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먼 연대기 (윙클리드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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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정(魔井)
작품등록일 :
2016.06.20 01:12
최근연재일 :
2016.12.0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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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09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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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새로운 친구 1

DUMMY


가방을 챙긴 뒤 가까운 안내판까지 이동 하고서야 한 숨 돌릴 여유가 생겼다.

안내(공통어와 주변나라의 언어, 그림과 입체적 부호로 꾸며진)를 보니 시내로 들어가는 정류장이 근처에도 하나 있었다.


예약한 호텔까지 바로 가기 위해선 호텔버스를 타는 것이 가장 좋았다.

리무진과 택시들이 줄지은 정류장을 한참 헤매고서야 나는 원하는 셔틀버스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하루 종일, 매 시간 출발하는 공항리무진과는 달리 하루에 몇 번 운행하지 않는 호텔버스를 타려면 여객선 시간을 잘 맞춰야 했다.


나처럼 비즈니스로 들러 숙소로 바로 가기를 원하는 승객들은 도착시간을 계산해 호텔버스를 이용하게 마련이었다. 노선을 보니 리무진은 몇 개의 큰 역과 시장과 기념품 가게 등을 지나 숙소까지 갔다.

관광객의 주머니를 탈탈 털기 좋은 노선이었다.


‘당신의 지갑을 여세요. 그 안의 돈을 쓰세요. 카드도 됩니다.’


자동적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음악과 함께 이튜나의 관광 홍보 영상이 나오면서 마지막에 캐치프레이즈인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이 있는 곳』이 다시 떴다.


우연도 겹치면 필연이라던데, 여기서 과연 내가 원하는 것을 구할 수 있을까?


별일 없이 호텔에 도착한 나는 방에다 짐을 대충 풀고 근방을 구경하기로 했다.



“2박을 예약하신 윙클리드 프란시아 발세르씨, 환영합니다.”



신분증을 확인 한 뒤 직원이 카드형 열쇠를 내주며 사무적인 미소로 인사를 했다.



“외출 시엔 열쇠를 맡겨야 하나요?”



방으로 가기 전에 직원에게 질문하자 직원이 고개를 저으며 카드의 한 귀퉁이를 가르쳤다.



“지문을 입력하면 열쇠를 안 맡기셔도 됩니다. 이 카드 열쇠의 홀로그램 처리된 부분에 3초간 손을 대면 손님의 지문이 등록이 됩니다. 그 정보는 손님방과 연계되며 체크아웃 시엔 손톱으로 한번 긁으면 정보가 파기됩니다.”



“그 말은 지문을 등록 안하면 열쇠를 맡기라는 말이군요.”



“그렇죠.”



입점 문제를 논의할 시림 씨와의 약속은 내일 오후에 있었다.

오늘 적당히 놀고 늦잠을 자도 괜찮은 시간대였다. 늦은 시간이지만 이튜나의 대도시는 밤이 없기로 유명했다. 낮과 밤, 그리고 새벽과 저녁에 맞춘 생활이 순환하며 이루어지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낯선 곳을 여행 할 땐 시장에 가라’


누가 한 말인지 정말 명언이다.

낯선 풍경과 물건, 구경거리, 거기다 시장에서 파는 여러 먹거리들은 언제나 나를 설레게 했다. 작은 음식점에서부터 노점의 불량식품에 이르기까지.


암, 먹는 게 남는 거지.


짐을 풀고 가벼운 차림새로 내려온 나는 열쇠를 맡겼다. 아무리 정보가 파기된다하지만 개인 정보를 등록할 수 없었다. 그리고 호텔 로비에 비치된 안내책자를 참고로 인근에 있는 큰 시장에 구경을 갔다.


꽤 시끄럽구나. 오호라, 저기엔 간단한 공연을 하는 게 약장수인가.



“하나 드셔봐, 맛있어.”



“두개사면 하나 더 드려요.”



해산물 꼬지도 맛나 보이고, 과일 사탕도 맛있어 보였다. 몇 가지 음식들이 있는 노점을 훑어가니 식당이 몰려 있는 거리가 나타났다.


하지만 진정한 맛 집은 포장마차 혹은 골목 안에 있는 법이다.

