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망한 서버의 망한 길드의 망한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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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검[飛劒]
작품등록일 :
2013.03.05 14:00
최근연재일 :
2013.04.08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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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3.15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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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름값 하는 길드, 불야성(不夜城)과 현시언

DUMMY


다소 가볍게 말한 그의 시선이 주변을 휘 훑었다.

“솔직히 예빈이가 아무리 추천을 했어도 테스트는 하려고 했는데…… 이 정도면 필요 없겠어. 아무리 레벨 차이가 난다곤 해도 레지스탕스 상대로 이 정도면 충분하지.”

“그거 참 다행입니다.”

상대가 대놓고 반말을 쓰는 게 꺼림칙했지만, 이런 상황에서 시비를 걸고 싶진 않았기에 강희성은 최대한 예의바르게 답했다. 1% 남짓한 생명력 바를 흘깃 보던 현시언이 피식 웃었다.

“낯간지럽게 존댓말은. 예빈이한테 들었는데, 스물넷이라며? 그럼 나랑 동갑인데 말 편하게 하자고.”

그러고선 손가락으로 강희성의 머리 위를 가리켰다.

“일단 포션이나 마셔라. 내가 한 대만 쳐도 죽겠네.”

“어, 어…… 알았어.”

얼떨결에 대답한 강희성은 소지품창을 열어 급한 대로 생명력 포션을 하나 꺼내 마셨다. 15% 정도의 생명력이 차오르며 위험 표시가 사라졌다. 한숨 돌리려는데 땅 위로 누군가가 사뿐히 내려앉았다.

털이 달린 쥘부채에 하늘하늘한 비단 의상, 그리고 까무잡잡한 피부에 은빛 머리칼을 매치시킨 여성 캐릭터였다. 아까 바람을 불러 일으켜서 불을 끈 선인인 듯했다. 머리 위에 ‘리느테스’라는 닉네임이 보였다.

선인(仙人)은 직접적으로 전투에 참여하는 경우는 적고, 유일하게 자유 비행 능력이 있는 지원·정찰형 직업군이었다. 날씨나 풍향, 약간의 지형 변경을 통해 전황을 유리하게 이끄는 것이 주 역할이었다.

“뭐야~ 오빠, 이 사람이 예빈이가 말한 저격수야?”

듣기 거북할 정도로 애교 섞인 목소리와 함께 그녀가 앙탈을 부렸다.

“맞아. 생각보다 센스가 제법 있어. 잘 가르치면 쓸 만할걸?”

답하는 현시언의 표정이나 어투에서 오만함이 가득 묻어났다. 그 태도만 놓고 본다면 고위 정치가나 기업인이라는 평가를 붙여도 좋을 정도로.

“카르휘, 넌 비행선을 타고 시엘 대륙으로 넘어가. 가서 애들하고 인사라도 하고 있으라고.”

현시언이 그렇게 말하더니만 바로 앞에서 창을 열어 뭔가를 조작했다. 이윽고 강희성의 시야에 한 안내 메시지가 떠올랐다.

[‘현시언’님께서 ‘불야성’길드로 초대하셨습니다. 승낙하시겠습니까?]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승낙 버튼을 누르려는데, 조용히 있던 리스가 반응했다.

[꺄~ 드디어 우리도 길드가 생겼네요! 무려 200명이 넘는 엄청 큰 길드네요~]

리스는 AI에 따라서 길드 정보를 자동으로 검색했을 테니 틀린 말일 리는 없었다. 강희성은 200명이라는 소리에 깜짝 놀라 저도 모르게 입을 떡 벌렸다.

“이, 이백 명?”

단검을 쥐고 전투를 준비하던 현시언이 의아하단 표정을 지었다.

“뭐야, 너 설마 우리 길드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거야? 사전 조사는 하고 온 줄 알았더니.”

“별로 그럴 필요성은 못 느껴서…….”

처음으로 현시언의 얼굴이 황당함으로 물들었다. 강희성은 자기가 뭔가 큰 착각을 했나 싶어 움찔했다.

“이거 별난 놈이네……. 우리 길드도 모르면서 레드페어리로 무작정 왔다고? 하하…….”

“무슨 의미냐?”

바보 취급하는 것 같아 다소 부아가 난 강희성이 묻자, 그가 킬킬댔다.

“궁금하면 직접 검색해 보던가. ……맞아, 그럼 나에 대해서도 하나도 모르겠네?”

“그래, 몰라. 방금 직접 말해준 것 말곤.”

“…….”

당당하게 말하자 이번에는 오히려 현시언 쪽에서 할 말을 잃었다.

강희성은 길드를 비롯한 세력놀음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편이었다. PK서버로 넘어오면서 메타스의 충고를 듣긴 했지만, 그저 게임하기 조금 편한 뒷받침 정도로 생각했을 뿐이었다.

