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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려은
작품등록일 :
2011.07.03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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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03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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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7.24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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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port Liarta - 22장 여행자의 밤 #03

DUMMY

제 22장 여행자의 밤 #03


아란과 루치야는 아침밥을 먹은 후 침낭과 배낭을 챙겨서, 일찍 길을 떠났다. 부지런히 걸으면 정오가 될 때쯤에는 물수레마을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물수레마을만 지나서, 5일만 더 가면 바로 도시 라하드였다. 사야부인께서 고용해준 용병과 합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그때부터는 안전하게 제도 하르마탄까지 갈 수 있는 것이다.

-터벅 터벅

아란과 루치야는 배낭과 침낭을 짊어진 채, 이제 봄기운이 만연한 산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그런데 둘의 표정은 썩 밝지않았다. 벌써 정오가 다되어 가는데도, 마을은 커녕 끝없는 숲길의 연속이었던 것이다.

"이길이 아닌가?"

루치야가 이상하다는 듯이, 지도를 보며 고개를 갸웃한다.

"후우, 루치야. 그 지도 정말 맞는거야?"

아란은 조금 지쳤는지, 양손으로 무릎을 짚으며, 턱짓으로 루치야가 펼치고있는 지도를 가리킨다.

"그, 글쎄. 지도는 맞는데, 도대체가 아까부터 똑같은 곳만 빙글빙글 돌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그러고보니, 저 앞에 보이는 한쪽 나뭇가지가 모조리 꺾여진 나무는 아까도 본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앞에 있는 커다란바위도….

"……."

"……."

"…설마…."

"……."

"…우리, 길 잃은거야?"

아란이 불안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루치야는 울상이 된 얼굴로 아란을 돌아보며 사과한다.

"미, 미안해. 아란…, 이, 이길이 아닌가봐…. 훌쩍…."

"아, 아, 아냐. 루, 루치야. 그, 그렇다고 울 것까진…."

"미, 미안해…훌쩍…."

"아, 아냐…. 루치야. 괜찮아~! 괜찮아~! 그, 그럴수도 있지 뭐."

아란은 루치야가 갑자기 울 것같은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자, 당황하며 그런 그녀를 옆에서 달랬다. 루치야도 사실은 자신이 수업받은 레인저의 방식대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길을 찾지 못하자 초조해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 그럼 이번엔 내가 앞장설께."

아란은 그렇게 말하고선 루치야에게서 지도를 건네받아들어 유심히 살펴보며 길을 찾기 시작했다.

"흐음, 아까전의 갈림길에서 표지판 반대로 가볼걸 그랬나? 거기서부터 조금 비켜간 것 같기도 하고…."

"그, 그래?"

아란이 산길을 이리저리 내려가면서 지도를 살피자, 루치야는 혹시라도 자신이 놓친점이 있나싶어, 아란을 뒤따라가며 어깨너머로 지도를 살핀다. 그러나 잘 모르겠다. 분명 이 길로 가면 물수레 마을이 나온다고 지도에는 적혀져 있었다. 그런데, 같은 길만 빙글빙글 돌고있는 것 같았다. 이쪽 길 왠지 이상했다. 믿을만한 레인저로서의 감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었다. 일부러 만들어진 미로 같달까?

그렇게 얼마쯤 갔을까. 아란 뒤를 따라가던 루치야는 문득 발밑에서 이상한걸 발견했다. 교묘하게 가려진 썩은 동아줄로 된 동그란 매듭? 그것은 마치, 누가 일부러 만들어 놓은 함정같은….

'함정!?'

루치야는 그 생각에 깜짝놀라 발을 헛디뎠다. 매듭을 건너뛰려다 -삐긋하고 발목이 꺾였다.

'어…어, 어…?"

덕분에 루치야는 중심을 잃었다. 그리고는 앞에가고있는 아란의 머리위로….

"아란! 조, 조심해!!"

"으, 응?"

아란이 루치야가 내지른 외마디 비명에 놀라 돌아본 순간, 루치야가 중심을 잃고선 자신쪽으로 돌진하고 있는게 보였다. 시야가득히 소녀의 당황하고있는 표정이 들어온다.

"우, 우왁!!"

-철퍽!

루치야의 두팔이 아랫쪽으로 버티고선 아란의 목을 교차한다. 아란은 엉겁결에 루치야를 그녀의 밑쪽에서 받아내는데는 성공했다. 물론 두팔이 아닌 얼굴로 말이다.

-물컹~!

그러나, 아란의 얼굴을 덮친것은 소녀의 향취와 다소 생소한 느낌이었다. 소년은 왠지 자신의 안면을 강타한 묵직한 물체가 딱딱하지 않은 것에 의아해한다. 게다가, 그건 왠지 엄청 말캉말캉한….

"…컥!!"

순간, 아란은 온몸의 솜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소년은 서둘러 루치야의 중심을 바로잡아주고 천천히 뒤로물러서며 그것의 정체를 확인한다.

"……."

"……."

