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사랑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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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캉
작품등록일 :
2016.08.10 12:15
최근연재일 :
2017.01.22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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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9.10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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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항

DUMMY

목포항에는 가끔 큰 화물선이 들어온다.

깊지 않은 수심과 섬들 사이로 흐르는 거센 조류 때문에 수만 톤급의 대형 선박은 자주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나 중형급의 화물 선박의 왕래는 잦은 편이다.

한 무리의 하역 노동자들이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

도시락을 열거나 라면을 끓이고 일부는 빵조각을 먹고 커피를 마신다.

벽 한쪽 구석에 TV에서 김혜숙 대통령 후보에 대한 뉴스가 시작되었다.


[현재 여론조사에 의하면 김 후보가 정민당 후보보다 지지도가 월등히 높았으나]


TV 뉴스와 신문들은 일제히 그녀에 대해 보도하기 시작했다.

노동자들이 모여 이를 보다가 토론을 벌인다.


“김혜숙이 대통령이 될 거야 되고말고!”


“아니지 지금 정민당이 집권하고 있는데 불가능하지!”


“정민당이 되던 새 나라 당이 되던 모두 똑같은 한통속이지 뭐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우리 같은 서민들에게는 하나도 도움 될 거 없어

못사는 사람은 계속 못살고 잘사는 놈들은 계속 배불러 갈 거고 안 그래?”


“맞아.”


“우리 이 선생님 의견을 들어보자고.”


“그래.”


노동자들은 일제히 한쪽에서 라면을 먹고 있는 사나이에게 눈을 돌렸다.


“이 선생님 누가 대통령이 될까요?”


“어떻게 생각하슈?”


“진짜로 대한민국이 여자 대통령이 나올까요?”


이 선생이라고 불린 사나이는 라면을 다 먹고 국물까지 마시고 나서 만면에 웃음을 띠고 말했다.


“김 후보이건 이 후보이건 중요한 것은 바로 당신들이 누가 대통령이 되기를 원하느냐에 달려있는 것입니다.

우리 서민들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서민들이 행동을 실천에 옮겨야 합니다.

서민들이 잘사는 나라가 될 때 대한민국은 비로소 세계제일의 나라가 되는 것입니다.”


“맞아 선생님 말씀이 옳구먼요.”


“뭔지 몰라도 우리가 뭘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이오? 우리는 힘없는 노동자에 불과한데···.”


"노동자 한 명이 모여 열이 되고 농민과 어부 산업 근로자들이 합해 백만이 되고 천만이 됩니다. 우리의 힘은 막강합니다.

다만 우리가 그동안 우리들의 권리를 포기하고 나서지 않았을 뿐이지요.”


노동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따 긍게 그 말이 뭔말이당가? 아 누가 대통령에 될 거냐고 물었는데 엉뚱한 소리만 하셔부러, 이 선생님 누가 대통령에 당선될거냥게?"


"제18대 대한민국 대통령은 바로 당신들이 뽑는 사람이 됩니다."


"..."


M 방송의 특별리포트 보도뉴스가 계속 이어졌다.

[오늘 김혜숙 대통령 후보의 친동생인 김동선 씨가 검찰에 소환됐습니다.

xx 회사의 대표인 그는 미국 무기수입에 관련하여 대정부 로비 과정에서 뇌물 수수에 관한 의혹을 받고 있으며 더불어 수십 억대에 이르는 세금포탈 혐의도 함께 조사받고 있습니다.

김 씨는 최근 부동산 투기로 막대한 이익을 챙긴 과정에서 일종의 비리가 있지 않았느냐 하는 항간의 의심도 함께 받고 있습니다.

한편 여론 조사에 의하면 이 사건과 관련해 김혜숙 대통령 후보의 지지도가 크게 떨어져 3위로 밀려났습니다.]


“이건 모략이다.”


“김혜숙 후보님을 흔들어 떨어뜨리기 작전이야.”


“뭔가 비리가 있으니까 그런 거지 아무 잘못도 없는데 그렇겠어?”


“좌우지간 우리는 뭐가 뼈 빠지게 일만 하고 저놈들은 땅 사고팔고 써먹지도 못하는 무기 사고팔고 수입해서 돈 벌고 중간에서 띄어 먹고 그것도 한번 에 수십억씩 말이야

에이 대한민국을 내가 떠나야지 아파트 팔아 그 돈으로 필리핀에 가면 하인 부려가면서 왕처럼 산다는데 그리 이민이나 갈까 보다.”


