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進化)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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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cha
작품등록일 :
2016.10.22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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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5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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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1.06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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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5)

DUMMY

쫘아아악-!

“캬아아아-!”


원통하다는 듯 크게 울부짖으며 여자 좀비가 밑으로 떨어져 내렸다. 얼마나 억울했는지 두 손은 여전히 베란다 난간을 꽉 쥐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장호와 베르커스는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다른 좀비들에게 짓밟히면서도 끝까지 장호를 노려보며 끊어진 팔을 흔드는 여자 좀비는 그 자체로 충격이었다. 아무리 죽은 것들이라 하지만 팔이 끊어지는 것도 감수하는 그 집념에 섬뜩함마저 느껴진다.


“독하군.”


베르커스가 혀를 내두르며 감탄처럼 내뱉었다. 그러다 표정을 굳히며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 그리고 장호도 뒤로 조금씩 물러났다. 심상치 않은 조짐이 좀비들 사이로 퍼져나갔다.


“어이 베르커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게 맞냐?”

“아마도. 그런 것 같다.”

“젠장, 좀 쉬나 했더니.”


좀비들의 눈이 붉게 변해가고 있었다. 좀 전의 손목이 뜯겨져 나간 여자 좀비처럼 시뻘겋게 물들어 가는 눈동자가 하나둘 늘어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는 장호와 베르커스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캬아아아아!!!”


좀비들 중 하나가 크게 울부짖으며 펄쩍 뛰어오르더니 베란다 난간을 붙잡았다.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난간을 잡는 좀비의 손이 늘어갔다.


족히 수십 개의 손이 난간을 붙잡은 채 흔들어대고, 그런 좀비들 위로 또 다른 좀비들이 기어올랐다. 무게를 못 이긴 난간이 서서히 밖으로 휘어지며 비명을 질렀다.


끼기기기기-


장호의 목울대를 타고 침이 넘어갔다. 난간이 뜯겨져 나간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옛날 아침 드라마만큼이나 알기 쉬웠다. 놈들이 파도처럼 밀려들어 한입이라도 씹어 보겠다고 악다구니를 쓸 터였다. 아무리 자신이 어제와 전혀 다른 힘을 손에 넣었다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살아날 수 있을 것 같진 않았다.


“크아아아아!!”


난간에 매달려 있는 좀비를 타고 올라온 놈 하나가 크게 소리치며 결국, 베란다 안쪽으로 뛰어들었다.


“이런 제기랄!”


투타타타타!!!


k-2의 총구에서 쉼 없이 불꽃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빗발치는 총탄에 안으로 들어온 놈이 갈기갈기 찢겨져 나가며 쓰러졌다. 그러나 이제 시작이었다.


찢어지는 괴성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베란다로 뛰어드는 좀비가 늘어났다. 이젠 아예 밖에서 안까지 좀비의 몸으로 만든 길이 생겨난지라 놈들은 거침이 없었다. 그 모습을 보며 장호의 눈가가 일그러졌다.


그때였다.


“비켜-!”


어느새 옆방에서 퀸사이즈 침대를 들고나온 베르커스가 소리쳤다. 그리곤 그대로 돌진했다.


콰콰콰콱!


밀려드는 좀비를 침대로 막으며 밖으로 몰아붙였다. 마치 불도저처럼 한꺼번에 밀어버린 것이다. 어찌나 세게 밀어붙였는지 침대에 맞아 튕겨 나가는 좀비가 있을 정도였다. 그 광경에 장호가 입을 떠억 벌렸다.


아니 저거 사람 맞아?


좀비도 괴물이지만, 방금 본 베르커스는 다른 의미로 괴물이었다.


“커스형 힘 졸라 쎄네.”


어느새 일어나 곁에 왔는지 이산이 중얼거렸다.


“그러게 말이다. 진짜 힘 좋네.”


그렇게 둘이 멍청히 쳐다보고 있는데, 앞에서 용을 쓰던 베르커스가 소리쳤다.


