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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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6.04.07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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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6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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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9.25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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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리그 8강 (5)

DUMMY

정호진은 확실히 다른 4강에 올라온 게이머들 보다는 이름값이 떨어지는 편이었다. 솔직히 지난 시즌 김칠구처럼 대진운과 의외성으로 인해 올라온 선수가 정호진이라는 기사가 나올 정도로 호진의 이름값과 실력은 다른 4강 진출자인 이종현과 지성철에 비해 좀 떨어져 있었다.


- 이번에 이기면... 정호진이다! 할만해! 아직 끝나지 않았어!


문상진은 마음을 다잡고 4세트 경기를 준비했다.


4세트 경기의 맵은 세르반테스 피크.

시작지점이 11시, 1시, 5시, 7시에 나뉘어져 있는 세르반테스 피크는 힘싸움 맵으로 알려져 있었다. 피의 능선과 같이 일부 지역에 능선이 있으면서도 지상 거리에 비해 공중 거리가 가까운 편이라 힘싸움 맵이라는 말과 다르게 각 종족의 비행 유닛이나 초반 드랍이 성공하는 경우가 많은 맵으로 프로리그와 개인리그에서 활용되고 있는 맵이었다.


예전에 승아가 이정민을 이 맵에서 이긴 바가 있었는데, 그 경기를 보고 분석한 문상진은 승아가 하피를 또 뽑을 것이라 예상했다. 이 맵은 그만큼 공중거리가 가까우니까 말이다.


문상진은 하피보다 더 빠른 스텔스기를 준비하고자 했다. 스텔스기는 스텔스 기능이 없다고 해도 빨리 뽑는다면 하피보다 더 빨리 나올 수 있었다. 빨리 뽑은 뒤에 비올란테를 제거하여 유리한 상황을 만든다면 충분히 이 맵을 제대로 활용하여 이길 수 있는 상황.


문상진은 입구를 막고 빠른 1막사, 1공장 뒤 1비행장으로 스텔스 기능 업그레이드 없이 최대한 빨리 비행기를 뽑는 빌드를 준비했다. 시작하자마자 일꾼을 계속 뽑으면서 입구를 보급고와 막사로 막기로 생각한 문상진은 먼저 보급고를 지었다. 막사를 먼저 지어도 되지만 보급고를 먼저 짓는 것에 비해서 스텔스기가 조금 늦게 나왔다. 당장은 막사가 먼저 올라가서 빠른 것처럼 느껴질지 모르지만, 일꾼의 충원 속도가 조금 더 느려지기에 막사테크가 아닌 비행장 테크라면 보급고를 먼저 짓는 쪽이 더 나았다.


문상진이 보급고를 짓고 막사를 막 짓고 있을 때 문상진은 입구에 무언가가 여럿 달려오는 것을 발견했다.


“뭐.. 뭐야? 사냥개? 벌써?!!”


상진이 당황하는 것도 당연했다. 지금 이제 막 막사를 만들고 있는데 사냥개 6마리라니. 이게 뭐란 말인가. 4인용 맵에서 어떻게?


이 사태는 3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3분전]


“4세트 경기, 세르반테스 피크에서 시작됩니다.”

“윤승아는 5시, 문상진은 7시.”

“이정도면 윤승아 선수가 유리한 배치라고 볼 수 있겠네요.”

“그건 왜 그런가요?”

“문상진 선수는 멀티를 가져가려면 앞마당에 떠야 하는데 이게 7시에서 보자면 약간 6시쪽 방향으로 입구가 나 있다보니 이 맵에서 주로 쓰는 하피의 공격에 계속해서 고통받을 수 있거든요.”


해설진들이 위치에 대해 이야기할 때, 경기를 중계하는 옵저버는 승아의 화면이 특이한 것을 보고 윤승아의 화면을 잡아주었다.


“오오오오!!! 저건!! 윤승아! 4일꾼입니다!!”

“일꾼을 전혀 뽑지 않고 자원을 캐고 있어요!!”

“이거.. 너무 도박수 아닙니까? 아무리 초반을 즐겨하는 윤승아 선수라지만 4일꾼이라뇨. 9일꾼 러쉬도 막히면 불리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4일꾼이라뇨. 이건 막히면 뒤가 없어요!”


- 윤승아 미친거 아님? 여기서 4일꾼이라니.

- 아니지, 여기니까 할수 있는거지. 2:1로 이기고 있잖아. 한게임만 이기면 4강이고, 져도 5세트가 있는데.

- 그래도 이길 때 확실히 이겨야지. 4일꾼은 너무 도박인데?


