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進化)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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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cha
작품등록일 :
2016.10.22 14:16
최근연재일 :
2016.12.05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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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1.1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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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Chapter 4. 핏빛 황혼 (4)

DUMMY

<이번 화는 잔인한 내용이 있습니다.>


@


“우우웁! 웁!”


덜컹덜컹-


입에 면수건을 물고 고통을 참던 경비대원이 발작하듯 몸을 뒤틀었다. 이에 그가 누워있던 간이침대가 거칠게 흔들리자, 유연아는 배를 꿰매던 바늘을 멈췄다.


배가 갈라져 쏟아져 나오는 내장을 틀어막으며 들어온 이 환자에게 유연아는 일단 지혈제를 들이붓고는 그대로 봉합 수술을 진행했다. 수혈할 혈액도, 마취제도 없기에 그저 참으라고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생살을 뚫는 고통에 몸이 뒤틀리는 것까지 나무랄 수는 없었다.


“거의 다 됐어요. 조금만 참아요.”


송글송글 맺힌 이마의 땀을 훔치며 유연아는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시간이라도 넉넉했다면 몸이라도 묶어 놓고 크게 흉이 안 나도록 꿰매줄 텐데, 사방이 환자로 넘쳐나는 지금은 이 사람에게 할애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더구나 봉합이 된다 해도 피를 너무 많이 흘린 데다가 항생제조차 없어 2차 감염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연아씨! 멀었어?”


의무실장이 다가와 다급히 물었다. 붉게 물든 의사 가운을 걸친 그의 두 손에는 노랗게 달구어진 쇠막대기 두 개가 들려있었다.


“거의 다 됐어요.”


유연아의 말에 그가 힐끗 경비대원의 배를 보았다. 봉합은 이제 얼추 손가락 두 마디 정도가 남아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됐어 이 정도면. 이거 받고 나 따라와.”

“아....아직 안 끝났는데. 이거 마저 안 하면 이 사람 덧난다고요.”

“어차피 살아날 확률은 반반이야. 그보다 당장 급한 사람을 구해야지. 지금 팔다리 잘려서 출혈로 죽어가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여기서 이래? 따라와!”


의무실장이 쇠막대기를 주며 대답도 듣지 않고는 뛰어갔다. 그 모습을 보던 유연아는 안절부절못하다가 결국, 경비대원에게 말했다.


“미안해요. 정말.... 정말 미안해요.”


유연아의 사과에 경비대원이 입에 문 재갈을 빼내며 말했다. 퀭한 그의 두 눈이 애써 웃음 짓는다.


“괜찮습니다. 어서 가보세요.”


안타깝게 바라보던 유연아가 사라지자, 경비대원은 물끄러미 자신의 배를 보았다. 그리고 재갈을 다시 물며 바늘을 들었다.


시민체육관에 마련된 간이의무실엔 신음과 절규로 가득했다. 더구나 밖에는 여전히 총소리와 함께 찢어질 듯한 비명이 메아리쳤다. 이런 상황에 그나마 자신은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 지혈제로 피도 거의 새어 나오지 않았고, 봉합도 세심하게 신경써줬다. 저 마음씨 고운 아가씨는 안타까워했지만 넘치도록 고마운 배려였다.



@


시민체육관 3층 지휘통제실.


경비대장 하상욱은 일그러진 눈으로 김민국을 노려보았다.


눈앞의 김민국은 어깨부터 가슴까지 붕대로 감고 있었지만, 그의 상처 따윈 보이지도 않았다. 지금 중요한 건 그가 말한 차대성의 죽음, 그것뿐이었다.


갑작스러운 뮤턴트의 기습에다 성벽을 부수는 말도 안 되는 공격에 요새가 뚫려버린 후, 그는 요새를 방어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주거지구의 주민들을 위급상황 시 대피소인 이곳 시민체육관으로 보내고, 철망과 바리케이드로 사방을 감싼 후에 요소요소에 병력을 배치했다.


비록 이곳으로 들어온 주민은 요새 인구의 절반도 되지 않았지만, 더 기다리다간 뮤턴트마저 난입할 수 있었기에 결국 문을 닫았다.


시민체육관은 계룡요새의 최후의 보루였다. 만약 여기마저 뚫린다면 그것은 곧 요새가 무너지는 것과 같았다.


그렇게 정신없이 움직이는 와중에 차대성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지는 것 같았다. 요새의 구심점이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그 소식을 가져온 게 다름 아닌 김민국이라는 얘길 듣고는 곧장 지휘통제실로 달려왔다.


