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먼 연대기 (윙클리드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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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정(魔井)
작품등록일 :
2016.06.20 01:12
최근연재일 :
2016.12.0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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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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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7.08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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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센 - 성년 파티 5

DUMMY

어머님도 역시 아줌마 중 하나였다.

아침식사가 반은 남았지만 눈치를 보며 일어설 수밖에 없었다. 구원투수인 아버님은 업무 차 어제부터 출장을 가셨다. 결국, 예금한 돈을 찾아야 하나.


툴툴거리며 은행에 들러 돈을 찾은 뒤 보석상에 가니 점심때가 다 되어 있었다. 거리는 평소보다 사람들이 더 많아 보였다.


빨리 대학에 들어가야지 원, 지금 가진 내 용돈으로 자동차를 사기는 무리니까. 승합마차를 타서 배긴 엉덩이를 문지르며 가게 문을 열자 아저씨가 반갑게 맞아줬다.



“이제 오니? 반지 여기 있다.”



아저씨는 입구 근처 계산대에서 작은 주머니를 들어 반지를 꺼내줬다. 파란색의 선명한 보석 알.

원래의 내 것보다 더 진한 색이었다.



“돈은 됐다. 늦었지만 내가 주는 생일선물로 받거라. 그 반지는 리큐르드가 세공하고 박았어. 간단한 작업이라 걔 실력 정도면 앞으로 빠질 일은 없을게야. 리큐르드! 잠시 나갔다 오마. 내가 돌아 올 때까지 가게 지키고 있어야 한다.”



“정말요? 감사···”



아저씨는 내가 감사의 말을 읊조리기도 전에 상자모양으로 볼록 튀어나온 가죽가방을 들고 나가버렸다.



“박물관에 등록하러 가신 거야. 저번 그 루비 말이야.”



“그렇구나. 그런데 네가 박았다며?”



“그 정도야, 기본이지.”



리큐르드는 바로 우쭐거리며 인정했다. 하기야 우리 사이에 겸손이라는 단어가 나올 수 없지. 앞치마를 그대로 두른 리큐르드가 음식점 연락처를 들고 왔다.



“다른 일정 있냐? 없으면 좀 놀다가 가.”



“그럴까. 그런데 전에도 그렇고 왜 자꾸 혼자 있냐?”



“어머닌 요즘 의뢰받은 일이 있어 외근하시고, 일하던 형들도 경매 때문에 출장 가서 카니발까진 나 혼자 아버질 도와야 해. 난 볶음밥 먹어야겠다. 너도 먹을래?”



안 그래도 부실하게 먹은 아침에다 점심때가 다 되어 배가 고픈 참이었다.



“나도 먹을게. 얼마야?”



“그래? 그러면 보석 값도 굳었는데 니가 사라.”



볶음밥을 2개 시킨 친구는 영수증을 달라더니 장부에 직원과 손님 식대라는 내용을 기재했다. 음식이 도착하자 영수증을 붙인 리큐르드는 가게 시재에서 그 만큼의 돈을 뺐다!



“못 본척해. 난 너와 달리 불쌍한 노동자야.”



점심을 먹는 동안 리큐르드가 이상한 이야기를 해줬다.


내가 반지를 맡긴 그 날부터 며칠 동안 십 수 명의 손님이 루비나 사파이어 알을 새로 하러 왔다는 것이었다. 옆의 가게들도 같은 이유로 손님들이 왔다며 나 말고도 오늘 몇 명은 알을 박아 넣은 장신구를 찾으러 올 거라고 했다.



“그런데 알이 남아있는 건 너밖에 없었어. 그리고 네 거, 깨진 게 아니었어. 닳아서 작아진 거야.”



“신기하네. 리큐르드, 니 졸업 반지는 괜찮았고?”



“응. 내 건 멀쩡했어.”



리큐르드의 설명에 따르면 루비와 사파이어는 매우 단단한 보석이다.


다이아몬드를 제외한 보석 중 가장 단단한 보석. 그 정도로 단단해? 궁금해 하는 나에게 친구는 밥을 흘리면서 얘기를 계속했다.