관객들의 말처럼 4일꾼은 왠만한 도박이 아니라 완전히 사채를 쓰다못해 장기 매매 계약까지 맺는 수준의 막장 올인 수준의 전략이었다. 일단 2인용 맵이라면 상대가 있는 위치가 확실하니 가끔 쓰이는 전략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게 어느정도 이상 피해를 주지 않으면 바로 GG를 쳐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상황이 되었고, 4인용 맵에서는 상대가 없는 지역에 먼저 러쉬를 가게 된다면 다시 다른 곳을 찾는 동안 상대는 수비할 준비가 다 되어있는 상태가 나오게 되기에 정말 무리한 올인 도박수였다.


“윤승아, 비올란테 정찰 방향도 좋지 않습니다. 1시로 보내고 있어요. 이러면 이제 사냥개가 곧 나오고 러쉬를 가는 지금은 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요.”

“사냥개 나옵니다, 윤승아! 뜁니다!! 도박이 성공할지!!”

“윤승아, 7시로 뜁니다! 1시에 아직 비올란테가 도착하지 않은 상황에서 5시로 뜁니다!!”

“이러면!!! 이러며언!!!!!!!!!!! 문상진!!! 막사 지어졌나요!”

“보급고부터 지었어요! 막사 이제 지어요!!!”

“윤승아의 사냥개 거의 도달합니다!! 도달했어요!!!”

“문상진! 당황합니다! 사냥개가 막사를 다 짓기도 전에, 아니 짓고나서 얼마 되지도 않아서 벌써 도착했어요!!!”

“이건.. 끝났네요! 끝났어요!”


해설진의 말이 문상진의 말이었다.


“아니, 제길.. 끝났잖아!! 이건 뭐야! 어떻게 이겨!!!”


진짜 말도 되지 않았다. 어떻게 4인용 맵에서, 그리고 하피가 유리한 맵에서 어떻게 4일꾼 사냥개 러쉬를 쓰는가? 그것도 자기가 7시에 있는 줄 어떻게 알고..


“문상진! GG! GG를 칩니다! 이렇게 마지막 4강이 결정되었습니다! 이종현, 지성철, 정호진 선수에 이거 윤승아 선수까지 4명의 대진이 확정됩니다!”

“이렇게 되면 기계2, 괴물2인가요? 인간 종족이 없네요.”

“지난 시즌까지 인간 종족이 계속 우승을 했었는데, 이제는 누가 이기든 간에 새 종족의 첫 우승자가 나오겠네요.”

“정확히는 서원재 선수가 아닌 다른 선수가 우승을 하게 되네요.”

“그러고보니 방금 윤승아 선수가 썼던 4일꾼 러쉬의 방향 예측력은 마치 같은팀의 서원재 코치가 선수시절 보여주었던 그 예측력과도 닮아있죠? 역시 서원재 선수, 아 죄송합니다. 이게 아직 입에 익네요. 서원재 코치와 친한 윤승아 선수이기에 저런 예측력까지 본받은 것일까요?”

“서원재 코치가 모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다쳐 입원중이라 이 자리에는 오지 않았지만, 윤승아 선수의 선전을 본다면 기뻐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윤승아,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4강에 진입합니다.”


***


“뭐.. 대단하긴 하네.”


원재는 병원에서 승아의 대회 방송을 생방송으로 보지 못했다. 혼자쓰는 병실이 아닌 만큼 TV채널을 마음대로 돌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원재가 있는 병실은 TV를 볼때에 계속 동전을 넣어야 방송이 되는 시스템인만큼 동전을 넣은 원재가 우선권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들 드라마를 보는 시간이고 같이 보는 드라마가 있는데 채널을 돌려서 혼자 게임방송을 볼 만큼 원재가 낯짝이 두꺼운 것도 아니었다.


원재는 경기 결과만을 전화로 들었다가, 다음날에서야 경기 이야기를 문병온 승아와 동운에게 들었다. 원재는 승아의 경기의 진행과정을 들은 이후 승아가 4일꾼 러쉬를 한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너, 4일꾼 무슨 생각으로 뛴거야?”

“우움.. 뭐. 해설하는 오빠들 말이 맞아요. 도박은 도박이죠. 어차피 져도 5세트에 이길 생각이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원래 4세트까지 가게되면 4일꾼 러쉬 하려고 했었어요.”

“무슨 말이야?”


