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혼환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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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비(駕飛)
작품등록일 :
2012.10.29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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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0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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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09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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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9>

DUMMY

큰 전각 앞에 있는 연무대에 이르자 수많은 젊은이들이 검을 휘두르는 것이 보였다.

절도 있고 경쾌한 동작으로 힘든 검초들을 여유있게 시전하는 것을 본 위현룡은 은근히 놀람을 금치 못했다.

비록 그들이 숙달되어 보였기는 했지만, 자신도 저 정도 검초를 시전하려면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마교 제자들이 대단하군.”

“정식제자들이 아닙니다.”

“뭐라구?”

위현룡은 순간 잘못 들었나 싶었다.

하지만 철표는 놀랄 줄 알았다는 듯이 자부심 있는 표정으로 설명을 했다.

“저들은 정식제자들로 올라가기 위해 미리 수련을 받고 시험을 치러서 통과를 해야 합니다. 마교에서 저 정도 실력으로는 발붙이기 힘들테니까요.“


“그럼 마교는 몇 대 제자까지 있는 것인데?”


“마교는 몇 대라는 그런 서열이 아니고 정식제자로 올라서면 각자의 역량에 따라서 마교에 있는 소속단체로 나눠서 들어가게 됩니다.“


“그 소속단체들이 무엇이지?”


“그건...다른 문파 사람에게 알려드릴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서....”

지금껏 잘도 나불대던 철표도 마교의 기밀사항은 철저하게 함구하고 있었다.

(하인들까지 마교를 신봉하는 마음이 대단하구나...)

정식제자가 아니라고 법도를 무시하고 청성파에 대해 욕지거리까지 하는 속가제자들을 생각하니 부끄럽다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리고 어째서 마교가 무림의 큰 산이 되었는지 절실히 깨달았다.


그들은 또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청성산(靑城山) 산봉우리만큼 수많은 전각들이 세워져 있는 것만 봐도 현재 마교가 얼마나 번성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다른 연무대에서는 또 다른 무리들이 검(劍)을 연마하고 있었다. 아까 봤던 것과는 다르게 이들은 진검(眞劍)을 사용해서 대련을 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검에는 내력까지 주입시킨 상태였다.

이런 경우는 사상사가 속출하기 부지기수라 어떤 문파에서도 웬만하면 하지 않는 수련이었다. 자신도 천승비와 연습 삼아 진검대련을 했다가 깊은 검상을 입지 않았던가.

맨 앞쪽에서 구령을 붙이면서 지도를 하는 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주점에서 봤던 넓은 죽립을 쓰고 있던 사람이었다.

“저 사람은...”

“아...저분은 주유천대협으로써 마교에서 높은 위치에 있으신 분입니다. 성품이 칼같이 날카로우셔서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시지요. 그러나 저희들같은 미천한 사람들에게나 하급 무사들에게는 더 없이 자상하게 대해주시는 분이랍니다.”

그의 눈빛은 끝없이 존경하는 마음을 담고 있었다.

“뭐 그렇다고 성품이 무르거나 한 것은 아니구요. 한번 저렇게 수련을 하면 엄하시죠. 주대협께서 거느린 소속은 마교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습니까? 아마 주대협의 연령대에서 저분을 따라갈 인사는 없을 듯 합니다만...“


자신보다 젊은 나이에 벌써 저런 위치에 올랐다는 것이 위현룡은 한없이 부러웠으나 사람마다 정해진 인생이 다르다고 애써 자위(自慰)했다.

아무리 노력을 한다 해도 태어날 때부터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는 자와 동등한 경쟁을 하기는 어려운 법이었기에, 그저 정해진 자신의 테두리 안에서만큼은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다짐을 위현룡은 하고 있었다.

마교 내부는 여전히 넓었다.

그 외에 여러 연무대가 많이 있었지만 더 이상의 관망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아무래도 타문파 사람에게 마교의 모든 것을 보여주기가 곤란했을 것이다.

위현룡은 이만해도 마교의 역량을 충분히 보았으므로 후회스럽거나 아쉬움은 없었다.


“이제 숙소로 돌아가시겠습니까?”

철표는 더 이상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미안한 듯 슬쩍 눈치를 보면서 물었다.

단중의 말대로라면 회의는 내일쯤에야 끝난다고 했다. 그렇기에 하루 묵을 곳이 미리 준비되어 있었던 모양이었다.

