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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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6.04.07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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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9.30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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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프로리그와 개인리그를 병행하는 일정이 계속되면서, 팀 순위에도 변화가 있었다. 현재 10개 팀으로 운영되는 리그가 하루에 8개팀의 경기가 이루어지면서 1주에 5회정도의 게임을 각 팀마다 배정받아 하고 있는데, 지속되는 일정에 선수들은 많이 지쳐있었다.


특히 승아의 경우에는 개인리그와 함께 프로리그를 병행하느라 더 많이 지쳐있었는데 컨디션 조절을 많이 힘들어했다. 승아는 회귀전에는 프로리그 출전 자체를 거의 하지 않을 정도로 그냥 마스코트의 역할만 했었다. 그렇기에 체력이나 일정에 문제가 전혀 없었던것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달랐다. 나이도 어려 체력도 낮은데다가, 개인리그 뒤 프로리그, 다시 다음날 개인리그 뒤 프로리그, 그다음날 프로리그 등을 연속하여 하면서 승아는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팀이 4위와 6위 사이를 오가면서 포스트 시즌에 올라갈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계속 게임을 하다보니, 승아는 계속해서 시즌을 포기할 수 없었다. 원재는 이번 시즌을 넘기자고 했지만, 4위안에 들어서 포스트 시즌에 팀이 갈 수 있는 것이 보이고, 올라가면 승자연전 방식이라 우승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하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승아는 프로리그 매 경기마다 이기면서 연승을 이어갔다. 이미 16연승. 몇번만 더 이기면 지난 시즌의 기록을 갈아치울 태세였다.


팀원들이 이기든 지든 승아는 계속 승리를 이어가며 강행군을 이어갔다. 때로는 단기전 승리로, 때로는 장기전 승리로 팀의 1승에 기여하고자 계속 승아는 경기를 치르고 있었다.

더군다나 원재가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관계로 팀의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없다보니 승아는 팀의 매 경기마다 자신이 무언가 해야한다는 생각에 부담감을 안고 계속 경기를 치렀다.


- 내가 이겨야 돼.

- 내가 계속 이겨왔으니까. 지면 안돼.


그렇게 해서 현재 팀 순위 4위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아직 경기가 더 남은 상태. 승아는 오늘 팀 경기가 치루어지는 경기장에 가기 직전에도 아침부터 점심이후 지금까지 내내 연습실에서 곰인형 토미를 옆에 내려놓고 손을 풀면서 빌드를 점검할 정도로 열성이었다. 게다가 내일은 호진과 개인리그 4강전 경기가 낮에, 프로리그 경기가 저녁에 이어지는 강행군 일정이었다.


마치 한번 지기라도 하면 큰일나는 것처럼, 그렇게 승아는 프로리그와 개인리그의 일정을 이어가면서 체력도 정신도 방전되어가고 있었다. 원재라도 옆에 있었으면 승아의 부담도 덜할 뿐더러 승아의 이상을 캐치할 수 있었겠지만, 자신의 몸을 돌보지 못하고 강행군을 한 지금 드디어 사달이 나고 말았다.


“푸으~~~으에취!! 큐흡...”


열을 동반한 감기몸살이었다.


사람의 몸이란 것은 생각보다 예민해서, 정신적으로 압박받은 상태에서 많은 일을 하게 되면 몸이 먼저 쉬어야 겠다고 신호를 보낸다. 지금 승아도 그런 압박을 받아서인지 날씨가 풀리는 5월인데도 몸이 으슬으슬 떨리면서 목 깊은곳에서 우러나오는 기침이 터져나왔다. 투명한 액이 같이 코에서 나온 것은 덤. 승아는 누가 볼새라 얼른 코를 닦아냈지만 지끈지끈 아파오는 머리는 어찌할 수가 없었다.


“으우웅...”


승아는 게임을 연습하다 말고 책상에 머리를 박았다. 머리가 평소보다 무게가 무거운 것 같았다. 목에 있는 근육들이 목위의 장식을 지탱하지 못하는 느낌이 들면서 목을 아래로 숙였다. 그렇게 얼마간 시간이 흘렀을까.


승아의 이상을 제일 먼저 감지한 것은 같은 팀의 주장, 손동운이었다.


“승아야. 자? 어디 안좋니?”

“으우.. 아니에요.. 쿨쩍...흡.. 으에취이!!!”

“얼굴은 왜이리 빨개? 몸이 좀 안좋은 것 같은데? 감기야?”


