승리한 것과는 다르게 별로 좋은 실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외모에 신경쓰는 게이머라는 것을 보고는 하수연이 생각나 얼굴을 찌뿌리게 되었던 것이었다.


원재는 하수연을 이야기하는 승아의 말에서 약간의 증오와 같은 감정을 느껴서 물어보려고 했지만 길이의 외침에 TV로 시선이 돌아갔다.


“어! 호진형이다!”

“드디어 나오나요!”


경기에 호진이 나오자 팀원들은 TV에 더 열중했다.


“김칠구와 호진이라... 승아야. 누가 이길 것 같아?”

“우웅.. 글쎄요?”

“글쎄 그러지 말고.. ”

“아무래도 호진오빠가..”

“그치? 호진이가 이기겠지?”

“지겠네요.”

“응?”


동운의 질문에 승아는 호진이 질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봐요. 지난 시즌이랑 똑같은 전략 쓰고 있잖아요. 이성에서 저거 분석 안했겠어요? 게다가 김칠구인데.”

“아.. 하긴. 원재형한테 원사이드하게 져서 그렇지 나름 준우승자지. 쟤.”


게임이 진행되면서 승아의 분석대로 곧 칠구가 새 전략을 꺼내들어 호진의 기계모함 전략을 부수자, 승아는 고개를 저었다. 호진이 너무 걱정되었다.


‘아.. 호진오빠.. 전화 한번 해 줘야겠다. 너무 전략이 한가지야..’


승아는 이성과 한국항공의 경기를 보면서 이번 시즌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성에 새로 영입한 선수들이 얼마나 잘 하는지를 승아는 보았는데, 승아에게는 그들의 약점이 보였다.


최정일과 진정근은 전략과 심리전 등으로 게임을 진행했지만, 승아보다 빠른 피지컬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승아는 상대가 전략을 알아도 막지 못하는 평범한 빌드로 그들을 만난다면 누를 생각이었다.


안창훈? 안창훈은 더더욱 문제가 없어보였다. 하수연같은 이은지에게도 지는 안창훈이라면, 자신이 이은지보다 더 날카로운 빌드를 깎아내어 시전하면 될 것이었다.


이번 시즌도 승아는 자신이 넘쳤다.


***


다음 날.

우주전쟁 리그 경기장.


XK 마르스가 붙은 팀은 X-게임넷이었다. X-게임넷은 이번 리그에 진이슬 로즈의 김길용을 영입하면서 기계 라인까지 보강한 강팀으로 분석되고 있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이번 리그의 우승팀으로 X-게임넷을 꼽는 팬들이 제일 많았다.


- 김길용, 지성철 투탑에 김선생이랑 몇몇 떨거지들이 인간종족 맡아주면 완전체 아님?

- 이번 시즌은 X-게임넷 기대해 봐도 될 듯.

- 그래도 윤승아가 있는 XK 마르스가 세지 않냐?

- 승아빠 즐. 윤승아가 잘해도 서원재 은퇴했는데 어쩔거임.

- ㅇㅇ. 포시도 아니고 승자연전방식이 아닌 엔트리 방식인데 윤승아 혼자 다 못함.

- 지성철이 그동안 당해왔던 마음을 이제 윤승아도 느껴야 할 듯.

- 안돼.. 승아쨩.!!!


대체적인 분위기로는 예전 X-게임넷이 지성철이 팀원들의 멱살을 어거지로 잡고 포스트 시즌에 올라가는 팀이었다면, 이번 시즌의 XK 마르스가 그런 팀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다수였다. 그만큼 선수로서의 서원재의 부재는 컸다.


XK 마르스의 최서연 감독은 원재와 팀원들과 같이 무대 뒤 대기석에서 무대앞의 팀 벤치로 나가면서 원재에게 물었다.


“원재씨, 이번 시즌.. 괜찮을까요?”

“네. 이깁니다. 우리가.”

“X-게임넷이 그렇게 강한데.. 아무래도 원재씨가.. 좀 없는게 커서..”

“팀원들을 믿으십시요. 감독님.”


원재는 팀원들과 같이 발걸음을 옮기며 미처 못 뱉은 말을 목구멍 안에서 굴렸다.


‘그리고.. 승아를 믿으십시요. 감독님. 승아는.. 최고입니다.’


작가의말

새로운 한주! 승아와 함께!

승아의 XK 마르스의 경기가 내일부터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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