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6강 플레이오프 - 본 경기

병력에 집중한다고 멀티를 뜨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입구를 막고 있기에 앞마당에 멀티를 지으면서 운영을 갔다. 아무리 약간 이득을 거뒀다고 해도 본진에서 병력만 뽑다 보면 멀티를 뜰 타이밍이 나오지 않게 된다. 아무리 병력에 집중한다고 해도 멀티는 가면서 병력을 뽑아야 했다.

승아는 앞마당 멀티에서도 일꾼을 하나 둘 뽑아주면서 소총병과 의무병, 화염방사병을 번갈아 뽑았다. 그리고 소총병 7기, 의무병 2기, 화염방사병 2기가 되는 타이밍에 다시 전진했다. 승아가 잘하는 것이 이런 점이었다.

아무리 수비에 능한 인간 종족이라지만, 상대에게 아무런 피해를 주지 못한다면 괴물 종족은 멀티와 일꾼을 마구 늘려가면서 부유해질 수 있다. 승아가 잘하는 것은 이런 타이밍에 압박을 넣어서 일꾼을 찍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자신은 병력과 일꾼을 같이 찍으면서, 적당히 견제가 가능한 병력이 나오면 찔러서 견제를 나간다. 이러면 상대는 병력을 찍어서 막을 수밖에 없다.

지금의 정창환도 그랬다. 나오는 것을 승아의 입구 양쪽 언덕중에서 멀티쪽 언덕이 아닌, 제 2멀티쪽 바깥 멀티에 시야 확보용으로 둔 사냥개로 승아가 나오는 것을 보았다. 정창환은 승아의 병력을 보고서 당장 병력을 뽑았는데, 사냥개와 라미아였다. 정창환은 괴물 종족임에도 앞마당 밖에 없는 상태. 창환도 노리는 것이 있었다.

승아가 찌르면서 발전을 생각했다면, 정창환은 앞마당이 없이도 몰아치는 폭풍같은 러쉬를 생각해서 라미아굴에서 가시괴물 변태를 위한 라미아를 빨리 뽑아내는데 집중하고 있던 차에 승아가 찌르는 러쉬를 나오자 빨리 라미아를 가시괴물로 변태시키면서 사냥개 한부대를 바깥으로 보내 승아의 소총병 부대의 시선을 끌기위해 노력했다.

“윤승아, 견제 부대 나갑니다!”

“정창환, 사냥개 나가서 맞이하면서 라미아로 수비 준비합니다. 아니, 가시괴물 변태! 가시괴물입니다.”

“윤승아는 지금 눈앞의 사냥개에 시선이 끌리면 안됩니다. 어차피 화염 방사병 때문에 사냥개가 병력에 달려들지 못하거든요.”

“윤승아, 그냥 무시하고 달립니다.”

“윤승아도 아는거죠, 저 사냥개가 그저 시선끌기라는걸 말이죠.”

“테크를 봐야해요. 지금 정창환이 가시괴물인지, 하피인지를 윤승아는 아직 몰라요. 스캔이 없거든요.”

승아의 찌르기 병력은 사냥개읙 견제를 무시하고 창환의 본진 입구까지는 도달했지만, 가시괴물의 공격을 받았다. 얼른 병력을 빼서 죽지는 않았지만 승아는 마음이 시급했다.

- 가시괴물이야?

스캔등이 없어서 창환의 라미아굴을 보지 못했던 승아는 정창환의 하피를 예상했다. 처음 찌르기 뒤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기에 멀티에 하피탑을 지었을 거라 예상했고, 보통은 이런 경우에 하피가 많았다. 아무리 정창환이 라미아나 가시괴물 운영을 종종 하지만, 맵에 따른 상성이 있는 터였다. 검투사 맵은 거리가 있는 만큼 2소굴에서 빠른 하피 테크를 타게 되면 인간이 귀찮아진다. 본진과 앞마당에서 나갈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승아는 1부대 가량의 소총병과 화염 방사병등을 찌르면서 하피에 대한 대비로 방공포대를 동시에 짓고 있었다. 그런데 가시괴물이라니?!

승아는 병력을 빼면서 스캔을 짓고, 자신의 입구에 방공포대와 참호를 짓기 시작했다. 할 것이 많았다. 지금 눈치로 보자면 창환은 초반에 가시괴물을 많이 뽑아서 정면으로 사냥개를 몸빵시킨 후 들이칠 생각인 듯했다.

