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망한 서버의 망한 길드의 망한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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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검[飛劒]
작품등록일 :
2013.03.05 14:00
최근연재일 :
2013.04.08 12:21
연재수 :
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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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4.02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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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5. 네가 성(城)이면 우리는 파성(破城)이다! 의지는 좋았지만…

DUMMY

플록스를 통해 카스티안으로 도착하는 것에는 그다지 많은 시간이 소모되지 않았다. 플록스야 불야성의 소유지였으니 건드는 사람이 있을 리 만무했고, 카스티안은 퀘스트 패치로 인해서 유령 마을이 된 상황이기 때문에 사람 자체가 없었다.

때문에 강희성은 물론이고 나머지 사람들도 수월하게 카스티안 부활석 앞으로 도착할 수 있었다. 탁 트인 해변이 시원한 풍경이 그들을 반겼다.

“내가 메인퀘 패치를 잘했다고 생각하는 날이 오다니…….”

가장 먼저 도착해 있었던 천신혈갑이 씁쓸하게 투덜거렸다.

“그만 징징거려. 어차피 일 터진 거.”

이드가 상황을 일축했다.

길드 창설은 부활석 앞에 있는 길드 관리인 NPC를 통해서 가능했다. 강희성은 일단 파티를 만든 뒤 모인 사람들을 집어넣었다. 길드를 생성하기 위해선 5명 이상으로 이루어진 파티가 필요했으니 말이다. 이어서 너나 할 것 없이 불야성 길드를 탈퇴했다. 길드 귀환석 및 혜택이 사라진다는 경고 메시지가 뜨더니, 모두의 머리 위에 있던 ‘불야성’이라는 글자가 사라졌다.

“그보다, 카르.”

“네?”

“아무리 잉갑이가 동영상을 보여줬다지만 하루 만에 나오는 건 좀 아니라고 보는데. 무슨 일 있었어?”

이드의 질문을 받자 강희성은 아차 싶었다. 천령은월이야 아까 강희성이 김예빈과 했던 이야기의 내용을 들어서 알고 있지만 이드와 천신혈갑은 아니었다.

“김예빈하고 만나서 얘기를 좀 했죠.”

동영상을 보여줬지만 이미 한 번 공개되어 파문을 일으켰던 것이기 때문에 별 효과가 없었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김예빈의 제안까지 모두 말해주었다. 마지막으로 천령은월이 끼어들어 덧붙였다.

“그나마 당분간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아냈으니 다행이죠. 정확한 기간까지 정하지 못한 건 유감이지만…….”

확실히 기간을 정하지 못한 건 치명타였다. 이대로는 김예빈에게 아직도 칼자루를 내준 상태인 셈이었다. 강희성은 솔직하게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분위기를 완전히 휘어 잡혀서 차마 그럴 생각까지는 안 났었습니다…… 미안합니다.”

“괜찮아, 괜찮아. 그 정도면 썩 나쁜 수확은 아냐. 그보다 잉갑이.”

이드가 천신혈갑을 갑자기 째려보았다. 날카로운 눈빛에 멍하니 서 있던 천신혈갑이 움찔했다.

“왜, 왜요?”

“왜 이미 공개된 거라는 걸 안 말해 준 거야?”

“거, 검색해 볼 줄 알았죠 저야…….”

스스로 생각해도 별로 좋은 변명이 아니라 판단했는지 목소리가 점차 기어들어갔다. 이드가 말없이 한숨을 내쉬며 노려보자 천신혈갑의 고개가 점점 밑으로 쳐졌다. 그 장면을 지켜보던 레닭이 가만히 다가가서 천신혈갑의 어깨를 툭툭 쳤다.

“어차피 공개된 걸 알았어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을 거……. 아참, 우리 새 길드 만들면 이름은 뭐로 할 거예요?”

“이름이라…….”

레닭의 말에 강희성을 비롯한 나머지 사람들이 약속이나 한 듯 침묵에 잠겼다.

