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erior Strug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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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3.01.3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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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0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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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2.0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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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새로운 삶 (4)

DUMMY

천재라는 빛에 눈이 끌려 멍하니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문득 소렌과 눈을 마주치고야 말았다. 나는 흠칫 놀라며 고개를 돌리며 곧바로 내 자리로 돌아갔다. 이거 서역도 만만치 않군. 어릴 때부터 무공을 익히고 검의를 통해 수련해 온 내 수준은 사기적일 텐데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단 말인가? 조금 머리가 복잡해진다.

“야, 도군이라고 했냐?”

제법 반반한 얼굴의 소년이 나를 불렀다. 벌써 기선제압이라도 하려는 걸까? 나는 심드렁하게 대답했고 그 소년은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어린 주제에 약간 거만해 보이는 소리를 지껄였다.

“괴상한 이름에 성도 없잖아. 너 평민이지?”

“그렇다면?”

나는 당당하게 그 소년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약간 인상을 찌푸리던 소년은 곧 대수롭지 않은 척을 하며 자신을 소개했다.

“나는 렌서스 후작가의 장남, 에럴드 렌서스다. 너 편하게 살고 싶으면 내 밑에 들어와. 하이스쿨에서 대놓고 그럴 녀석은 없겠지만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는 귀족이랍시고 너를 귀찮게 할 사람은 수없이 많아. 하지만 내 수하가 된다면 널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해 주지.”

그래도 합리적인 녀석이군. 막무가내가 아닌, 나름대로 날 신경 쓴 제안이다. 하지만 나는 대뜸 거절했고 에럴드의 표정은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으으..... 너 후회하지 마라. 난 두 번 호의를 베풀지 않아.”

“그러든지.”

내가 마냥 어린애였다면 조금이라도 고민해봤겠지만 잘 생각해보면 저건 단순한 호의가 아니다. 아무런 연줄도 없지만 실력이 있는 나를 포섭하려는 거겠지. 그리고 나는 저놈의 얼굴마담이 되거나 좋은 수련상대가 될 것이다. 기껏 다시 태어나서 그런 일을 하면서 시간을 썩힐 수야 없지.

내 태도가 어지간히도 마음에 안 들었는지 에럴드는 그날 몇 번이고 나를 노려보았지만 움츠러드는 건 내 주위에 앉아있는 이들 뿐이었다. 전생의 나이만 해도 약관에 가까운데 열 다섯짜리의 위협이 통할쏘냐.

그 다음날부터는 본격적으로 하이스쿨의 수업이 시작되었다. 오전에는 기초적인 체력단련이 이루어졌고, 오후에는 본격적인 검식을 배웠다. 하지만 A반만은 달랐다. 오후 수업시간에 나타난 크레베스는 각자 가문의 수련법에 따라 수련하도록 하고는 둘씩 짝을 지어 서로의 실력을 겨루게 하고는 별다른 걸 가르치지 않았다.

소위 상류층 자제들은 서로 면식이 있는지 자연스레 짝을 지었고 짝을 짓지 못한 건 나 혼자 뿐이었다. 나참, 애들하고 투닥거리는 것도 마음에 안 드는데 그마저도 못 한다니. 정말 갈수록 마음에 안 드는군.

“이봐, 너.”

목소리에 건방진 기색이 묻어나오는 것만으로도 나는 목소리의 주인이 첫날에 내가 소박을 놓은 후작가의 자제임을 깨달았다. 이름이 에럴드였던가? 에럴드의 표정은 상당히 일그러져 있었지만 그와는 상반되게 입가에는 미소가 그려져 있어 나는 설마 하면서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상황은 내 예상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흥, 평민 넌 친구도 없는 거냐?”

“그런 것 같네. 왜, 친구라도 해 주게?”

그러자 에럴드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크레베스 쪽을 힐끔 훔쳐본다. 크레베스는 아예 자리를 비운 상태다. 에럴드는 비열하게까지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들고 있던 목검을 내 앞에 집어던졌다. 검을 아낄 줄 모르는 놈이군.