위현룡은 잠시 생각하다가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럼 이쪽으로 오십시오.”

철표가 앞장서서 길을 안내했다.

어느 정도 걸었을까, 저만치에서 풍채 당당한 사람 하나가 군중들을 이끌고 걸어오고 있었다. 언뜻 보면 교주라도 되는 듯 위풍당당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철표는 그가 곁으로 지나가자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그때 그 사람은 슬쩍 고개를 돌려 멀끔하게 서 있는 위현룡의 행색을 훑으며 지나갔다.

“저 분은 누구인가?”

그들이 시야에서 사라져 가자 궁금했던 위현룡이 물었다.


“저분은 마교 참모이십니다. 현재 교주님을 보필하고 있는 두 분의 참모 중 한 분인데요. 얼마나 지모가 뛰어나신 지 마교에서는 저분을 지신(智神)이라고 부르고 있을 정도입니다.“


“아...”

정면에서 제대로 보지는 못했지만 여자처럼 쑥 빠진 긴 얼굴에 가는 눈매, 그리고 붉은 입술을 가진 전형적인 서생의 모습이었다.

“확실히 겉으로 봐도 지략이 뛰어나 보이는구나.”

위현룡의 동조에 철표는 이때다 싶은지 신나게 한마디 했다.

“제갈공명보다 나으면 났지 절대 못하지 않으시다니까요.”

“그렇구나...”

다른 문파와는 달리 마교의 서열이나 직함은 참 특이한 게 많다고 위현룡은 생각했다.

제자들 간에 서열 없이 소속단체로 들어가는 것과 참모라는 직함이 존재하는 것이 그랬다. 청성파에서는 모든 것을 장문인 혼자 심사숙고하고 결정을 내리시는데 반해 마교에서는 참모가 교주를 곁에서 보필을 하는 것이다.


“저 사람은 북마교 인사인가 남마교 인사인가?”

별 생각없이 물은 것이지만 듣는 철표는 기겁을 할 만큼 놀라고 있었다.

“대협께서 어떻게 그런 사실들을 알고 계십니까? 외부사람들은 모르는 사항인데...”

뭔가 수상하다는 눈초리로 바라보는 철표를 보자 위현룡은 속으로 또 한번 웃음이 터졌다.

(하인들까지 이 정도니 마교에서 불만을 품었다가는 당장 윗사람들의 귀에 들어가겠군.)


“그냥...주워들은 것이니 신경 쓰지 말거라...”

괜한 분란을 일으킬 필요가 없기에 위현룡은 대충 얼버무리면서 넘어가 버렸다.


다음날.

위현룡은 하루종일 기다렸지만 단중은 연락을 해오지 않았다.

다만 철표에게 물어보니 회의가 생각보다 더 길어졌다는 말만 들었을 뿐이었다.

위현룡은 할 수없이 숙소 앞에 있는 마당에서 신학검법을 연마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청성산에 있을 때보다 마교에서 수련을 하니 더욱 더 분발해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자신이 헛되이 보내는 이 순간에도 마교의 제자들이 열심히 수련하는 것을 가까이서 목도하니 촌음(寸陰)도 아까워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앞에 주저앉아 물끄러미 위현룡의 검법을 지켜보던 철표가 돌연 한마디 물었다.

“대협은 청성파에서 그리 높은 위치가 아니십니까?”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지?”

위현룡이 흐르는 땀을 닦으면서 움직임을 멈추고 묻자 철표가 약간 망설이다가 멋쩍은 듯이 입을 열었다.

“검술 실력이 조금...”

철표는 이십여 년을 넘게 마교에서 생활하면서 검을 휘두르는 모습만 보고 자라 온 사람이었다.

현재 그도 기초적인 검법을 배우고 있다고는 하나 그의 안목만큼은 꽤 놀랄 정도로 정확한 터였다.

그렇기에 철표는 위현룡이 수련하는 모습을 보고 마교 제자들과 슬쩍 비교를 해봤던 것이다.

위현룡은 매우 부끄러웠지만 솔직하게 시인을 했다.

“내가 아직 무능하여 이 정도 밖에 연마를 못했구나.”

“대협이 무능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열심히 노력하셔야 겠다는 충언이지요.”

영민한 눈빛을 빛내며 철표가 순진하게 속마음을 내비쳤다.

