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erior Strug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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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3.01.3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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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0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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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2.18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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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매칭 (9)

DUMMY

제각기 자기 이름을 찾아 수정구를 주시하는 와중에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이름이 수정구에 떡하니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옆에 적히는 세 개의 이름. 첫 번째는 룬다 드로벤이다. 에럴드도 잘 모르는 무명소졸이었고 다만 이름 옆에 적인 국적이 자카이야라는 게 알 수 있는 전부였다. 성적에 따라 배정된다고 했으니 그리 약한 녀석은 아니겠지. 두 번째 이름은 헥터. 성이 없는 걸로 봐선 나와 같은 평민인 것 같다. 이름도 생소한 중소국가 출신이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이름은....

“어엇!! 라크 볼마르그?”

르네가 탄성을 내지르며 에럴드의 어깨를 흔든다. 에럴드는 발광하다시피 날뛰는 르네를 제지하면서 나를 바라보며 씩 웃는다.

“이거 대단히 운이 좋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운이 나쁘다고 해야 하나?”

“무슨 소리야?”

영문 모를 소리를 하던 에럴드가 음흉한 표정으로 라스탄트 쪽의 자리를 바라보면서 말한다.

“라크를 내가 혼내주지는 못하겠지만 더 대단한 녀석하고 붙게 됐잖아. 도군, 부디 라크와 충분히 긴 대화를 나누고 나서 싸우도록 해.”

“어째서?”

“그래야 저놈이 네 속을 긁어댈 테니까 저놈은 사람 속 긁기로 유명한데다가 평민은 아예 사람 취급도 안 하는 녀석이거든. 사실 볼마르그 가문 자체가 대충 그런 분위기지만 저놈은 대놓고 그러니까 문제지.”

알만하군. 그야말로 전통적인 귀족의 표본인 셈이다. 하지만 그런 것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 나는 기왕이면 칼덴과 싸워보고 싶었지만 조금 격이 떨어지는 상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별 수 없지. 그때 우리의 시선을 눈치 챘는지 라크가 이쪽을 바라보며 비틀린 웃음을 지은 채 껄렁거리며 다가온다.

“이봐, 에럴드 너는 어떻게 된 거냐? 왜 이름도 모를 도군이라는 놈이 나랑 맞붙는 거지? 로베른엔 인재가 그렇게도 없냐?”

“자자, 어디서 시정잡배가 떠드는 것 같지만 들을 필요 없어. 우리 할 일은 결정된 상대를 물리치는 것 뿐이야. 숙소에 돌아가면 내가 개인별 전략을 구상해줄 테니까 저녁 먹고 꼭 방에 있도록 해.”

에럴드가 능청스럽게 라크를 무시한다. 아까하고는 상황이 바뀐 셈일까? 다만 에럴드와는 달리 라크는 인내심이라는 것이 부족한지 기어코 폭발하고야 말았다는 점이 달랐다.

“야!! 도군이 누구냐고?”

“나다.”

하도 시끄러워서 나는 몸을 일으켜 그 녀석을 노려보았다. 약간의 기세를 실어서 나선 것인데도 불구하고 라크는 아랑곳하지 않고 나를 죽 훑어보더니 코웃음을 친다.

“이거, 평민이잖아? 감히.....”

무슨 말이 나올지 너무 뻔해서 하품이 나올 지경이다. 역시나 라크의 이어진 말은 귀족다운 언사 그대로였고 덕분에 나는 속이 조금 불편해졌다. 에럴드의 말대로군. 상당히 꼴사나운 놈이야.


어떻게 놈을 때려줄까 고민하던 찰나 뭔가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어디서 많이 보던 상황이잖아 이거. 그렇게 생각한 순간 잠자코 앉아있던 소렌이 불쑥 앞으로 튀어나간다. 맙소사. 그때 그 상황의 재현인가? 에럴드도 깜짝 놀랐는지 소렌을 말리려 했지만 이미 소렌은 라크의 코앞에 서 있었다. 라크가 헛웃음을 지으려 소렌을 내려다 보았다.

“넌 또 뭐야?”

“.....가문의 체면을 봐서 봐주도록 하지. 꺼져.”

다행히도 대뜸 검을 휘두르지 않고 소렌은 나름대로 자제하려는 것 같았다. 그러나 라크는 소렌의 실력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소렌의 머리에 손을 얹고 그녀를 조롱하기 시작했다.

“어이구, 꼬맹이 아가씨가 당돌하네. 몇 살이에요? 엄마랑 같이 왔어요? 엄마 찾아줄까?”