“야 이놈들아! 보고만 있을 거냐!”


그 소리에 퍼뜩 정신 차린 장호와 이산은 곧 분주히 움직였다. 쇼파며 책상이며 할 것 없이 마구 가져다가 앞에 쌓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장롱 두 개를 쌓아 올리고선 셋은 주저앉았다.


“헉헉, 이제 못 들어오겠지?”


장호는 당분간은 괜찮을 거라는 생각에 조금은 편한 기분이 되었다. 하지만 그런 기대를 무참히 짓밟는 대답이 바로 돌아왔다.


“아뇨. 1분도 못 버틸 것 같은데요.”

“뭐?”


장호가 얼굴을 찡그리며 묻자, 이산은 손가락으로 옆에 있는 방문을 가리켰다. 그리고 그 문을 본 장호와 베르커스는 또다시 마음이 급해졌다.


베란다가 거실에만 있는 게 아니라 옆방까지 이어져 있으니 그쪽으로 올지도 모른단 불길한 생각이 스쳤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곧이어 옆에서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쨍그랑-! 와장창!


“아오 진짜!”


셋은 일단 급한 대로 냉장고를 들어다 방문 앞에 세웠다. 그리곤 이젠 진짜 모르겠다는 듯 다들 바닥에 누웠다.


“점점 안 좋아지는군.”


베르커스는 누운 채로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점점 더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고 있었다. 지치지도 않는 것들이니 임시방편으로 쌓은 물건들이 얼마나 오래 막아줄지 걱정이 됐다.


“나도 하나 주라. 나도 담배나 한 대 피고 죽어야겠다.”


장호가 이젠 될 대로 되라는 듯이 말하며 베르커스에게 손을 내밀자, 옆에 있던 이산이 투덜거렸다.


“아 좀 끊어요 끊어. 담배가 얼마나 비싼데.”

“야 인마. 당장 뒈지게 생겼는데, 넌 지금 돈 타령이냐?”

“누가 그래요 죽는다고?”

“엉?”


장호와 베르커스가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뭐야? 그 말은?”

“산아, 무슨 계획이라도 있는 거냐?”


둘의 물음에 이산은 팔베개를 하며 천장을 보았다.


“계획이랄 것까진 아니고요. 여기 우리가 들어온 입구 근처예요. 그러니까 저 시끄러운 놈들만 수류탄으로 해치우고 뛰면, 어떻게든 될 것 같아 하는 소리죠.”

“뭐? 여기가 입구라고?”

“네. 아무래도 우리가 아파트 단지를 한 바퀴 돈 것 같아요. 그러니까 대로에 나가서 상가에만 들어가면 따돌릴 수 있을 겁니다. 상가가 다닥다닥 붙어 있으니까.”


이산이 거기까지 말하자 베르커스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옥상으로 건너뛰자는 얘기군. 맞아. 충분히 뛰어넘을 만한 넓이였어.”


셋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탈출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자 모두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


한낮의 고요함 속에 십여 개의 그림자가 계룡시청을 향해 걷고 있었다.


새끼 매머드로 보이는 시체를 짊어진 채 경쾌한 발걸음으로 걷는 그들의 얼굴엔 미소로 보이는 표정이 가득했다. 마치 사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냥꾼과도 같은 모습, 하지만 그들은 인간이 아니었다.


회색빛의 피부와 기다란 손톱 그리고 기형적으로 발달한 팔, 뮤턴트 무리였다.


뮤턴트들은 기분이 좋았다.


평소에는 엄두도 못 내는 두려운 사냥감을 잡았기 때문이었다.


엄청나게 큰 그것은 손톱으로 찔러봤자 티도 안 났고, 힘도 매우 셌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도망 다니기 바빴는데 어제는 달랐다.


우두머리까지 나서서 밤새도록 싸웠고 결국, 잡아낸 것이다. 물론 그와 중에 7마리나 짓밟혀 죽었지만, 어쨌든 잡아냈다. 그래서 그들은 뿌듯했다.


