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erior Strug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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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3.01.31 09:36
최근연재일 :
2021.11.10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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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8.24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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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천의검문의 소문주 (10)

DUMMY

곧장 객잔을 나와 오늘 하루 동안 오간 길을 샅샅이 찾고, 심지어 한밤중에 한중무관의 문을 두드려 보기도 했지만, 결국 비도를 찾을 수는 없었다.


“히잉, 누가 집어갔나 봐요.”


설초아가 축 늘어져서는 시무룩하게 말했다. 따뜻한 빛을 내고 있는 등이 이쪽을 향한다. 앞장서서 등을 들고 있던 한상염이 문득 떠오른 바가 있는지 내 쪽을 향한 것이다.


“저 길을 지나오셨다 하셨습니까?”


한상염이 전보다는 한산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꽤 들어찬 번화가를 가리켰다. 검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노심초사했던 그 길이다. 그 물음의 답을 듣고, 한상염이 다시 몸을 돌리고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배수(扒手)의 짓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길목에서는 그런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도둑을 맞았다고요? 무림인이 무슨......”


심하령이 무심코 반문하다가 나를 바라보고는 입을 꾹 다물었다. 이제는 쓴웃음이 나오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은 것은 아니어서, 그것을 잊기 위해 억지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한 대주. 혹시 비도를 찾을 방책이 있습니까?”


“예. 조금 눈에 띄는 행동을 해야 하는데 허락하신다면 곧바로 실행에 옮기겠습니다.”


이미 주위의 시선은 우리가 거리로 들어섬과 함께 우리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면사를 쓰고는 있었지만 심하령의 자태는 시선을 잡아끌 만한 매력이 있었고, 묵직한 권갑을 차고 있는 어린 소저 역시 흔치 않은 행인임은 분명했다.

이 상황에 눈에 띄는 행동 하나가 더해진다 해서 별로 달라질 것은 없으리라. 그런 연유로 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고, 한상염은 포권을 쥐어 보이고는 곧장 인파 사이로 들어갔다.


“도 공자님.”


그때 심하령이 어쩐지 차갑게 느껴지는 어조로 나를 불렀다. 면사 너머의 얼굴이 상상되는 목소리다.


“너무 성급하게 사람을 움직여선 안 된다는 걸 명심해 주셨으면 하네요. 비도를 찾는다는 걸 모두에게 알리고 싶은 건 아니시겠죠?”

이런, 그렇구나. 나는 한중성에서 암암리가 주목을 받는 사람이다. 만약 내가 돌출된 행동을 한다면, 그 전부가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이의 귀에 들어갈 것이다. 너무 성급했을까? 초조한 마음에 한상염이 사라진 쪽을 바라보니, 심하령이 작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다행히도 한중성은 심상의 세작이 많으니 이번 일은 덮을 수 있어요. 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좀 더 신중하게 결정해 주세요.”


“명심하겠습니다.”


큰 것을 하나 배웠다. 드높은 이름을 가진 자는 경거망동해서는 안된다. 당연하고 흔한 말이었지만 지금에서야 나는 저 말의 무게와 가치를 실감할 수 있었다. 귀중한 가르침을 내려 준 심하령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포권을 쥐려는 찰나, 멀찌감치서 요란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앗, 대주님 같은데요?”


설초아가 눈을 빛내며 비명소리가 들려온 곳을 가리켰다. 거리를 오가던 행인들이 무언가를 중심에 두고 빙 둘러서 있다. 군중으로 이루어진 원 안에서 연신 격타음과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심 소저. 혹시 이런 것도 덮을 수 있습니까?”


비명 소리에서 들려오는 처절함을 느끼고 나는 불안한 마음에 질문을 던졌다. 생각보다 오래 고민하던 심하령은 마지못한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요. 그보다 더 큰 일이 되기 전에 가보는 게 좋겠어요. 사람이 죽으면 덮을 수 없으니까요.”


“그게 좋겠습니다.”