“건방진 평민. 네가 감히 렌서스 후작가의 장남을 모욕해? 당장 가서 네 목검과 내 목검을 저 수련용 검으로 바꿔와. 진지하게 대련해주지.”

예상대로군. 저 건방진 녀석은 대련을 빌미로 날 괴롭힐 심산이었던 것이다. 에럴드가 던져준 기다란 양손목검을 제 자리에 가져다 두고 나는 날만 세우지 않은 철검을 두 자루 집어 들었다. 이걸로 치면 어디 한군데가 나가도 이상할 건 없겠군.

목검하고는 확연히 다른 무게감을 느끼고 나는 한번 그것들을 잡아보았다. 익숙한 감촉이다. 무림에선 목검 따윌 쓰지 않던 나다. 천의검문의 수련은 엄격하기 그지없어서 두 달여의 기초수련을 거치고 나면 바로 철로 된 수련용 검을 쓴다. 물론 무림의 검보다 이곳의 검이 더 무거웠지만 전체적인 무공이 전생의 수준을 상회하니 굳이 내공을 쓰지 않더라도 이 검이 무겁거나 하지는 않았다.

“덤벼, 설마 검도 못 드는 건 아니겠지?”

양손으로 기다란 검을 쥐자마자 에럴드는 온갖 위세를 떨며 으르렁거린다. 나는 별로 힘겹지 않게 검을 몇 번 휘둘러보았고 이에 에럴드는 흠칫 놀라면서도 여전히 건방진 태도를 일관했다.

“뭐, 근력은 좋은 모양이군. 그러니까 A반에 들어왔겠지.”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정신을 집중했다. 에럴드의 실력은 정확히 알 수 없었기에 나는 전력을 다할 생각이었다. 물론 시험 결과야 내가 A반의 최우수였지만 시험은 시험일뿐이다. 게다가 최우수 성적이야 말이 최우수지 2등과의 차이가 얼마인지는 알 수 없다. 즉, 실제 실력이 어떤지는 아직 모르는 거지.

나는 숨을 한번 가다듬고 에럴드를 바라보았다. 과연 미들스쿨의 학생들에 비해 기본자세부터가 다르군. 새로운 삶에 돌입한 뒤로 처음으로 제대로 된 녀석을 상대하는 것이다. 아직 소렌 폰테일이라는 소녀는 제대로 본 적도 없지만 A반은 다들 천재적인 재능을 보유한 이들이 모이는 곳이다. 나처럼 비정상적인 방법이 아니고서야 평범한 이는 결코 이곳에 올 수 없다.

하지만 지금 나는 과거에는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속이 뒤집어질 만큼 질투하던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다. 과연 나는 얼마나 이들과 경쟁할 수 있을까? 에럴드는 그 첫 번째 관문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런 낭만적인 생각도 잠시. 나는 결국 대련을 그만두고 혼자서 수련할 수밖에 없었다. 우선 그건 내 형편없는 사교성 때문이었고 무엇보다 내 실력이 너무 뛰어난 탓이었다. 몇 차례 검을 섞다가 에럴드에게 전력을 다한 일격을 날리자 에럴드는 미처 피하지 못하고 코피를 뿌리며 나가떨어졌다. 내 각오와 다짐과는 달리 너무 허무하게 끝난 대련에 나는 참지 못하고 기어이 한숨을 내쉬었다. 에럴드는 생각보다 많이 약했다.

“젠장, 인정 못해!”

에럴드는 오기있게 코피를 줄줄 흘리면서도 포기하지 않았고 나는 조금 실력을 낮추어 적당히 에럴드를 상대했다. 그러면서 다른 이들의 대련을 보면서 에럴드의 실력을 가늠해 보았다. 확실히 에럴드의 실력이 나쁜 건 아니다. 후작가의 장남에 저 정도 실력이면 누구나 아래로 깔고 보는 건 당연하겠지. 건방진 태도로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달까? 하지만 나는 그것을 훨씬 뛰어넘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커억!!”