역시나, 아란은 빨갛게익어 홍당무가 된 소녀의 얼굴을 확인하며 다시한번 그것을 쳐다본다. 검은 가죽수트에 싸여있으면서도 엄청난 볼륨감을 자랑하고있는 그것. 아란이 온 안면을 동원에서 받아낸 그것은 루치야의 터질듯한 커다란 가슴이었다. 할말을 잃었다. 당사자인 루치야도 엄청당황한 듯한 표정, 어쩔줄 몰라하고있다.

"미, 미안해. 아란. 괘, 괜찮아?"

루치야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조금 본의 아닌 헤프닝이 있었긴해도, 자신의 잘못이었으므로, 아란에게 미안해진다.

"아, 괘, 괜찮아~ 하, 하… 아, 아무것도 아냐 이정돈…."

아란은 고장난 허수아비처럼 부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어째서인지, 루치야의 몸무게에 배낭까지 받아낸 얼굴이 약간이나마 아팠을 텐데도 그 입은 헤벌쭉하고 벌어져있다. '바, 방금, 천국을 맛보았어.' 아란은 루치야에게서 등을 돌려 그 표정이 그녀에게 보이지는 않는다.

소년의 순수한 감상은…. '크, 크다!!'

그랬다. 어째서인지 아란이 느끼기로, 예전 하얀호수마을에 있을때보다 더 커진것 같았다. '쿨럭…. 그, 그렇단 말이지?' 아란은 갑자기 루치야를 향한 친구로써의 순수한 감정에 금이가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참, 이러면 안되는데….

'큼, 큼….'

그러나, 내색하지는 않는다. 마치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렇게 아란은 생각하며, 뒤쪽의 루치야를 다시 돌아보지 않은채, 저벅저벅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러다가…, 뭔가에 걸려넘어졌다.

-쿠당탕!!

"커헉!!"

"아, 아란!! 괜찮아!?"

루치야는 앞으로 잘나가다가 갑자기, 혼자서 고꾸라진 아란의 몸개그에 심히 당황했다.

"아~ 뭐, 뭐야~."

"괘, 괜찮아…?"

아란은 엎어져서 코가 깨졌는지, 얼굴에 잔뜩 흙이 묻은 채, 몸을 일으켰다. 루치야가 아란의 곁으로 달려와 아란의 상태를 살펴본다. 크게 다친건 없는 것 같이보인다.

"왜, 왜그래? 아란?"

"저, 뭐, 뭔가에 걸려넘어졌어."

"응? 정말?"

아란이 자신의 발 부근을 가르키자, 루치야가 그쪽을 돌아본다. 아란의 말대로 거기엔 뭔가가 있었다. 얼핏보면 그냥 산길 흙바닥이었겠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뭔가가 널부러져있다. 두개의 막대와 길게 헝클어진 낚싯줄….

그걸보자, 루치야는 머릿속에서 벼락같이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방금전 자신이 넘어질뻔했을 때의 매듭, 그리고 저 낚싯줄….

'함정이다!!'

틀림없었다. 이것들은 누군가가 어떤 목적을 위해 일부러 여기에 놓은 덫이었다. 방금전 보았던 매듭의 크기와 낚싯줄의 높이로 보아하니, 타겟은 산짐승들이 아니었다. 자신과 같은 사람이었다!

"에이, 누가 저 따위 장난질을…."

누군가의 사소한 장난으로 치부해버린 아란은 그렇게 투덜댄다.

그러나, 루치야는 마음은 급해졌다. 얼얼한 무릎을 주무르고 있는 아란의 옆에서 벌떡 일어나 심각한표정으로 주위에 있는 나무들과 지형지물을 살핀다.

"루치야? 왜 그래?"

그런 루치야의 모습이 이상했던지, 아란이 올려다보며 묻는다. 그런데, 그렇게 주위를 샅샅히 살피던 루치야는 그에 대한 대답은 커녕 아란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로 한마디 했다.

"아란, 뛰어…."

"응…!?"

뜬금없는 루치야의 말에 소녀를 쳐다보는 아란의 눈이 동그래진다. 하지만, 루치야는 그런 아란의 사정도 봐주지 않고 소년의 손을 잡아 끌고 달리기 시작했다.

"어?"

"뛰어! 아란!"

"우왁!! 루치야! 갑자기 뛰기 시작하면 어떡해! 넘어질뻔했잖아."

-다다다!

루치야는 아란의 손을 잡고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

"루, 루치야! 왜그래!? 갑자기!"

"나중에 말해줄께. 뛰어!"

"응? 아, 자, 잠깐만. 자, 잠깐만!!"

전력으로 질주하는 아란과 루치야의 곁으로 숲의 나무들이 -휙휙 지나간다. 아란은 루치야가 갑자기 왜 이러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한동안 정신없이 루치야의 손을 잡고 달렸다.

"루치야! 루치야! 자, 잠깐만! 잠깐만 서봐!"

"아란! 시간이 없어, 우리! 빨리 여기서 벗어나야 돼!"

"으응!?"

루치야의 다급한 말투에 아란은 상당히 놀란다. 시간이 없다니? 여기를 빨리 벗어나야 된다니? 무슨말인가 대체?

