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나비효과 (2)

“믿음과 신뢰의 성민은행! 우리 가족같은 성민은행! 성민은행이 후원하는 우주전쟁 리그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오늘 XK 마르스와 GT 스타즈의 경기는 일방적으로 흘러가고 있네요.”

“네. 이건 너무 일방적인데요. 3세트 경기가 끝나고 4세트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 3대 0! 이렇게 일방적인 스코어가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두 팀은 통신사 라이벌인데다가 은근히 팬들도 서로의 강력함을 인정하면서도 상대는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요, 오늘 경기 전에는 양팀 감독의 인터뷰에서 분명 각자 팀의 승리를 자신하지 않았습니까?”

“양 팀 모두 감독의 신뢰를 받을 만큼의 선수들이 있죠. 윤승아 선수나 최상욱 선수는 많은 신뢰를 받고 있고, 손동운 선수도 최근 부진하지만 때때로 놀라운 경기력을 보여주었었죠. 정창환 선수, 이종현 선수는 말할것도 없습니다. 정창환 선수는 서원재 선수를 경기중 많이 몰아붙였던 선수가 아닙니까? 어느쪽이 일방적으로 이기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일방적이라니요. 4세트 경기가 진행되고는 있지만 이미 우위가 갈리고 있어요.”

“처음 예상에는 최근 팀의 분위기로 보아 GT 스타즈가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지금 일방적으로 상대를 이기고 있는 팀은 GT 스타즈가 아닌 XK 마르스였다. 처음 경기가 시작되기 얼마전 상대의 엔트리를 안 GT 스타즈의 감독은 이게 뭔가 싶었다. 상대가 자주 나오는 맵과 순서를 생각해서 나름 합리적으로 경기를 짰다.

‘윤승아랑 최상욱이 초반에 다 나오겠지. 1~3경기에 한명 더 나온다면 손동운? 우리는 3~5경기에 몰빵한다. 그렇다면 1~2경기를 다 지더라도, 할만하다. 윤승아와 겹칠 것 같은 1~3세트에는 창환이와 종현이를 내보내지 말고 4, 5세트에 배치해야지.’

그런 생각에 GT 스타즈는 두명의 에이스인 정창환을 4세트, 이종현을 5세트에 넣었다. 이종현의 안정적인 운영도 좋지만 정창환의 변칙적인 강함이 설령 0:3이 되더라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1~3세트의 선수들은 최은결, 박사헌, 오경수. 셋중 실력은 오경수, 최은결, 박사헌 순서로 나았지만 승아와 상욱이 출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1,2세트는 최은결과 박사헌으로 최대한 카드를 버리는 생각을 했다. 오경수는 괴물종족이니 기계종족의 손동운이 최근 자주 나온 3세트맵인 뫼비우스로 배치했다.

그런데 XK 마르스에서 1~3세트에 낸 선수는 차례로 제갈길, 김학도, 이종원.

1세트의 기계종족인 최은결은 상대가 제갈길인 것을 보고 방심하다가 사냥개 30마리 정도가 몰려오는 올인 공격에 당하고 말았고, 2세트의 박사헌은 무려 학도의 하피 짤짤이에 당하고 말았다. GT의 박사헌은 예전에 감독에게 빌붙어서 출전하던 정도의 실력에서 그다지 늘지 않고 평범한 앞마당 더블뒤 관문을 늘리려 했지만, 학도는 하피를 생산하여 박사헌의 수정만을 집중공략해서 기계 종족의 인구수가 막혀 전혀 생산이 불가능하게 한 뒤에, 일꾼을 잡아내었다. 아직 뻔히 보이는 전략에 체제변환이 익숙하지는 않지만, 세부적인 컨트롤만은 승아가 가르쳐준 대로 실력이 늘어나고 있는 학도였다.

3세트의 종원은 기계종족의 오경수를 만났다.

