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리아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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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려은
작품등록일 :
2011.07.03 01:44
최근연재일 :
2011.07.03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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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6.26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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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La~port Liarta - 20장 습격 #03

DUMMY

제 20장 습격 #03



밤이 되어 루치야를 보낸 아란은 침대에서 예전 이자크 노인이 준책을 좀 공부하다. 잠이 들었다. 오랜만에 공부를 해서일까. 얼마 읽지도 않았는데 졸음이 쏟아졌다. 아란은 결국 램프의 불을 끄고 잠들었다.

'아란! 아란! 일어나!!.'

얼마만큼 지났을까? 아란은 누군가가 자신의 귀에다 대고 속삭이는 소리를 듣고 일어났다.

"아…, 엄마?"

불도 켜지 않은 캄캄한 자기 방에서 엄마가 자신을 흔들어 깨우고 있었다. 아란은 부스스한 얼굴로 몸을 일으킨다. 엄마는 왠지 뭔가에 쫓기는 듯 한 얼굴을 하고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

"아란아! 우리지금 나가야해. 그러니까, 빨리 옷입거라."

"에?"

아란은 멍해져서 엄마에게 다시 묻는다.

"시간이 없단다. 아란. 빨리, 여기서 나가야해."

왠지는 몰라도 엄마가 너무나도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어, 아란은 정신없는 와중에도 옷을 갈아입었다.

"뭐, 뭔데요?"

아란은 이 오밤중에 무슨 일인지 의아해하며 물었다.

"나중에 가면서 얘기해주마, 아빠는 지금 밑에서 기다리고 있단다."

엄마의 말에 아란은 뭔진 모르겠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방을 나섰다. 방을 나서는 아란의 손에는 이자크노인이 준 하얀 스틱과 책이 들려있었다. 무슨 일인지는 잘 몰랐지만 예감이 좋지 않아, 자신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을 챙긴 것이다.

-삐꺽삐꺽

엄마와 함께 삐걱대는 계단을 내려가자 아빠가 작은 손가방을 들고 긴장한 표정으로 서계시는 것이 보였다. 아란은 아빠에게 물어본다.

"아, 아빠… 무, 무슨…."

그러나 아빠는 듣는 둥 마는 둥하며, 아란의 어깨를 툭툭 쳐주신다. 아빠는 구리테 안경을 올리면서 말했다.

"자, 그럼 출발하자. 내 뒤를 잘 따라오거나 아란."

아빠는 그렇게 말하고는 현관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아란과 엄마도 아빠의 뒤를 따라 달린다. 그렇게 셋은 집을 나서려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쾅!

갑자기 문이 굉음과 함께 열리며, 검은 복면을 쓴 남자들이 갑자기 우르르 들어오기 시작했다.

"헉! 이렇게 빠를 수가."

아빠는 놀란 나머지, 헛바람을 들이키며 뒤로 물러섰다. 아란과 엄마도 복면인들의 기세에 눌려 아빠를 따라 뒤로 물러선다.

복면인들은 검은 옷에다 검은 망토를 뒤집어쓰고 있어 두 눈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흉흉한 기세를 드러내며, 세 가족을 포위했다. 복면인들의 칼이 -스르릉하고 뽑혀나와 아란일가를 위협한다.

"물러나라."

아란은 당황을 넘어서 황당했다. 이 사람들은 뭔데 남의 집에 이렇게 오밤중에 우르르 칼을 들고 침입한단 말인가. 뭘 가져갈게 있다고 이런 아무것도 없는 집에….

그리고 엄마 아빠는 설마 이들이 올 줄 알고 도망치려 했던 것 인가. 아란은 갑자기 닥쳐든 위협에 덜컥 겁이 났다.

복면인들은 입구에서 일렬로 물샐틈 하나 없이 섰다. 그리고 그중에서 덩치 큰 남자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이런, 어딜 쥐새끼처럼 도망가려고 하시나?"

굵은 저음의 목소리다. 듣는 것만으로도 압도되어 버릴 것 같은 위협적인 목소리였다. 아빠는 그의 말에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반문한다.

