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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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6.04.07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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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6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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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9.0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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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격 (5)

DUMMY

승아마저 경기를 이기자 XK 마르스의 선수들의 머릿속에는 오늘은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차오르고 있었다. 3:1이 된 순간, XK 마르스 선수들은 이미 승리를 예감했다. 중요한 것은 누가 최종 승리를 거두고 오늘의 승리를 견인하느냐였다.


5세트는 학도, 6세트는 동운이었다. 그 둘중 한명만 이겨도 승리, 그렇지 않아도 에결에는 XK 마르스의 승리의 여신, 승아가 있었다.


학도가 덕분에 부스에 기분좋게 나간 반면, 아이템카이는 이미 진 듯 침울해졌다.


“제길.. 1:3이라고... 앞으로 두판 다 이겨도 윤승아 나오잖아.”

“윤승아 나오면 우린 누가 나가야 되죠, 쇼 형?”

“글쎄.. 원래대로라면 정민이가 나갈까 했는데.. 은호도 좋고.. 아니 그런데 일단 두경기를 이겨야 나가지...”


아이템카이의 주장인 최관원을 비롯한 팀원들은 분위기가 어수선해졌지만, 일단 5경기에 나간 김은호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김은호는 이정민과 같이 팀의 에이스. 충분히 이길 수 있었다. 게다가 상대는 최근 부진한 변태, 아니 오타쿠인 김학도.


“김학도 선수, 오늘도 그 마우스 패드를 들고 나왔네요.”

“아. 네.. 정식 명칭은 ‘젤 타입 마우스 패드’ 라고 하네요. 이게 손목에 무리가 가지 않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

“...........”


해설진들이 말을 하자 카메라가 학도의 마우스 패드를 다시금 조명해 주었고, 해설진들은 말을 하다가 잠시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더이상 말하다가는 카메라 감독이 그곳을 계속 찍어서 뭐라고 말을 해도 거시기가 거시기한 사태만이 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네. 일단 김학도 선수는 팀이 3:1로 이기는 만큼 마음이 편한지 얼굴에 미소를 띄고 마우스 패드를 문지르며 세팅을 하고 있...”

“.........”


승아가 그 마우스 패드를 쓸 때와, 학도가 마우스 패드를 쓸 때에는 도저히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차이가 있었다. 학도에 대한 언급을 어떻게든 피하라는 지시를 연락받은 해설진들은 바로 김은호에 대해 해설하기 시작했다.


“1:3으로 지고 있는 아이템카이 제노스지만 김은호 선수는 김학도 선수에 대한 상대전적도 좋고, 괴물 동족전 성적도 좋은 편입니다.”

“피의 능선에서 괴물 동족전이라면 아무래도 능선을 이용한 가시괴물 싸움이나 하피 싸움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경기! 시작합니다!”


바로 시작된 경기에서 좌우 양쪽에 있는 시작지점에서 시작한 둘은 빌드가 갈렸다. 학도는 승아에게 배운대로 3소굴 라미아를 준비해 두었기에 소굴 멀티를 두군데에 연속해서 이어가며 연못 없는 멀티를 진행하려 했다. 일단 앞마당 멀티부터 만든 학도는 곧 일꾼을 두번째 멀티 자리로 보내기 시작했다. 학도가 하려는 것은 자원을 다수 확보하여 라미아와 가시괴물로 능선을 장악해서 전투에서 승리하려는 것. 문제는...


“김은호, 9일꾼 사냥개 러쉬인데요! 사냥개 뜁니다!”

“김학도도 연못을 짓.. 지 않습니다! 소굴을 하나더!”

“이러면 김학도, 게임 터집니다! 왜 소굴을 더 짓죠?”

“김학도가 김은호의 연못을 못봤나요?”

“분명히 비올란테 정찰이 아까 김은호의 입구로 간 것 같았는데요. 보세요. 비올란테가 김은호의 본진 입구에 떠 있거든요.”

“설마 사냥개가 나오는 걸 못봤나요?”

“설마요.”


그 설마였다. 학도는 승아에게 기계적으로 교육받다보니 노연못 3소굴 빌드에 손이 익어 있었고, 상대가 어떻게 나오든 일단 자신의 빌드를 올리고 있었다. 사냥개들이 들이닥치자 학도는 어쩔줄 모르는 채로 어버버 거리며 바로 GG를 치고 게임을 포기했다. 학도는 피지컬도 어느정도 되고 이제는 게임이 손에 익었지만, 여전히 창의적인 센스가 없었다. 항상 무언가 부족한 바로 그 플레이, 일명 학도같은 플레이였다.


그렇게 학도가 지고 돌아오자, 팀원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냥개 나오는거 못봤어?”

“하하. 못봤어.”

“......에휴.”


오늘 경기를 진 종원마저 학도의 빌드에는 한숨을 내쉴 수 밖에 없었다. 학도의 플레이를 본 승아도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런데 학도오빠, 저걸 못 보는게 가능한 건가? 경기 중후반도 아니고 시작지점인데?’


