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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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6.04.07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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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6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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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17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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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진(4)

DUMMY

승아가 학도에 이어 손 본 팀원은 동운이었다.


동운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호진과 함께 XK 마르스의 기계 라인을 책임지는 주전 멤버였는데, 팀에서는 동운이 이렇게 부진한 것은 심리적 요인이 크다고 보았다.


물론 그전에도 잘될때는 S급의 실력으로 원재나 승아 레벨의 실력을 보여주다가도, 어느새 갑자기 양민의 C급 실력을 보여주기도 했었지만, 그래도 S급의 실력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아 나름 패보다 승리가 많은, 그리고 강자를 상대로도 당당히 내밀 수 있는 XK 마르스의 주전 기계 카드가 손동운이였다.


그런데 최근은 계속해서 C급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같이 팀을 떠받치던 호진은 팀을 나가고, 혼자 기계라인을 책임져야 된다는 중압감에, 새 주장으로서 원재만큼 해야한다는 생각. 원재나 서연은 그것이 동운의 문제라고 보았다.


“오빠. 원재오빠가 오빠한테 뭐 이야기 했던 거 없어요?”

“음? 아.. 멘탈 문제라고 하더라. 주장이라고 부담감 가지지 말고, 기계종족 혼자라고 부담감 가지고 있는 걸 원재형이 알아서 그거 의식하지 말고 게임하라고 하는데.. 쉽지 않네.”

“음.. 또 그거 말고는요?”

“어? 그거 말고는 없었어. 감독님이야 뭐.. 힘내라고 잘 부탁한다고 하고. 원재형은 형이 있으니 부담을 갖지 말고 게임에 집중하라고 하는데.. 그게 되냐. 내가 주장인데 그래도.. 하하.”

“그리고는요?”

“그게 다야. 없어. 굳이 이야기하자면 전술에 있어서 예전 초창기처럼 기계전사 자주 활용하라는 정도?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고 이야기했지. 기계전사 다들 잘 막더라고. 그게 정말 다야. 끝.”

“흐우~우~~웅.”


승아는 동운의 말을 듣고 고개를 들며 눈살을 찌뿌렸다.


물론 원재가 말한 것도 단점일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을 왜 원재가 언급하지 않는지 승아는 의문이었다. 워낙 유명한 이야기인데.. 동운의 단점은 방송을 통해 나중에 널리 알려진 바가 있었다. 바로..


‘아?’


승아는 자꾸 깜박깜박하는 자신을 책망하며 오른손으로 가볍게 자신의 머리를 쳤다. 원재와 자신의 회귀 시기가 다르다는 것을 깜박한 것이었다.


생각해보니 당시 원재는 몰랐을 수도 있었다. 승아도 2년전 정도에 들었던 것이니까 말이다. 승아는 동운의 가장 중요한 단점을 알고 있었다. 이것은 회귀전 승아가 우주전쟁2 방송을 보면서 해설자로 변신했던 이종원이 하는 말을 듣고 알았던 사실이었다.


***


“이종원 해설이 오늘 경기를 보고 많이 안타까워 하는데요.”

“네. 제가 현역일 때 저런 초반 기계전사 러쉬에 많이 당해서 장기전을 끌고가지 못한적이 많았거든요. 특히 공식경기보다는 팀내 결정전에서 하도 당해서 진저리를 쳤죠. 알고도 못막았으니까요.”

“이종원 해설과 같은 팀이었다면.. 누구죠? 정호진 선수? 손동운 선수? 기계전사라면 손동운 선수인가요?”

“네. 동운이 형. 아니 손동운 선수가 아시다시피 기계전사를 잘 썼거든요. 그래서 매번 팀내 결정전에서 밀리곤 했죠.”

“그래서 연습을 열심히 하셨나요?”

“아뇨. 실력이 안되더라구요. 손동운 선수한테. 그래서 꼼수를 썼습니다. 그래서 팀내 결정전을 그 뒤로 자주 이겼죠.”


종원의 옆에 앉은 다른 해설은 종원을 보며 놀랬다.


“이종원 해설은 선수 때도 꼼수를 썼나요! 무슨 꼼수죠?”

“이 보세요! 꼼수라뇨! 방송에서.. 편법이라고 합시다.”

“아. 네. 편법. 하여튼 이종원 해설이 당시 손동운 선수에게 쓴 사악한! 수단이 무엇인가요?”