“그래, 마교를 방문하고 나서 느낀 점이 많구나. 좋은 충고해 줘서 고맙다.”

“헤헤헤, 그래도 대협께서는 그릇이 크시니 훗날 고수의 반열에 오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이래봬도 사람의 미래를 꽤 잘 맞추는 편이거든요.“

“하하하, 정말 기대가 되는구나. 하하하.”


그렇게 하루가 흐르고 또 하루가 흘렀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검법 수련에만 몰두한 위현룡은 문득 자신이 마교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너털웃음을 터트려 버렸다. 그렇다. 여기는 청성파가 아닌 마교였던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회의는 하루면 충분하다던 단중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교주께서 친히 초대한 상황에서 노골적으로 박대하지도 않을 것인데 참 이상하군.“

마교 안을 가끔 거닐면서 몇몇 사람들을 보게 되었지만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두는 이 없었다.

철표만이 유일하게 그와 말동무를 해주었고 유일하게 거처에 들락날락 거리는 사람이었다.

또 하루가 거침없이 지나가게 되자 위현룡은 수련을 멈추고 초조한 자세로 마당주위를 왔다갔다 맴돌기 시작했다.

(무슨 회의인데 이리 길단 말인가...)

물론 마교가 방대하고 인사들이 많아 여러 문제점들이 많음은 인정했다. 그렇지만 이 정도로 장거리 회의를 할 정도라면 필시 중대한 일이 터졌을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케 해주고 있었다.

그때 철표가 헐레벌떡 뛰어 들어오면서 편지하나를 전해 주었다.

“단대인께서 전해 달라고 하신 편지입니다.”

위현룡은 불안감에 급히 펴 보았다.

그곳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마교로서는 매우 중대한 시기인지라 그로 인한 회의가 진행되고 있구나. 아무래도 며칠 아니 어쩌면 몇 달이 걸릴 수도 있으니, 이번엔 그냥 돌아가고 다음을 기약하자구나. 추후에 안정되면 연락을 보내도록 할 테니 기다리거라.“


편지를 읽은 위현룡은 많이 실망했지만 예측했던 불길한 일은 아닌지라 마음을 놓았다.

(교주의 자리가 어떤 자리인데 자신에게 시간을 허비하겠는가...)

마교를 방문한 것만으로도 최고의 영광이라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옆에서 위현룡의 눈치를 살피던 철표는 편지를 읽지 않고도 내용을 충분히 짐작했다.

“조금 더 머무르시렵니까?”

“아니다. 이젠 청성파로 돌아가야 할 것 같구나.”

빙긋 웃는 위현룡을 보면서 철표도 히쭉 웃어 보였다.

“단 며칠이었지만 위대협이 딱 제 마음에 듭니다. 다음에 마교에 방문하시면 꼭 저를 불러 주십시오.“

“하하하, 그러도록 하마. 대신 그 동안 검법수련을 열심히 하거라. 넌 아직 젊으니 나보다는 미래가 밝은 편이고 이곳의 분위기가 더욱 분발하게 해줄 것이다.“

“네!, 위대협도 열심히 수련하십시오.”

“그래 나중에 누가 더 열심히 익혔는지 비교해보기로 하자.”

“전 자신 있습니다.”

철표가 가슴을 주먹으로 탕치면서 외치자 위현룡도 지지않고 대꾸했다.

“나도 자신이 있다!. 하하하”


출구로 안내를 받으면서 위현룡은 멀리 보이는 전각 사이로 교주와 단중, 그리고 몇 무리가 급히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역시 교주님은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쁘시구나. 하긴 마교 같은 엄청난 곳에서는 이런저런 문제점들도 많지 않겠는가.“

일전에 들은 점창파 장문인의 설명을 떠올리면서 이렇게 중얼거렸다.

“교주님께서는 항상 저렇게 바쁘십니다. 만나야 할 인사들도 많으시고 처리해야 할 일도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요.“

철표가 늘상 있는 일이라는 듯 무미건조한 음성으로 설명했다.

위현룡은 마교를 떠나가면서 더 이상의 미련은 없다고 생각했다.

마교가 무림에서 큰 산으로 군림할 수 있는 저력도 보았고, 그 안에 속해 있는 무뢰배들도 보았다.


(어디에나 배울 점과 그렇지 못한 점이 공존(共存)하는 것이지...)