조금 잘 하는가 싶더니 결국 정해진 패턴대로 게임을 하는 것에 불과했다면, 앞으로도 얼마나 연습을 해야 학도가 잘 할 수 있을지 승아는 감이 잡히지 않았다.


학도의 상대가 김은호라서 처음부터 경기를 이기기 힘들지도 모를 것으로 예상했다면, 6번째 아이템카이의 선수는 계창업. 계창업은 특이한 이력을 가진 선수였다. 계창업은 표대환과 친구로서 아이템카이 게임단에 놀러왔다가, 표대환의 추천으로 들어오게 된 경우였다. 원래는 DDR, 펌프 등 오락실 리듬게임을 즐겨하던 계창업은 표대환과 같이 가끔 우주전쟁을 즐기다가 팀에 들어오게 되었다. 아이템카이는 어차피 팀원들에게 큰 돈을 주고 있지 않은만큼, 계창업을 2군 개념으로 일단 영입했다.


그런데 의외로 계창업이 다른 팀원들 만큼의 실력을 보여주자, 주전으로 자주 내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최근 페이스를 회복하고 있는 손동운.


동운의 부진은 전에도 승아에게 지적받았다시피 개인 페이스의 문제였다. 최근 잠을 제때 자고, 먹을 것을 제때 잘 챙겨 먹으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린 손동운, 그리고 뒤에 승아가 있다는 자신감으로 멘탈을 잡은 손동운은 확실히 강했다.


“손동운! 강하게 밀어붙이는데요?”

“예전의 손동운이 포스가 나오는데요! 아.. 계창업, 랜덤으로 기발한 전략들을 잘 들고 나오는 계창업이지만 기계종족을 골라 동족전이 된 상황에서는 확실히 동족전에 강한 손동운의 실력이 나오고 있어요.”

“계창업 선수가 지난번 경기에서는 마치 윤승아 선수처럼 일꾼 + 소총병 러쉬를 해서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었었는데 오늘은 손동운 선수의 기계전사에 초반부터 흔들리더니 뒤이은 아크에 수비하기 급급하네요.”

“지지!!! 손동운 선수가 계창업 선수를 이기면서 XK 마르스가 4:2로 승리를 가져갑니다!”


XK 마르스가 아이템카이를 이겼지만 앞으로 갈 길이 멀었다. 리그 초반에 패배를 하도 많이 해서 이제 많은 경기를 이겨야만 했다. 포스트 시즌까지 올라가기 위해서는 동운 뿐 아니라 학도도 살아나야 했고, 다른 팀원들도 받쳐주어야 했다.


XK의 반격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


한편 근대 사이버 팀은 유명한 선수가 하나 있었다. 한광희.


이 선수는 실력으로 유명한 것은 아니었다. 실력은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는, 승률 40~60퍼 사이를 오가는 반타작 선수. 그렇다고 해서 플레이 스타일이 특별한 것도 아니었다. 승아처럼 초반을 주로 노리는 것도 아니고, 종원이처럼 장기전을 주로 가는 것도 아니었다.


한광희가 유명한 것은 다른 것이었다.


“아.. 우리 팀 뭐가 문제야?”

“뭐긴... 뭔가 확 잘하는 사람이 없잖아.”

“진영이 니가 잘하면 안되나?”

“야. 나도 잘하고 싶지. 그게 갑자기 잘 되냐? 니가 확 어떻게 좀 해주면 안되냐?”

“뭘 어떻게 해? 확 그냥 다른 게임단을 사 버려? XK 마르스 어때? 그럼 윤승아도 따라 올텐데. 아 내가 말하고도 죽인다. 그럼 우리 순위 올라가지 않겠어?”


광희는 진영이와 대화하면서 XK 마르스 게임단을 확 사버린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근대 사이버 프로 게임단에 테스트를 거치지 않고 연줄로 들어온 광희는 제법 큰 투자회사를 운영하는 아버지와 법조계에 있는 삼촌 등 집안이 빵빵한,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돈이 많은 게이머였다. 그런 광희가 게이머의 길을 선택한 것은 그저 재미있어 보여서.


돈을 벌기 위해서, 또는 유명해지기 위해서, 그리고 우주전쟁에 자신의 인생을 걸기 위해서 등등의 이유를 가진 일반적인 게이머와는 게임을 시작한 이유가 달랐다.


“아서라. 게임단 팔긴 하겠냐? XK도 대기업인데? 근데 광희 넌 이거 왜 하냐?”

“응? 왜 하긴. 재밌어서 하지.”

“........직업이 아니라 취미냐?”

“어? 어떻게 알았어? 난 이거 취미야. 직업은.. 뭐 그냥 백수?”

“.....재수없는 놈.”

“뭐.. 그런 말 많이 들어. 하지만 그런 말은 자신의 상태를 변화시킬 수 없는 사람들이나 하는 말이지.”