동운은 승아가 엎드려 있다가 고개를 들자 승아의 코에서 흘러나온 투명한 콧물이 승아가 숨을 쿨쩍 들이마시며 다시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목격했지만, 굳이 콧물을 먼저 이야기해주지는 않았다. 그래도 승아도 숙녀인데, ‘너 코에서 콧물이 1센치미터 정도 내려 왔다가 다시 들어갔는데?’ 라고 말해줄 수는 없지 않은가! 다행히 승아가 곧 기침을 해서 감기냐고 물어볼 수 있었다.


승아의 붉은 얼굴이나, 가까이 있어도 느껴질 이마의 열, 그리고 콧물과 기침. 이 3가지가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감기몸살.

승아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뗀 동운은 몹시 놀랐다. 승아의 이마가 마치 휴대용 핫팩에 손을 댄 것으로 잠시 착각할 정도로 뜨거웠기 때문이다.


“상태 심각해 보이는데.. 너 이마가 불덩이야!”

“죽지 않아요. 대충 박카스 먹고 달리면 돼요.”

“감기약을 먹어야지. 내가 지금 가져올...”

“아뇨! 그거 먹으면 이따 경기할 때 졸 수 있어요. 전 안먹을래요.”

“휴우.. 그럼 일단 지금 연습 쉬고. 경기장 갈때까지 좀 누워있어. 이건 해. 알았지?”

“그치만 연습을...”

“충분해. 충분. 자. 저쪽 쇼파에라도 좀 누워. 이동할때 깨울테니까.”


승아는 동운의 말에 따라 쇼파에 누워서 눕자마자 정신을 잃었다. 쇼파에 누워 자는 것인지 열로 정신을 잃은 것인지 모를 승아를 쳐다보는 동운은 마음이 착잡했다.


팀원으로서 승아의 건강을 생각해야 했지만, 주장으로서 경기도 생각해야 했다.

경기 자체가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지만 오늘의 경기는 평소와 달랐다.


오늘의 경기가 3위인 X게임넷과의 경기라서 이 경기를 지게 된다면 5위로 다시 떨어지고, 이후의 경기가 강팀들이 많은 XK 마르스는 경기를 제대로 하기 힘들어진다는 것이 문제였다. 승아를 제외하고는 동운 자신과 상욱, 학도 정도가 조금 경기력이 올라와 있는 상태인데, 그 셋중에 이번 시즌에 그나마 승리가 패보다 많은 사람은 상욱 정도였다. 신기하게도 7전 4선승제에서 3승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상황.


매번 질 때마다 원재형만 있었으면 3선승 하고 에이스 결정전도 이겼을 텐데.. 하는 마음이 들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원재 한명이 빠졌다고 이렇게 힘들 줄이야.


오늘의 엔트리 또한 XK 마르스에 그다지 좋은 엔트리는 아니었다. X-게임넷의 지성철을 길이나 용갑이와 붙여서 한게임을 버렸어야 했는데, 4세트에 지성철과 승아가 붙는 대진이 되면서 X-게임넷도, XK 마르스도 좋은 대진이 아니었다. 서로 잘하는 두 선수의 대결에서는 누군가가 한명은 지기 때문에, 그 팀은 1승 카드가 1패 카드로 바뀌면서 그날 경기가 힘들어지게 된다. 그런면에서 승아와 지성철이 맞대결을 한다는 것은 양 팀에 있어서 좋은 경기가 아니었다.


처음에야 요즘 연승을 달리고 있고 물이 오른 승아가 당연히 지성철도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동운이었지만, 지금 몸상태만 보자면 승아가 지성철은 커녕 김지훈이나 선승엽이랑 붙었어도 이길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에휴.. 생각하면 뭐하냐. 일단 가자. 가.”


동운은 프로리그 경기를 위해 최서연 감독과 팀원들과 함께 경기장으로 이동할 준비를 시작했다.


***


“승아야. 승아야!!”

“승아야. 네 차례야. 일어나!”

“우.. 우웅?”


승아가 눈을 뜬 것은 경기장의 팀 대기석이었다. 분명히 자신은 팀 연습실의 쇼파에서 잠들었는데, 눈을 뜨니 경기가 한창인 경기장의 팀 대기석이었다. 주변이 관객들의 열기로 가득차고, 앞에 대형 전광판이 보이고 게임 부스가 양쪽에 보이는 것으로 보아 게임이 진행되는 경기장인 것은 확실했다.


“우웅? 난 분명히 연습실에서 잤는데?”