이건 뭐 연습도 안 되는군. 철검만 아니었어도 몇 번 맞아주면서 대련을 이어가겠지만 철검에 잘못 맞아서 다치기라도 한다면 다음날 수련에 지장이 생긴다. 다 자기가 자초한 일이니 날 원망하지 마라.

“평민 주제에!!!”

또 직선공격인가. 나는 에럴드의 공격을 피하면서 기초적인 검식에 따라 단순한 반격을 넣어 보았다. 그러자 이에 당황해서는 온몸을 허점투성이로 만든다. 골치 아프군. 이걸 쳐야 하나, 말아야 하나? 결국 나는 에럴드의 엉덩이를 때리는 것으로 대련을 마무리지었다. 에럴드는 수치스러운지 코피를 슥 닦고는 얼굴을 붉히며 수련장을 나가버렸다. 실로 귀족 도련님답지 않은 마무리였다.

어이가 없군. 서역의 무공은 다 이런 식인가? 하기야 무림에서도 제대로 된 초식을 배우는 건 이 나이 때쯤이지. 어릴 때부터 검식을 연마한 내게 비한다면 손색이 있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에럴드는 내가 더 뛰어나다는 걸 인정하지 못한 모양인지 그날 이후로도 몇 번이고 나와 대련을 치렀고 난 단 한 번도 패배를 내주지 않았다.

에럴드가 연달아 나가떨어지는 걸 본 A반의 모두는 나를 없는 사람 취급을 했고 에럴드도 결국 대련을 포기하고 자기 할 일에 힘쓰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미들스쿨에서 그랬듯 이곳에서도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젠장, 천재들이 고작 이 정도로 굴복하는 거냐? 결국 천재란 놈들도 나와 똑같은 인간이었던 걸까? 넘어설 수 없는 벽에 굴복하는 그런 놈들이었냐고. 이런 놈들에게 좌절했다는 건 정말 짜증나는 일이었다.

몇몇은 상당한 실력을 가진 내게 호의를 보이려는 듯 했지만 나는 하이스쿨에 큰 기대를 걸었던 것이 너무 실망스러워서 아무 잘못도 없는 이들에게까지도 퉁명스럽게 대했다. 그렇게 나는 점점 외톨이가 되어갔다. 이제는 나를 우습게 여기는 사람조차도 없었다.

대련 시간에 홀로 앉아 있을수록 나는 입학시험을 괜히 열심히 치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시험을 엉망으로 치른 다음 A반이 아닌 곳에 들어가서 서역의 검술을 배우는 게 더 나았으려나? 혼돈의 기운에서 흘러나오는 검의가 아니었다면 나는 이곳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장인 블로펜이 나를 불렀다. 혹시 내가 에럴드에게 무례하게 군 게 잘못되기라도 한 걸까? 만약 잘못되었다면 이참에 하이스쿨을 그만둬버릴까? 어차피 나홀로 수련하는 처지인데. 굳이 하이스쿨에 연연하는 것도 아상하고.

약간은 복잡한 심정으로 교장실로 가니 그곳에는 크레베스와 블로펜이 있었다. 블로펜은 진중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이제는 흐릿하게 기억나는 아버지의 잔향을 느끼고 살짝 소름이 돋았다. 크레베스가 물었다.

“도군. 요즘 수련은 어떤가요?”

“그저 그렇습니다.”

“친구는 많이 사귀었나요?”

“전혀요.”

이 대목에서는 도저히 빈말을 할 수가 없었다. 크레베스는 허허 웃다가 잠시 고민하고는 말했다.

“그렇다면 폰테일 양과 함께 수련하는 건 어떻습니까?”

“소렌 폰테일이요?”

“네. 물론 강제는 아닙니다만....”

크레베스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묘한 눈치로 블로펜을 힐끗 바라보니, 블로펜이 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저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지만 크레베스는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적이고 다시 말을 이었다.

