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첫 걸음 (2)
추천과 선작 코멘트 항상 감사드립니다.
망치가 쇠붙이에 부딪히는 소리가 간결하고 또 강하게 들려오는 것을 듣고 있던 세라는 흠칫 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알던 레드너가 분명 이랬나? 그가 망치질을 할 때면 항상 꺼림직 한 소리가 흘러나왔고 망치질에 성의마저 느껴지지 않았다. 그야말로 대충 대충
‘그런데...’
지금 눈앞에 있는 레드너는 그 누구보다 망치질에 집중하고 있었다. 청아하고 맑은 소리. 투박하기 그지없는 재료로도 저런 소리가 난다는 것이 세라에게 한 번 충격을 주었고 저런 진지한 표정으로 작업에 임하는 그의 모습에 두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레, 레드너. 배가 고픈 거야?’
하룻밤 사이에 이렇게 변할 수가 있나? 모든 기술이 레드너가 익혔다고는 도무지 볼 수 없었다. 마법사가 지식이라도 주입 해 놓고 간 것인가? 온갖 망상에 사로잡히던 세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빵 가지고 올께!”
그녀는 급히 말하며 대장간 밖으로 떠났다. 분명히 그는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자신이 뭐라도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일념으로 세라는 대장간에 레드너만을 남긴 채 빵집으로 향했다.
“원래의 레드너는 망치를 쥐는 것을 싫어했지.”
내부에 혼자 남은 레드너는 잠시 망치를 놓았다. 어째서 자신이 이 레드너라는 사람의 안에 들어온 것일까. 그가 가지고 있던 생각과 원래 자신이 가지고 있던 생각이 겹쳐 떠올랐다. 쇠를 만지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던 청년, 그 누구보다 망치를 두드리고 싶었던 자신.
‘극과 극이네.’
레드너는 한번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다시 망치를 집고 작업에 들어갔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다면 어떻게 철검을 만들어야 하는가. ‘검’은 만들어 본 적이 없었고 이 쪽 세계의 레드너의 기억 또한 그 부분은 지워져 있었다.
-캉!
한 번 강하게 내려친 뒤 망치를 내려놓자 다시 한 번 귓속에 알림이 울려퍼졌다. 그건 시스템 창이 호출된 다는 소리. 어느새 시선의 한 편에 ‘레시피’ 탭이 자리 잡고 있었고 그 범주에 속해있던 철검을 또 호출시키자 상세 제작법이 눈에 밟혔다.
‘아직, 레시피는 철검뿐인가?’
오로지 ‘철’이라는 재료만 있다면 만들 수 있는 기본적인 검. 시스템은 그렇게 설명하고 있었다. 망치질 50번, 담금질 3번. 상세 제작법은 그러했고 의외로 적은 횟수에 레드너는 의아함을 느꼈지만 이내 계속해서 망치를 두드렸다.
“망치질 한 횟수도 보여주면 좋을 텐데.”
쇠붙이를 두드리다 레드너는 희망 사항을 중얼거려 보았지만 아무래도 거기까지는 아닌지 변하는 것은 없었다. 망치질을 몇 번 하고 담금질을 몇 번 하느냐에 따라서 품질이 바뀌리라. 그렇게 생각한 레드너는 잠시 망치질을 멈추고 집게를 들어 쇠붙이를 집은 뒤 화롯가로 향했다.
[화로의 온도는 일정합니다.]
화로의 설명이 써진 시스템 창이 그 앞에 떴고 레드너는 천천히 그 의미를 이해했다. 온도를 조절 할 필요는 없다는 말. 다만, 쇠붙이를 달굼질 하는 시간은 보여주지 않는다. 순전히 대장장이로써의 ‘감’. 이 세계의 돌아가는 시스템에 레드너는 눈을 번뜩였다.
-치이익!
달궈진 쇠붙이를 집게로 집고 냉수에 푹 담그자 비릿한 냄새를 담은 연기가 올라왔고 쇠붙이의 강도를 높인다. 레드너는 다시 작업대 위 쇠붙이를 올려놓고는 다시 망치질을 시작했고 청아한 소리는 다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두어 번. 기분 좋은 땀방울이 얼굴선을 타고 떨어졌고 이내 투박하기만 했던 쇠붙이는 어느새 검의 형상을 띄고 있었다. 별 다른 작업 없이 그저 망치질, 달굼질, 담금질만으로 검의 모양이 만들어 진 것이었고 그 쇠붙이 위에 손을 올리자 완성도를 볼 수 있었다.
[철검, 97% 완료.]
3%작업만 마무리 하면 완성품이 나온다는 말 인가. 편리한 시스템을 갖춘 세계. 레드너는 감탄했고 마무리 작업으로 망치를 두드렸다. 몇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검’이라는 완성품이 나온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
‘정말, 내가 다른 세계에 온 거구나.’
다시 한 번 레드너는 깨달으며 99% 완성도를 지닌 쇠붙이를 내려다보았다. 이제 누가보아도 ‘검’이라고 말 할 정도의 모습을 하고 있었으며 레드너는 날 부분에 더럽게 붙어있던 잔여물을 쳐내고는 작업을 마무리 지었다.