승아가 병력을 물리는 것을 확인하자 창환은 추가로 가시괴물을 변태시키며 이미 변태된 가시괴물을 먼저 승아의 본진으로 보내기 시작했다. 추가로 병력이 나오는대로 바로 합류시킬 생각이었다.

여기서 승아의 컨트롤이 빛났다. 가시괴물이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지는 못했지만, 승아가 알고 있는 정창환이라면 당장 먼저 나온 가시괴물을 보내서 타이밍을 가져가려 할 것이었다. 그리고 승아는 그 타이밍을 노렸다.

“정창환, 가시괴물 2기 먼저 달립니다. 윤승아, 위기! 아직 입구에 방공포대 짓고 있고 스캔도 이제 짓고 있어요!”

“도착하면 완성은 되겠지만 탱크가 없으면 입구 보급고가 깨지는건 시간문제입니다. 제2멀티쪽의 입구 협곡위가 언덕이라 위에서 가시괴물이 잠복하면 공격이 가능하거든요.”

“어? 회군하던 윤승아의 병력, 본진으로 바로 가는 것이 아니라 입구 언덕 쪽으로 갑니다?”

“그 적은 병력을 반부대씩 나눴어요!”

“가시괴물 달리다가 앞에 소총병 일부 만납니다! 소총병 공격! 뒤에서도 나머지 소총병 달려들고! 정창환! 가시괴물 잠복! 스캔!!! 스캔 떨어져요!!! 윤승아! 잡아냅니다! 2기모두 잡습니다!”

“윤승아! 컨트롤 대단합니다!”

“방금 뽕.. 아니 파워업 주사를 놓고 양쪽에서 윤승아 선수의 병력이 달려들면서 가시괴물을 옴싹달싹 못하게 했어요.”

“또 스캔이 그때 막 완성되서 정확한 타이밍에 찍고 파워업 주사 놓고 양쪽에서 달려드니 잠복해서 숨지 않고서는 공격 못하는 가시괴물이 순삭당했어요.”

“잠복을 시도하기는 했지만 시간이 좀 걸리니까요.”

“윤승아, 이건 잘 막았지만 뒤이어 오는 가시괴물, 막을 수 있을까요!”

“정창환, 멀티도 없이 가시괴물 올인입니다! 가시괴물 5기 윤승아의 입구에 추가 도착! 잠복합니다!!”

“윤승아, 이제 스캔도 없어요! 입구에 방공포대가 있지만 탱크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승아가 컨트롤이 좋고 교전이나 시선끌기도 좋았지만, 지금 탱크까지 뽑아낼 수는 없었다. 정창환이 승아의 컨트롤에 가시괴물이 잡히기는 했지만, 자신이 강해지는 타이밍을 아는 정창환답게 이 타이밍에 러쉬를 왔다. 초반에 일꾼이 자원을 채취하는 것이 느려졌기에 자신의 타이밍은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창환은 입구의 보급고는 다 부쉈지만, 뒤에 참호를 추가로 건설하면서 더이상의 접근을 막는 승아를 잡을 수는 없었다. 승아도 탱크가 없어서 가시괴물을 잡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창환도 이 상태에서 바로 멀티를 추가했다. 아무리 폭풍처럼 몰아치는 것을 선호하는 창환이라지만, 당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멀티를 늘리면서 입구를 가시괴물로 조이는 수밖에 없었다.

- 시간은 내 편이 아니라 승아 편인데.. 곤란하네.

승아의 입구를 부수기는 했지만, 인간 종족과 괴물 종족이 멀티가 같은 시간이 꽤 있었다. 수송업그레이드를 했더라면 뒤를 노릴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기에는 승아의 소총병 컨트롤이 좋아서 넘어가다가 병력을 태운 비올란테가 다 몰살당할 수 있기 때문에 모험을 걸기는 힘들었다. 이건 최종 에이스 결정전이 아닌가!

최종 에이스 결정전이기에 승아도 소총병으로 견제만 하고 발전을 해 나가고 있는 것이리라고 창환은 생각했다. 띄워놓은 비올란테로 보니 비행장도 짓고 안쪽에 보급고도 지으면서 방어를 튼튼히 하고 있었다. 탱크도 1대 나오고 있었다.

