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사랑한 남자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일반소설, 중·단편

울프캉
작품등록일 :
2016.08.10 12:15
최근연재일 :
2017.01.22 04:57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1,624
추천수 :
80
글자수 :
93,027

작성
16.09.09 05:24
조회
707
추천
4
글자
10쪽

대통령 후보 추대식

DUMMY

실내는 온통 녹색의 물결이 넘쳤다.

녹색 휘장을 어깨에서 허리까지 비스듬히 띠를 두른 당원들이 곳곳마다 서서 안으로 안내해주고 있었다.

새나라 당의 상징인 녹색 바탕에 무궁화가 한가운데 그려진 깃발들이 회관을 가득 채웠다.

수백 개의 피켓이 경기장을 가득 메운 인파들의 머리 위에서 파도처럼 물결을 치고, 단상 한가운데에는 대형 태극기가 걸려 있고 단상 양옆으로 새나라당 녹색 기와 태극기가 어우러져 아래로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오른쪽 코너에 대형 스크린에는 화사한 미소를 짓고 서 있는 김혜숙 대통령 후보의 모습을 수시로 보여주었다.


그리고 무대 위로 커다란 현수막이 가로로 걸려 있다.


“축 김혜숙 새나라당 대표 대통령 후보 추대식’


‘새 민주 새 조국을 영도하는 새나라당’


‘김혜숙, 새나다랑 대표,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 후보’


대형 스크린의 화면이 바뀌어 만면에 환한 미소를 보이며 손을 흔들고 서 있는 여인이 모습이 비쳤다. 바로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 후보 새나라당 대표 김혜숙 자신이다.

사람들이 들고 있는 피켓에도 김혜숙 여사의 얼굴이다.


새 나라 당은 지난 30년 동안 제1야당으로 활약해 왔다.

현재 여당인 정민 당은 주류계로 탄탄한 기득권층과 정치적 계보로 그리고 막강한 군부세력의 후원을 업고 그동안 정권을 지켜오고 있었다.

5년 전, 지난 선거에서는 김혜숙 여사가 아쉽게도 후보 경선에서 새나라당 최고위원장이였던 박두현에게 아깝게 졌다.

박두현 후보는 대통령 선거에서 정민 당 대표 신채호 후보에게 패하여 정권을 인수하는데 실패하였었다.


이번 18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새나라당 대표 김혜숙 후보가 만장일치로 추대되었다.

김 대표의 정치적 배경이나 이미지는 아주 좋아서 국민의 호응도가 거세게 일고 있는 중이다.

누가 당선된다고 감히 누구도 장담할 수 없지만 가장 최근에 이루어진 여론조사에 의하면 새나라 당의 김혜숙 대표가 38% 선두를 달리고 정민당의 후보가 32% 바짝 추격하고 있으며 무소속으로 출마를 한 후보가 20%, 국민노동당의 후보 와 통일민주당후보가 각각 5%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김혜숙 후보와 정민 당 후보가 막상막하의 대결을 벌일 것으로 예상하며 갑자기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는 무소속 후보가 예측할 수 없는 변수로 작용할 것이며 뜻밖에 무소속 후보가 예상을 뒤엎고 당선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대세 여론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황 실장이 마이크를 들고 군중들 속에서 인터뷰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 뒤로 카메라맨이 카메라를 서서히 움직이고 있었고 그 옆에는 조명을 높이 치켜든 사람이 서 있었다.

황 실장은 인터뷰 중간에 마이크를 내리고 군중들을 돌아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모두 미쳤군! 대한민국에서 여자가 대통령이 된다고? 미쳐도 대단히 미쳤어! 전부웃기는 사람들이야.”


실내는 군중들의 함성으로 점차 고조되기 시작했다.

깃발은 좌우로 흔들고 피켓은 위아래로 흔들렸다. 군중은 함성을 지르고 ‘대통령 김혜숙!’ ‘대통령 김혜숙’ 구호를 외쳐대며 손뼉을 치고 노래를 불렀다.

잠시 후, 스피커에서 굵직한 사회자의 개회식을 알리는 멘트가 흘러나왔다.

덕분에 소음이 잠시 가라앉았다. 그래도 가끔 환호와 소리치는 사람이 있었다.