더구나 이번에야말로 암컷이 우두머리의 구애를 받아줄 것이 틀림없었기에 더 좋았다. 가장 크고 힘센 먹잇감의 머리통 속 하얀 것이라면 그 앙칼진 암컷도 더 이상 거절하진 못하리라.


저 멀리 둥지가 보였다. 얼마 전 둥지보다 크고 튼튼한 둥지였다. 주변에는 냄새는 좀 심해도 쉽게 잡아먹을 수 있는 먹잇감이 아주 많았고, 두 발로 걸어 다니는 먹이가 사는 커다란 돌덩이도 있는 아주 좋은 곳이었다. 그래서 뮤턴트들은 이곳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뮤턴트 무리가 시청 정문에 도착했다. 그리고 가장 앞서 걷던 덩치 큰 뮤턴트가 크게 소리 질렀다. 사냥을 마치고 돌아왔음을 알리는 건 우두머리가 할 일이었다.


“캬아아아!!”


소리를 지른 우두머리의 입가가 가로로 쭈욱 찢어졌다. 기분이 좋았다. 이제 곧 암컷의 위에 올라탈 생각을 하니 흥분마저 됐다.


사실 몇 번 올라타려고 시도한 적은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앙칼지게 반항하는 터라 뜻을 이루지 못했다. 강제로 해버릴까도 생각했지만, 암컷은 정말 귀한데다 이번 암컷은 힘도 셌다. 강한 새끼를 낳을 게 분명했기에 참았다. 그러나 오늘은 다를 터였다. 엄청나게 큰 사냥감의 하얀 것을 주면 암컷도 엉덩이를 들이밀 게 분명했다.


그런데 왜 아무런 소리도 안 나지?


우두머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평소라면 이렇게 소리 지르기도 전에 뛰쳐나와 먹이를 먹을 텐데 이상했다.


몇 번 더 소릴 질렀다. 하지만 여전히 암컷은 나오지 않았다.


“케륵?”


우두머리는 고개를 갸웃하며 시청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계단 근처에서 멈춰 섰다.


-킁킁


몇 가지 냄새가 났다.


암컷의 냄새와 피 냄새 그리고 어디선가 맡아 본 적 있는 알싸한 냄새였다. 다른 냄새들은 항상 나던 것이라 괜찮은데 마지막 냄새는 좋지 않았다.


우두머리는 이 냄새를 알고 있었다. 이건 두 발로 걸어 다니는 먹잇감의 냄새였다. 그것들은 따가운 가시를 쏘는 데, 그때 나는 냄새였다. 그리고 그 가시는 맞으면 살갗에 구멍이 나는 위험한 가시였다.


그런 위험한 가시의 냄새가 희미하지만, 분명히 나고 있었다.


우두머리의 마음속에 불안함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그리고 그런 우두머리의 기분을 느꼈는지 무리에도 동요가 퍼져나갔다.


암컷은 무리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존재였다. 암컷이 없으면 새끼를 낳을 수 없다. 새끼를 낳지 않으면 무리가 유지되지 않는다. 그 당연한 사실을 뮤턴트들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캬아아아아!!”

“케에에에!!”


갖가지 울음소리를 내며 뮤턴트들이 암컷을 찾기 시작했다.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며 정신없이 움직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둥지 뒤편에서 찢어지는 소리가 울렸다. 사냥감이나 적을 찾았을 때 내는 소리였다.


소리가 난 곳으로 우두머리는 바람처럼 달려갔다. 그리고 암컷을 보자마자 덜컥 멈췄다.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크르르르....”


암컷은 머리가 없었다. 게다가 얼마나 힘든 싸움을 했는지 몸도 쪼그라들어 있었다. 상처를 입으면 허기가 지고 몸이 줄어든다는 걸 수백 번의 사냥을 해 본 우두머리는 잘 알고 있었다.