한참을 말이 없던 현시언이 별안간 눈앞에서 사라졌다. 은신한 것을 알아차린 강희성이 활을 움켜쥐는 순간 뒤통수로 날붙이의 싸늘한 느낌이 지나갔다. 이어서 헉 소리가 미처 나오기도 전에 온 몸이 전기가 오른 듯 저릿해졌다. 뭔가가 전신의 근육을 붙잡고 늘어지는 듯한 이상 증세에 강희성은 그 자리에 못박힌 듯 동작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모르면 검색을 해봐, 짜샤!”

[상태이상 ‘마비’에 걸리셨습니다. 7초간 몸을 움직일 수 없습니다!]

경고 음성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현시언은 다시 아까의 그 자리로 돌아와 있었다. 생명력 게이지는 다시 1%를 남겨 놓고 있었다. 진심으로 죽일 생각은 아니었던 듯했다.

“그럼 난 간다. 행여나 뒷통수 때릴 생각은 하지도 말고.”

비록 가상현실의 캐릭터였지만, 강희성은 순간 현시언의 눈빛에서 살의를 느낄 수 있었다. 정말로 아주 잠깐뿐이었지만.

만약 화살을 날린다면, 아니, 활을 겨누기만 해도 현시언은 망설임 없이 자신을 죽일 것이다.

어째선지 몰라도 강희성은 그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무자비하면서도 유쾌한, 모순적인 모습에 등골이 서늘했다.

“가자, 리느. 레지스탕스 새끼들 쓸어야지!”

“오빠, 저 사람 저렇게 놔둬도 괜찮은 거야?”

“어차피 아까 있던 놈들은 우리가 다 죽였잖아. 새끼들, 요새 침략 좀 안했다고 아주 기고만장해서는……. 감히 우리 길드에 올 사람을 건드려?”

그런 대화를 하며 두 사람은 빠르게 멀어져 갔다. 강희성은 두 사람의 목소리가 아예 들리지 않게 될 때까지 멍하니 있다가, 마비가 풀리고도 한참이 지나서야 자신의 뒷목에 괜스레 손을 가져다 댔다. 베이긴 했지만 가상현실인지라 외관상으론 멀쩡했다.

‘내가 본 자객 중에 가장 빨랐어. 이동은 물론이고 스킬 연계 속도도…… 분명 저 인간은 PK 랭커겠군.’

단순한 이동 속도라면 아이템이나 스텟으로 얼마든지 올릴 수 있었지만, 그걸 제대로 사용해서 스킬을 연계하고 다시 돌아오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시야가 휙휙 돌아가 타겟을 잡기가 매우 힘들었을 텐데도 불구하고 현시언은 그 짧은 시간에 기절을 정확히 넣고 죽지 않을 정도로만 만들었다.

“린, 불야성과 현시언에 관해 검색해줘.”

지시하는 목소리가 어느덧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알겠습니다~]

잠시 후 화면에 불야성에 관한 정보가 먼저 출력되었다. 리스가 발랄한 목소리로 정보를 읽어 내려갔다.

[길드 이름, 불야성(不夜城). 한자로 아니 불, 밤 야, 성 성. 생긴 지는 624일. 길드마스터는 현시언, 부길드마스터는 천령은월. 인원수는 227명. 레드 페어리의 필드 중 114개를 차지하고 있어요. 길드전 승률은 87.24%로 매우 높네요!]

“…….”

들을수록 놀라운 얘기였다.

위드 리스 온라인은 총 3개의 대륙이 있었으며, 현존하는 필드를 모두 합치면 150개 가량이 되었다. 비록 그 중 실질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은 1/2정도였지만 114개 차지라면 기함할 만한 수치였다. 거기에 말도 안 되는 길드전 승률까지…… 강희성은 점점 더 현시언과 불야성에 대한 호기심이 깊어졌다.

“현시언은?”

[닉네임 현시언, 직업 자객, 성별 남성, 레벨 127. PK의 KD(Kill&Death)비율 9.42:1, 개인 PVP 승률 88.76%, 승리 12562회로 서버 1위네요!]

“허…….”

랭커일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설마하니 서버 1위였을 줄이야. 강희성은 실감이 전혀 나지 않아 몇 번이고 그 정보를 반복해서 읽었지만 변하는 것은 없었다. PVP도 그랬지만 PK의 KD비율이 9:1이 넘는다는 건 그야말로 신의 컨트롤을 소유했다는 거나 다름없었다. 9.42:1이라면 비슷한 레벨대의 사람들 9명을 죽일 때까지 자신은 한 번도 죽지 않는단 말이었으니까. KD비율은 자신의 레벨 +-5까지만 측정했기 때문에 꽤나 신빙성이 높은 수치였다.