- 그렇다면.. 난 내 특기대로 몰아치겠어! 어차피 운영가면 불리해!

창환의 판단은 옳은 것이, 아까 가시괴물 타이밍에 입구를 넘어서지 못했기에 운영을 가면 자원에서 나오는 병력에서 상대가 힘들어진다. 그렇다면 시간을 벌고, 자신도 컨트롤로 승아의 병력을 줄여서 타이밍도 벌어야 했다. 창환의 선택은 하피였다.

가시괴물도 있는데 하피로 체제 변환을 한다면 잘 막지 못할 수도 있었다. 방공포대를 멀티에도 추가해야 하기에, 주력으로 쓰지 못하더라도 자원을 낭비시킬 수 있었다. 창환은 하피탑을 짓고는 하피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하피로 컨트롤해서 일꾼과 병력을 조금씩 갉아먹고, 자신은 멀티를 뜨면서 입구에서는 가시괴물과 사냥개로 총 공격인척 하고 시간을 벌 생각이었다.

“정창환, 하피까지 뽑습니다. 견제 하면서 시간 벌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창환이라면 하피로 올인 들어갈 수도 있지만요. 아.. 윤승아. 방공포대 짓죠? 스캔해서 봤나요?”

“봤을 수도 있지만, 안정적으로 가겠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정창환 선수 만큼이나 윤승아 선수도 공격적인 선수지만 이 경기가 최종 에이스 결정전이거든요. 함부로 나갔다가 역습 맞아서 한번 전투 잘못하면 지는 것이다보니 그런 사태를 피하고 싶었을 수도 있습니다. 윤승아.”

“어쨌거나 정창환에게는 안좋은 소식입니다. 저렇게 방공포대가 지어지면 하피가 견제할 수 있는 범위가 줄어들거든요.”

승아는 창환의 본진을 스캔하면서 하피탑을 보았다. 예상을 한 것도 있었지만, 뭐가 되더라도 방공포대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멀티나 본진의 왼쪽 벽에 방공포대를 지으면 드랍도 방어할 수 있고, 하피도 방어할 수 있다. 입구가 참호 2개로 일단 버틸 수 있는 만큼, 드랍만 방어하면서 병력을 모으면 된다는 계산이었는데, 이게 하피를 선택하여 가시괴물과의 종합 선물세트를 준비한 창환의 카운터가 되었다.

창환도 이런 방공포대 건설을 보았기에 마음이 급해졌다. 뽑은 하피를 얼른 가지고 가서 승아의 병력을 하피 짤짤이로 조금 잡았지만, 승아는 포탑뒤쪽으로 병력을 숨기고 순간순간 뽕을 빨면서 하피의 피를 깎아내면서 추가 접근을 막았다.

그리고 그렇게, 승아에게 약 2분의 시간이 주어졌다.

이 2분의 시간은 창환이 승아에게 주어서는 안되었던 시간이었다. 그 2분동안 초반에 자원이 적고 2소굴로 가시괴물을 뽑았던 창환은 소굴 2단계 업그레이드 후 유닛을 뽑기는 무리였기에 승아의 병력과 일꾼을 줄이면서 테크에 신경을 쓰지 못하게 하고 다시 그 소모된 병력과 일꾼을 뽑게 만들었어야 했는데, 컨트롤만 믿고 방공포대를 적게 건설하던 승아가 갑자기 방공포대를 짓자 견제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었다.

게다가 입구는 탱크와 참호로 막혀있어서 러쉬 불가. 이렇게 되니 아무리 폭풍 정창환이지만 당장 무언가를 할 수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병력을 쏟아부을 수도 없었다. 그저 소모만 되니 말이다. 멀티를 뜨기는 했지만 괴물 종족이 멀티가 3개라고 해도 인간 종족은 앞마당, 그러니까 본진과 멀티 합 2개만이라고 해도 충분히 싸움이 되었다. 괴물과 앞마당을 돌린것이 거의 동일하다면 더욱 유리했다.

그리고 이런 상대적인 자원의 우위로 승아는 위성을 뽑아냈다. 2분의 시간동안.