“어서 가셔. 안 말려.”


“이 선생님, 이제 어떻게 되는 감? 김혜숙 씨가 대통령 되기는 이제 글러부렀소."


이 선생이라고 불리는 사람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두고 보십시오. 앞으로 좋은 일이 있을 것입니다"


“무슨 일이 좋은일인겨? 알다가도 모를 소리네!”


“대한민국이 세계제일의 나라가 될 때가 온 것입니다! 드디어 하늘이 우리에게 기회를 주셨습니다."


"아니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고 물으니깐 엉뚱한 소릴 하시네그려.”


그는 미소를 지으며 하역 사무실 쪽으로 걸어갔다.


‘잠을 자던 용도 천둥과 번개가 쳐야 일어나 하늘에 오르는 법이다’


그는 중얼거렸다.


***


"아니 이 선생님, 그만두신다고요?"


반장은 놀란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선생님같이 정의롭고 인정 많고 지식 있는 훌륭한 분이 이런 노동일을 하신다는 것은 아까운 일이지요, 어디 좋은 일이 있어서 가시는 것이 분명하겠지만 물어보지 않겠습니다. 훗날 시간 나시면 꼭 한번 들려주세요.

막걸리라도 한잔 대접해 드리겠습니다."


"그러지요. 반장님 다시 한 번 찾아올 것입니다."


이 선생님 아니 이태조는 목포 부두의 하역장 문을 나섰다.


***


새나라당 중앙본부 회의실


선거대책 위원회가 열리고 있었다. 후보 김혜숙 대표가 심각한 표정으로 창문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넥타이를 풀어 제치고 와이셔츠 소매를 반쯤 걷어 올린 채 커피를 들이켜던 부위원장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여론조사는 여론조사일 뿐이야, 우리가 이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일 이유는 없다고 이거 모두 다 정민당에서 조작한 거라는 사실을 국민 모두가 다 알고 있잖아. 비열한 정민 당 개새끼들···."


“지금 선거가 며칠 안 남았는데 하필 이때 터질 게 뭡니까?”


"정작 당사자가 조사를 받고 있으니 쫓아가서 진실을 물어볼 수도 없고······."


"방송과 신문에서 너무 떠들어 대고 있으니 큰일입니다.

젠장, 이럴 때 북한 놈들은 뭐하는 거야? 대포라도 몇 방 갈겨주면 국민의 관심이 싹 바뀔 텐데 말이야."


"박 위원 말 함부로 하지 말게!"


"아니 열불 나니까 그러는 거죠. 뭐 그리고 사실 그동안 집권당들이 그렇게 해왔잖아요 ? 다 아는 사실인데 뭐 그렇습니까?

자기들이 뭔가 불리하면 큰 사건 하나 팡 터트려서 국민의 관심을 딴 데로 돌리고

물타기 작전의 명수들 아닙니까?

우리도 정민 당 후보를 털어야 합니다. 흠집을 내서라도 흔들어야 합니다.

대한민국 국민 중에 털어서 먼지 없는 놈 어디 있습니까?

병역문제 자녀들 위장 전입문제 투기, 주가조작, 청탁 인사 비리 그 친척들 사돈의 팔촌까지 뒤져서 한번 털어봅시다.”


“한쪽에서는 우리 김 후보에게 사퇴하라고 압력을 넣는 무리들도 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그는 아차 싶었던지 얼른 김혜숙 후보의 얼굴을 살폈다.

선거상황판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김혜숙 후보는 조용히 말했다.


“이건 나와 내 동생이 관련된 문제입니다.

그토록 조심하고 주의하였건만 일이 이렇게 심각하게 커졌습니다.

내일 오전에 다시 회의하도록 하고 오늘은 모두 집에 가 쉬도록 합시다."


부위원장이 정색하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김 후보님 설마 정말로 사퇴를 생각하시는 것은 아니지요?”


김 후보는 미소를 보인 후 힘을 주어 강한 어조로 대답했다.


“천만에요 제게 사퇴는 절대 없습니다.