철표의 작별인사를 받으면서 마교에서 나온 위현룡은 청성파로 돌아갈 길을 잡았다.

“일대제자가 되기 전까지는 청성파 밖으로 나오기가 쉽지 않을 테니 이참에 유람이나 하면서 가야겠군.“

이 때문에 위현룡은 일부러 약간 우회하는 길로 방향을 틀었다.

그래봐야 하루나 이틀 더 걸릴 정도다.

긴 강가를 따라서 쭉 걸었다.

병풍처럼 쳐 있는 기괴한 암석들 사이로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은 그에게 인생의 폭풍을 견디는 방법을 알려주는 듯했다.

한동안 강줄기를 따라 움직이자 지세가 바뀌면서 강물 양측으로 이글거리는 태양에 하얀 나신을 드러내는 조약돌이 넓게 퍼져 있었다.

고요한 수면(水面)과 돌을 보면 사람이란 꼭 한 번씩 던져 보고 싶은 욕망이 생기는 것일까.

위현룡은 강가에 널려 있는 넓적한 조약돌하나를 쥐고는 강물 속으로 힘껏 던져 넣었다.

‘퍽‘ 소리와 함께 물결이 요동치면서 사방으로 펼쳐 나갔다.

그리고 그것이 사라지기 전에 소리쳤다.

“어떤 역경이 닥쳐도 견뎌 내서 꼭 큰 인물이 되겠다!!”

상쾌한 강바람을 맞으면서 폐부 깊숙이 공기를 들이마셨다.

청성산 봉우리에서 이런 외침을 수도 없이 했었지만 그때와는 많이 달랐다.

마교에서 보고 느낀 것들이 잠들어 있던 위현룡의 열정과 도전의식에 불을 지핀 것이다.

“이제부터 청성파에 돌아가면 열심히 검술을 연마할 것이고, 일대제자로 올라설 것이며, 원사저와 영원토록 함께 할 것이다.“

위현룡은 조약돌 하나를 더 주워서 멀리 던지며 이렇게 다짐했다.


그때.

[녀석...돌 무지하게 던져 대는군.]

어디선가 탁하고 음산한 음성이 들려오기에 위현룡은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무거운 공기를 타고 흐르는 물소리뿐이었고 피리소리 같은 바람소리뿐이었다.

[뭐야! 내 말을 듣기라도 했다는 거야?]

“누군데 숨어서 엿보는 것이오!”

착각일까 생각하는 와중에 또 한번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으므로 위현룡은 주위를 경계하면서 외쳐 보았다.

[누군가 숨어서 엿보는 놈이 있나? 없는 것 같은데...]

“당신이 숨어서 엿보고 있지 않소!”

위현룡이 주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다시 한번 외쳐 주었다.


[지금 나한테 말하는 건가?]

“그렇소! 당신한테 말하는 것이오!”

[...]

잠시 무거운 적막이 감돌았다.

그것은 마치 누군가 목을 꽉 죄어 느끼는 그런 답답함과 같았다.


[정말 내 말이 들리냐?]

“지금 장난하시는 것입니까!”


이즈음 되자 위현룡의 입에서 냉소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분명 누군가 장난을 걸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사방에는 여전히 인기척조차 없었다.


[이럴 수가...정말 내 말이 들리는 것이냐?]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오? 내가 귀머거리라도 된단 말이오?”

[오...맙소사...믿을 수가 없군.]


위현룡은 상대가 장난을 끝마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한가롭게 유치한 장난에 발 맞춰 줄 의욕은 없었다.

“난 지금 갈 길이 바쁘니 더 이상 농을 나눌 수가 없군요. 안녕히 계십시오.”

위현룡이 막 자리를 뜨려 하는데 어디선가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깐 기다려라! 나 좀 도와다오!]

도와 달라는 말이 들리자 위현룡은 얼른 걸음을 멈추었다.

처음에 들렸던 탁한 음성과는 달리 이번 것은 꽤 호소적인 음성이었기 때문이었다.

“무슨 일입니까? 어디 계신지 말씀을 하셔야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위현룡의 음성이 많이 누그러졌다.


[난 네 근처에 있다.]

위현룡은 다시 한번 정신을 차리고 사방을 살폈으나 쥐새끼의 그림자조차 발견할 수가 없었다.

