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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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6.04.07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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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6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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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7.27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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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

DUMMY

프리시즌. 프로리그와 개인리그가 열리지 않는 시즌을 말하는 긴 프리시즌이 시작되었다.


승아는 집 자신의 방안에서 데굴데굴거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또래의 여중생들은 우주전쟁은 커녕 게임 자체에도 별 관심이 없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친한 친구인 현주와 은정도 게임보다는 이제 연예인 누가 어쨌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는데, 승아는 재미가 없었다.


현주가 좋아하는 그 남자 그룹의 연예인이 10년뒤에 뚱뚱한 아저씨가 된다는 사실을 이미 아는 승아이다 보니 남자연예인들이 더 눈에 들어오지 않는 승아였다.


‘미래라...’


미래를 생각하고, 그 미래인 과거를 생각하니 어제 원재와 나눈 이야기가 다시 생각났다.


-나도, 회귀를 했다. 승아야.


원재도 자신과 같이 회귀를 했다고는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승아였지만, 지금 생각하면 생각 못한게 바보였다. 회귀전과 비교해 보았을 때, 상황은 바뀌어도 선수 개개인의 스펙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 냉철한 플레이를 하는 이정민, 폭풍처럼 몰아치는 플레이의 정창환. 싸움을 좋아하는 투신 지성철.


단지 변한 사람이 단 하나, 황제 서원재.

빠른 컨트롤을 이용한 소규모 부대끼리의 교전인 마이크로 컨트롤이 주력이던 사람이, 보통의, 또는 그보다 느린 컨트롤이 주력인 운이 좋은, 그리고 상대의 빌드에 맞춰가는 게이머로 변화했다.


왜 그런지 몰랐지만, 인터뷰를 마치고 온 원재와 그 뒤로도 이야기를 나누고서야 알았다.

원재의 손목은, 망.가.져.있었다. 빠른 컨트롤이 불가능한 마치 게임을 오래 해서 수근관증후군이 온 듯한 그런 손이었다.


손목이 약해진 것은 자신 뿐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생각해보니 자신은 아니었다. 오히려 손목을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고, 최근에는 손목을 급하게 움직이지 않는 경기를 해서인지 그다지 무리가 많이 가지 않았다. 예전에 병원 종합진료때 이야기하는 성장중일 수도 있다는 말이 맞을 수도 있었다.


승아는 원재와 그 손목에 대해 나눈 이야기가 떠올랐다.


***


“승아, 너. 손목. 그거 어떻게 된거냐? 너 솔직히 원래 게임 그렇게 잘하는 편 아니었잖아?”

“아니.. 그게... 손목이 그냥 빨라졌는데요? 그래서 마음먹은대로 게임이 되던데요?”

“뭐? 무슨?”


그냥 빨라지다니.

제길.. 난 그냥 느려졌는데...


“사실 그전부터 빌드를 제대로 짠 건 많았어요. 내가 쓸 수가 없는 피지컬이라 은호오빠가 다 써먹어서 그렇지. 괴물 종족만이지만.”

“은호? 김은호? 브레인 괴물?”

“브레인.. 브레인이죠. 빌드가 전부 내 빌드여서 그렇지.”

“네 빌드?”

“오빠도 알다시피 난 그때 아무리 해도 손이 느려서 게임이 안됐어요. 처음 초창기에야 다들 손이 느리고 빌드를 제대로 짜지도 않았으니까요.”

“흐음.. 그랬지.”


원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소문이 있기는 했어. 김은호가 새 빌드를 짜는게 아니라 팀원들 것을 도둑질해서 빌드를 짜서 자신의 이미지 메이킹을 한다는 소문.”

“헤에.. 그런 소문이 나긴 했어요?”

“났지. 그게 너인 줄은 몰랐지만.”


승아는 입술을 비쭉 내밀며 말했다.


“치이.. 하튼 그래서 그때 구상했던 전략을 다 은호오빠가 썼구, 전 쓰고싶어도 못썼어요. 종족도 틀렸고.”

“흐음.. 그랬구나.”

“지금은.. 왜인지 모르지만 회귀하고 손이 빨라졌어요.”

“흐음..”


승아는 원재에 대해 물어보기로 했다.


“오빠, 오빠는요?”

“나? 나야 뭐.. 원래 손이 그다지 빠르진 않았으니까.”

“에? 오빠 손 빨랐잖아요? 수송선 드랍도 그렇고, 의무병으로 투명안에 블라인드 걸고 스텔스기로 기계모함 잡아줄 땐 정말 소름끼쳤다니까요.”

“아.. 그거? 하하.. 지금은 하라고 해도 못해. 게임을 오래 해서 그런지.. 손이.. 어라?”


원재는 순간 무언가 깨달은 듯 손을 살짝 얼굴에 가져갔다. 검지를 코에, 턱에 엄지를 비스듬하게 댄 원재는 순간 알았다는 듯 외마디 소리를 내질렀다.


“아!! 이거!!”

“왜... 왜요! 오빠!”

“그래! 그래서!!!”

“왜 그러는데요?”

“지금 승아, 네 손. 어릴 때로 돌아왔다고 했지?”