반드시 끝까지 밀고 나가 새 나라당에 승리를 가져올 것입니다.

내일부터 선거활동 재정비해서 우리 모두 힘껏 뛰도록 합시다.

자세한 토의는 내일 오전 회의에서 하도록 합시다.

이상입니다.”


김 후보는 한쪽에 서 있는 젊은 여자에게 손짓했다.

그녀는 종종걸음으로 달려와 옆에 섰다 그녀의 손에는 노트와 펜을 들고 있었다.

건강미 넘쳐흐르는 몸매를 가졌으며 헤어스타일은 머리를 가지런히 뒤로 넘겨 말총머리로 질끈 묶었고 보라색의 나비 리본 장식이 앙증스럽게 달려있었다.

얼굴은 화장기 하나 없는 순수하여 처녀처럼 보이지만 어엿한 주부이고 두 아이의 엄마이다.

그녀의 코에는 반짝거리는 보석이 샛별처럼 빛나고 있었다.


“줄리아, 할 일이 있다.”


“예, 김 후보님.”


“내일 검찰청에 가서 상황을 조사해서 보고 올리고 또 신문과 방송사의 내용을 모조리 스크랩해서 책상에 올려놓아요 알았지요?"


“예,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해요.”


총총히 걸어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김 후보는 생각했다.

하버드 대학 유학 시절에 만난 후배로 두뇌가 총명하고 재능과 능력이 남달라서 미국에 사는 그녀를 한국까지 데리고 왔다.

그녀의 남편은 미국 대학에서 교수 생활을 하고 있어서 주말마다 남편이 미국과 한국을 오가는 국제 주말 부부이다.

최근 두 달 동안은 줄리아는 남편과 만나지 못했다.

대통령 선거 때문에 그녀가 바쁘다고 남편을 아예 오지 말라고 했다.

김 후보가 가장 신임하는 후배지만 그녀가 부러운 것은 그녀의 행복한 부부 관계였다.

틈틈이 이메일을 주고받고 화상채팅을 하는 모습을 목격하곤 했다.

그리고 때마다 기념일이면 미국의 남편으로부터 그녀에게 어김없이 꽃다발이나 선물이 배달되곤 했다.

가끔 전화 끝에 살짝 속삭이는 소리 ‘I love you’가 들릴 때는 김혜숙 후보의 가슴 한구석에 쓸쓸한 바람이 느껴지곤 했다.

그때마다 김 후보는 주먹을 힘껏 쥐고 스스로 말했다.


‘나는 큰일을 앞에 두고 있다, 한시라도 개인적인 욕망에 낭비할 수는 없다.

할아버지의 유업과 아버지의 꿈 그리고 나의 조국 대한민국을 위하여 해야 할 사명이 있다.

오늘 이 문제도 어떻게든 헤쳐 나갈 것이다 .

지금까지 30여 년을 험악한 남자들의 세계에서 굳건히 버텨오고 일어섰다.

수많은 역경을 뚫고 올라온 것처럼 나는 반드시 다시 일어설 것이다.’


김 후보는 다시 한 번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러나 사실 지금 이 상황에서 뭐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

언론기관 모두가 현 정부인 정민당편에 서 있으니 동생 일이 사실이든 아니던 국민에게 나쁜 인상을 심어 줄 것이고 닥쳐올 선거에 막대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 자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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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기자회견 16.10.12 337 5 10쪽
14 고사범 +1 16.10.09 343 5 8쪽
13 사자성어 게임 16.10.02 512 3 12쪽
12 동구몽 대사 16.09.27 455 3 9쪽
11 두 번째 도피 16.09.25 407 3 11쪽
10 특종 폭로 사건 16.09.23 341 4 11쪽
9 콩나물 국밥 16.09.21 655 3 12쪽
8 만남의 밤 +3 16.09.18 449 3 10쪽
7 제보자 16.09.15 454 4 9쪽
6 노교수의 강의 16.09.11 432 3 11쪽
» 목포항 16.09.10 555 1 10쪽
4 대통령 후보 추대식 +1 16.09.09 707 4 10쪽
3 한강 +1 16.09.06 963 5 11쪽
2 방문자 +1 16.09.04 1,190 12 9쪽
1 프롤로그 +4 16.09.04 1,276 9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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