종원은 상욱이 출전할 것으로 보이던 잊혀진 사원 맵에 출전하였는데 오경수 또한 상대가 인간 종족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문제는 승아가 학도에게 가르쳐 최근 자주 선보인 3소굴 라미아 빌드를 탱크로 수비하는 ‘수비중시형 수면제 인간 종족’인 이종원에게 썼다는 것.

실력은 오경수가 종원이보다 미세하게 좋았지만, 종원도 나름 원재와 게임을 해 오면서 날카로운 맛은 없어도 꾸준히 수비하면서 경기를 길게 이끌어가는 실력은 있었다.

처음 언덕에 자리잡은 탱크로 상대를 막아내고, 오경수의 꾸준한 라미아 러쉬를 꾸역꾸역 막아냈다. 라미아와 가시괴물로 정면을 뚫기도 하고, 드랍을 하기도 한 오경수지만 종원은 방공포대와 참호, 탱크와 소총병으로 막아내면서 무려 1시간 10분동안 게임을 했다. 맵의 자원은 결국은 자원을 더 캐서 더이상의 유닛을 생산하지 못하게 된 오경수가 각종 유닛으로 몰아붙였지만 단단한 이종원의 방어를 뚫지 못하고 GG를 치게 되었다.

지금 이루어진 4세트 경기는 손동운과 정창환의 경기. 손동운이 잘하던 때도 있었지만 최근의 컨디션은 정창환이 확실히 좋다고 생각했다. 맵은 피의 능선.

초반 정창환은 언제나처럼 9일꾼 사냥개 러쉬로 살짝 찔러보았지만 손동운은 본진안에 관문을 짓고 기계전사를 1기 빠르게 생산하여 일꾼들과 같이 초반러쉬를 막아냈다. 문제는 정창환의 사냥개가 적당히 일꾼 한두기를 잡고 빠져줘야 하는데, 기계전사 컨트롤이 좋은 손동운의 컨트롤이 여기서 빛을 발해 그러지 못했다는 것.

“정창환, 초반 사냥개 6마리 찌르기로 일꾼 1마리를 잡습니다.”

“이미 이제 기계전사 하나가 나왔고 이제 관문 추가로 늘어나고 기계전사 1기는 더 나오거든요. 더이상의 피해는 기껏해야 일꾼 한두개 정도 예상되네요.”

정창환은 그런데 거기서 욕심을 부렸다. 똑같이 앞마당을 가는 체제가 아니라 쥐어짜는 소수 컨트롤에 능한 선수들끼리의 대결. 정창환이 잘하는 것은 사냥개와 라미아의 소수 컨트롤이었고, 초반에 피해를 조금씩 주고 누적시킨다면, 아니면 일단 사냥개를 살려서 손동운의 앞마당 멀티만 늦추더라도 이왕 가난한 것 가시괴물로 상대를 나오지 못하게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정창환은 일꾼을 더 잡으러 안쪽으로 들어갔고, 일꾼을 1기 더 잡아내기는 했지만 이미 퇴로가 건물로 막혀있었다. 손동운이 수정을 지으며 들어가는 입구를 막아버린 것이다.

“손동운, 입구에 수정 하나를 지으면서 좁은 입구를 막죠?”

“이러면 정창환의 사냥개가 나가지 못할 텐데요.”

“기계전사 컨트롤로 유명한 손동운, 오늘 컨디션 좋습니다. 기계전사 추가 생산한 뒤에 체력이 다한 기계전사를 뒤로 빼고 그 기계전사를 잡으려던 정창환의 사냥개를 다 잡아줬어요.”

“평소의 정창환이라면 아까전 초반에 일꾼 한두마리 잡고 뺀 다음에 더 병력을 찍어서 같이 들어왔을텐데 오늘 욕심이 좀 셌습니다.”

“손동운, 사냥개를 잡자마자 입구에 만들던 수정을 취소해서 다시 입구를 여네요.”

“적절한 조치죠?”