"무, 무슨 말이오? 대체, 우리는 다, 당신들이 왜,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소."

"큭, 잘도 지껄이는군. 시치미 떼지 마. 다 알고 왔으니까."

"무, 무슨!?"

"자, 그럼 말해주시지."

"뭘, 말이오?"

"'성배'의 위치, '성배'는 어디다 숨겨놨지?"

"그게 뭐요. 우린, 그, 그게 뭔지도 모르오."

-쾅!!

"꺄악!!"

모르쇠로 일관하는 알베르트에게 그 남자는 화가 난 듯 옆에 있던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려쳤다. 테이블은 그 한방에 두 쪽으로 갈라져서 부서져내렸다. 그 소리에 아란의 엄마, 모리아가 놀라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남자는 비명 따윈 신경 쓰지도 않고, 알베르트의 멱살을 잡았다.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묻지. 성배는 어디 있지?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으면, 네 아들놈의 모가지부터 친히 내손으로 따주지."

"큭…."

남자의 협박에, 알베르트는 침음성을 흘렸다. 그 반응을 보고 그 남자는 분명, 여기에 그 성배라는 것이 있다고 직감했다. 알베르트를 던지듯이 내팽개치고는 부하들에게 말했다.

"집안 구석구석 이 잡듯이 뒤지도록!! 분명 성배는 여기 있다!!"

"옛!!!"

그 남자의 말에 도열해있던 복면인들이 그 즉시 뛰어다니며 여기저기 거칠게 뒤지기 시작했다.

-쾅!! 쨍그랑

순식간에 집안에 있는 접시며 화분이 깨져나갔고, 베개나 침대에는 예외 없이 칼이 꽂혔다. 복면인들은 집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철저하게 뒤졌다. 뭔가가 있을만한 곳이면 일단 부수고 봤다.

아란은 울먹이며 숨죽이고 있는 엄마를 끌어안고서는 불안한 눈으로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일단 이들이 들어온 이유가 집에 있는 무언가를 찾으러 온 것 같았다. 그리고 움직임으로 보아, 보통 어중이떠중이 폭력배나부랭이는 아니었다. 절도가 있는 것이 꽤나 강도 높은 훈련을 받은 군인 같은 느낌을 주었다.

아란은 그래도 이들의 위협에 대항하여 조용히 이자크노인의 하얀 스틱을 쥔 손에 힘을 넣는다. 사방이 어두워 저들도 이쪽에서 자신이 뭘하는지는 잘 못 볼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는 스틱을 쥔 손을 더듬어 스위치를 찾았다. 이얀과의 대결에서 이 스틱의 스위치를 실수로 아란이 여는 바람에 칼이 뽑혀져 나왔었다.

-딸깍하고 들리지 않을만한 소리로 스틱의 잠금장치가 풀렸다. 이제 이건 한 자루의 소검이다.

아란은 이들의 횡포를 피하기위해서는 최소한 영주성이나 올리오르 할머니의 집 쪽으로 피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빠도 그것은 생각해봤을 꺼다. 아마….

그러나, 상황이 너무 여의치 않다보니 알고는 있어도 실천하기가 어려웠다. 이들의 행동은 너무나도 빈틈이 없었다. 열 명 가까이 집을 뒤지고 다니긴 해도, 대장으로 보이는 자를 포함한 다섯은 아란과 그 부모에게서 조금도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칼을 겨눈 채로 말이다.

하지만,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이 다섯을 뚫어야 했다. 아란은 그 다섯에게서 빈틈을 찾기 위해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대장! 찾았습니다."

지하로 내려갔던 한 복면인이 갈색상자를 들고 왔다. 그 복면인의 대장은 그 상자를 받아들더니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어 상자에 갖다대어본다. 그러자, 그 순간 갑자기 엄청나게 밝고 푸른빛이 그 갈색상자에서 뿜어져 나와 온 집안을 환하게 비추었다.

"크윽!!"