"루, 루치야! 잠깐만! 무슨말이야 그게!?"

그제서야, 숨이 찼는지 멈춰서는 루치야. 아란도 그녀를 따라 가쁜 숨을 조절하며 멈춰선다.

"하아, 하아…. 뭔말이야 그게? 루치야?"

"후우, 후우…. 아까…, 그거 봤지 아란?"

"응?"

아란은 루치야의 그말에 그게 뭔지 궁금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후우…, 함정말야. 후우…, 네가 걸려 넘어졌던거…."

"아…. 그거? 근데 그게 왜…?"

"…모르겠어? 아란?"

루치야는 정말 모르겠냐는 말투로 묻는다. 그러자, 아란은 고민을 좀하더니 입을 열었다.

"설마…, 그거…."

"응…."

"누군가의 경계 알람 같은건가?"

"맞아…. 주로 레인저들이 야영할 때 쓰는 수법이지."

아란의 날카로운 추리에 루치야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걸 본 아란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우린 그걸 건드린 거고?"

"응, 그런셈이지. 아까 달려오면서 보니까 그와 비슷한 함정이 10개도 넘게 있었던 것 같아."

"하아, 야단났군…. 그럼 이제 그들이 우리를 노리고 오겠는데…? 멀쩡한 길 한복판에 그런걸 설치해놓은 걸로 봐선, 그다지 방호목적으로 설치해놓은 것도 아닌 것 같고…."

아란은 한숨을 쉬며 말한다, 그러자, 아란의 말에 루치야의 마음이 다급해진다. 그녀는 아란의 팔을 잡아 끌며 말한다.

"아란! 그러니까. 일단 뛰자!! 그들이 오기전에 빨리 여기서 벗어나야 돼!!"

그러나, 아란은 그럴 마음이 없는지 불안한 소녀의 말에도 움직이지 않는다.

"아냐, 루치야. 뛰면안돼. 이미 늦었어."

"뭐?"

"…우리가 있는 이 길을 봐봐. 생각보다 넓지?"

아란의 그말에 루치야는 자신들이 서있는 산 길을 바라본다. 아란의 말대로 꽤나 넓은, 수레나 마차 또는 말이 지나 갈 수 있을 정도의 넓이였다.

"그러니까, 아까의 경보들은 아무래도 그런 상인이나 귀족들을 노리는 자들의 짓이겠지?"

"그, 그럼…."

"이미 늦었어. 아까 내가 그 함정에 걸린 순간, 그들은 눈치채고 미리 저 앞길을 가로막고 기다리고 있을껄?"

"그럼 어떡해…."

"흠…."

아란은 오른손으로 턱밑을 쓰다듬으며 진지하게 고민해본다. 그러다가 마음을 정했는지, 루치야를 돌아보며 말했다.

"루치야, 날 믿지?"

"응?"

소녀는 뜬금없는 아란의 말에 당황한다. 그러나, 아란은 그런 루치야에게 침착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내게 생각이 있어."

그렇게 말하는 소년의 눈빛은 무겁게 가라앉아있었다.

-쓰르륵! 쓰르륵!

-짹! 짹!

짙어지는 숲속에서 풀벌레와 산새들소리가 울려왔다. 아란과 루치야는 한가롭게 그 숲속의 산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누군가가 자신들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조차 망각한 것 처럼….

멀리서 보기에는 그냥 귀족자제들의 나들이 같은 모습이다. 그러나, 사실 그것은 겉모습만 그런 것일 뿐, 둘은 잠시도 긴장을 늦추지 못한채로 산길을 걷고 있는 중 이었다.

그때였다.

-사박 사박~!

문득, 옆길쪽 수풀속에서 뭔가가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왔다!'

아란과 루치야는 서로를 쳐다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사사삭! 사사삭!

또, 수풀을 가로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이번엔 한둘이 아니었다.

-사사사사삭~!

그 소리는, 둘이있는 곳의 사방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아란과 루치야는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본다. 주위의 수풀들이 격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들리는 소리로 볼때, 10명이 넘어….'

루치야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려 노력했다. 자신은 앞에 서있는 아란을 믿었지만, 그래도 여차하면 활을 꺼내 사용할 마음까지 먹었다.

-사사사사사삭!!……

"……."

"……."

수풀의 움직임이 한순간에 멈추었다. 그와 동시에 풀벌레소리와 산새들의 소리도 잠시 멈추었다. 순간의 정적, 그때였다.

-파밧! 쿠웅!!

저쪽 수풀속에서 아란의 앞쪽으로 왠 거한이 커다란 도끼를 든 채 튀어나오면서 소리쳤다.

"크하하!! 이놈들아! 이 산의 주인이신, 파멜로님이시다!! 여자와 가진것 모두를 내놓으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와! 와!

그게 신호탄이었는지, 사방에서 병장기들을 꼬나쥔 장정들이 뛰쳐나와 아란과 루치야를 포위했다. 그 숫자는 무려, 스무명 가까이 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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