“네. 수정이 만들어지면 그 수정을 부수거나 수송선으로 병력을 옮겨야하는데 급하지 않은 이상 굳이 자신의 길을 자신이 막을 필요는 없거든요.”

창환은 자신의 사냥개가 잡히고 멀티가 늦었기에 병력을 더 뽑아서 몰아칠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왕 빨리 가스를 캔 것 가시괴물 하나를 뽑아 빠르게 상대의 입구를 봉인하고 자신이 멀티를 먼저 뜨거나 병력으로 압박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동운은 창환이 라미아굴을 올리고 라미아를 한두마리 뽑는 그 순간, 자신의 특기인 기계전사 컨트롤을 보여주었다. 기계전사 2기를 자신의 입구 부근에서 가시괴물 변태를 위해 미리 업그레이드가 완료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던 라미아에게 보내 서로 싸우게 한 뒤에, 컨트롤로 라미아를 움직여가며 원거리 공격으로 기계전사를 하나씩 찍어잡는데 창환이 정신이 팔린 사이에 기계전사 2기를 창환의 본진으로 보내 일꾼을 4마리나 잡아냈다. 기계전사가 잡히기는 했지만 이러면 제대로 손동운을 밀 수가 없다.

덕분에 다시 동운의 앞마당에 가시괴물로 변태한 라미아가 도달했을 때에는 캐논포 2개가 이미 건설된 뒤였다. 동운이 앞마당 멀티를 건설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앞마당 방어가 된 상황은 자신의 가시괴물 공격의도가 이미 막힌 것이라는 것을 의미했다.

- 후.. 조금 불리한가.

창환은 어쩔수없이 지금 뽑아둔 가시괴물을 동운의 본진에 드랍하여 공격하기 위해 비올란테 수송 업그레이드를 실시했다. 비올란테에 수송 업그레이드가 완료되는대로 바로 가시괴물을 안에 드랍해서 싸울 생각이었다.

창환은 현재 스코어가 예상외로 0:3으로 몰린만큼 자신의 차례에 기필코 이겨야했다. 그래야 에이스 결정전을 바라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얼마없는 관객들은 XK가 오늘 경기를 다 이긴 것이라 생각했다.

4세트에 정창환이 이긴다고 해도 5세트도 이종현과 최상욱의 경기가 있었다. 둘은 서로 정상급의 게이머들이지만, 최상욱이 이종현에 대해 승률이 6:1에 가까웠다. 정창환과 이종현이 다 이긴다고 해도 6세트는 이번시즌 불패의 윤승아. 이 난관을 모두 이겨내야 에이스 결정전에 도달한다. 그러면 에이스 결정전에 나올 선수는..

- 윤승아지. 에결 가봤자 윤승아 또 나올텐데.

- GT 진짜 오늘 완전히 말렸네. 아니 어떻게 정창환이 손동운한테 짐?

- 아직 끝난거 아님.

- 안 끝나긴. 이미 드랍할 줄 다 알고 멀티 안 뜨고 바로 투명안 가는데. 투명안에 아크로 이미 대기중인데 투명안 있는거 정창환은 모르고 드랍하려고 하잖아. 저거 하는 순간 게임 셋이다. 이미 들어오면 잡아먹을 준비 다 됐어.

- 그러네.

- 하튼 이건 XK 마르스 승리야. 이거 이기고 5세트 이기면 뭐하냐? 6세트 듣보잡이랑 윤승아인데. 그거 져도 7세트 에결 윤승아 또 나옴.

- 인정.

- 와.. 최상욱, 윤승아 안나오고 이기겠네. XK.

- 난 오늘 걍 여기서 갈란다. 어차피 민지가 지금 오라고 했음.

- 민지가 중요하냐, 스타가 중요하냐? 이거 보고 가야지.

- 둘 다 중요한데, 이건 정창환이 이기면 내가 정창환 아들이다.

- 정창환은 너같은 아들 두고싶지 않을 걸?