“사악하다뇨.. 하여튼 그때 썼던건 별건 아니었습니다. 그냥 같이 방 쓰는데 밥 먹으러 갈때 같이 안 간다던가.. 방을 어지른다든가.. 뭐 그랬죠.”

“아니 그게.. 무슨 꼼수입니까? 그건 그냥 이종원 해설이 인간성이 더럽다거나, 아니면 그냥 사람이 더럽다거나 그런거 아닙니까?”

“여러가지 의미로 말이죠.”


옆의 다른 해설이 거들자 얼른 종원은 해명에 나섰다.


“손동운 선수가 잘할땐 지성철 선수나 누구도 씹어먹을 경기력을 가지고 있다가, 못할때는 정말 못하는 다른팀 2군에게도 지고.. 그랬지 않습니까? 그게 본인은 바이오 리듬 탓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사실은 몸 관리를 제대로 못해서 컨디션이 들쭉날쭉 했던 거에요.”

“아..”

“그 당시엔 그래도 저도 그렇고 다른 게이머들도 숙소에서 밥 나오면 고기반찬 매일 먹는 맛에 가서 끼니는 놓치지 않았는데, 동운이 형은 매번 게임 연습하느라 연습실에 계속 처박혀 있고 그러면서 건강을 관리 못했어요. 그리고 성격이 예민하고 스테미너가 약한 것도 있어서 그냥 주변에 집중이 안되면 게임을 잘 못해요.”

“아. 그래서 경기중에 관객들 환호하면 찌뿌리고 그랬군요?”

“그랬죠.”


이야기를 듣던 다른 해설은 종원에게 말했다.


“그런데.. 말 그대로라면 이거.. 이종원 해설.. 진짜 나쁜 사람 아닙니까?”

“맞아. 진짜 나쁜사람이네 이거!”

“아니.. 팀내 결정전 때만 그랬고 대회땐 안그랬죠! 저도 팀원인데!”

“팀원한테 그렇게 합니까! 이거 안될사람이네!”

“왜요! 우리 앞에도 막 어지르고 이거 HOT5 뿌리고 그럴겁니까?”

“와.. 이거 말 한번 잘못 했다가 이거..”

“아.. 진짜 지금보니 손동운 선수가 이렇게 방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개인리그 우승도 하고 그런게 정말 대단한 거였네! 이거 이종원씨 가까이 하면 안될 사람이네! 여러분!! 조심하세요! 이 사람이 이런 사람입니다!”

“......”


***


승아는 당시 종원의 해설을 떠올리며 정작 동운의 문제점을 원재가 이야기해주지 않은 것을 알았다. 아마도 몰랐을 터였다. 그렇게 잘하던 선수가 못하는 것에 멘탈 말고 다른 이유가 있을 줄 어떻게 알 수 있었으랴.. 지금 멘탈이 붕괴된 것도 사실은 다 자신을 관리하지 못해서 그런 것 아닌가!


“동운오빠.”

“응?”

“제가 오빠한테 말하는 거 지키면, 잘 될 수 있는데.. 좀 지키기가 어려워요. 그래도 해보실래요?”

“어?”


동운은 승아가 무슨 말을 할지 몰랐지만 승아가 진지하다는 낯빛으로 이야기해오자 덩달아 진지해졌다.


“뭔데?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시키는대로 다 할게. 하아... 그러지 않아도 2관문 기계전사 러쉬를 해도 안 먹히고 뭘 해도 안 먹혀서 지금.. 힘들어.”


동운의 말을 들은 승아는 바로 질문을 던졌다.


“오빠. 어제, 아침 몇시에 먹었어요?”

“응? 아침은 안 먹었는데?”

“점심은 몇시에?”

“점심은... 세시?”


세시라니.. 팀 내 식당에 음식이 하나도 남지 않을 시간이었다.


“뭘로 먹었어요?”

“CIVA빵에 우유?”

“.......저녁은요?”

“안 먹었던가? 먹었던가... 아! 소보루빵 하나 먹었다. 연습하느라 정신이 없었어. 하하.”

“.............”


역시 생각한대로라는 생각에 승아는 작은 입으로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오빠. 오빠가 지켜야 할 건 일단 세가지에요. 첫번째. 세끼를 팀원들과 같이 제시간에 먹기. 둘째. 잠 제때 자기. 셋째. 맘편히 먹고 허리와 손목 등 관리. 병원진료는 필수에요!”

“그.. 니가 왜 오빠 밥 먹는거랑 자는거까지 관리해? 애인도 아니면서..”

“오빠! 시키는거 다 한다면서요!”