기이한 감정이 밀려왔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생소한 감정에 우두머리는 어쩔 줄을 몰랐다. 하지만 그 감정은 곧 분노로 바뀌었다.


분노로 몸이 떨려왔다. 얼마나 애지중지하던 암컷인데, 이젠 머리도 없이 싸늘히 식어 있다니.


“끼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광기에 찬 울부짖음이 사방으로 메아리쳤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세상 모든 두 발로 걷는 것들을 찢어 죽이리라.


우두머리의 몸에서 광폭한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그때였다.


끼이익-


뒤에서 어떤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우두머리는 완전히 칠흑처럼 변한 눈으로 천천히 뒤로 돌았다. 그리고 보았다.


막 시청 앞으로 들어서다 멈추는 네 대의 군용 트럭과 두 발로 걷는 먹이들. 알싸한 냄새를 풍기는 그것들이었다.


우두머리의 눈이 위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부분이 스토리상 필요하긴 한데 거부감이 있을까봐 다시 썼다가 또 바꾸고....

연참대전 중에는 크게 변경은 안되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주인공 일행이 나쁜놈으로 보여질 수도 있는 민감한 문제라.....

그렇다고 전체적인 스토리를 다 뜯어 고치기도 힘들고.

제 스토리 메이킹 능력에 화가 나네요.

어쨌든 결국은 그냥 가기로 했습니다.

다시 한번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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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Chapter 4. 좀비가 농사를 짓는다고? (3) +3 16.12.03 1,138 60 8쪽
34 Chapter 4. 좀비가 농사를 짓는다고? (2) +5 16.12.02 1,139 61 9쪽
33 Chapter 4. 좀비가 농사를 짓는다고? +6 16.12.01 1,267 64 10쪽
32 Chapter 4. 핏빛 황혼 (12) +3 16.11.21 1,673 72 13쪽
31 Chapter 4. 핏빛 황혼 (11) +9 16.11.19 1,801 79 8쪽
30 Chapter 4. 핏빛 황혼 (10) +6 16.11.18 1,628 67 8쪽
29 Chapter 4. 핏빛 황혼 (9) +4 16.11.17 1,661 72 10쪽
28 Chapter 4. 핏빛 황혼 (8) +3 16.11.16 1,688 76 11쪽
27 Chapter 4. 핏빛 황혼 (7) +3 16.11.15 1,709 71 8쪽
26 Chapter 4. 핏빛 황혼 (6) +5 16.11.14 1,670 83 13쪽
25 Chapter 4. 핏빛 황혼 (5) +6 16.11.12 1,900 85 12쪽
24 Chapter 4. 핏빛 황혼 (4) +7 16.11.11 1,835 69 9쪽
23 Chapter 4. 핏빛 황혼 (3) +6 16.11.10 2,045 85 8쪽
22 Chapter 4. 핏빛 황혼 (2) +11 16.11.09 2,101 73 11쪽
21 Chapter 4. 핏빛 황혼 +7 16.11.08 2,151 74 7쪽
20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6) +5 16.11.07 2,382 84 11쪽
»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5) +5 16.11.06 2,430 77 11쪽
18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4) +2 16.11.05 2,426 83 12쪽
17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3) +5 16.11.04 2,371 80 17쪽
16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2) +10 16.11.04 2,403 97 19쪽
15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1 16.11.03 2,673 83 14쪽
14 Chapter 2. 안개 속으로 (7) +4 16.11.03 2,372 93 15쪽
13 Chapter 2. 안개 속으로 (6) +3 16.11.02 2,368 96 14쪽
12 Chapter 2. 안개 속으로 (5) +1 16.11.01 2,500 88 10쪽
11 Chapter 2. 안개 속으로 (4) +1 16.10.31 2,494 76 10쪽
10 Chapter 2. 안개 속으로 (3) +2 16.10.30 2,497 91 10쪽
9 Chapter 2. 안개 속으로 (2) +1 16.10.29 2,816 89 13쪽
8 Chapter 2. 안개 속으로 +3 16.10.28 3,152 8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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