팬들의 생각대로 정창환은 드랍을 시도했다. 하지만 동운은 이미 창환이 드랍밖에 길이 없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있었다. 정면으로 들어오면 막을 수 있는 캐논포와 아크, 기계전사를 갖추고 있는데다가 동일한 멀티수로 동운 자신이 자원을 더 먹고 있다.

그러면 초반부터 조금씩 말린 정창환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하피견제나 드랍.

하지만 다시 정찰을 갔을 때 라미아들이 생산되는 것을 제대로 보았고, 그렇다면 드랍이었다. 그리고 관객들의 예측대로 드랍하는 것을 기다렸다가 한번에 감싸안아서 전멸시키고 XK 마르스의 4:0 승리를 이끌어냈다.

경기를 보던 원재는 어이가 없었다.

경험이나 쌓고 지라고 내보낸 엔트리로 상욱이나 승아가 출전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리그에서 앞서있는 GT 스타즈를 4:0으로 완파했다. 길이의 경우에는 운이 좀 따랐을지 모르지만 운도 실력.

종원이는 팀원들과 연습할때 손목 아프다면서 욕을 들으면서도 원재 자신이 추천해 준 수면제 방어를 제대로 보여주었고, 학도는 승아와 연습한 뒤에 조금씩 발전이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하피 짤짤이를 벌써 제대로 운용한다는 점이 컸다.

같은 승아의 빌드가 퍼졌다고 해도, 먼저 연습한 XK 마르스 선수들이 더 적절하게 운용했고, 또한 초반 러쉬에 대한 대응책도 손에 이미 익어있었다. 승아와 하도 연습하니까 자연스레 터득하게 된 것이었다. 승아와 자주 연습하는 학도는 더더욱 세부 컨트롤을 헛손질 없이 정교하게 하는것이 점점 늘고 있었다. 발전 속도는 느리지만 하피짤짤이 운영이 얼마전까지 안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확실히 변화된 모습이였다.

동운의 변화가 더 컸다. 동운은 기계전사를 잘 다루기는 하지만 정창환에게 이길줄은 생각도 못했다. 부실한 자기관리로 인해 컨디션 난조를 많이 보이던 동운의 단점을 회귀한 승아는 제대로 알고 있었고, 그것을 코칭해 준 동운은 정창환마저 이겨냈다.

물론 승아도 자신도, 미래의 조영호라는 게이머도 전부 승률 100%는 아니었다. 정창환이 지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동운이 세끼니 다 챙겨먹고 운동하며 회귀전보다 확실히 점점 컨디션을 유지하는 날이 많아지면서 앞으로 오늘과 같은 경기가 얼마나 더 나올지 몰랐다.

- 아니.. 이거 이러면 빌드가 어쨌건 간에 시즌을 포기 안해도 되는건가? 아냐. 어차피 4위는 힘들 것 같은데..

시즌을 이미 포기하자고 마음먹었던 원재는 오늘 경기를 보고 혹시나 하는 희망을 가져볼까 생각하게 되었다.

작가의말

댓글에 찬성 반대가 생겼네요. 신기;ㅁ;

허허거참님, Lokis님, 솔현님, 모다깃비님, 사람o님 응원의 댓글 감사드립니다.

[Shuri]

잘 보고 있어요 뭐 하루이틀은 그럴수 있죠! ㅎㅎ

[허허거참]

잘 보고 갑니다^^

[솔현]

잘보고갑니다

[사람o]

의도치않게 포스트시즌갈듯ㄷㄷ?

[대광자]

아니이런일이...?

[[한승태]]

대광자님, 허허거참님, 솔현님, 사람o님, Shuri님 감사합니다!

[OLDBOY]

잘 봤어요.

[숨]

그러고보니 저그에 라미아나 하피 같은 여성체형 유닛이라니 ㅋㅋ
칼날여왕같은 디자인이려나?
꿀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