“자꾸 장난을 하시면 곤란합니다!”

위현룡이 또 속았다는 얼굴로 거친 음성을 내자 이런 소리가 들렸다.

[거기 말고 물가로 더 가까이 와 봐라!.]

“이 근처 말입니까?”

[그래그래. 거기서 강물 안으로 더 들어와서 아래를 바라 보거라!.]

뭐에 홀린 듯 위현룡은 무릎까지 차 오르는 지점까지 들어가서 고개를 숙이고 물속을 자세하게 살폈다.

[그래 바로 거기! 내가 보이느냐?]

“...”

위현룡은 지금 뭐 하는 짓거리인지 도통 이해 할 수가 없었다.

맑은 수면아래 보이는 거라곤 누더기 같은 옷가지가 진흙에 절반쯤 묻혀 있는 것뿐이었다.

그래도 일단 미심쩍은 것이 보인 터라 안광에 힘을 주고 사물을 식별하려고 애썼다.

무엇인가 반짝이는 것이 일렁이기 시작한다.

“저건 무엇인가...”

위현룡이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두 손을 물속으로 넣어 너덜거리는 옷가지를 쥐고는 밖으로 힘껏 끌어 올렸다.

그러자 진흙에 범벅이 된 해골하나가 유령처럼 쑥 솟아 나왔다.

“이크!”

갑작스런 변고에 위현룡은 손사래를 치면서 기겁을 하고 뒤로 물러났다.

[이 놈아! 다 죽은 해골이 뭐가 무섭다고 난리냐!]

상대가 한심하다는 음성으로 어디선가 호통을 치고 있었다.

“그게 아니라 갑작스럽게 나와서 좀 놀랐을 따름입니다!”

위현룡은 황당한 듯한 인상을 찌푸리면서 변명을 했다.

“근데...당신은 어디에 있는 것입니까?”

[네 놈 앞에 있다니까!!]

“...”

[그 해골이 바로 나다!]

“으악!”

순간 위현룡은 소름이 쫙 돋으면서 머리털이 곤두섰다.

미친 듯이 요동치는 심장박동소리를 진정시키느라 진땀을 뺀 위현룡은 너무 호들갑스럽게 놀랐다는데 부끄러워서 다시 한번 용기를 내서 외쳤다.

“농...농담하지 마시고...어서 모습을 드러내십시오.”

물에 반쯤 드러낸 진흙이 잔뜩 붙어있는 해골을 슬쩍 바라보면서 위현룡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못 믿을 만하지...나도 못 믿을 정도니... 아무튼 내가 검에 짓눌려서 몸을 빼낼 수가 없으니 일단 검을 좀 뽑아다오.]

“검을 말입니까?”

위현룡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해골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두개골은 반쯤 박살나서 문드러져 있었고 군데군데 머리털이 엉클어진 채 짓눌려 있다.

신체는 이미 물고기들의 밥이 되어 앙상한 뼈만 남아 있었지만 아직 선명한 색상이 남아 있는 복장을 봤을 때 죽은 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음을 추측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가슴 쪽에는 검(劍)이 반쯤 박힌 채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도 보였다.

죽을 당시 꽤 잔악하게 살해당했음을 예상하자 위현룡은 끔찍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튼 경위야 어떻든 간에 검을 뽑아 달라고 하니까 그렇게는 해주기로 했다.

검병을 잡아서 쑥 뽑으려니까 생각보다 단단하게 박혀 있는지 빠지지가 않았다.

“거참...생각보다 단단하게 박혀 있는걸.”

다 썩어 문드러진 해골에 검이 박힌다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니 갈비뼈안쪽에는 심장모양으로 된 검은 돌덩어리가 자리잡고 있었고, 검(劍)은 갈비뼈 틈새로 들어가서 그 돌덩어리 중심에 깊이 박혀 있었다.

“아! 여기 걸려서 안 빠졌었군”

공력을 끌어올린 위현룡은 기합과 함께 검을 있는 힘껏 잡아 뺐다.

