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특이한 소녀와의 재회 - (8)
억지로라도 떠나려 했지만, 돌이켜보니 역시 몸이 아직은 제대로 회복이 채 되질 않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영력이 돌아온다면 모를까… 지금 상태로는 간단한 움직임이 한계인가. 여행은 무리일지도…
후. 일단 이곳에서 잠시 머무는 게 좋은 걸까. 하지만 나 같은 사람은 이런 평화로운 마을에 있을 자격이 없다. 수많은 사람을 베워오고 그들의 피에 절은 내 자신이.
그래… 잠시만 머물고 몸이 회복되는 대로 바로 떠나도록 하자.
다음날.
일단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으니까. 무슨 일이라도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신세만 지는 건 싫으니까 말이다.
아직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기에, 간단히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게 좋을 듯 했다.
하지만 여기서 내 생애 처음으로 난관에 부딪히고 말았다.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처음으로 맞닥뜨린 집안일이라는 것 중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집안을 둘러보았지만, 꼼꼼한 성격인지, 정리 되지 않은 것이 거의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며 집 안을 두리번거리다 밖으로 나왔을 때 드디어 한 가지 발견 할 수 있었다.
장작 패기라… 저게 좋을 듯 하다.
손도끼가 놓인 곳에 나무의 그루터기가 있고, 그 옆에 아직 패지지 않은 장작들이 쌓여있었다. 하지만 오래 사용하지 않았는지 도끼의 날 상태가 별로 좋지는 않았다.
하긴 여자 혼자 사는 집이라면. 특별히 장작을 직접 하거나 하진 않겠지. 간단히 쪼개는 용으로만 쓰면 될 테니…
그녀가 직접 사용하는 것인지, 날의 예리함도 괜찮게 살아있었다. 그 곳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장작을 하나 그루터기와 직각으로 세운다. 오른손으로 손도끼를 내리치자, 장작이 두 조각으로 쪼개진다. 검술로 단련된 팔이라 별로 힘들이지 않아도 쭉쭉 장작을 팰 수 있다. 그녀는 내가 밖에서 움직이는 걸 보더니, 놀라서 바로 이쪽으로 다가왔다.
“에쉬오드 씨. 그렇게 움직여도 괜찮아요?”
“예…. 몸을 움직이는데 별로 불편한 건 없습니다.”
“그래도 아직 좀 더 쉬시는 게.”
“아닙니다. 도울 수 있는 건 돕고 싶습니다.”
나는 다시 장작을 하나 씩 팼고, 그녀는 옆에서 주저앉아서 물끄러미 지켜보기 시작했다. 약간은 부담스러운 시선이랄까…
“와아! 신기해요. 어떻게 그렇게 잘 패요? 전 매일 모양이 삐뚤빼뚤하게 되던데.”
“글쎄요…. 하다 보니 되는군요.”
“많이 해보신거 같은데요?”
아니 처음인데… 사람을 이렇게 장작처럼 베는 건 10 몇 년의 세월동안 계속 해왔지만… 하긴 사람을 베는 것과 이렇게 장작을 패는 것… 다른 게 뭐있을까.
처음에는 살기 위해 베었고…
그 이후로 사람을 베는 건 지금 이렇게 무감각하게 나무를 내리치는 것처럼 해왔을 뿐이다.
하나씩… 하나씩…
과거의 핏빛하늘과 대조되는 이 따스한 햇살 아래서 장작을 패는 소리가, 평화롭기만 한 하늘로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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