"큿!!"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이 눈이 부셔서 눈을 가렸다. 아란도 마찬가지였다. 어둠속에 적응하고 있던 아란의 눈은 엄청나게 밝은 빛이 갑자기 비치자, 눈이 잠시 동안 마비되기까지 했다.

"하핫! 이거 진품이로군!!"

"큭!"

빛이 사그라들자, 대장으로 보이는 자는 갈색상자를 보며 그렇게 말하더니,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알베르트를 돌아보며 씨익 웃었다.

알베르트는 그 자가 오른손에 들고 있는 물건을 알아보고는 경악한다.

"그, 그건!"

"그래, 이건 한눈에 알아보시는군. '오베론의 눈'이다. 성배를 찾기 위해 만들어진 인조 보석이지."

남자는 오른손에 쥐고 있던 파란보석목걸이를 흔들어 보인다. 그 파란보석은 갈색상자속의 그 '성배'인지 뭔지에 반응하는지 계속해서, 은은한 파란색을 내뿜으며 깜빡거리고 있었다.

"역시나, 그걸 가지고 있었군."

"그렇지. 네 녀석의 어설픈 연극 따위는 애초에 통하지 않았다니깐. 큭큭큭."

그러면서 그 남자는 음산한 웃음을 흘린다. 그리고선, 상자를 왼편의 부하에게 넘기면서 복면 밑으로 왼손을 집어넣어 휘파람을 불어 부하들을 불러들였다.

-휘이익~!

그러자, 여기저기 흩어져있던 복면인들이 하나 둘 복귀하기 시작했다.

아란은 무척이나 상황이 나쁘게 돌아가고 있다고 여겼다. 기습을 하려했으면, 아까 상자에서 나온 빛이 온 집안을 눈부시게 밝힐 때 했어야 했다.

그러나, 자신이 거기에 당해버렸다. 복면인들 모두가 모이면 탈출은 꿈에도 꾸지 못할 터, 아란은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복면인의 대장이로 보이는 자는 그렇게 부하들을 불러들이고는 보석목걸이를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때였다. 아란이 갑자기 칼을 빼들고 남자를 향해 돌격한 것은…. 아란은 바로지금이 마지막 기회라고 여겼다.

-스르릉!

"이야아아아!!!"

아란의 돌발행동에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당황했다. 한명만 빼고 말이다. 그것은 기습을 받은 그 남자 바로 자신이었다.

"이야아아아!!"

-스윽

그러나, 남자는 아란의 회심의 기습을 간단히 상체를 트는 것만으로도 피했다. 그리고는 오른쪽 무릎으로 기습에 실패한 아란의 복부를 찍었다.

-퍼억!

"컥!!"

그러자, 휘청거리는 아란, 남자는 그에 그치지 않고, 오른쪽 팔꿈치로 아란의 얼굴을 쳐서 밀어낸 다음, 오른쪽 주먹으로 다시 얼굴을 가격했다.

-퍼벅! 퍽!

-쿠당탕!!

"악! 아란!!"

"아란!!"

아란은 남자에게 얻어맞고 뒤로 나동그라졌다. 아빠와 엄마가 놀라서 소리를 지르며 아란을 뒤에서 받아주었다. 아란은 정신이 없었다. 분명 틈을 노렸는데, 복면인의 대장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그 어두운 공간속에서도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으로 가볍게 아란의 칼을 피하며 때려눕혔다. 복면인의 대장은 그런 아란을 비웃으며 말했다.

"뭐야? 이건, 웃기는군."

"크윽!!"

다행히도 아란은 검을 놓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눈앞에서 별이 번쩍번쩍했다. 안면 전체가 얼얼했다. 남자는 괴력에 비해 세게 친 것 같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죽을 만큼 아팠다. 그래도, 여기서 쓰러질 수는 없었다.

아란은 이를 악물도 다시일어나 검을 고쳐 쥔다.

"호오?"

그러자, 남자의 눈빛이 이채를 띄었다. 남자는 오른쪽에 도열해있던 자신의 부하 중 한명에게 말했다.

"데미안, 네가 처리하도록."

"넷!"