그래서 나는 가장 가까운 골목에 들어갔다. 그리고 눈을 의심했다.


음식점이 모두 사라진 그 골목엔 말로만 듣던 노예매매시장이 있었다!


제법 큰 규모의 가게들은 모두 유리진열장안에 사람들을 가둬놓고 있었다. 인종과 국적에 상관없이 평균적으로 미형인 남녀에 심지어 아이마저 있었다.


가격표가 붙은 사람들을 보자 머릿속이 잠시 멍해졌다. 안내책자에는 이런 시장에 관한 정보 따위가 없었는데!


이 골목에도 은근히 사람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짓고서 물건을 고르면서 말이었다.



“이튜나에선 사람도 사고파나요?”



나는 역시 노예를 사러온 것 같은 여자에게 물어봤다.

현재 노예시장이 활성화 된 나라는 거의 없다. 거기다 제국도 아닌 이튜나같은 공화국에서 인(人)시장이 서다니!


주의 깊게 상품(?)들을 보던 여자가 촌닭 보듯이 나를 쳐다봤다. 그 눈 속엔 내 말에 대해 황당함과 경멸과 웃긴다는 표정이 골고루 섞여 있었다.



“그런 무례한 질문을 하다니! 당신은 이튜나에 처음 온 외국인이군요. 저것들은 사람이 아니라 안드로이드들이예요. 사람들의 일을 도와주는 여러 가지 기능들이 내장되어 있다구요. 당신도 흥미 있으면 보세요. 우수한 안드로이드는 ‘갓난 애 봐주기’도 할 수 있으니까.”



내일이면 가까운 이웃들에게 어느 멍청한 외국인의 질문을 비웃으며 이야기 해야지. 그런 표정을 지으며 여자는 나를 한 번 더 쳐다보고는 진열된 상품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래, 생각났다!

이튜나는 없는 것이 없는 곳이다.


근처 가게의 간판들을 자세히 보자 이름 옆에 안드로이드나 사이보그, 혹은 로봇 같은 글자들이 조그맣게 쓰여 있는 것이 보였다.


멋쩍어진 나는 그 여자와는 다른 가게의 상품들을 구경하기로 했다. 여기까지 온 김에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아 보였다.

태어나서 평생 처음 보는 안드로이드이니 말이었다.


쇼윈도의 진열품들을 보니 제조사와 함께 모델명과 개개의 성능과 특징 등이 적혀 있었다.

평균 수명 400~500년, 가사일, 비서일, 친구역할에 애인대행 등 입력 프로그램에 따라 나뉘는 다양한 기능···.


말로만 듣던 안드로이드들은 인간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았다. 같은 모양이 하나도 없을 만큼 외관에 신경을 썼을 정도였다. 심지어 각종 부분 및 부품별로 맞춤과 조립이 가능한 가게도 있었다.


그냥 이 가게 저 가게 진열대만 구경만 하던 나는 한 여성 형 안드로이드 앞에서 멈췄다. 특별히 눈에 띄는 외모는 아니었다.

외모로만 본다면 평범한 축에 속했다. 중키에 보통체격, 붉은 기가 도는 갈색머리, 인상에 오래 남지 않는 20대 초중반의 얼굴. 내 눈을 잡아끈 건 설명서였다.


「안드로이드 크리스티나형 K-1005 주요기능: 애 봐주기, 가사노농, 정원일, 저택관리, 회계업무가능」



이튜나에 오기 며칠 전 수십 년간 일을 해와 가족처럼 믿고 있던 집사를 해고했다. 지방에 있던 부동산을 자기 명의로 몰래 바꾸려다 들통 났기 때문이었다.

그간의 노고를 생각해 소송은 걸지 않고 그냥 해고하는 수준에 머물렀지만, 최근 사라센에선 사용인과 관련된 이런 종류의 범죄가 심심찮게 일어났다.

아직 적당한 사람을 구하지 못한 덕에 어머니의 일이 더 늘어났고, 그 여파로 생긴 히스테리와 스트레스는 다른 사람에게도 영향을 줬다.