그러자 ‘턱‘하는 육중한 소리와 함께 검이 검은 돌덩어리를 쪼개고 매끄럽게 빠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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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02> +42 06.05.02 35,054 88 11쪽
6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01> +40 06.04.27 38,621 80 9쪽
6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7> +46 06.04.21 34,729 80 11쪽
6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6> +41 06.04.07 33,676 83 10쪽
6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5> +40 06.04.02 34,138 86 11쪽
6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4> +56 06.03.30 34,219 93 9쪽
5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3> +48 06.03.21 35,084 84 14쪽
5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2> +41 06.03.18 35,722 85 14쪽
5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1> +48 06.03.14 36,666 82 12쪽
5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10> +52 06.03.08 37,477 94 17쪽
5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9> +51 06.03.01 37,022 92 15쪽
5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8> +53 06.02.25 37,590 85 17쪽
5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7> +59 06.02.23 38,241 93 16쪽
5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6> +44 06.02.21 39,729 85 17쪽
5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5> +55 06.02.19 39,821 104 17쪽
5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4> +48 06.02.16 39,913 95 13쪽
4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3> +57 06.02.13 41,478 88 18쪽
4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2> +59 06.02.11 41,232 90 17쪽
4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황금만능(黃金萬能) <01> +68 06.02.07 42,801 85 16쪽
4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15> +68 06.02.03 41,297 84 18쪽
4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14> +58 06.02.01 39,476 78 13쪽
4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13> +67 06.01.30 40,236 84 17쪽
4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12> +75 06.01.27 39,984 86 13쪽
4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11> +53 06.01.24 39,863 96 18쪽
4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10> +61 06.01.21 40,384 94 16쪽
4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9> +52 06.01.19 40,307 91 15쪽
3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8> +56 06.01.17 41,797 88 18쪽
3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7> +79 06.01.15 44,825 89 26쪽
3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6> +64 06.01.12 45,943 104 18쪽
3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5> +69 06.01.10 46,733 92 23쪽
3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4> +64 06.01.07 46,535 90 22쪽
3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3> +77 06.01.05 47,861 98 13쪽
3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2> +65 06.01.03 49,675 113 17쪽
3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구밀복검(口蜜腹劍) <01> +56 05.12.31 50,038 107 14쪽
3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뜻밖의 분쟁(紛爭) <07> +62 05.12.28 49,825 119 19쪽
3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뜻밖의 분쟁(紛爭) <06> +59 05.12.24 48,409 106 20쪽
2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뜻밖의 분쟁(紛爭) <05> +53 05.12.20 47,183 118 15쪽
2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뜻밖의 분쟁(紛爭) <04> +55 05.12.17 50,636 118 16쪽
2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뜻밖의 분쟁(紛爭) <03> +48 05.12.16 51,088 125 15쪽
2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뜻밖의 분쟁(紛爭) <02> +51 05.12.15 49,627 122 12쪽
2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뜻밖의 분쟁(紛爭) <01> +47 05.12.13 51,290 124 15쪽
2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10> +56 05.12.11 51,746 113 10쪽
»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9> +54 05.12.09 50,016 121 18쪽
2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8> +44 05.12.07 51,118 124 16쪽
2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7> +43 05.12.05 51,378 122 10쪽
2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6> +42 05.12.03 51,818 118 17쪽
1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5> +51 05.12.01 53,505 128 15쪽
1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4> +54 05.11.27 54,074 136 16쪽
1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3> +56 05.11.26 54,012 133 13쪽
1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2> +52 05.11.24 58,870 127 13쪽
1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기이(奇異)한 인연 <01> +48 05.11.21 58,818 126 15쪽
1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지하밀성(地下密城) <06> +43 05.10.25 57,990 128 16쪽
1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지하밀성(地下密城) <05> +42 05.10.24 53,855 126 7쪽
1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지하밀성(地下密城) <04> +45 05.10.19 56,506 126 11쪽
1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지하밀성(地下密城) <03> +40 05.10.09 31,114 120 16쪽
1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지하밀성(地下密城) <02> +41 05.10.05 55,906 131 13쪽
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지하밀성(地下密城) <01> +61 05.09.19 62,123 129 20쪽
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8> +57 05.09.17 59,298 130 19쪽
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7> +52 05.09.16 59,348 127 22쪽
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6> +41 05.09.15 61,988 131 26쪽
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5> +63 05.09.14 63,929 151 17쪽
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4> +45 05.09.13 67,141 143 18쪽
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3> +59 05.09.12 64,439 148 20쪽
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2> +63 05.09.11 72,579 158 21쪽
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속가제자(俗家弟子) <01> +76 05.09.10 73,925 151 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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