그리고 다시 한 번 확인하기 위해 물었는데, 너무도 담담한 김민국의 태도에 하상욱은 뭔가 내막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무리 사이가 안 좋았다 하나, 태평하게 겉옷을 걸치는 모습은 왠지 모를 위화감이 들었다.


“사령관님이 돌아가셨는데 넌 아무렇지도 않나?”


자리에 앉아 있는 김민국을 내려다보며 나직이 물었다.


“그럼 어쩌란 말이오? 지금 바로 울기라도 할까요?”


겉옷을 입은 김민국이 일어서며 대답했다. 그리곤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흠, 움직일 만은 하군.”


몸을 움직이자 등에 긁힌 상처가 욱신거렸지만, 진통제를 먹었으니 나아질 거란 생각이 들었다. 차대성의 죽음 따위 어차피 예정된 일, 조금 앞당겨졌을 뿐 특별히 신경 쓸만한 일도 아니다. 그보다는 등의 상처가 덧나는 게 더 걱정됐다.


도망쳐 오며 다른 이들의 눈을 신경 쓰느라 적극적으로 바람칼을 쓰지 않은 게 후회됐다. 운이 좋았으니 망정이지 손톱이 폐까지 갈라놨으면 정말 어처구니없게 죽는 거였다.


생각 같아서는 다시 의무실장을 불러 제대로 진찰받고 싶었지만, 그를 쳐다보는 하상욱의 눈빛이 곱지 않았기에 나중으로 미뤘다.


하상욱은 지금 요새의 사령관이 죽었는데, 몸에나 신경 쓰는 김민국에게 화가 치밀었다. 가뜩이나 내심 놈이 사령관을 죽였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저런 대수롭지 않은 태도라니, 하상욱의 눈빛이 점차 스산해졌다. 그리고 손을 허리로 가져갔다.


“사실대로 말해라. 경호원까지 다 죽고 너만 살아왔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싸우다 다 죽고 겨우 도망쳐 나왔다는 걸 나더러 믿으란 말이냐? 다른 사람도 아닌 김민국, 네놈이 하는 말을?”

“그게 사실인 걸 어쩌겠소. 그건 그렇고 그 손은 뭡니까? 설마 총이라도 뽑으시려는 건 아니시겠고.....”


김민국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명백히 비웃는 표정. 그 모습에 하상욱은 이놈이 자신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걸 확신했다.


“네놈이 진실을 말한다면 뽑히지 않겠지.”

“거 참....”


하상욱의 말을 듣고 김민국은 혀를 찼다.


“그냥 좀 넘어가면 좋으련만. 그걸 꼭 알아야겠습니까?”

“역시 네놈이 그런 거였나?”

“오해는 마시오. 죽이진 않았으니까. 그저 다리만 잘라줬지. 상욱 형님도 그 거만한 낯짝이 살려달라고 비는 걸 봤어야 했는데. 크크크-”


김민국의 웃음에 하상욱의 얼굴이 더 할 수 없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권총을 뽑아 겨눴다.


“그럴 줄 알았다. 네놈이 죽인 거였어!”

“크하하하-!”


김민국은 더욱 크게 웃었다.


통쾌했다.


하상욱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은 진심이었다.


경호원들이 목숨으로 뚫어준 길을 달려가는 차대성을 보며 그의 다리를 향해 바람칼날을 일으켰다. 어차피 토벌은 물 건너갔고, 누구의 의심도 받지 않고 처리할 절호의 기회였다.


차대성이 달려가다 두 다리가 잘려 쓰러지고, 그 와중에도 두 손으로 기어가는 모습은 김민국에게 엄청난 희열로 다가왔다. 스스로도 놀랄 정도였다. 자신이 가학을 즐기는 취미가 있을 줄이야.


그리고 희열의 백미는 바로 차대성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순간이었다. 하마터면 사정(射精)까지 할 정도로 쾌감이 밀려왔다. 아니, 어쩌면 조금 쌌을지도.


당시를 생각하자 다시 아랫도리가 불끈 솟는 게 느껴진다. 하지만 곧이어 들리는 말소리에 김민국은 현실로 돌아왔다.


“이.... 이 배은망덕한 놈! 감히 사령관님을 죽여?”

“어허, 죽이지 않았다지 않습니까? 나이가 40줄밖에 안됐는데 벌써 귀가 먹으셨나. 크크크.”


김민국은 총구가 코앞까지 왔음에도 태연히 귀를 후볐다. 그 모습에 하상욱은 이놈이 미쳐버린 게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놈이 이 자리에서 죽는 건 변함이 없었다. 하극상은 즉참이다.


“쥐새끼인 줄 알았더니 사악한 뱀 새끼였구나!”