“아마도 그럴거에요. 제 생각인데... 아니 병원에서도 손이 아픈게 어려서 손을 많이 쓴 거라고 했잖아요. 생각해보면 손이 처음부터 아프거나 한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그런데, 나는 몸은 어려졌는데 손은 그대로인 것 같다.”

“무슨.. 말이에요?”


승아는 원재가 얼굴을 굳히며 한 이야기에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는 물었다. 무표정한 원재의 얼굴이지만 승아도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얼굴이 굳은 원재가 보였다.


“나는 회귀할 때, 몸을 그대로 가지고 온 것 같다.”

“무슨.. 오빠. 나이가 있는데요. 나이도 맞는 거 같은데.. 무슨..”

“잊었어? 난 2009년이야. 너보다 7년은 이르다고. 지금과는 7년정도 차이밖에 나지 않아. 난 지금이 그때의 몸이야. 그걸 지금 알아챈거야.”

“그런...”

“난 이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대로 과거로 온 것이. 손목이 아파도 당연하다고 생각했어. 내 손목은 이미 오랜 게임으로 닳은 상태니까.”


원재의 말은 승아가 생각한 것, 말한 것과는 다른 것이었다.


“오빠, 그러면 오빠는 지금 유닛 컨트롤이 느려진게 손목을, 아니 손목을 포함한 몸이 전부 회귀전의 것이라서 그렇다는 말이에요?”

“그래! 그렇게 밖에 볼 수 없어. 나도 프로게이머야. 내 손목의 상태는 내가 잘 안다고.”

“그런...”


뭐가 뭔지 알수 없어졌다. 승아도. 원재도. 서로의 상황이 달랐다. 서로 회귀한 것을 알고, 상태를 공유했지만, 상황이 달랐다.


그리고,현재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허.. 참.. 이게 무슨 만화나 소설도 아니고.. 회귀라니...”

“직접 겪지 않았으면 믿지 못했겠죠.”

“그러니까. 이건 만화속에 들어가서 움직인다는 설정보다 더 만화같은 이야기라고. 이거..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나.. 후...”

“난 싫어요!!”


승아는 원재의 말을 끊으며 소리질렀다!


“깜짝이야.. 그래. 알았다. 뭐 말한다고 바뀌는 것도 아니고.. 하여간, 이 문제는 서로 좀더 시간날 때 이야기 하기로 하자. 기자들한테 시달려서 피곤하다. 알아낸 거 있으면 공유하고.”

“오빠도요. 하여간 코치라도 하신다니 다행이에요. 이제 최강의 전술을 가진 코치가 나오겠네요.”

“그런가?”

“최강이죠! 전술을 다 아는데..”

“너는?”


원재는 자신이 사기라는 듯 쳐다보는 승아를 보고 사돈남말 하듯 말한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뭐. 저야..”


승아는 팔을 휘휘 내저으며 말했다.


“에이! 넘어가요!”

“와.. 윤승아...”


원재는 그렇게 말하며 승아를 타박하려는 듯 꿀밤을 놓으려 했고, 승아는 웃으며 피하려는 잠시의 몸부림이 생겼다.


그리고 소란이 잠시 잔잔해질 때, 원재가 말을 꺼냈다.


“코치 그거.. 난 별로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승아는 하고싶지 않은 것은 하지 않는 인생을 살고 싶었다. 새로 얻은 인생은 하고싶은 것만 하면서 즐겁게 살고 싶은 승아에게 원재의 말은 승아의 눈과 귀를 집중하게 했다.


“돈을 모아둔게 적더라고.”

“왜... 아.. 얼마 안됐죠. 리그 열린지.”

“그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먹고는 살아야지.”

“뭐에요? 그런 이유로 남다니.. 깬다.”

“깨다니.. 니가 나 먹여 살릴거야?”

“쳇.. 그런 말은 그분한테나 하시죠!”


***


승아는 그렇게 원재와 있었던 일을 회상하며 손목을 어루만졌다.


‘원재오빠와 나와의 다른 점. 그리고 같은 점. 그리고 손목. 같지만 다른 회귀.’


승아는 생각하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려면 어떠랴. 어차피 사람의 인성이 변하지 않는다면, 원재는 회귀전에 보아 왔던 것처럼 성실하고 이타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을 것이었다.


‘그래서 은퇴도 했겠지..’


자신이었다면 그 능력으로 우주전쟁 게임판이 망할 때까지 천년만년 우려먹었을 것이었다. 우주전쟁2 까지도. 자신은 원재처럼 착해빠지지 않았으니까.


승아는 지금 중요한건 자신이라고 생각했다.


‘그래. 나 자신이 중요하지.’


승아는 자신에게 탄산 수분을 공급하기로 결심하며 옆의 얼음띄운 고려콜라를 들이켰다.

3%만 마셔왔던 승아였지만 고려콜라도 이번 후원으로 먹어보니 꽤 괜찮았다.


‘이거.. 생각보다 괜찮단 말야?’


작가의말

서서히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는 두사람!

개인리그도 프로리그 시즌도 끝나고 마치 학생들의 방학과도 같은 이 기간에 승아는 무엇을 할 것인지!

대하 스펙터클 뽕빨 폭풍설(blizzard)사(社) 게임 소설!

내일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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