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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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6.04.07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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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6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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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04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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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즌, 새 여성 프로게이머 이은지 (2)

DUMMY

호진이 XK 마르스에서 한국항공 점보스로 이적하자마자 느낀 것은 여러가지 황당함이었다.


***


“네? 주장이 없어요?”

“그래. 우리 팀에는 주장이 없다. 다들 뭔가 감투 쓰는 걸 싫어해서..”

“감독님, 그럼 뭐 팀에 중요한거 전달하거나 할 땐 어떻게 합니까?”

“뭐.. 다같이 있는 자리에서 이야기하고 그랬는데.. 문서상으로는 일단 연장자인 김옥지를 올려놓기는 했는데... 본인이 그 자리도 무겁다고 안한다고 하네. 그래서..”


김옥지는 인간종족의 유저로 호진과 나이가 같았다. 게임 실력은 보통이지만 한국항공팀에서는 최고 연장자였다.


호진은 자신을 영입한 한국항공의 의도를 알 것 같았다. 구심점이 되는 선수가 없다는 것. 그리고 경험이 어느정도 있으면서 결승전 경험도 있는 팀에서 온 자신에게 그 역할을 맡기려 한다는 것을.


호진보다 무게감이 있는 유저는 많았지만 각 팀에서 영입할 수 있는 게이머 중에서 그나마 제일 무게감이 있는 유저는 호진 뿐이었다. 그렇기에 한국항공에서는 호진에게 X-게임넷보다 많은 연봉을 제시했던 것이다.


호진이 황당함을 느낀 부분은 자신에게 주장을 맡기려는 팀의 의도를 못 따라갈까봐서가 아니었다. 주장 그까짓거.. 그냥 그동안 봐 온대로, 원재가 하던대로 반만 따라해도 충분할 것이었다.


문제는 호진이 들어간 한국항공 팀원들의 수준에 있었다.

XK 마르스에서 원재와 승아와 경기 연습을 한 호진은 자신도 모르는새 실력이 늘어있었고, 실력을 판단하는 기준치도 늘어나 있었다. 그런데 여기는 어떤가. XK 마르스에서는 팀내 리그전을 치르면 중위권 정도밖에 되지 않던 자신의 실력은 여기서 전승을 거두고 말았다. 그것도 압도적인 경기력의 차이로. 팀원들의 수준을 느낀 호진은 왜 전 시즌에 한국항공이 순위권안에 들지 못하고 팬도 없는지 알 것만 같았다.


뭐.. 그래도 다들 하려는 의지도 있었고, 팀 케미에 문제도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무언가 돌출된 사람이 하나 있었다.

그렇게 다들 잘하지 못하는 팀에서도 더 못하는, 제일 큰 문제가 되는 실력을 가진 자가 한명 있었던 것이다. 바로 이은지.


같이 들어온 이진성은 그래도 괜찮았다. 아마추어 챌린지 리그에서 3위를 했다는 것 자체가 어느정도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은지는 답이 없었다.


연습실에서 일어났던 일이었다.


“저는 왜 돈이 안 모여요?”

“일꾼으로 자원을 캐야 모이죠.”

“자원은 어떻게 캐요?”

“일꾼을 자원에 붙여요.”


그렇게 조언을 해준 뒤에 호진이 자신의 연습을 하러 다시 연습하는 동안, 이은지는 여전히 자원을 캐지 못하고 있었다.


“오빠! 호진 오빠!”

“네?”

“저 아직도 돈이 안올라 가는데요?”

“그럴 리가.. 제가 한번 볼게요.”


호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은지의 화면을 보고 뭐라고 말해야 할지 암담했다. 이은지는 일꾼으로 자원을 캐는 것이 아니고, 말 그대로 일꾼을 자원에 가까이 ‘붙여’ 놓은 것이었다. 그러니 자원이 모여서 돈이 올라갈 리가 있나..


“...........”

“오빠? 왜 전 돈이 안올라가요? 제대로 가르쳐 주세요! 아! 알았다! 내가 섹시하고 예쁘니까 막 일부러 틀리게 가르쳐 준거죠? 나랑 말 더 하려고?”


...............