“그 사람이 그럴 줄 누가 알았겠니. 갔다 오면서 좋은 선물이라도 사다드리렴.”



이제 막 걸음마를 배우는 조카를 데리고 놀러왔던 누님은 나에게 그렇게 말했었다.



저택관리와 회계업무 가능이라.


안드로이드이니 구입비 외에는 별로 돈들일 필요도 없어 보였다. 유지비가 들어봐야 평생의 월급만 하겠는가. 거기다 범죄나 거짓말을 할 일도 없을 테니 사용인으로서는 최고의 조건이었다. 좋은 선물이 되겠구나.


하지만 소모품이 아니라서 가격은 후덜덜했다.



“원래 가격이 이리 비싼가요?”



“웬걸요. 손님. 안드로이드가 가격이 있긴 하지만, 이튜나 만큼 싼 곳도 없죠. 그리고 인건비를 생각하면 훨씬 싸게 칩니다. 앞으로는 안드로이드가 웬만한 일은 다 할 거예요.”



‘아, 예. 인간의 영역이 더 줄겠군요. 웬만한 일도 종류가 있겠죠. 뭐 카운터 보는 거라든지, 집사일이라든지, 개척지 개간이라든지. 효율성으로 갈 거 같은데요.’


속으로 대꾸를 하면서 난 흥정을 했다.



“좀 깎아주시죠?”



“어이구, 이미 할인된 가격으로 정찰제입니다. 다른 데 가 보시구랴.”



만만치 않은 가격에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연맹력 기준으로 10년 할부를 하면서 안드로이드를 사기로 했다.

쇼핑은 한 번에 한 장소에서 끝내야지, 돌아다닌다는 건 피곤한 일이다.


먹는 것 만 빼고 말이다.



“다 됐습니다. 추가 사항을 입력하시려면 사용설명서를 참고하시거나 만든 회사인 삼태성 홈페이지를 통해 하시면 됩니다.”



전원을 넣어주고 정품등록 후 기본 사항 입력을 마친 주인이 말했다. 난 사용설명서가 적힌 여분의 칩을 받고 안드로이드를 데리고 나왔다.



“제 이름을 정해 주십시오, 주인님.”



10년 할부의 주인공이 나에게 주인님이라 부르다니. 단조로운 기계음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성우처럼 아름다운 목소리도 아니었다. 그냥 평범한 인간의 소리. 과학의 발달에 감탄하며 난 아무 이름을 주워댔다.



“사라. 네 업무는 좀 더 있다가 정해줄게.”



사라센 최초의 안드로이드이자 우리 집의 집사가 된 사라와의 만남은 이렇게 이루어졌다.



그 다음 날은 출장이 있는 날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온 몸이 찌뿌둥하고 뒷목이 무거웠다.

전날 들어오면서 야식으로 먹은 닭튀김과 맥주 탓인지, 너무 늦게 자서인지 알 수 없었다. 기분도 영 찜찜한 것이 잠을 잘못 잤거나 기억나지 않는 악몽 때문일 수도 있었다.


아니 가장 유력한 건 시차였다.

칸다르디야와 이튜나, 그리고 게이트(=웜홀)를 통과 할 때의 차이점 같은.


사실 나는 게이트를 통과하는 장거리 여행에는 아직 익숙하지 않았다. 일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그 것도 거의 칸다르디야 국내에서만 일했으니까.



작가의말

시장 좋죠!

특히 재래 시장, 여행지의 야시장, 심지어 마트~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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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괴담과 카니발 1 16.07.12 158 0 10쪽
8 사라센 - 성년 파티 5 16.07.08 238 0 9쪽
7 사라센 - 성년 파티 4 16.07.06 220 1 9쪽
6 사라센 - 성년 파티 3 16.07.05 167 1 10쪽
5 사라센 - 성년 파티 2 16.07.03 173 1 10쪽
4 사라센 - 성년 파티 1 16.07.01 189 0 9쪽
3 프롤로그 - 장례식과 손님들 3 16.06.29 215 0 9쪽
2 프롤로그 - 장례식과 손님들 2 16.06.28 323 2 9쪽
1 프롤로그 - 장례식과 손님들1 16.06.27 579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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