위성과 소총병, 탱크가 갖춰진 인간의 병력은 일정한 수가 갖춰지면 확실히 괴물의 1단계 병력에 강력했다. 최종 테크가 아닌 이상 오염의 위성에 가시괴물도 죽을 수 있고, 하피도 뭉칠 수가 없었다. 오염에 다 죽으니...

승아는 2분의 시간동안 방어하면서 모은 병력을 가지고 바로 진출에 나섰다. 창환이 초반에 병력을 몰아친 만큼, 자원이 적을 것이고 뒷심이 적을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바로 러쉬!! 러쉬뿐이었다.

“윤승아, 나가죠?”

“윤승아 선수는 유리할때 안나가는 선수가 아닙니다. 후반을 잘 가지 않죠.”

“정창환이 윤승아의 병력을 막을 수 있을까요? 폭탄충과 하피, 가시괴물이 있기는 합니다만... 힘들겠죠?”

“네. 정창환 선수가 지금 멀티가 하나 더 있기는 하지만 활성화가 늦었거든요. 그래서 하피로 시간을 벌려고 했는데, 윤승아가 틈이 없었어요.”

“시간을 벌기는 커녕 시간을 날리고 하피만큼의 돈을 날린 셈이죠.”

“정창환, 병력 뒤로, 뒤로 물립니다. 붙을 수가 없죠?”

“네. 붙기는 붙어야 하는데, 쌈싸먹듯이 둘러쳐서라도 달려들어야 하는데 병력이 상대적으로 윤승아가 많아요.”

창환은 계속해서 병력을 물렸다. 위성을 막기 위한 폭탄충과, 하피, 라미아, 사냥개 등을 더 뽑으면서

“정창환이 경기 초반부터 타이밍을 잘 보고 병력을 뽑아서 나간 것은 맞는데, 그 타이밍이 생길 때마다 윤승아의 대처가 완벽했어요.”

“대처가 완벽하다기보다 정창환의 공격 타이밍을 윤승아가 유도했다는 느낌도 듭니다.”

“유도요?”

“네. 처음 참호 러쉬 시도 이후 자원이 적은데 그 상황에서 윤승아 선수가 계속 찔러오니 병력을 뽑을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그 병력은 다시 돌아가요. 그럼 지금 자원은 덜 모였는데, 병력은 있고.. 정창환 선수의 선택이 뭐겠습니까? 뽑은 병력을 활용해야죠! 그럼 그 뽑은 병력으로 러쉬를 갈 수밖에 없게되니 윤승아는 그것만 막으면 되는거죠!”

“아.. 그런...”

“대단합니다. 윤승아.”

“정창환이 모은 병력으로 달려들지만.. 숫자가 적죠?”

“네. 저희의 목소리 톤이 변하지 않는다는게 지금 상황을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열악한 상황입니다. 정창환. 폭탄충 위성 격추 실패!”

“윤승아, 그 와중에도 폭탄충을 소총병으로 찍어잡네요.”

“위성의 오염을 폭탄충에! 폭탄충에 오염을 걸 정도로 윤승아, 사정 넉넉합니다.”

“좀전에 말한 것도 있지만 정창환 선수가 그 후에 하피를 뽑고 피해를 거의 주지 못하면서 자원낭비, 시간낭비가 되고 타이밍이 윤승아 선수쪽에서 넘어오질 않게 된게 컸네요. 지금 상황에서 하피는 교전에 도움이 안되거든요. 차라리 저 돈만큼 라미아가 있었더라면.. GG!!”

“정창환, GG!! 윤승아가 승리를 거둡니다!”

창환이 아쉽게 버티고 버티다가 GG를 쳤다. 하피로 2분간 피해를 거의 주지 못하고 승아가 병력을 키울 타이밍, 먼저 자원을 캔 것을 병력으로 바꿀 타이밍을 준 그 시점에 불리하다는 것을 창환도 알았지만, 그것을 뒤집을 수가 없었다. 섣불리 달려들면 이미 그 시점에 끝났을 것이었다. 그렇다고 시간을 주니 결과는 이랬다.

창환은 아쉬움의 한숨을 한번 내뱉고는 장비를 챙기기 시작했다.

이 경기의 결과, XK 마르스가 1차전 승리, 2차전 패배 끝에 최종 에이스 결정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아의 활약으로 4강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이에나군]

게임 중계자들이 판단하는 것도 참 대단하는 생각가 가끔 듭니다.
잘 보고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