여러 명의 찬조 연설이 있고 난 뒤 사회자의 큼직한 목소리가 실내를 쩌렁쩌렁 울렸다.


“여러분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 후보 새나라당 대표이신 김혜숙 여사 이십

니다!”


“큰 박수로 맞아······.”


사회자의 음성은 군중들의 함성 속에 파묻혀 들리지도 않았다.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 비명에 가까운 괴성 그리고 휘파람 소리는 올림픽 경기장이 무너질 듯한 함성이었다.

왼쪽 무대에서 그녀가 나타났다.

분홍색 스커트에 분홍색 정장을 입고 화사하게 손을 흔들며 걸어 나왔다.

새나라당 휘장을 어깨에서 허리로 비스듬히 걸쳤고 왼쪽 가슴에 분홍 장미꽃이 꽂혀 있었다.

무엇보다도 밝은 미소는 그녀를 한층 더 돋보이게 하였다. 큰 웨이브를 준 머리스타일도 그녀에게 잘 어울렸다.


‘아! 누가 그녀를 50대 중반을 넘긴 여인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최용호는 자기도 모르게 속으로 감탄했다.


“저 여인이야말로 지성과 미모와 권위를 갖춘 대한민국 최고의 여성이다!

따스한 미소와 인자함 그리고 지도자로서 결단력과 추진력을 골고루 갖춘 아무 남자도 감히 범치 못할 카리스마까지 지니고 있으니 과연 대통령으로 손색이 없는 훌륭한 여인이다. 더구나 아름답기까지 하니···.”


최용호는 마치 마음속의 연인을 바라보듯 그녀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주시했다.

김혜숙, 그녀는 하버드 대학을 국제정치 외교학을 전공하였고 졸업하자마자 대한민국으로 돌아와 바로 정치에 화려하게 입문하고 정치경력을 쌓아가기 시작했다. 지난 30여 년은 입지전적인 성공을 이루었지만, 그 뒤에는 절망도 있었고 시기와 질타 모함과 배척도 있었지만 꿋꿋하게 정치적 입지를 쌓아 마침내 대통령 후보에까지 오른 것이다.

그녀의 화려한 연설은 언제 들어도 가슴을 울리는 묘한 매력이 있었고 내로라하는 남자들도 감탄하는 강한 지도력을 갖췄고 약자들을 보호할 줄 아는 부드러움도 갖추고 있다.

다만 한 가지 남자들이 판치는 정치적 세계에서 살아온 까닭인지 아직 미혼이다.

아마도 그녀는 평생 독신으로 살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그녀가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이 점이 바로 최용호가 마음 설레게 하는 점이다.

그녀와 결혼을 하고 싶다는 것이 아니다. 평범한 말단기자인 최용호와는 전혀 어울리지도 않는다.

다만 평생 사모하고 연모하는 여인의 상으로 곱게 혼자만이 간직하고 싶은 것이다.

그녀가 그 누구와 사랑에 빠지지 않는 이상(대한민국에는 감히 그녀를 가질만한 남자는 없다고 단언한다.) 최용호 개인의 마음에 품고 있는 것은 본인이 누릴 수 있는 상상의 자유이다. 미래에 어떤 일이 생길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시시한 지방 신문사의 말단기자 최용호이지만 예상치 못한 어떤 운명이 펼쳐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인간은 한 치 앞의 미래를 알 수 없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은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입니다.

국민의 행복이 저의 목표이고 국민으로부터 신뢰 받는 국가를 이룩하겠습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드디어 때가 왔습니다!”


다시 한 번 회관은 우레 같은 박수와 환호로 지붕까지 들썩였다.

최용호는 사진 몇 장을 그녀의 얼굴에 초점을 맞추어 찍었다.

카메라를 높이 들려고 하다 그만 기자 수첩을 떨어뜨렸다.

카메라를 든 상태로 주우려고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하는데 뒤에서 불쑥 손이 나와 수첩을 집어 들었다.

돌아보니 키가 훤칠하고 반 곱슬머리의 중년의 사나이가 서 있었다.

그 중년의 사나이는 손을 내밀어 수첩을 건네면서 말했다 .


“아! H일보 기자시군요?”