'데미안'이라 불린 복면인은 앞으로 나서며 복명한다. 목소리는 소년의 티를 아직 벗지 못한 아란또래의 목소리였다. 그 복면인이 나오며 검을 쥔 자세를 바꾸었다. 그 복면인의 검은 기사단에서나 쓰는 무거운 중검이었다.

'제국중검술!?"

아란은 지지 않고 자신도 자세를 바로잡는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복면인들이 아란을 향해 달려들려 했으나 대장으로 보이는 자는 손을 들어 제지시킨다. 아란과 앞으로 나선 복면인의 일대일 구도를 만들어 주기 위함이었다. 이것은 나선이의 실력을 믿고 있는 자신감의 발로였다.

"하앗!"

복면인은 기합을 내지르며, 강하게 아란을 향해 짓쳐들었다.

-까강!

"큭!"

검과 검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들리며 아란의 몸이 크게 휘청거렸다. 엄청난 힘이다. 이얀과도 차원이 다른 강력한 검술이었다. 나름 완벽한 대비를 하면서, 방어검술에 모든 힘을 쏟아 부었는데도 버겁다. 자세가 비틀어졌다.

그래도, 복면인의 검을 막아냈다. 그 사실에, 그 자리에 있던 전부가 아란의 검술실력에 꽤나 놀라는 분위기였다. 검을 날린 그도 마찬가지….

"호오? 제법이군."

그러나, 놀라움도 잠시 복면인의 공격은 잠시도 쉬지 않고 계속된다.

-깡! 까강! 깡!

"큭, 크윽! 이런!"

아란은 간신히 막고 있긴 하지만, 그게 다였다. 앞의 복면인과 아란의 실력 차는 처음부터 상대가 안 되는 정도였다.

-촤아악!

"아악!!"

결국, 아란은 왼팔에 커다란 자상을 입고 뒤로 넘어졌다.

-턱!

"아, 아란!!"

"아란!!"

엄마와 아빠가 아란의 이름을 외치며, 아란을 뒤에서 부축했다. 아란의 베인 왼팔에서 쉴 새 없이 피가 흘러 옷을 적시고 있었다.

"뭐야, 별거 아니잖아."

아란을 넘어뜨린 복면인이 중얼거리면서 중검을 치켜들고 다가왔다. 알베르트는 아란이 단 몇 수만에 맥없이 나가떨어지는 것을 보고 크게 놀랐다. 이들 설마 기사단인가. 어쌔신들이 이렇게 큰 검을 들고 다닐 리가 없다. 알베르트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기사단이라면 도대체 누가, 그들이 설마 기사단까지 매수라도 했단 말인가. 이들의 절도 있는 동작과 이들을 이끄는 대장이라는 자에게서부터 범상치 않은 느낌을 받고 있던 알베르트는, 이들이 용병나부랭이는 절대 아닐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었다.

실제로 아까 아란을 간단히 제압한 데미안이라고 하는 자도 덩치가 커서 그렇지 목소리는 아란또래의 소년 정도밖에는 되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이들이 하는 품행들이 은근히 귀족 같은 느낌이 물씬 풍겼다. 이들은 분명 기사단, 그것도 정통 기사단의 일원들이다.

"자, 다시 한 번 일어나 보시지. 이번엔, 그냥 숨통을 끊어줄 테니."

아란은 그 도발에 발끈하여 눈을 부라리며 일어서려 했다. 그러나 엄마가 그런 아란을 뒤에서 울부짖으며 매달렸다.

"아, 아란!! 제발, 그만두렴!! 지금 일어섰다간 죽고 말아."

보다 못한 알베르트가 나서서, 중검을 들고 천천히 다가오는 복면인의 앞을 가로막으며 외쳤다.

"그만두시오. 아직 어린애지 않소!! 당신들은 목적한 바를 이뤘으면…!!"

그러나, 알베르트는 자신의 말을 끝까지 할 수 없었다. 다가오던 복면인이 알베르트의 심장에 한 점 주저함도 없이 자신의 검을 박아 넣었기 때문이다.

-푸욱!

