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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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6.04.07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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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6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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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02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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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강 플레이오프 - 엔트리 결정

DUMMY

6강 플레이오프 1차전.


1경기장에서는 XK 머큐리와 KPB 퓨쳐스의 경기가, 2경기장에서는 XK 마르스와 GT 스타즈의 경기가 진행되었다. 2개의 경기장이 붙어있었기에 사람들은 알아서 경기장을 이동할 수 있었는데, 이는 입장료가 무료라서 가능한 것인지도 몰랐다. 어쨌거나 그 큰 경기장 두곳에 전부 사람들이 빽빽히 들어찼다. 4강 플레이오프나 결승전도 아니고 고작 6강 플레이오프인데 말이다. 그 중 XK 머큐리와 KPB 퓨쳐스의 경기장은 좌석만이 꽉 찼을 뿐이지만, XK 마르스와 GT 스타즈의 경기는 통로까지 사람들이 가득차서 화장실이라도 한번 갈라치면 사람의 숲을 지나가야 할 지경이었다.


그 와중에도 좋은 앞쪽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 있었으니... 새벽 4시부터 경기장 입구에서 진을 치다가 하루종일 기다린 끝에 입장한 승아의 팬클럽 회원들이었다. 앞쪽 자리에는 거의 꽉 차 있었지만 자리가 하나 비어있었는데, 지나가는 한 남자가 그 옆자리 사람에게 자리가 비었는지 질문을 던졌다.


“저.. 여기 자리 비었나요?”

“아뇨. 잠시 화장실 갔습니다.”


그리고 또 10여분 뒤.


“어어.. 여기 자리 있어요.”

“아.. 네.”


그렇게 30여분을 더 버틴 끝에야 자리의 주인, 승아의 팬클럽 ‘프린세스’ 회장인 효준이 도착했다. 자리를 맡아서 지켜내던 인터넷 대화명 LotR, 통칭 로트는 효준을 보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야! 왜 이렇게 늦었어! 곧 시작한다고.”

“아. 죄송해요. 알바 대타가 좀 늦게 와서요. 경기는 시작 안했죠?”

“어. 사람들이 너무 몰려서 좀 부근 정리하고 더 못 들어오게 한 다음에 시작하느라 조금 늦어진대.”

“다행이다. 근데 엄청 앞자리네요? 앞줄 2번째면.”

“그래. 우리 회장님을 위해 팬클럽 회원들이 새벽 4시부터 줄서서 입장해서 지켜낸 자리다.”

“어? 저희 팬클럽 지정석 있지 않아요? 왜 그리 일찍 입장을..”

“6강 플레이오프인데 지정자리 주겠어? 안주더라고. 그나마 자리 맡는것도 진행요원이 하지 말라는거 윤승아 선수 팬클럽 프린세스 회장 자리라고 하니까 1자리만 인정해 준거야. 그것도 사람들이 자꾸 앉으려고 해서 지금까지 버틴거고. 얼마나 앉으려고 하던지.”

“휴.. 고마워요. 형.”


XK 마르스의 경기가 있는 때면 항상 자리를 고정적으로 확보했던 팬클럽 프린세스지만, 6강 플레이오프에는 자리가 따로 배정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줄을 서서라도 자리를 확보한 팬클럽 인원들 덕에 평소에 구경오던 대부분의 팬들은 다시 자리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일반 경기처럼 블록 지정을 받은 것은 아니라서 다들 흩어져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느정도는 같이 뭉쳐서 관람을 할 정도는 되었다. 새벽부터 일찍 온 순서대로 입장하다보니 일찍 온 사람들은 두 팀의 골수팬들이 많기 때문에 그들이 앞줄에 몰렸기 때문이었다. 효준은 무대 위 양쪽의 팀 대기석과 무대 가운데의 아주 큰 대형 화면을 바라보았다. 양 팀 선수들은 대기석에서 준비를 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그 때, 양 팀 엔트리를 취합한 대전 엔트리가 공개되었다.