인파를 헤치고 한상염이 있을 것이 분명한 곳으로 향했다. 과연 그곳에는 한상염이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고, 그 주위에는 대여섯 명의 사내가 널브러져 있었다. 그 중 유일하게 서 있던 사내가 축 늘어지고 나서야, 나머지 사내들이 한상염의 앞에 오체투지하며 난리법석을 떨었다.


“사, 살려만 주십시오, 대협!”


“다시는 배수 짓을 하지 않겠습니다. 제발....”


꽤 험한 인상을 한 사내들이 울고불고하는 광경은 언뜻 보기에는 실소를 지을 만한 광경이었다. 한상염은 바닥에 바싹 붙어 있는 사내 중 한 명의 목덜미를 쥐고 단박에 들어 올리고는 물었다.


“감히 내 돈을 훔치려 하다니. 간이 부었구나.”


“그, 그게 무슨....”


사내가 의아해하려는 찰나 한상염이 재빨리 아혈을 짚어버린다. 나도 잠깐은 어리둥절했지만, 곧 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다. 비도를 찾는다고 했다가는 문제가 복잡해질 수 있으니 괜히 저런 말을 하는 것이 분명하다.


“변명은 필요 없다. 오늘 네놈들을 죄다 쓸어주마. 어느 골목이냐?”


목덜미를 붙잡힌 사내가 머뭇거린다. 이에 한상염이 들고 있는 등불을 받아 노랗게 빛나는 호목으로 사내를 노려보았다. 사내는 정말로 범과 마주친 것처럼 기겁하며 한쪽을 가리켰다. 한상염이 그 사내를 길바닥에 내팽개치고는 대뜸 사내가 가리킨 방향으로 향했다.


“아앗, 저도 갈래요!”


설초아가 채 말리기도 전에 한상염을 따라 빛 한줄기 없는 어두컴컴한 골목으로 들어갔다. 나 역시 무심코 그를 따라가려다 옷깃이 어딘가에 걸리는 느낌이 들어서 걸음을 멈추었다.


“공자께서는 구경꾼으로 계시는 편이 좋아요. 시간도 늦었으니 우리는 이만 돌아가도록 해요.”


심하령이 두 손가락으로 내 소매 끄트머리를 잡고 있었다. 그렇지만 옷깃이 빠질 기미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새삼 그녀의 무공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라, 나는 감탄하는 한편 고개를 끄덕였다.



객잔으로 돌아간 나는 침상에 누워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아마 한상염은 반드시 비도를 찾아올 것이다. 만약 정말로 배수가 비도를 훔쳤다면 말이다. 그렇지만 만에 하나, 비도를 훔친 것이 다른 이라면 어떨까?


“대체 그 비도가 뭐라고...”


우연을 가장해서 비도를 넘겨준 두 사람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그리고 왜 두 사람은 위험을 무릅쓰고 비도를 훔쳐낸 것일까? 분명 문영을 현철비도를 대장장이의 실패작이라 했었다. 그렇다면 대장장이의 작품이 성주에게 흘러들어갔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대장장이 쪽이 본래 주인일지도 모르겠군.”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그렇게 중얼거리며 나는 독단적으로 결론을 내 보기로 했다. 빙룡이 나타난 이후 도래한 혼란기는 고작 몇십 년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그 짧은 시간에 수많은 귀물이 주인을 잃고 흩어지는 일은 다반사였다.

그렇다면, 혹시 대장장이는 혈비도로부터 비도를 빼앗겼던 건 아닐까? 그리고 성주에게 흘러들어 간 비도를 되찾으려 한 것이라면 어느 정도 설명은 된다.


“아니지. 그렇다면 나한테 비도를 넘길 이유가 없지.”


점점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진다. 안 되겠군. 역시 두 사람을 찾든지, 최소한 한중무관에 침입한 이들을 찾기라도 해야 한다. 내일 심하령에게 부탁을 해 봐야겠군. 매사 그녀에게 의존하는 건 내키지 않지만 아직은 이럴 수밖에 없다. 아직은 말이다.


똑똑


단단한 나무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시중을 드는 소녀일까? 아니다. 이 소리는 문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아니다. 놀랍게도 이 소리는 창 쪽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누구냐?”