거의 쫓겨나오다시피 해서 카스티안으로 왔다. 새로 만들 길드의 이름 따위 생각해뒀을 리가 만무했다.

“근데 말야.”

가장 먼저 그렇게 말을 꺼낸 것은 이드였다.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다들.”

“음…….”

“글쎄요…….”

이번에도 신통치 않은 반응뿐이었다. 강희성 또한 말없이 생각에 잠겼다.

불야성을 나간다면 게임하는 것 자체가 편하지는 못할 터였다. 이 점만큼은 이것저것 잴 것 없이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선택지는 두 갈래로 나뉜다.

‘렙업을 포기하다시피 하면서 개미처럼 게임하느냐, 아니면…….’

“불야성하고 싸울 거야?”

이드가 강희성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말했다.

“아마……도요?”

그렇게 대답한 건 강희성이었다. 시선이 한꺼번에 쏠리자, 그는 한 번 목을 가다듬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어차피 불야성은 우리가 필수적으로 가야만 하는 필드를 모두 점령했어요. 마찰은 불가피하겠죠.”

불야성의 영향권이 닿지 않는 필드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매우 제한적이다. 강희성은 양 주먹을 다부지게 움켜쥐곤 다소 어조를 강하게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김예빈에게서 당분간 건들지 않는다는 약조를 받은 정도죠. 그러니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몸집을 불려서 최소한 불야성에게 일방적으로 격파당하지 않을 정도로 힘을 키워야 할 겁니다. 그 전까지는 어떻게든 마찰을 피해야겠죠.”

정석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방침이었다.

당장 싸울 힘이 안 되면 피하면서 세력을 키운다. 인원이 그다지 많지 않은데다 균형까지 완벽하게 깨져 있는 레드 페어리 서버에서는 험난한 일이 될 것이다. 예측이 가고도 남는 현실이었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여태까지 한 거 아까워서라도 접는 건 말도 안 되고…… 솔직히 다들 이대로 접기엔 자존심도 상하잖아요. 그렇죠?”

“접을 거였으면 진작 접었죠.”

천신혈갑이 넉살 좋게 헤실거렸다. 천령은월도 그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뭐 제 입으로 이런 말하기엔 좀 그렇지만, 제가 쓸데없이 자존심이 세서요.”

“길드 하나에 밀려서 게임 접긴 좀 그렇지요, 아무래도?”

레닭이 맞장구쳤다. 이드가 그 모양새를 보더니 예의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강희성의 어깨를 툭툭 쳤다.

“행동 방침은 정해진 것 같은데?”

“그, 그러게요.”

막상 먼저 말을 꺼내 놓고도 사람들이 너무 쉽게 동조하자 오히려 얼떨떨해진 강희성이었다. 이드가 그의 낯빛을 살피더니 촤하! 하고 다소 기이한 웃음소리를 호쾌하게 뱉어냈다.

“그런 의미에서, 파성 어때 파성?”

“파성이요?”

“길드 이름 말야.”

그러면서 리스를 불러 메모장을 여는 이드였다. 이내 화면에 큰 글씨로 불야성(不夜城)과 파성(破城)이라는 글자 두 개가 떠올랐다. 이드가 가슴을 쫙 펴더니 글자를 가리키며 크게 웃었다.

“어때! 오랜만에 문자 좀 썼다.”

깨뜨릴 파에 성 성. 불야성 입장에서는 대놓고 불순한 이름이다. 자신들을 깨뜨린다는 말이나 다름없었으니까.

“오~ 누나가 웬일이래요.”

감탄사를 야유하듯 흘리는 천신혈갑과 천령은월도 속으로는 꽤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였다. 강희성 입장에서도 거부할 이유는 딱히 없었다.

“중복된 길드명이 없다면야 그걸로 하죠.”

“쿨해서 좋네! 그럼 자, 니가 만들어.”

“네?”