겉보기에는 깔끔한 작업물. 이 세계의 시스템의 힘을 받았다 하더라도 작업했던 물건의 완성품을 보는 것은 언제나 즐겁기 마련이다. 무엇보다 검은 처음 만들어 보는 물품. 첫 작품의 품질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기 위해 검의 손잡이를 쥐고 이리저리 살펴보자 가벼운 알림과 함께 검의 정보가 옆에 떴다.
[B-철검]
B라는 접두사는 아마 B랭크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리라. 의뢰의 조건은 C랭크. 의뢰의 기본적인 랭크 이상의 완성품을 내놓았다는 것을 본 레드너는 환호하듯 주먹을 쥐었고 곧 다음 작업에 들어가기 위해 쇠붙이를 꺼내들어 작업대 위에 올려놓았다.
‘이 투박한 철에서 내 작업물이 만들어진다.’
이 세계의 매커니즘을 아직 완벽하게 깨닫지는 못 했지만 간단하게는 알 수 있다.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그에 맞는 행동을 하면 어떠한 결과물이 만들어 진다. 그 과정이 정확하다면 그 결과도 정확했다. 요컨대 철검을 만들고자 하고 행동을 한다면 철검이 만들어진다는 말 이었다.
‘이러면 개나 소나 대장장이 하는 거 아닌가?’
그렇게 생각했지만 레드너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기본적인 손재주. 전생에 자신이 대장장이 일을 했던 탓인지 아마 손에 익어 그러리라. 다음 생에 까지 망치를 잡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 했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다.
-꾸루룩
분위기를 타고 망치를 치켜들자 뱃속이 분위기를 타지 못했는지 알람을 내뱉었다. 그러고 보니 공복. 오늘 아무것도 먹지 못 했다. 배를 부여잡고 간이 의자에 걸터앉으니 때 맞춰 밖으로 뛰쳐나갔던 세라가 다시 문을 열고 돌아왔고 그녀의 손에는 빵이 담긴 바구니가 들려있었다.
“뭐야? 벌써 쉬고 있는 거야?”
세라는 한 순간 앉아있는 레드너를 보며 표정을 구겼지만 곧 작업대 옆에 뉘어있는 철검 하나를 보고는 찌푸려져 있던 표정이 점차 얼빠진 표정으로 변하며 터벅터벅 가벼운 발걸음을 옮겼다.
“벌써 만들었어? 이걸?”
철검의 잔여분 따위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주위에 철검을 판매하는 그런 무기상도 없다. 고로 지금 보이는 철검은 레드너가 만든 것. 세라의 머릿속에서 그렇게 판단을 내리자 그녀의 입이 작게 열렸다.
‘품질도 좋아...! 대강대강 만든 게 아니야...!’
그녀에게 대장장이 일은 맞지 않더라도 대장장이가 얼마나 노력을 해서 결과물을 만들어 냈는지는 간단하게 볼 수 있었다. 자세한 품질은 주문 한 모험가들이 판단 해 주겠지만 적어도 자신이 보기에는 이 정도 품질이라면 만족하고도 남으리라.
“먹어도 되지?”
“어...? 어... 먹어..”
이런 품질의 철검을 만들어 냈으면서 어찌 저리 침착 할 수 있을 까? 두 번 잽을 맞은 세라는 여전히 얼빠진 표정으로 레드너가 만든 철검과 레드너를 번갈아 응시했다. 그녀가 그러거나 말거나 레드너는 빵바구니에 담긴 원형의 빵 하나를 집고 입 안에 우겨 넣으며 식사를 시작했다.
고소함이 입에 퍼졌고 땀을 흘린 뒤 먹는 식사 때문인지 더욱 맛이 풍부하게 느껴졌다. 자신의 결과물이 저런 반응을 낸다는 사실에 기뻐 더 맛있게 느껴지는 지도 모르지. 얼이 빠져 자신이 만든 철검을 쓸어내리고 있는 세라를 보며 속으로 쿡쿡 웃었다.
‘여기서는 될 수 있을지도 몰라.'
빵 기름을 뒤집어 쓴 손을 쥐었다 펴며 레드너는 속으로 다짐했다. 아니, 한국에 살았던 자신의 생각이다. 여기서는 꿈을 펼칠 수 있다. ‘대장장이’라는 직업을 갖고 세상에 널리 알릴 수 있다. 레드너는 그것에 점차 흥분 할 수 밖에 없었다.
짐작이 확신으로 바뀐다.
여기서는 된다. 세계 최고의 대장장이가.
레드너는 그렇게 생각하며 빵 하나를 더 우겨넣었다.
재밌게 읽어 주셨다면 추천과 선작 코멘트 부탁드립니다.
- 작가의말
추천과 선작 코멘트 감사드려요! 흑흑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릴께요!
다음 편은 26일 8시에 올라갑니다! 잘 부탁드려요!
Comment '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