튕겨져나가듯 침상을 박차고 일어나 침상 옆에 풀어 둔 검에 손을 댔다. 그리고는 소리가 들려온 창을 노려보며 곧바로 검을 뽑을 수 있도록 내공을 끌어모았다.


“에이, 너무 무섭게 그러지 마세요.”


극도의 긴장 상태였기 때문일까? 목소리가 대단히 느릿하게 들려왔고 동시에 창이 열리는 것 역시 시간을 짓누른 것처럼 아주 천천히 진행되고 있다. 이윽고 창이 활짝 열리고, 새까만 밤하늘을 배경으로, 낯익은 얼굴이, 불야성에서 흘러나오는 은은한 불빛을 받아 어렴풋하게 드러났다.


“접니다 문영. 기억하시죠?”


본인은 태평하기 짝이 없었지만 나는 정말로 놀라서 몸이 뻣뻣해졌다. 수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지만, 대부분이 허황한 것들이라, 어깨를 한번 움츠려 상념을 털어냈다.


“음, 이렇게 있는 것도 뭐하니 들어갈게요. 칼 뽑지 말고 진정하세요.”


우스갯소리를 던지듯 헤실헤실 웃으며, 창 너머로 머리만 내밀고 있던 문영이 산들바람처럼 조용히 창문을 넘어 방으로 들어왔다. 제 방에 들어온 것처럼 천연덕스럽게 옷을 터는 그를 바라보고 있으니 어쩐지 절로 긴장이 풀리는 것 같다.


“대체 여긴 어떻게 온 겁니까? 높이가 꽤 될 텐데.”


내가 머물고 있는 방은 어지간한 실력으로는 반도 올라오지 못할 높이에 있다. 서역에서 백윤을 만나기 위해 벽을 탔던 나는 이런 높이까지 올라오기가 절대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흠, 혹시 방을 잘못 찾으신 게 아니신지요. 사실 여긴 제 방입니다.”


순진하게도 나는 설마 하면서 눈을 돌려서 방을 다시 확인했다. 당연히도 내가 방을 잘못 찾아온 건 절대 아니었다. 그 행동이 꽤 우스웠는지, 문영은 히죽거리면서 옷매무시를 가다듬었다.


“물론 농담이랍니다. 이런 비싼 곳에 저처럼 가난한 사람이 머물 리 없잖아요.”


“......정체가 뭡니까?”


어설픈 농담에 놀아나니 오히려 알 듯 말 듯한 적개심이 미약하게 솟아오르는 기분이다. 그런 기분을 담아 딱딱한 물음을 던졌고, 문영은 헛기침을 몇 번 하고는 어설프게 포권을 쥐며 자신을 소개했다.


“저는 무림 제일의 양상군자입니다. 이름은 문영. 나이는 물론 비밀이죠.”


말이 나오지 않는다. 무슨 소개가 저래? 이 말이 목구멍을 넘어가려는 것을 간신히 붙잡고, 나는 유심히 문영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아, 양상군자라는 건 옛날에....”


“압니다. 쉽게 말해서 도둑이라는 말 아닙니까? 성주의 궁에도 이런 식으로 들어간 모양이군요.”


“음, 역시 풍류를 아시는군요. 양상군자라는 엄청난 비유를 못 알아듣는 사람이 사실 더 많았거든요.”


그럼 그런 비유를 그만두면 좋지 않을까? 쓸데없는 핀잔은 여기까지다. 의도한 건지는 모르지만, 일련의 대화를 통해 나는 한결 긴장을 풀고 그를 대할 수 있었다.




감상이나 비평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작가의말

우어어어어 진짜 시간이 안 나네요. 오랜만에 한 편 올립니다. 너무 급하게 써서 그런지 전개가 지지부진하다는 느낌이 드네요.

추천글 하나가 올라온 다음에 꽤 많은 댓글이 달려서 즐겁게 댓글을 읽었습니다. 그 다음에 연재가 터무니없이 늦어진 건 참 뭐라 해야할지.... 추천해주신 분과, 새로 글을 읽으신 분. 그리고 제 글을 비평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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