"컥!"

"아…."

"건방지게, 감히 평민주제에 누구 앞을 가로막아!"

다가오던 복면인은 차갑게 그런 말을 하고는 박아 넣었던 알베르트의 몸에서 검을 뽑았다.

-푸슉!

"아, 아빠!!"

"아악! 여봇!!"

검이 뽑히자 알베르트의 몸이 꺾이며 엄청난 출혈이 가슴에서 뿜어져 나왔다. 아란과 모리아는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는 알베르트를 부축했다. 아란은 너무 놀라 쥐고 있던 검까지 내팽개치며 아빠를 안았다.

"커헉! 쿨럭! 쿨럭!"

알베르트는 기침을 하며 입으로 시뻘건 피를 내뿜었다. 모리아는 울면서 그런 알베르트의 어깨를 잡았다.

"여보!! 여보!!"

"아, 아빠! 아빠!!"

아란도 너무 놀라 흘러나오는 눈물을 어쩌지 못하며, 아빠의 가슴에 난 상처를 막아보려 손으로 틀어막아본다. 그러나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양의 피는 어쩔 수가 없다.

"하아, 하아, 모, 모리아."

알베르트는 간신히 숨고르기를 한 다음에 힘겹게 입을 열었다. 모리아는 눈물을 흘리며 대답한다.

"네, 네, 여보."

"컥, 미, 미안하오. 나, 아무래도 먼저 갈 것 같소."

"아, 아아…."

"그리고, 살아남아라, 아란아…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살아남아라…."

"네, 아빠… 아버지…."

알베르트는 그 말을 끝으로 고개를 떨구었다.

"안돼요!! 여, 여보!!!"

"아, 아빠…."

처절한 엄마의 비명소리가, 아란의 귀전을 때렸다. 아란은 갑자기 멍해졌다. 아빠의 죽음이 전혀 믿기지 않았다. 그런데, 아란의 앞으로 걸어온 복면인이 그걸 보며 비웃는다.

"자, 그럼 신파극을 다 찍었으면, 사이좋게 골로 가보실까? 이 녀석 혼자 가는 저승길, 외롭지 않게 같이 가야지. 안 그래? 평민씨?"

"으아아아!!"

아란은 그 말에 눈이 뒤집어져서, 밑에 떨어져있던 자신의 검을 집어 들고는 복면인을 향해 달려든다.

"아란아! 안 돼!!"

모리아가 아란을 말려보려 외쳤지만, 아란의 눈에는 이미 눈앞의 복면인밖에 보이지 않았다. 분노에 찬 아란의 놀라운 기세에 복면인이 조금 움찔하긴 했지만, 그뿐이었다.

-파바박!!

-휙! 휘휙!!

복면인은 아란의 맹공을 그냥 두어 걸음 물러나는 것만으로 피해버리고는 칼등으로 아란의 손목을 후려갈겼다.

-딱!

"으악!!"

-쩔그렁!

아란은 손목이 떨어져나가는 듯 한 통증을 느끼고는 검을 놓쳐버렸다. 아란의 검은 바닥에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떨어져 굴렀다.

아란이 검을 놓쳐버리자, 복면인은 한쪽 손으로 아란의 멱살을 쥐고는 검을 쥐고 있는 다른 쪽 주먹으로 아란의 얼굴을 두어 방 때렸다.

-퍽! 퍽!

"크억!"

아란의 코에서 코피가 터졌다. 입술도 터져 피가 흘러나왔다.

"안 돼, 안 돼!! 그만하세요!! 그만!! 우리 아란 좀 제발 살려주세요!!"

엄마가 실성한 사람처럼 울고 불며 복면인의 발에 매달렸다. 그러나 복면인은 그에 아랑곳 않고 멱살을 풀면서 왼쪽발로 아란의 배를 강하게 걷어찼다.

-퍽!

"컥!"

"아악! 아란!! 아란!!"

아란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면서 나가떨어졌다. 엄마가 그 모습을 보자, 더욱 더 복면인의 다리를 붙잡고 매달렸다.