“알고 있겠지만 소렌 양은 드래곤 슬레이어의 한 명인 롤랜드 폰테일 공작님의 외동딸입니다. 그리고 하이스쿨의 커리큘럼이 오히려 방해가 될 정도로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도군. 듣기로는 당신도 하이스쿨의 커리큘럼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으니 소렌 양과 함께 공부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봅니다.”

“음, 저랑 수련한다고 하면 별로 안 좋아하지 않을까요?”

그때 블로펜이 입을 열었다.

“그건 걱정 마라. 소렌은 신분에 신경 쓰는 아이가 아니니. 하지만 도군. 소렌은 네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천재다. 소렌의 재능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면 얼마든지 거절해도 좋으니 부담 갖지 마라.”

날 도발하려는 건가?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나는 잠자코 블로펜의 도발에 넘어가기로 했다. 어쩌면 이건 하이스쿨에 대한 마지막 미련일지도 모른다. 소렌도 다른 천재들과 같다면 나는 주저 없이 하이스쿨을 떠날 작정이었다.

“글쎄요. 전 소렌이 절 만족시킬지나 의문인데요. 솔직히 A반에서 저를 감당할 사람은 없었거든요.”

“소렌도 그런 이유에서 따로 수련하고 있는 거랍니다. 음, 이렇게 말하면 어떻겠습니까? 폰테일 양은 성인이 되기 전에 저를 뛰어넘을 겁니다. 아마 오래지 않아 폰테일 공작을 뛰어넘을지도 모르지요.”

“정말인가요?”

나는 블로펜에게 크레베스의 말이 사실인지 다시 물었다. 크레베스는 무시하는 게 아니라 블로펜의 말이 더 신뢰가 가기 때문이었다. 무뚝뚝하기 짝이 없는 그까지 소렌을 칭찬한다면 소렌은 정말 엄청난 천재이리라.

“흠, 그 폰테일 공작이 놀고만 있다면 그렇게 되겠지. 부녀가 똑같은 천재이니 쉽게 역전되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나 정도는 얼마든지 뛰어넘겠지.”

그 말은 천의검문의 문주이신 아버지를 뛰어넘는다는 소리인가. 그렇다면 결코 만만한 상대는 아닐 것이다. 어쩌면 백윤처럼 괴물같은 천재일지도 모르겠다. 이야기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나는 흔쾌히 소렌과 함께 수련하기로 했다.

사실 나는 애초부터 거절할 생각은 추호도 없을지도 모른다. 전생을 간직한 나와 비견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소렌의 재능이 얼마나 무지막지한지는 굳이 따져보지 않아도 될 문제였던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는 그저 도발 아닌 도발에 약이 올라 몇 마디 던졌을 뿐이고. 거절하려는 의도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지금부터가 진짜 수련이 될 것이다. 나는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지고 교장실을 나섰다.




감상이나 비평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작가의말

간결 조절 중입니다.

써둔 것 중 절반을 올렸습니다. 꽤 많이 남은 줄 알았는데 쓰는 것보다 올리는 게 더 많군요. 서둘러서 뒷부분을 수정해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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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2. 새로운 삶 (5) 13.02.05 7,768 136 13쪽
» 2. 새로운 삶 (4) +4 13.02.04 8,818 208 13쪽
9 2. 새로운 삶 (3) +8 13.02.03 9,909 23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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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2. 새로운 삶 (1) +11 13.02.02 12,543 22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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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1. 천하제일의 둔재 (5) +15 13.02.01 8,774 131 10쪽
4 1. 천하제일의 둔재 (4) +17 13.02.01 8,632 127 11쪽
3 1. 천하제일의 둔재 (3) +6 13.01.31 9,560 133 17쪽
2 1. 천하제일의 둔재 (2) +4 13.01.31 11,370 147 14쪽
1 1. 천하제일의 둔재 (1) +12 13.01.31 18,719 30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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