“루비와 사파이어는 색만 다를 뿐 같은 보석이야. 천연 산화알루미늄으로 루비는 크롬이, 사파이어는 철과 티탄이 들어가서 색이 달라져. 붉은 것은 루비고, 붉지 않은 것은 모두 사파이어야.”



“파란색 말이지?”



리큐르드가 씩 웃으며 말했다.



“보통 그렇게 생각하지. 푸른 색 사파이어가 가장 가치 높은 색인 것은 맞아. 그런데 사파이어는 분홍색, 보라색, 녹청색, 노란색, 투명색 등 모든 색이 다 있어.”



파란색이 아닌 사파이어가 있다고? 난 다시 나에게 돌아온 반지를 봤다. 선명하고 예쁜 파란색.



“색이 좋지? 니 꺼 그래도 좋은 걸로 넣었어. 돈 받으면 용돈 좀 받으려 했는데, 공짜로 주실 줄이야.”



“많이 비싼거야? 안 그래도 되는데.”



좀 미안해지고 부담스러워 물어 보니 리큐르드가 고개를 저었다.



“크게 비싸진 않아. 거기다 니 반지알이 그렇게 된 것엔 우리 책임도 ··· 아니다. 못 들은 것으로 해.”



무슨 말을 하려던 건지 몰랐지만, 보석 알을 보니 그녀가 생각났다. 루비와 사파이어, 사실 아까부터 계속 생각나고는 있었다.

보라색 눈에 그라데이션 색의 머리카락의 아름다운 그녀, 그리고 독특한 문양의 커다란 보석핀.



“그러고 보니 커런덤 남매의 집안도 루비랑 사파이어를 취급한다고 했지? 혹시 엘자양의 머리핀엔 이상이 안 생겼대?”



마지막 피클을 집던 리큐르드가 잠시 멈칫하더니 말을 받았다.



“···너 설마 했는데···. 엘자 양에게 반한거야? 커런덤 가는 걱정 안 해도 돼. 그리고 너무 관심 갖지 마.”



내가 티를 너무 냈나? 그래도 명색이 친군데 응원도 안 해주고, 설마 너도 반했냐? 혹시, 우리 라이벌인거야?



“왜?”



약간 오기가 생겨 물어 보자 바로 정색을 하던 친구가 피클을 씹으면서 말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어. 하지만 깊이 알기는 힘들지.”



“우리가 아직 어려서? 아니면 정보부족으로?”



진짜하고 싶은 말은 삼킨 채 마지막으로 국물을 입안에 쏟으며 내가 응수했다.



“···보통 사람은 알아선 안 되는 거야. 알더라도 곧 지워질 사실이지. 호기심은 인간의 특징이지만, 앎이 꼭 기쁨만은 아니니까.”



보통 사람이라니, 나? 음모 이론도 아니고 이게 무슨 말이냐.


이상한 말을 한 리큐르드와 눈이 마주쳤다. 아렌가의 특징인 하늘을 향하며 위로 말려 올라간 속눈썹과 그 아래 땅과는 수평으로 뻗은 이중 속눈썹이 보였다.

그리고 검은 머리카락과 가까운 색인 짙은 갈색 눈동자에 이제껏 내가 본 적이 없는 어떤 ‘힘’이 꿈틀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들이 움직인 게 우연은 아니니까. 그리고 넌 잊을 거니까.’


리큐르드는 분명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런데 눈을 통해 이런 내용의 말이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느낌이 났다! 뭐지?


갑자기 그 눈동자에 다시 내가 비쳤다. 입가에 국물과 양념이 조금 묻은.



“가글제가 있으니 간단히 양치하고 가. 난 치워야겠어.”



평소의 모습으로 리큐르드가 말했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슬프다고 느껴지는 어조였다. 소름이 살짝 돋았다. 혹시 얘, 말로만 듣던 능력자였어? 드물게 있다는?


난 우물거리며 인사를 하고 나왔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알아서는 안 되는 그 무언가와 리큐르드의 반응, 그리고 텔레파시로 짐작되는 말까지.