- 와.. 시발.. 이게 욕이 저절로 나오는 거구나. 처음 보는 사이라 욕도 못하겠고..


호진은 속으로 욕이 저절로 나오는 것을 삼켰다. 자원을 어떻게 캐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프로게이머란다. 어떻게 팀에 들어왔는지도 의문이었다. 게다가 1살 차이밖에 안나고 딱 봐도 다 큰 애가 승아처럼 귀여운 척 한답시고 오빵~ 오빵~ 하는데 정작 프로게이머가 게임은 못한다. 연습시간에도 화장부터 고치고 난 뒤에 연습을 시작했다. 그나마 손톱을 길게 기르지 않았다는 것이 유일한 정상적 요소랄까. 호진은 외모가 귀여운 것에 앞서서 게임으로 비교가 되는 승아가 생각났다.


호진은 대체 이은지가 팀에 어떻게 들어왔는지가 궁금했다.


“은지씨.”

“에이~ 오빠. 은지씨가 뭐에요. ‘은지야~’ 하세요. ‘은지야앙~♡’ 해도 되구요. 오빠 그렇게 딱딱하게 이야기하면 여친 안생겨요?”

“휴우.. 그. 팀에 혹시 입단 테스트 누구한테 받았어요?”

“아.. 테스트요? 그런거 안받았는데요? 우리 아빠가 한국항공에 이사님이거든요. 쨘! 이건 몰랐죠?”

“..........”


호진은 점점 정신이 가출하려 하고 있었다.


“그러면 굳이 프로게이머가 된 이유는요?”


호진이 물어본 ‘굳이’의 의미를 이은지는 다르게 해석했는지 바로 수다를 떨어댔다.


“아.. 그쵸? 그쵸? 호진오빠가 봐도 난 그냥 아이돌이나 탤런트나 이런거 하면 될거 같죠? 근데 그게 쉽게 되는게 아니더라구요. 근데에~ 윤승아라고 알죠? 걔 TV나가더니 짱 떴잖아요!! 그리고 이리저리 연락도 오고.. 회사 광고도 찍고.. 그래서 연예인 다 됐더라구요! 저도 그럴라구요! 그냥 오디션 보고 방송타는 거보다 이게 제일 빠른 것 같아서요! 오빠! 오빠가 보기에도 제 외모면 될 것 같죠? 그쵸? 그쵸?”

“야이.. 후.............”


이은지의 말을 들은 호진은 말문이 막혔다.


‘승아야.. 갑자기 니가 보고 싶다...’


호진은 승아를 생각하며 땅을 보고 한숨을 한번 쉬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


***


그 후 호진이 가르쳐 준 것은 완전한 기초부터 시작했다.

어떻게 유닛을 움직이느냐부터, 전술과 이것저것 다 가르치다보니 답이 나왔다.


- 얜 안돼....


동네 피씨방에서 우주전쟁을 좀 하는 초중딩들을 데려다 놓아도 이보다는 잘하겠다 싶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반복적인 학습으로 1개의 빌드는 익숙하게 만들었다는 것.


이은지도 나름 연예계로 떠 보려는 욕심이 커서인지 기초가 없는 것 치고는 호진이 가르치는 연습을 꾸준히 하며 잘 따라왔다. 그래도 사람마다 기본 소질의 차이는 있는 법. 여러가지를 이은지에게 가르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은지가 연습한 빌드는 오직 초반 2관문 기계전사 푸쉬.

아크까지 빌드를 올리기만 하면, 그 사이에 일꾼을 제대로 뽑지도 못하고, 자원에서 확실히 밀렸다. 그렇기에 초반이 강한 기계전사를 활용한 푸쉬를 연습시킬 수밖에 없었다.


빌드도 단 하나지만 하는 맵도 단 하나. 처음 연습한 피의 능선이었다.

이은지가 이정도 실력인줄 처음부터 알았으면 더 쉬운맵에서 연습을 시켰을 텐데, 맵을 인식시키는 시간도 모자랐다. 처음부터 이 맵에서 연습한 이은지였기에 어쩔수가 없었다.