“...... 잘나셨어요, 그래.”

“하하하! 역시 나의 잘남을 인정하는 것은 내 친구 진영이, 너뿐이야.”

“절루가 임마.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게 더 재수없다.”


진영은 광희가 취미로 게이머를 하면서 유일하게 팀에서 마음을 터 놓고 대화할 수 있는 나이가 같은 친구였다. 광희는 넘쳐나는 돈과 시간으로 이것저것 해 보았지만 재미있는 것이 없었다. 그러다가 어느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을 찾았다. 바로 우주전쟁.


시간날 때 광희가 간간이 즐기던 우주전쟁은 술을 먹고 돈을 뿌리고 이성을 만나도 채워지지 않던 충족감을 광희에게 주었고, 광희는 게임에 몰두하다가 완전히 빠져서 아버지의 후광으로 프로게이머까지 되었다.


“진영아.”

“왜. 임마.”

“아까 네가 말한 것 말인데, 팀 진짜 하나 살까?”

“이 자식이. 농담도...... 진짜냐?”


진영은 광희의 얼굴을 보고 광희가 진심으로 이야기한다는 것을 느꼈다.


“어.”

“..............이 미친 색히... 니가 진심 그럴 수 있는 돈이 있다는것이 사실일 거라는게 더 놀랍다.”

“안되겠냐?”

“아까도 말했지만, XK도 대기업인데, 그게 되겠어? 걔들도 그거 돈보다는 홍보로 가져가는건데. 안 팔지.”

“그럼 선수를 살까?”

“아니 그건 우리 근대그룹에서 알아서 해야 할 일이고... 아씨, 너랑 이야기하다보니 돈에 대한 관념이 무너질 것 같다. 연습이나 해. 한광희.”

“음.. 역시 우주전쟁은 재밌어. 돈으로는 못사는게 재밌단 말야.”


광희는 우주전쟁에서 돈으로 살 수 없는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기존 온라인 게임에서는 초반에 몇천만원을 때려붓는 소박한 현질로 항상 최강템을 맞추고 빠른 렙업으로 피/엠 물약을 마구 숨쉬듯이 흡입하며 렙업하여 최강자가 되었었는데, 우주전쟁은 그러지 않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자신과 상대가 매 판마다 동등한 조건에서 서로 능력을 겨뤄야 하니까.


하지만 개인이 아닌 팀에 대해서는 다른 문제였다. 온라인 게임에서도 자신의 재력을 바탕으로 서버 1위 길드를 유지했던 광희는 현재 자신이 있는 근대 사이버가 약팀으로 분류된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개인의 전투는 공정하게 하지만, 환경마저 열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똑같이 한끼를 먹어도 비타민과 5대 영양소가 섞여있는 음식을 매 끼니 챙겨먹는 것과, 컵라면을 먹는 것은 같은 한끼니지만 미치는 영향이 틀렸다. 우주전쟁 팀만 해도 지난번 우승을 했던 XK 마르스는 많은 지원을 받아서인지 선수들의 실력이 조금씩 늘고 있었다.


반면 자신이 있는 근대 사이버는 대기업인 근대 치고는 지원이 거의 없는 상황. 연습실은 있지만 GT나 XK와 같은 강팀에 비하면 부족한 점이 많았다. 연습실의 지원에서나 선수의 질에서나 차이가 났다. 광희는 이것이 근대 사이버가 최강팀이 아니라서라고 생각했다. 기업에서도 잘나가는 파트는 지원이 더 늘어나지 않는가. 자신의 팀원들이 잘하는 선수들로 채워지고, 좋은 성적을 내면 자신도 좀더 좋은 환경에서 게임을 할 수 있을 것이고, 포스트 시즌 경험도 쌓을 수 있을 것이었다.


개인 실력이야 서서히 늘려가면서 강해지는 정직한 방식을 택하지만, 게임 외적으로 자신의 팀이 조금 더 잘하는 선수들로 채워지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자신이 아니어도 다른 팀에서도 선수들을 언젠가는 모을 것이 아닌가! 이왕 선수들이 돈에 따라 속한 팀을 옮길 수 있는 것이라면, 광희는 개인 돈을 써서라도 자신이 있는 팀을 1위로 만들고 싶었다.


마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바르셀로나나 레알 마드리드처럼, 센 팀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었다.


근대 사이버는 우주전쟁 판에 작은 변동을 예고하고 있었다.

취미로 프로게이머를 하는 누구 덕분에.


작가의말

한광희의 돈의 반격이 시작됩니다. 역시 자본주의는 돈이죠... 제길-_ㅠ

덥다고 창문열고 자면 저처럼 모니터에 침을 분무하게 됩니다... 으에취이!-_ㅠ

건강들 조심하셔요.

- 컴터 멈춰서 글쓰다 날리고 다시 쓴 작가 올림.


ps. 솔현님 붙여넣다가 본문 빠진 것 지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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