노골적인 조롱에 기어코 소렌이 검에 손을 얹는다. 죽었군 저 녀석. 그러나 소렌이 검을 뻗으려는 순간 거대한 창이 소렌과 라크 사이에 끼어든다.

알싸한 쇠냄새가 물씬한 묵직한 창은 군데군데 은색으로 빛나고 있었지만 대부분 새까맣게 물들어 있었다. 원래는 은색인데 너무 심하게 변색되어 은색이 오히려 얼룩처럼 보이는 것이다.

소렌이 검을 집어넣으며 거대한 창의 주인을 올려다본다. 짧게 깎은 머리카락 덕분에 약간 험상궂게 보이는 청년, 칼덴 볼마르그다. 소렌은 그의 위협적인 모습에도 굴하지 않도 인형처럼 무표정한 얼굴을 일관하며 그를 응시한다. 먼저 입을 뗀 건 칼덴이었다.

“동생의 무례를 용서해다오, 폰테일 양.”

“용서하지 않겠다면?”

순간 무서운 정적이 흐른다. 금방이라도 싸움이 벌어질 듯한 일촉즉발의 상황. 매칭상대를 선발하는 이 넓은 장소가 일순간에 정적에 휩싸인다. 소렌이 손을 얹어두었던 검자루를 움켜쥐자 칼덴 역시 헐겁게 잡고 있던 거창을 거세게 움켜쥔다.

“싸워보자는 거야?”

소렌이 묻는다. 그러자 칼덴은 두말할 것도 없이 거창을 내지른다. 그야말로 극쾌와 극강이 혼합된 수법에 나는 내심 감탄하면서 마음속으로 그것을 따라 해 보았다. 그러나 소렌 역시 빠르기로는 둘도 없을 강자.

소렌이 순식간에 두 자루의 검을 빼들어 거창을 정면으로 받아치니 요란한 소음과 함께 거창이 튕겨져 나간다. 이에 주위의 시선이 모여들었고 심지어 매칭을 결정하던 이들도 이 쪽을 바라본다.

“얕았나.”

“아니. 충분한 공격이었어. 하지만 그 정도는 내 검을 뚫을 수 없어.

놀랍군. 강한 공격에 맥을 못 추던 소렌이 아니다. 그전에 내게 당한 뒤로 얼마나 수련을 한 걸까? 저절로 경각심이 인다. 이대로 가다간 완전히 추월당하겠어.

“대단하군.”

칼덴이 정말 순수하게 감탄하며 창을 거둔다. 그리고는 한쪽 무릎을 꿇고는 소렌과 눈을 마주친다. 소렌이 뚱한 표정으로 칼덴을 응시하는 가운데 칼덴이 남자답고 야성적인 미소와 더불어 소렌에게 고개를 숙여 보인다.

“어엇!! 대체 뭘 하는 거야? 왜 형이 고개를 숙여?”

라크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친다. 그러나 칼덴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다만 천천히 입을 열어 한마디를 더했을 뿐,.

“그대는 내 동생을 용서하지 않을 자격이 있다. 하지만 내 체면을 봐서 라크를 용서해다오. 다른 이도 아니고 폰테일 가문의 영애에게 혼이 난다면 나는 못난 동생을 둔 형으로서 아버지를 뵐 낯이 없다.”

“형! 난 잘못한 게......”

라크가 발광하며 따지려는 찰나 소렌이 검을 집어넣고 고개를 끄덕인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주제에 어떻게 알았는지 칼덴이 천천히 고개를 들고 소렌을 다시 한 번 응시한다. 그리고는 한 손에 든 창을 지팡이 삼아 바닥을 쿵 찍으며 몸을 일으켰다.

“감사한다. 동생은 내가 직접 혼내도록 하지.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부탁이 있다. 이번 매칭에서 나는 너와 싸워보고 싶은데 받아들을 용의가 있나?.”

“칼덴 선배, 소렌은 여자라 당신하고는 매칭이 안 될 텐데요?”

잠자코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에럴드가 나섰다. 칼덴이 에럴드는 알아보고는 생각보다 우호적인 태도로 그를 대한다. 전에 대판 싸워서 이긴 상대였던 것 같은데 에럴드를 제법 존중해주는군. 아마 에럴드가 유력한 가문의 장남이라 그런 것 아닐까? 평민이었다면 조금 달랐으려나.

“에럴드 렌서스. 오랜만이군. 라스탄트 하이스쿨에 있던 게 아니라 로베른에 있었군. 라스탄트에 있었다면 볼마르그와 렌서스 양가에 모두 도움이 되었을 것을.”