“어.. 어... 그래.”


승아가 몰아세우자 동운은 머뭇거리며 그렇다고 대답하고 말았다.


“잠 제때 자고, 먹을거 제때 잘 먹고, 몸 관리 잘하면 오빤 성적 올라가요. 그리고 정 안되면 내가 기계 종족 해 줄테니까! 부담 가지지 말구요. 알았죠? 그리고 병원가서 손목 관리도 잘 받구요. 손목은.. 중요하니까요.”

“그.. 네가 손목에 아대 한 것도 그런거지?”

“네. 이거 조금 편하더라구요. 확실히 손에 힘이 더 들어가도 손이 편해요. 그리고 이거 이거 쓰면 더 편해요. 아! 오빠도 써요 이거.”


승아는 마우스 패드를 가리키며 이야기했다.


“이거 학도 오빠가 준 마우스 패드인데, 좀 화려하긴 한데 손목은 진짜 편해요. 오빠도 하나 학도 오빠한테 받아서 써봐요. 우리나라엔 아직 없는거래요. 세갠가 더 있댔나? 오빠면 하나 줄 거에요. 안주면 제 이름 대요.”


승아의 이야기를 듣고 승아가 가리킨 승아의 연습실 책상을 본 동운은 기겁하고 말았다. 거기에는 학도가 승아의 손목을 걱정하여 준 마우스 패드가 있었다. 마우스 패드는 손목을 아프지 않게 하기 위해 젤이 손목 부분의 아래와 양쪽에 마치 낙타 등의 사이에 손목을 넣는 것 마냥 편하게 무게를 받칠 수 있는 젤 재질로 되어있었다. 확실히 손목이 편해 보이기는 했다. 젤 타입 마우스 패드에 그려진 그림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승아야. 이.. 이거 그림..”

“아 이거요? 헤에.. 뭐.. 헐벗은 것도 아닌데 어때요. 뭐.. 얘 표정이 조금 멍하긴 한데.. 그만큼 집중해서 게임하면 얘처럼 표정이 멍해지려나요? 헷..”

“그게... 그래도..”

“아.. 젤인데요 뭐. 이거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이상한거죠. 그냥 마우스 패드에요. 손목도 편하고.. 디자인이 다른 것도 있었으면 했는데, 뭐 우리나라에 아직 없으니 어쩔 수 있나요. 이거 젤 손목도 편하고 좋아요. 오빠도 밥 잘 챙겨먹고 이걸로 손목 편하게 하면 체력적으로 부담 없이 잘 될거에요. 그럼 오빠 컨디션도 잘 나올거구요! 알았죠? 이걸로 오빠도 써요. 저도 내일 대회부턴 이걸로 가지고 가려구요!”


승아는 동운과 이야기하면서 손목부분에 낙타처럼 봉긋이 솟아있는 젤 타입 마우스 패드가 마음에 든다는 듯 손목으로 계속 젤을 눌러댔다.


그것을 보는 동운은 저절로 얼굴이 붉어졌다.

동운은 저 마우스 패드를 자신이 쓸 생각을 하니 멘탈이 안드로메다까지 치솟는 기분이었다.


- 김학도 이 자식.. 위험해. 어떻게든 처치하지 않으면..


학도가 가져온 젤 타입 마우스 패드가 손목이 편하기는 했다. 단지 모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그려져 있고, 손목 부분에 쌍봉낙타처럼 봉긋이 솟아올라 젤이 담긴 부분이 여성 캐릭터의 가슴 부분이 그려져 있다는 것만 빼면.


저 마우스 패드로 경기에 나갈 생각을 하니 동운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아이템 거래는 아이템 카이에서 하세요! 뿅뿅!’을 외치는 아이템카이 제노스보다 더 쪽팔릴 터였다.


-아직 어린 승아가 뭘 알랴.. 이걸 일본에서 사온 학도를 족쳐야 해!!!


동운은 살기어린 마음으로 멘탈을 부여잡고 학도를 찾으면 기필코 응징하겠다고 생각했다.



한편, 학도는 자신의 방에서 일본에서 전에 사온 콜렉션들을 정리하며 왠지 모를 스산함을 느꼈다.


“누가 내 얘길 하나? 뭔가 나를 노리는 기관의 음모 같은게 느껴지는데... 에이. 착각이겠지.”


폭풍전야를 예감한 학도의 육감이었다.


작가의말

모두 손목 부상을 위해 젤 타입 마우스 패드를 구매합시다.

푹신푹신 손목안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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