"그만하세요!! 저 아이만은 살려주세요. 제발요!!"

"비켜!!"

"악!!"

하지만, 복면인은 매달리는 엄마를 발로 걷어차 버리고는 아란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아란은 고통을 참는 와중에도 상대방을 노려본다.

"그 재수 없는 눈빛, 맘에 안 들어."

복면인은 그렇게 말하며 두 손으로 칼을 높이 치켜들었다. 아란은 그래도 지지 않고, 복면인을 마주 쏘아본다. 그의 모습이 머릿속에 각인 될 정도로 복면인을 쏘아보았다. 칼날이 바깥에서 비치는 빛에 반사되어 서늘하게 빛났다. 그리고는 휘둘러졌다.

-휘이익!

아란은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다.

"안 돼 에에!!"

-촤악!!

엄마의 비명과 함께 아란은 이질적인 감각에 눈을 떴다. 자신은 칼에 맞지 않았다. 그럼, 뭐지? 그리고 아란은 눈을 뜬 순간, 엄마의 얼굴이 보이는 것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엄마, 어…어째서….'

아란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시야가 붉었다. 엄마가 자신의 품으로 안겨온다. 엄마, 어째서…. 그러나 뭐가 뭔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아란은 자기도 모르게 엄마를 끌어안았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검붉은 액체가 아란의 손을 적시고 있었다.

"어, 엄마."

"아, 아란…."

엄마는 아란의 귀에다 대고 속삭인다.

"…꼭 살아남으렴. 아란. 이, 엄마는, 아무래도 널 지켜주지… 못할 듯싶구나…."

"엄마…."

아란은 당황해서 그런 말을 하는 엄마를 바라본다.

"미안하다, 아란…. 그리고 사랑한단다. 내 아들…."

그리고는, 거짓말같이 엄마의 고개가 숙여졌다. 아란은 믿고 싶지 않았다. 뭐야 이건…. 도대체 뭐야…. 아란은 멍한 눈초리로 엄마의 시신을 바라보았다. 모든 게 거짓말 같았다. 거짓말이라고 믿고 싶었다. 차라리 악몽이었으면 싶었다. 말도 안 된다 이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아란은 멍하니 고개를 들어 눈앞을 바라보았다.

아빠, 엄마를 죽인 원수의 검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나 아란은 그에 맞서 아무런 반응도 할 수 없었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그야말로 멍하니 앉아서, 복면인의 검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걱정 마. 네 녀석도 곧, 이 둘 곁으로 보내 줄 테니…."

자비를 베푸는 듯 한 어투로 복면인이 검을 치켜들었다. 마무리를 할 요량이다. 복면인의 입장에서는 참 다행스럽게도 아란은 반항도 않고 넋 놓고 앉아있었다. 그리곤, 복면인의 검이 휘둘러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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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La~port Liarta - 21장 제도로.... #02 +10 08.07.11 1,757 5 20쪽
71 La~port Liarta - 21장 제도로.... #01 +12 08.07.08 1,855 5 12쪽
70 La~port Liarta - 20장 습격 #04 +13 08.06.27 1,807 5 12쪽
» La~port Liarta - 20장 습격 #03 +12 08.06.26 1,747 5 19쪽
68 La~port Liarta - 20장 습격 #02 +14 08.06.25 1,753 5 19쪽
67 La~port Liarta - 20장 습격 #01 +5 08.06.23 1,814 5 11쪽
66 La~port Liarta - 19장 하얀…. #01 +20 08.06.16 1,937 4 21쪽
65 La~port Liarta - 18장 폭풍우 #04 +10 08.06.11 1,827 4 20쪽
64 La~port Liarta - 18장 폭풍우 #03 +9 08.06.10 1,846 4 18쪽
63 La~port Liarta - 18장 폭풍우 #02 +5 08.06.03 1,870 5 15쪽
62 La~port Liarta - 18장 폭풍우 #01 +24 08.05.31 2,003 5 14쪽
61 La~port Liarta - 17장 깨어진 우정 #02 +12 08.05.28 2,003 5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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