하상욱은 더 이상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아니, 당겼다고 생각했다.


-서걱


그가 손가락에 막 힘을 주려는 순간, 희끗한 무언가가 손목을 스쳤다. 섬뜩하게 차가운 느낌, 그리고 아래로 미끄러져 내리는 총을 잡은 손.


-터턱


총과 손이 바닥에 떨어질 때까지 하상욱은 잠시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닫지 못했다. 그리고 이윽고 잘린 손목에서 피가 물총처럼 쭉 뻗어 나갔다. 고통이 밀려왔다.


“아아악!”


하상욱이 잘린 팔을 붙잡고 울부짖자 피를 피하려 살짝 옆으로 비켜섰던 김민국은 짜증스레 미간을 좁혔다.


“시끄러운 양반이구만.”


다시 한 번 그의 손에서 희미한 바람이 일어나 하상욱의 목을 향해 날았다.


-서걱


하얀 바람이 목을 지나가자 고통에 떨던 하상욱의 몸이 멈췄다. 그리고 서서히 그의 머리가 잘린 면을 따라 미끄러졌다.


퉁- 데구르르르......


눈을 부릅뜬 하상욱의 머리가 구르다 김민국의 발치에 멈춰 섰다. 동시에 머리를 잃은 몸이 서서히 넘어갔다.


-털썩.


김민국은 한숨을 한 번 내쉬곤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리고 씁쓸한 표정으로 하상욱의 얼굴을 보았다.


“내가 좀 조용한 걸 즐기는 편이라서.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상욱 형님.”


작가의말

늦었습니다. 꾸벅.__;

앞으로 연재는 오후 6시에 하겠습니다.

글이란 게 한 번 막히면 대책없이 막히네요. 초보라 잘 몰랐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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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Chapter 4. 좀비가 농사를 짓는다고? (4) +3 16.12.05 1,009 47 9쪽
35 Chapter 4. 좀비가 농사를 짓는다고? (3) +3 16.12.03 1,136 60 8쪽
34 Chapter 4. 좀비가 농사를 짓는다고? (2) +5 16.12.02 1,139 61 9쪽
33 Chapter 4. 좀비가 농사를 짓는다고? +6 16.12.01 1,266 64 10쪽
32 Chapter 4. 핏빛 황혼 (12) +3 16.11.21 1,672 72 13쪽
31 Chapter 4. 핏빛 황혼 (11) +9 16.11.19 1,801 79 8쪽
30 Chapter 4. 핏빛 황혼 (10) +6 16.11.18 1,627 67 8쪽
29 Chapter 4. 핏빛 황혼 (9) +4 16.11.17 1,661 72 10쪽
28 Chapter 4. 핏빛 황혼 (8) +3 16.11.16 1,687 76 11쪽
27 Chapter 4. 핏빛 황혼 (7) +3 16.11.15 1,709 71 8쪽
26 Chapter 4. 핏빛 황혼 (6) +5 16.11.14 1,668 83 13쪽
25 Chapter 4. 핏빛 황혼 (5) +6 16.11.12 1,898 85 12쪽
» Chapter 4. 핏빛 황혼 (4) +7 16.11.11 1,835 69 9쪽
23 Chapter 4. 핏빛 황혼 (3) +6 16.11.10 2,044 85 8쪽
22 Chapter 4. 핏빛 황혼 (2) +11 16.11.09 2,101 73 11쪽
21 Chapter 4. 핏빛 황혼 +7 16.11.08 2,150 74 7쪽
20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6) +5 16.11.07 2,382 84 11쪽
19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5) +5 16.11.06 2,429 77 11쪽
18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4) +2 16.11.05 2,425 83 12쪽
17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3) +5 16.11.04 2,369 80 17쪽
16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2) +10 16.11.04 2,403 97 19쪽
15 Chapter 3. 사냥꾼과 사냥감 +1 16.11.03 2,671 83 14쪽
14 Chapter 2. 안개 속으로 (7) +4 16.11.03 2,371 93 15쪽
13 Chapter 2. 안개 속으로 (6) +3 16.11.02 2,366 96 14쪽
12 Chapter 2. 안개 속으로 (5) +1 16.11.01 2,500 88 10쪽
11 Chapter 2. 안개 속으로 (4) +1 16.10.31 2,494 76 10쪽
10 Chapter 2. 안개 속으로 (3) +2 16.10.30 2,496 91 10쪽
9 Chapter 2. 안개 속으로 (2) +1 16.10.29 2,816 89 13쪽
8 Chapter 2. 안개 속으로 +3 16.10.28 3,152 8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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