당연하다는 듯이 등을 떠미는 행동에 강희성은 당황해서 나머지 사람들에게 눈을 돌렸다. 시선이 마주친 천령은월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길드를 창설할 때, 최초 마스터는 창설을 신청한 사람이 된다. 물론 소지금도 창설자가 지불한다. 그러므로 이드의 ‘니가 만들어’는 곧 ‘니가 길드 마스터 해라’였다.

“김예빈이 안 건드린다고 약조한 사람이 카르휘 씨니까요. 우린 아니잖아요.”

“확실히 그건 그렇지만……. 으음……. 그렇네요.”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던지라 강희성은 결국 앞장서서 길드 관리인 NPC에게로 향했다. NPC가 강희성을 인식하고 무표정이었던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띄웠다. ‘길드 창설’이라는 키워드를 말하자 화면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인원, 레벨, 소지금 조건을 모두 충족하셨습니다. 길드명을 입력해 주세요.

그와 함께 화상 키보드가 나타났다. 강희성은 주저 없이 한글 란에 ‘파성’을, 한문 란에 ‘破城’을 입력하고 승인 버튼을 눌렀다. 길드 관리인 NPC가 방긋 웃는 것이 보였다.

“축하드립니다. 파성 길드가 창설되었습니다!”

동시에 머리 위에 ‘파성’글자가 나타났다. 강희성의 눈앞에는 길드 마스터가 되었다는 메시지가 별개로 나타났다.

-‘파성’길드의 마스터가 되신 것을 축하합니다. 길드 마스터는 부길드마스터를 임명할 수 있으며, 길드원을 새로 가입시키거나 추방할 수 있습니다. 자세한 기능은 리스한테 ‘길드 관리’라는 키워드로 질문을 하시면 알 수 있습니다.

메시지를 닫고 나자 이드가 배시시 웃는 것이 가장 먼저 보였다.

“그럼 새 길마님, 여기 잉여들을 대신해서 자~알 부탁한다구.”

“누나도 잉여면서 무슨…….”

천신혈갑이 투덜거리자마자,

“니들보단 낫다!”

따악! 하고 어김없이 검집이 천신혈갑의 정수리를 강타했다. 파성 길드에서 가장 먼저 매를 맞은 사람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작가의말

 

이번 화는 수정본을 읽지 않으신 분들께선 ‘어라?’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앞내용을 상당히 수정했으나 (제목에 수정본이라 표기되어 있습니다)

어찌 보일 지는...

 

어쨌든 이제, 망한 길드와 망한 마스터가 성립되었습니다.

3망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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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1

  • 작성자
    Lv.72 디플럭스
    작성일
    13.04.02 00:47
    No. 1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비검[飛劒]
    작성일
    13.04.02 00:51
    No. 2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작성자
    Lv.99 stressda..
    작성일
    13.04.02 07:18
    No. 3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3 여장
    작성일
    13.04.02 07:37
    No. 4

    화이팅!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황금고구마
    작성일
    13.04.02 07:47
    No. 5

    잘 읽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9 rainstre..
    작성일
    13.04.02 09:42
    No. 6

    아. 재미있습니다 ㅎㅎ
    파성의 활보가 기대되네여.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musado01..
    작성일
    13.04.02 11:29
    No. 7

    잘 보고 갑니다.

    건 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7 Bellcrux
    작성일
    13.04.02 18:06
    No. 8

    그 여자 덕분에 사람들 좀 끌어모으니까 냅두고 너 나가라, 이러는 길마멘탈 보면 나가봐야 고분고분 겜생활 못할거 알텐데 인공이도 그렇고 나간 인물들도 그렇고.

    사람 붙여서 2-3주 내내 pk로 통수치고 죽이기만해도 주인공 두부 멘탈봐선 무서워서 겜접속도 못할지도 모를거 같고.