“아버지가 로베른 출신이시고 또한 로베른 하이스쿨의 위상을 드높이라 하셔서 이곳으로 진학했지요. 그래서 그쪽 제안을 거절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저들에게는 다른 이들은 알 수 없는 속사정이 있는 모양이다. 에럴드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칼덴은 창을 거두면서 의미심장한 눈으로 소렌을 돌아본다.

“분명 여자는 남자와 매칭 될 수 없지. 하지만 볼마르그의 장남이 원한다면. 그리고 폰테일 가문의 영애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규칙 따위야 바뀔 수 있다. 본래 매칭에 남녀구분을 둔 이유는 공정함을 위해서지만 너와 나는 이미 다른 학생들을 초월한 수준이다. 오히려 우리가 다른 이들과 맞붙는 것 자체가 불공정하지.”

그렇겠지. 무엇보다 소렌이 약한 이들과 싸우는 건 그녀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단 한차례의 부딪침으로 소렌의 실력을 추정하다니 대단한 통찰력이다. 저 통찰력을 십분 발휘한다면 대체 얼마나 큰 실력을 선보일까?

칼덴은 소렌의 반응을 기다리는 듯 잠자코 그녀를 응시했지만 소렌은 칼덴의 말에 딱히 들뜨거나 하지 않고 그저 공허한 태도를 일관할 뿐이었다. 내심 뭔가 반응을 기대했는지 칼덴이 작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내저었다.

“물론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다면 나도 강요할 생각은 없다. 만약 받아들일 생각이 있다면 에럴드에게 말해두도록. 그럼.”

칼덴은 그렇게 말하고 총총히 제 자리로 돌아갔다. 칼덴의 거구가 멀어지자 무거운 공기가 한층 가벼워지며 몇몇은 안도의 한숨까지 내쉰다. 인정하긴 싫지만 나도 긴장의 끈이 조금 풀리는 기분이었다. 소렌은 속을 알 수 없는 얼굴로 그 자리에 못박힌 듯 서 있다가 갑자기 나를 바라본다.

“왜?”

“도군, 이걸 받아들이는 게 좋을까?”

사실 소렌이 누구와 싸우든 내가 관여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그런 소렌에 대한 약간의 부러움이 샘솟아 소렌이 대련을 하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런 추악한 감정은 금세 가라앉는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내가 소렌보다 약하다는 건 명약관화한 사실이니까. 덕분에 나는 조금 객관적인 입장에서 소렌의 물음에 답할 수 있었다.

“겨루어보는 게 좋지 않을까? 저 사람은 곧 졸업할 것 같은데 다시 겨뤄보기는 힘들 테고.”

소렌은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의 허리에 찬 세 자루의 검을 만지작거린다. 그러더니 이내 에럴드에게 칼덴과 매칭을 하고 싶다고 선언한다. A반 모두의 시선이 주목된 가운데 에럴드가 석연찮게 웃으며 말한다.

“알겠습니다. 폰테일 양. 개인적으로는 당신이 칼덴 말고 다른 이들과 매칭해서 로베튼의 성적을 올렸으면 했지만 당신이 원한다면 별 수 없지요.”

“누구에게라도 질 생각은 없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어.”

그렇게 단언하는 소렌은 정말로 자신에 차 있어서 나는 그녀가 이전보다 더욱 강해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을 생각해서 수련을 멈출 때가 아니군. 이대로 가다간 돌이킬 수 없이 뒤쳐질 거라는 생각에 나는 그날 오후부터 다시 검을 휘둘렀다.




감상이나 비평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작가의말

바쁘네요. 3월이나 되어야 조금 한가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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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2. 새로운 삶 (4) +4 13.02.04 8,817 208 13쪽
9 2. 새로운 삶 (3) +8 13.02.03 9,908 230 10쪽
8 2. 새로운 삶 (2) +2 13.02.03 8,915 147 12쪽
7 2. 새로운 삶 (1) +11 13.02.02 12,543 227 11쪽
6 1. 천하제일의 둔재 (6) +13 13.02.01 11,726 217 12쪽
5 1. 천하제일의 둔재 (5) +15 13.02.01 8,774 131 10쪽
4 1. 천하제일의 둔재 (4) +17 13.02.01 8,632 127 11쪽
3 1. 천하제일의 둔재 (3) +6 13.01.31 9,560 133 17쪽
2 1. 천하제일의 둔재 (2) +4 13.01.31 11,370 147 14쪽
1 1. 천하제일의 둔재 (1) +12 13.01.31 18,719 30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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