“너 피곤해 보이길래 우리가 너 통째로 들고 왔다.”

“생각보단 가볍던데? 좀 많이 먹어야 크겠어.”

“어휴. 형. 가볍긴요. 전 무거워 죽는줄 알았는데.”

“그건 니가 운동을 안해서 힘이 없는 거고. 승아 정도면 가볍지.”

“어라? 형? ‘승아 정도면 가볍지?’ 그러면 다른 여자분 업어 보신적 있다는 건데..”

“어? 동운이 형. 여친 있어요?”

“우와~!!”


승아는 막 잠에서 깬 데다가 정신없이 주변에서 떠들자 뭐가 뭔지 더 모르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저기. 오빠들? 이게 무슨..”

“아. 보이는대로야. 너 피곤해 보이길래 그냥 쇼파에서 자던거 그대로 우리가 차에 태우고 경기장까지 업고 왔다.”

“네에? 그럼 관객들에게 인사는..”

“응? 그거? 상욱이가 너 업고 인사했어. 그전까지는 번갈아서 업었고.”

“그리고 너 지금까지 계속 엎드려 자다가 이제 네 차례 되서 깨운거야.”

“그런데.. 게임 계속 할수 있겠어?”


동운이 승아를 보며 걱정스레 이야기하자 승아는 아직도 졸린 눈을 살짝 비비며 고개를 끄덕였다.


“해야죠. 그래도 기권할 수는 없잖아요. 프로인데.”

“으응..”

“제 차례죠? 지금 몇대몇이에요?”

“1:2야. 지금 상욱이가 이기고, 길이랑 종원이가 졌어.”


그렇게 상황을 알아보던 중 옆에서 운영 요원이 승아에게 다가와 소리쳤다.


“윤승아 선수!!! 지금 나가셔야 합니다!!!”

“네!!! 가요!!!!”


천천히 팀원들과 이야기하던 승아는 잠에서 깨자마자 자신의 차례가 와서 부스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승아는 부스로 곰인형 토미를 안고 가다가 토미를 놓고 다시 허겁지겁 팀 대기석으로 돌아갔다.


“아~ 윤승아 선수. 갑자기 다시 부스에서 나와 팀 대기석으로 가는데요.”

“무언가 잊고 온 것이 있나요?”

“가방을 하나 가지고 오는데요.. 아.. 저건? 키보드와 마우스가 아닙니까?”

“아.. 윤승아 선수. 오늘 업혀들어와서 잠만 자다가 일어나서 정신이 없는 모양입니다. 장비를 안가지고 들어가다뇨.”

“부스에 인형은 가지고 들어갔는데 장비를 가지고 들어가는 것을 깜박하다니요.”

“하하. 그래도 이런 것을 보니 윤승아 선수가 이제 좀 나이대의 여학생으로 보이네요. 그동안 너무 완벽한 경기력으로 사람같이 안보였거든요.”

“인간미가 느껴지는 윤승아 선수의 실수에 관객들도 웃음으로 화답합니다.”


관객들 또한 승아를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승아의 팬클럽에서도 많은 수가 왔는지 객석에 승아를 응원하는 플랜카드와 응원문구가 많이 눈에 띄었다.


- 우리 승아님 오늘 업혀 들어올때 무슨 큰일 났나 했는데 그냥 졸린건가?

- 근데 잔다고 해도 저 환한 무대에서 인사하고 시끄러운데 계속 최상욱 어깨에 업혀서 잤잖아. 들어와서 내내.

- 최상욱 근데 생각해보니깐 감히 우리 승아님 옥체에 손을 대?

- 그러고 보니 그러네? 최상욱 내가 가서 조질까?

- 아서라. 넌 가면 최상욱 한방거리임.

- 쳇.. 말도 못함?

- 그래서 다른애가 안업고 나오고 최상욱이 업고 나온건가? 문신으로 압도해서 뒷말 안나오게?

- 그런듯. 김학도가 업고 나왔으면 진짜..

- 으으... 진짜 상상만 해도 끔찍. 그 오타쿠가 승아님의 옥체에 손을 댄다니..

- 이 적그리스도 사탄 같은 색히. 뭘 생각한거냐?

- 니가 생각한 그거?


관객들은 아직까지 승아의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관객이 없어서인지 승아가 그저 잠이 많다고 생각할 뿐, 승아가 감기에 걸려서 몸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챈 사람은 거의 없었다.


TV로 생방송 화면을 보고 있는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얼굴이 빨간데.. 감기 걸린거 아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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