옆에서 같이 듣던 동운은 승아의 말에 무언가가 더 있다는 것을 느꼈다. 승아는 그 무언가를 원재와 동운에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처음 세트에서 알려진 빌드로 가는척 하면서 사냥개. 이건 사실 제 이미지를 강요하기 위한 거였어요. 먹혀도 좋고 안먹혀도 좋고. 먹히면 2세트의 필살기인 3cm드랍으로 2승을 거둔뒤 3세트 하피 짤짤이로 3연승을 했겠죠. 그런데 첫 세트 전략은 실패했어요. 하지만 그렇게 사냥개 올인 이미지를 간 뒤라면 2세트엔 당연히 입구를 막게 되요. 그리고 올인을 하는 사람에게 전략과 자원의 우위로 이기려고 하게 되죠. 그리고 3세트엔 그렇게 가시괴물 드랍을 당했으니 자기도 모르게 드랍을 생각하게 되고, 그리고 방공포대를 짓거나 아니면 소총병을 뽑더라도 무의식적으로 수비형 빌드를 쓰게 되요. 그러면 하피가 활개치고 다닐 수 있죠. 그렇게 해서 2:1.”

“그렇게 3세트까지 끝났다고 보고. 4세트는?”

“4세트는 3세트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되요. 2세트 뒤에만 5분을 쉴 뿐이지 3~4세트는 바로 시작하니까요. 3세트에 하피 짤짤이를 당했는데, 4세트 맵은 하피가 활개치기로 유명한 세르반테스 피크 맵이에요. 그러면 최소한 이 하피를 먼저 짜르는 빌드를 생각하거나, 아니면 4인용 맵이니만큼 자원을 먼저 더 캐서 하피를 자원과 병력의 우위로 누르려고 하게 되겠죠. 이런 심리를 이용한 전략이에요.”

“그래서 하피를 예상해서 테크를 올리거나 할 때 4일꾼 러쉬 간다?”

“네.”

“방향은?”

“뭐.. 이 맵이 은근히 5시 7시가 잘 걸리더라구요. 해설진 분들은 제가 1시를 못 본 것 같다고 하는데, 1시 입구 까지는 볼 시간이 됐었어요. 최소한 1시의 입구 언덕 수비건물이 지어지는 그 부근요. 인간 종족인데 1시입구에 건물이 없으면 11시나 7시. 그런데 어차피 4일꾼 빌드면 대각선으로 달리면 이미 늦어요. 피해를 줘도 제대로 못주죠. 7시라면 승리. 11시라면 패배. 어차피 반반싸움 아니에요? 이기냐, 지냐.”

“음...”

“와...”


동운은 그냥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원재와 달리, 승아의 치밀한 계산에 감탄했다.


“승아야, 그러면 만약 11시라서 지면 2:2가 되는데 그럼 결승전은?”

“그러면 무난한 운영이죠. 무난하게 운영해서 맞춰가면 절대 문상진에게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어요. 뭐.. 그런 자신감?”

“그 짧은 경기에 그런 심리전이....”


동운은 승아의 승리가 그냥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에 다시한번 마음깊이 감탄했다. 그러면서 확실히 승아의 진정한 무서움은 피지컬이나 빌드가 아니라 우주전쟁 그 자체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심리에 있음을 느꼈다. 그 심리전의 대가인 원재형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일 정도라니 말이다.


승아와 동운이 그렇게 우주전쟁 개인리그 이야기를 하고, 팀원들의 근황까지 이야기해 주고 원재의 병실을 나설 때, 원재는 병실을 나가려고 가방을 집어든 승아에게 질문을 하나 던졌다.


“승아야.”

“네, 오빠?”

“너 그 심리전 말야. 문상진이라서 쓴거냐? 아니면 상대가 정창환이나 상욱이였어도 썼을 거냐?”


원재의 말을 잠시 생각하던 승아는 원재에게 말했다.


“그건, 당연히 문상진이기에 쓴거죠. 오빠, 갈게요!”

“형! 저희 갈게요. 몸관리 잘하세요.”


승아가 가고나서 원재는 승아의 대답을 생각했다.


- 문상진 이어서 쓴 거라.. 허.. 참.. 문상진이 다전제에 능하지 않다는 것을 생각한 건가? 지난 세트를 생각하는 습관이 있다는 것도? 나나 승아라서 생각할 수 있는 전략이네. 사람의 성격과 특성을 알고 있다는 것이 이렇게 큰 자산이 되다니..


원재는 자신과 같은 능력이 없이도 자신만의 능력을 개발해 나가고 있는 승아가 이번시즌 우승을 차지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작가의말

달개님, 솔현님, 모다깃비님, Synie님, 사람o님, 고3인문계님, Shuri님, 대광자님 댓글 및 관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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