움직였다던 그들이 커런덤 남매야? 잊다니 뭘? 우연이 아니라면 뭘 계산한 건데?


한낮이라 그런지 봄인데도 더운 편이었다. 머리도 식힐 겸 더위도 식힐 겸 간식이 꽤 유명한 찻집에 갔다. 그리고 부드러운 맛을 내는 사이펀 커피와 치즈 케이크를 주문하고 무심코 신문 거치대를 봤다.


중요 일간지는 대부분 먼저 온 손님이 뽑아가 버려 흥미 위주의 잡다한 내용을 싣는 신문 한 가지만 남아있었다. 시간 때우기에는 그만이라 대충 넘기는데 시선을 끄는 제목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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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사라센의 괴담

어제(네 번째 달 열흘) 16살의 성년식을 치른 핀시아양이 갑자기 할머니가 되다!


본지가 입수한 소식에 의하면 사라센의 소문난 미인인 핀시아 엑스룬양이 케이크 절단식을 한 뒤 바람을 쐬러 나갔다가 실종됐다. 식구들과 친지들이 찾았으나 정원과 근교의 공원에도 모습이 안 보여 실종 신고를 냈다.


그런데 오늘 새벽 현관 앞에 엑스룬 양이 쓰러진 채로 발견 됐다. 아침 우유를 받기 위해 문을 연 주방 하녀가 발견해서 핀시아양을 일으키다 놀라서 소리를 질러 다른 사용인들이 달려왔다. 늙은 집사는 하룻밤만에 갑자기 늙어버린 아가씨의 얼굴을 보고 심장마비로 생명을 잃을 뻔하기도 했다고!


가족들은 침묵만 치키고, 주치의와 소문난 의사들도 원인을 밝히지 못해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한다고 한다. 조만간 정밀 검사를 할 예정이고 현재 엑스룬 가는 방문객을 일절 받지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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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살다 보면 여러 가지 일을 보고 듣는다.


내가 본 것 중 가장 믿을 수 없는 얘기를 읽고 나자 주문한 커피가 치즈 케이크과 함께 세팅되었다. 알콜램프의 물이 끓어 사이펀에 들어갔다가 다시 커피로 추출되어 떨어졌다.


역시 낮에는 커피가 진리다. 주변을 감싸는 커피 향을 맡으며 내려진 커피를 잔에 따라 케이크를 한입 먹자 만족스러운 기운이 올라왔다.


행복이란 별것 아니다. 복잡한 생각은 잊고, 시원한 가게에 앉아 부드러운 커피와 맛있는 케이크를 즐기는 것이니.



대부분의 모임은 저녁에 있었다.

곧 있을 카니발 때문에 크고 작은 파티가 매일 열렸다. 일부 파티광 여성뿐 아니라 보통 여자들도 이 시즌을 즐거워했다. 남편과 연인과 아들이 기다림에 지쳐 죽었다 살아나더라도 말이었다.


우리 집도 약하긴 하지만 거기서 예외는 아니었다.


작가의말

지금 제 거주지에는 비가 약간 오네요. 어제보다 선선해서 굿!

폭염과 호우가 기다리는 주간입니다. 독자님들도 건강 유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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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괴담과 카니발 4 16.07.16 232 0 9쪽
11 괴담과 카니발 3 16.07.14 165 0 9쪽
10 괴담과 카니발 2 16.07.12 147 0 9쪽
9 괴담과 카니발 1 16.07.12 158 0 10쪽
» 사라센 - 성년 파티 5 16.07.08 239 0 9쪽
7 사라센 - 성년 파티 4 16.07.06 220 1 9쪽
6 사라센 - 성년 파티 3 16.07.05 167 1 10쪽
5 사라센 - 성년 파티 2 16.07.03 174 1 10쪽
4 사라센 - 성년 파티 1 16.07.01 189 0 9쪽
3 프롤로그 - 장례식과 손님들 3 16.06.29 215 0 9쪽
2 프롤로그 - 장례식과 손님들 2 16.06.28 323 2 9쪽
1 프롤로그 - 장례식과 손님들1 16.06.27 579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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