1세트 : 피의 능선 / 이종현(기계) - 조영호(인간)

2세트 : 제노사이드 / 오경수(괴물) - 김학도(괴물)

3세트 : 신들의 황혼 / 이영문(인간) - 최상욱(인간)

4세트 : 운명의 목적지 / 정창환(괴물) - 손동운(기계)

5세트 : 안드로메다 성운 / 최은결(기계) - 윤승아(인간)

6세트 : 검투사 / 박사헌(기계) - 이종원(기계)

7세트 : 잉카제국 / 에이스 결정전


엔트리가 공개되었을 때 팬들은 조금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XK 마르스의 초반 1~3경기에 항상 나오던 승아와 동운이 4, 5세트로 빠지고, GT 스타즈의 이종현이 1세트에 나오는 경우가 없었는데 1세트에 나왔기 때문이었다.


승아의 예상과 다른 것은 GT에서는 운명의 목적지와 같이 익숙하지 않은 맵에 잘하는 선수를 내보내자는 것이 XK 마르스와 같았고, 또 안드로메다 성운에서 맵이 넓으니 인간 종족이 거의 없는 GT로서는 누가 나가도 괜찮겠다는 생각에서 내보낸 것인데 이게 승아와 매칭이 되니 의외의 논개작전이 되어 GT에게 좋은 엔트리였다.


논개작전이란 예전 논개가 왜장을 끌어안고 뛰어내려 같이 죽은데서 나오는 게임 속어로, 못하는 선수를 잘하는 선수, 특히 상대의 에이스와 매치를 붙여서 한판을 버리더라도 상대의 에이스 카드를 소모시키는 것을 의미했다. 정창환이 강한 선수이지만 윤승아에게 꼭 이긴다는 보장이 없으니 붙으면 곤란했는데, 최은결이 상대하는 선수로 정해졌으니 논개로 괜찮은 엔트리. 그런 면에서 GT의 배치는 결과적으로 꽤 괜찮았는데, 오경수나 박사헌이 학도나 종원에게 그리 밀리지 않는 대등한 전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괜찮았다. 그러나 그건 GT 입장에서의 이야기, 승아의 예상과는 다른 오늘의 엔트리에 XK 마르스의 벤치에서는 조금의 웅성거림이 생겼다.


“이거.. 예상이랑 좀 다른데? 이종현이 1세트야.”

“같은 기계인게 그나마 다행인가? 기계 상대로 연습했으니까. 영호가.”

“6강 플레이오프는 상대 대진 경기 직전에 발표난다고 해서 조금 변수가 있을걸로 생각하긴 했는데.. 이거 처음 계획에서 맞는건 3세트 신들의 황혼이랑 6세트 검투사 뿐인데?”

“신들의 황혼이야 워낙 인간 맵이니까요.”

“GT에서도 변수를 뒀네요. 종현형이 처음에 나올줄이야.. 영호, 어때. 괜찮겠어?”

“네.”

“하. 자식. 이종현이라는데 쫄질 않네. 그래. 이기고 와. 얼른 가서 세팅하고.”

“네.”


영호는 1세트 경기에 출전하기 때문에 얼른 세팅하러 부스 안으로 먼저 들어가기 위해 짐을 챙겼다. 손에 든 가방에는 '미소녀 마우스 패드'와 '30cm 자'가 같이 들어있었다. 무대 위에서는 해설진들과 우주전쟁 협회장이라는 사람이 나와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그 전에 각 팀의 선수들은 부스에 들어가서 세팅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 승아 누나가 준 이 장비들로 이겨야지!