그는 최용호의 목에 걸린 명찰을 바라보고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의 새하얀 치아가 순백으로 빛났다.


“김혜숙 여사 참 대단하신 분이시지요.”


그가 말을 꺼냈다.


“예 그렇습니다. 또한 아름다···.”


최용호는 머쓱했다.

자기도 모르게 아름답다는 말을 하려고 했다. 마치 뭐를 훔치려다가 들킨 사람처럼 뒤통수가 따가웠다.

수초의 시간이 지나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 사나이는 이미 거기에 없었다.

큰 키에 반 곱슬머리 그리고 하얀 이가 인상에 깊게 남았다.

최용호는 인파 사이를 비집고 밖으로 나왔다.



김혜숙 그녀는 누구인가?

1955년 경북 태생으로 외교관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공부하고 미국 프린스턴 대학 하버드 대학원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졸업과 동시에 한국으로 돌아와 국회의원에 출마 당선됨으로 정치적 활동을 시작하였다.

할아버지 김한구 박사는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였다가 선거 유세 중 어느 광분자의 총격 때문에 암살당했다.

이 사건은 두고두고 사람들 사이에 수없는 소문을 낳았다.

북한의 공작이라고 하기도 했고 일부 사회주의자의 미친 행동이었다거나 정부의 조작이라고 했다. 그러나 진실은 언젠가 훗날 역사 앞에 나타나게 될 것이다.

그녀의 아버지 김석한 씨는 S대 정치외교학을 거쳐 미국 프린스턴 대학원을 졸업 후 외교 대사로 20여 년을 근무하였고 국제기구에서 오랜 경력을 쌓아 국내보다 국외에서 더 지명도가 높은 정치가였다. 그러나 업무 수행 중, 국제 테러범들의 폭탄테러에 의해 순직하였다.

항간에는 누군가가 테러범들 배후에서 조종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폭탄테러 사건은 그가 곧 대통령에 출마할 것이라는 여론이 있은 후 얼마 있다가 발생하였다.

차기 대통령의 강력한 후보였기 때문에 테러를 당했다는 소문이었다.

사실이든 아니든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유능하고 훌륭한 정치인을 잃었다.

이처럼 김혜숙은 정치적 가문에서 태어났으나, 안타까운 비극으로 얼룩져 있었다.

그녀가 젊은 나이에 정계에 뛰어들어 30여 년이 지난 지금 할아버지 김한구 씨가 못다 한 꿈, 아버지 김석한 씨가 될 뻔 한 대통령에 도전하고 있고 드디어 대선에 출마하게 된 것이다.

최용호는 가슴속에 사모하고 존경하는 여인이 대권을 쥐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이끌어 갈 대통령이 되기를 갈망했다.

최용호뿐만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남자가 그녀를 존경하고 사모할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대통령을 사랑한 남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2 대통령을 사랑한 남자 (끝) +1 17.01.22 315 1 7쪽
21 황철순의 비밀 17.01.19 317 1 10쪽
20 세기의 결혼식 17.01.16 319 3 8쪽
19 취임식 +1 17.01.11 285 2 9쪽
18 대사남 16.12.14 334 2 8쪽
17 한사대 +1 16.11.12 630 2 10쪽
16 최용호의 취재 16.10.17 343 2 12쪽
15 기자회견 16.10.12 339 5 10쪽
14 고사범 +1 16.10.09 343 5 8쪽
13 사자성어 게임 16.10.02 513 3 12쪽
12 동구몽 대사 16.09.27 456 3 9쪽
11 두 번째 도피 16.09.25 407 3 11쪽
10 특종 폭로 사건 16.09.23 341 4 11쪽
9 콩나물 국밥 16.09.21 655 3 12쪽
8 만남의 밤 +3 16.09.18 449 3 10쪽
7 제보자 16.09.15 454 4 9쪽
6 노교수의 강의 16.09.11 432 3 11쪽
5 목포항 16.09.10 556 1 10쪽
» 대통령 후보 추대식 +1 16.09.09 708 4 10쪽
3 한강 +1 16.09.06 963 5 11쪽
2 방문자 +1 16.09.04 1,190 12 9쪽
1 프롤로그 +4 16.09.04 1,276 9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