    그렇다고 주인공이 돈 많아서 템 삐까뻔쩍하게 맞추거나 길원 맞춰줄 수 있는것도 아니고, pvp컨트롤은 현재 젤 구린데다 약캐인 상황에 같이 나간 사람들은 대체 뭘 믿고;;

    참다참다 터졌다는건 이해하겠는데 나가면 어떤꼴날지 뻔히 아는 판에 능력이고 뭐고 뭣도 없는 주인공 길마 내세우면서 나간다는건 공감이 안가는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3 현무
    작성일
    13.04.03 00:49
    No. 9

    보슬에게 낚였던 부끄러운 과거가 생각나네요 ㅜ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녹턴양반
    작성일
    13.04.03 10:43
    No. 10

    잘보고 갑니다 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9 미르네
    작성일
    13.04.03 21:17
    No. 11

    그냥 가볍게 보고 있지만 갈수록 설정이 무너지는 느낌이 많이 드네요. 전에 어느 분이 말씀하신대로 게임의 생리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한 때 게임에 푹 빠진 적도 있었고, 제법 대형 길드 길마도 해본 입장에서 말도 안되는 부분이 여러군데 보이네요. 일단은 주인공이 이 험난한 상황을 어뛓게 해쳐나가나 싶은 마음에 보고 있지만 조금 위태위태한 심정입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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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네가 성(城)이면 우리는 파성(破城)이다! 의지는 좋았지만… +11 13.04.02 3,385 24 9쪽
23 4. 길원 많은 길드 파벌 잘 날 없다. (7) +6 13.03.30 3,528 21 9쪽
22 4. 길원 많은 길드 파벌 잘 날 없다. (6) +15 13.03.29 3,269 27 9쪽
21 4. 길원 많은 길드 파벌 잘 날 없다. (5) - 수정본 +18 13.03.28 3,452 19 15쪽
20 4. 길원 많은 길드 파벌 잘 날 없다. (4) - 수정본 +11 13.03.27 3,569 20 9쪽
19 4. 길원 많은 길드 파벌 잘 날 없다. (3) - 수정본 +13 13.03.26 3,475 20 12쪽
18 4. 길원 많은 길드 파벌 잘 날 없다. (2) +12 13.03.25 3,260 20 10쪽
17 4. 길원 많은 길드 파벌 잘 날 없다. +7 13.03.23 3,711 17 11쪽
16 3. 이름값 하는 길드, 불야성(不夜城)과 현시언 (7) +9 13.03.22 3,578 17 13쪽
15 3. 이름값 하는 길드, 불야성(不夜城)과 현시언 (6) +11 13.03.21 3,550 23 10쪽
14 3. 이름값 하는 길드, 불야성(不夜城)과 현시언 (5) +10 13.03.20 3,544 13 9쪽
13 3. 이름값 하는 길드, 불야성(不夜城)과 현시언 (4) +6 13.03.19 3,583 15 10쪽
12 3. 이름값 하는 길드, 불야성(不夜城)과 현시언 (3) +13 13.03.18 3,628 19 13쪽
11 3. 이름값 하는 길드, 불야성(不夜城)과 현시언 (2) +8 13.03.16 3,756 17 11쪽
10 3. 이름값 하는 길드, 불야성(不夜城)과 현시언 +10 13.03.15 3,969 19 9쪽
9 2. 어서와, PK는 처음이지? (4) +8 13.03.14 3,800 18 11쪽
8 2. 어서와, PK는 처음이지? (3) +13 13.03.13 3,973 12 13쪽
7 2. 어서와, PK는 처음이지? (2) +11 13.03.12 4,058 16 10쪽
6 2. 어서와, PK는 처음이지? +8 13.03.11 4,042 13 12쪽
5 1. 강남은 친구 따라 가고, 망섭은 여자 따라 간다. (4) +5 13.03.09 4,216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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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 강남은 친구 따라 가고, 망섭은 여자 따라 간다. (2) +12 13.03.07 4,562 18 7쪽
2 1. 강남은 친구 따라 가고, 망섭은 여자 따라 간다. +4 13.03.05 4,954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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