영호는 마음을 굳게 먹고 1세트를 위해 부스로 올라갔다. 영호는 장비의 영향을 꽤 많이 받는 편이었다. 익숙한 장비로 게임을 해야 이기는 것은 프로게이머 누구나 마찬가지지만, 영호는 그 정도가 더해서 쓰던 장비로 게임을 하더라도 누가 조금 마우스 패드의 위치를 바꾸거나 모니터나 키보드 위치가 조금만 바뀌어도 게임에 지장을 받았다. 대신에 그 위치가 항상 정확하다면 항상 같은 느낌으로 더 빠르게 컨트롤을 할 수 있었다. 일종의 패턴이라고나 할까. 그런 영호에게 손목의 고정을 위해 푹신푹신한 패드 가운데 홈이 파여져 있는 미소녀 마우스 패드를 승아가 권했고, 자 또한 권했다. 투명한 아크릴로 만든 30cm 자로 평소 키보드와 마우스 패드, 모니터와의 거리를 연습실처럼 유지한다면 평소의 실력을 실전에서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승아의 권유에서였다. 그렇게 연습한 결과 영호는 최근 경기에서 승리를 조금 더 편하게 가져가고 있었다.


마우스 패드도 처음에는 손목이 걸리적거려서 불편했는데, 익숙해지니 패드의 도톰한 가슴골(?)에 손목이 고정되면서 확실히 부담이 줄면서 정확한 위치에 손목이 있어 mm단위로 장비를 세팅하는 영호에게 걸맞는 마우스 패드였다. 물론 시즌 중 이것을 쓰기 시작하면서 XK 마르스 선수들은 역시 오타쿠라는 이야기를 잠시 듣기도 했지만 어쨌거나 영호는 이 패드와 자를 권해준 승아 덕에 편하게 게임을 하고 있었다.


영호가 자로 모니터와 키보드 사이 거리 등을 재면서 게임 외적인 세팅을 하고 있을 때 반대편 부스의 이종현은 조금 얼굴이 굳어 있었다. 이미 세팅을 마친 이종현은 상대편 부스를 살짝 바라보았는데, 신인 치고 잘하는 조영호는 그에게도 조금 부담이었다.


사실 이종현이 1세트에 나온 것은 손동운을 노리고 나온 것이었다. 1~2세트에 주로 승아와 동운이 나오는 XK 마르스의 엔트리를 볼 때 그 중 동운이라면 종현이 잡을만 하다고 생각했고, 승아의 출전이 잦았던 제노사이드보다 손동운이 자주 나온 피의 능선이다보니 1세트 피의 능선에는 손동운을 노리고 출전했는데 조영호라니.


물론 종현 자신이 꼭 진다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부담스러운 상대였다. 승아의 데뷔시처럼 무섭게 공격해 들어오는 영호의 컨트롤은 그 마이크로 컨트롤 만큼은 자신과 창환과 동급이었다. 운영에서는 아직 자신이 앞선다고 생각하지만, 게임이라는 것은 하수건 뭐건 고수도 올인 한방에도 질 수 있는 만큼 매번 최선을 다해야 했다.


두 선수가 세팅하는 동안 해설진들은 이번 경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시즌을 4위로 마감한 XK 마르스와 5위로 마감한 GT 스타즈의 경기, 지금 2경기장에서 치뤄지고 있는데요, 1경기장에서는 XK 머큐리와 KPB 퓨쳐스의 경기가 이뤄지고 있죠?”

“네. 그래도 지금 경기를 보시러 이쪽에 더 많이 오셨습니다. 이쪽은 복도도 발디딜 틈이 없어요! 해가 갈수록 넘쳐가는 이 우주전쟁의 열기!!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그렇죠! 이렇게 많은 관객들이 오시고 더욱 더 치열할 수밖에 없는 것은 XK와 GT, 두 회사가 통신사 라이벌 아니겠습니까? 이 통신사 라이벌전이 준플레이오프도 플레이오프도 결승전도 아닌 6강 플레이오프부터 진행되다뇨! 미리보는 결승전과 같은 기분입니다!”

“하지만 이 두 팀 중에서 4강 준플레이오프에 올라갈 팀은 단 하나죠! 1경기장에서 이뤄지는 경기의 승자와 함께 4강에 올라가서 만날 팀은 어디인지!”