다행히 이곳에서는 관문을 숨겨서 지을 곳이 꽤 많았다. 오직 2관문을 먼저 짓고 기계전사만 러쉬가게 만드는 2관문 기계전사 푸쉬만을 연습시켰고, 생각외로 모르는 팀원들에게는 좀 먹혔다. 물론 2번째는 거의 통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호진의 눈에는 여성 게이머라면 다 승아정도는 하는 것으로 그동안 생각하고 있었기에 답답해했었다.


그런데 그 이은지에게 안창훈이 무너지고 있었다. 아마추어 챌린지 리그를 통과했던 이진성도 졌는데 이은지가 이기다니..


정말 우주전쟁 게임은 해보기 전에는 결과를 모를 게임이라고 호진은 생각했다.


“안창훈! 일꾼만 잃지 않았으면 이런 상황까지 몰리지 않았을 텐데요.”

“그렇죠. 본진 사원이 깨지더라도 앞마당에 캐논포가 지어져있고, 이은지도 2관문 올인이거든요. 일꾼만 잃지 않으면 앞마당에서 재기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거기에 너무 당황해서 일꾼을 거의 잃었죠.”

“안창훈.. 결국 버티지 못하고 GG를 칩니다! GG!!"


안창훈이 GG를 치는 순간, 이은지는 부스에서 나와서 관객석 쪽으로 다가가 금발의 생머리를 넘기면서 관객쪽으로 입술을 내미는 포즈를 취했다. 약간 고혹적인 자세를 취하듯 몸의 각도를 비스듬하게 하고 히프를 약간 뺀 상태였다.

그런 이은지를 본 남성 관객들은 환호했다.


- 이은지!!!

- 이은지!!!!!!!


“한국항공 점보스가 세트 스코어 0:2로 밀려있다가 한세트를 만회하여 1:2로 만듭니다!”

“이은지 선수, 이기고 난 뒤에 고혹적인 포즈를 취하는데요?”

“관객들에게 키스를 하는 듯 입술을 내미는데요.. 성숙한 모습이 느껴집니다.”

“아시다시피 여성 게이머는 윤승아 선수 하나였는데요, 이은지 선수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여성 프로게이머들의 시대를 예고합니다.”


실상을 알고 있는 호진은 해설진들의 말이 어이가 없었다. 어쩌다 한번 이긴거 가지고..


“하아..”


호진의 한숨을 부스에서 내려온 이은지가 끊어버리고 호들갑스럽게 말했다.


“봤어요? 봤어? 오빠! 내가 그냥 이겼어요! 나 재능 있나봐!”

“그래.....”

“아.. 쉽잖아? 연습 안해도 될 뻔 했어!”


이은지의 말을 들은 다음 4세트 경기에 나가야하는 호진은 순간적으로 휘청하는 멘탈을 부여잡고 부스로 나갔다.


“아.. 정호진 선수입니다! 이번 시즌부터 한국항공 점보스의 주장을 맡고 있는데요. 이전 시즌까지는 김옥지 선수가 맡고 있었죠?”

“네. 그랬었는데 정호진 선수가 한국항공에 오자마자 주장을 맡았습니다. XK 마르스에서 보여주었던 묵직한 경기가 나오리라 예상되는데요. 상대가 또 만만치 않죠?”

“그렇습니다! 2:1을 3:1로 만들 수 있는 선수죠! 지난 개인리그 시즌 준우승자! 김칠구 선수입니다!”

“반면 정호진 선수가 이기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2:2를 만들 수 있는 상황!”


김준형 해설은 이호준 해설과는 반대쪽 편을 들어 이야기하며 균형을 맞췄다.


“두 선수, 종족이 기계로 같죠?”

“네. 3세트 경기와 같은 기계 대 기계 전이지만 이 두 선수는 우주전쟁 초창기부터 해 온 게이머들이니만큼 신인들의 대결과는 다른 맛을 또 보여주리라 생각합니다.”

“이 두 선수가 현재 양 팀에서 제일 무게감이 있는 선수인데 또 매치가 이렇게 되네요.”

“오늘 두 팀의 경기에서 제일 흥미진진한 경기가 제일 중요한 타이밍에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두 선수, 세팅이 다 되었네요.”

“4세트 경기! 이성 갤럭시아의 김칠구 선수와 한국항공 점보스의 정호진 선수의 경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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