“1세트부터 치열한 접전이 예상됩니다! GT의 투탑 에이스 이종현! 그리고 신인이지만 무서운 기세로 XK 마르스의 4위를 견인하는데 큰 일익을 담당한 조영호! 이 둘의 경기가 시작됩니...”

“아. 아직 조영호 선수가 준비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요.”


경기 시작을 알리려던 해설진들은 귓가에 아직 경기준비가 끝나지 않았다는 진행요원의 이야기에 말을 끊었다. 영호가 세팅이 다 되었다고 혼자말을 한 것을 세팅이 다 된 것으로 이해한 진행요원이 GO 사인을 줬었는데, 영호는 아직 게임 내부의 세팅은 시작하지도 않은 상태였기에 다시 진행요원에게 시간을 달라고 이야기했기 때문이었다. 영호는 제법 긴 시간을 할애한 마우스패드, 키보드, 모니터 등 외부 기기들의 cm 자 거리재기를 마치고 이제서야 우주전쟁 게임 내부의 키와 사운드 세팅에 들어가려는 중이었다. 세팅 윤의 뒤를 잇는 세팅 조의 탄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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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 준 플레이오프 (vs XK 머큐리) +1 17.07.18 687 17 10쪽
342 준플레이오프 시작 - (feat.승아의 새로운 취미) +5 17.07.17 709 18 13쪽
341 6강 플레이오프 - 본 경기 +1 17.07.16 660 16 14쪽
340 6강 플레이오프 - 본 경기 +2 17.07.13 691 15 13쪽
339 6강 플레이오프 - 본 경기 +1 17.07.11 647 15 11쪽
338 6강 플레이오프 - 본 경기 +2 17.07.10 676 13 11쪽
337 6강 플레이오프 - 본 경기 +5 17.07.09 689 12 14쪽
336 배경자료 - 소설 등장인물들의 모티브가 된 스타 프로게이머들 +7 17.07.07 1,474 8 14쪽
335 6강 플레이오프 - 본 경기 +1 17.07.06 669 14 11쪽
334 6강 플레이오프 - 본 경기 +4 17.07.04 674 16 11쪽
333 6강 플레이오프 - 본 경기 +2 17.07.03 685 13 15쪽
» 6강 플레이오프 - 엔트리 결정 +3 17.07.02 736 16 11쪽
331 6강 플레이오프 - 엔트리 결정 +4 17.06.29 773 18 11쪽
330 이번 여름 (3) +5 17.06.27 733 18 12쪽
329 이번 여름 (2) +4 17.06.26 757 15 13쪽
328 이번 여름 (1) +4 17.06.25 798 18 11쪽
327 윤승아 - 한국 (4) +4 17.06.22 782 25 11쪽
326 윤승아 - 한국 (3) +6 17.06.20 811 15 13쪽
325 윤승아 - 한국 (2) +1 17.06.19 789 20 11쪽
324 윤승아 - 한국 (1) +3 17.06.18 827 20 11쪽
323 서원재-미국, 윤승아-한국 +5 17.06.15 828 22 16쪽
322 서원재 - 미국 +5 17.06.13 933 20 15쪽
321 대회 이후 +9 17.06.12 859 25 13쪽
320 첫 세계대회의 승자는 누구인가 (13) +7 17.06.11 868 27 11쪽
319 첫 세계대회의 승자는 누구인가 (12) +1 17.06.08 838 21 10쪽
318 첫 세계대회의 승자는 누구인가 (11) +4 17.06.06 849 31 12쪽
317 첫 세계대회의 승자는 누구인가 (10) +2 17.06.05 814 23 13쪽
316 첫 세계대회의 승자는 누구인가 (9) +3 17.06.04 1,286 24 10쪽
315 첫 세계대회의 승자는 누구인가 (8) +5 17.05.31 909 26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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