거기에 227명의 인원으로 그 정도의 필드를 차지했다는 것은 길드원 하나하나가 정예급의 실력과 스펙을 갖췄다는 것을 의미했다. 227명이 결코 적은 인원은 아니었지만 100여 개가 넘는 필드의 점령 상태를 유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으니까. 강희성은 괜스레 몸을 한 차례 오스스 떨었다.

‘이거 잘못 걸린 거 아닌가 모르겠네.’

그렇게 생각한 강희성은 아직도 시야 한 편에 둥둥 떠 있는 길드 초대 메시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현시언과 말을 섞은 것은 잠깐뿐이었지만, 성향을 대강 파악하기에는 충분한 시각이었다.

‘오만하고 무자비하면서 신컨에 PVP 서버 1위 길드마스터라…… 딱 봐도 약육강식 길드겠는데 이거…….’

잠시 동안 강희성은 고민했지만, 이내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에게는 김예빈이라는 아군이 있었다. 길드 마스터를 직접 보낼 수 있을 정도라면 썩 괜찮은 위치이고, 도움도 꽤나 받을 수 있을 것이리라.

“죽기야 하겠냐. 승낙!”

포션을 인벤토리에서 꺼내며 외치자, 메시지가 사라지며 채팅 로그 창에 새로운 탭이 생겨났다. 길드 채팅 탭이었다. 강희성은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탭을 바꾸어 길드 채팅의 내용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망한 길드라더니 왜 흥한 길드에 들어가는 거냐!

라고 하실지도 모르겠군요. 확실한 건 불야성을 일컫는 말은 아닙죠.

 

이제 한편만 더 쓰면 홍보 가능 조건을 채우겠군요.

일반연재는 어느 세월에 가려나....

 

게임소설이지만 제가 수치 관련은 많이 약한 편입니다. 이에 관한 피드백은 얼마든지 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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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0

  • 작성자
    Lv.68 하누만
    작성일
    13.03.15 18:44
    No. 1
  • 작성자
    Personacon 자은나비
    작성일
    13.03.15 19:00
    No. 2

    잘 읽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3.03.15 19:17
    No. 3

    갈등으로 길탈하고 길마되서 불야성이랑 싸우는 방향인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7 가시나
    작성일
    13.03.15 19:47
    No. 4

    재미있게 보고있습니다 다음편을 어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7 가시나
    작성일
    13.03.15 19:49
    No. 5

    올추하고왔으니 다음편을 어서~~ 히히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금기린
    작성일
    13.03.15 22:35
    No. 6

    길드 가입했는데 몽땅 떠나고.. 망 길드가 되어 망 길드 마스터가 되는 얘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 폭새
    작성일
    13.03.16 00:34
    No. 7

    잘읽었습니다.
    아직 필드를 얻는 조건에 대해서 확실하게 나온것이 아니라서 이런글이 맞는 지는 모르겠지만 단일 세력으로 너무 많은 곳을 차지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조금듭니다.
    실제 게임에서도 연합으로 공성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공성과 다른 필드는 어떨지 모르지만
    단일 세력으로 2명당 한개꼴의 필드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길마의 pvp횟수도 조금 많은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12562회면 4년동안 매일 10회정도를 한것인데...조금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pk킬수라면 이해가 갑니다~

    수치에 관한 글을 원하셔서 일부로 찾아서 써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1 와따꼴라
    작성일
    13.03.16 02:28
    No. 8

    나중에 나오겠죠 .. .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 오데이빗
    작성일
    13.03.16 18:31
    No. 9

    재밌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musado01..
    작성일
    13.03.23 06:19
    No. 10

    잘 보고 갑니다.

    건 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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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5. 네가 성(城)이면 우리는 파성(破城)이다! 의지는 좋았지만… +11 13.04.02 3,385 24 9쪽
23 4. 길원 많은 길드 파벌 잘 날 없다. (7) +6 13.03.30 3,528 21 9쪽
22 4. 길원 많은 길드 파벌 잘 날 없다. (6) +15 13.03.29 3,269 27 9쪽
21 4. 길원 많은 길드 파벌 잘 날 없다. (5) - 수정본 +18 13.03.28 3,452 19 15쪽
20 4. 길원 많은 길드 파벌 잘 날 없다. (4) - 수정본 +11 13.03.27 3,569 20 9쪽
19 4. 길원 많은 길드 파벌 잘 날 없다. (3) - 수정본 +13 13.03.26 3,475 20 12쪽
18 4. 길원 많은 길드 파벌 잘 날 없다. (2) +12 13.03.25 3,260 20 10쪽
17 4. 길원 많은 길드 파벌 잘 날 없다. +7 13.03.23 3,711 17 11쪽
16 3. 이름값 하는 길드, 불야성(不夜城)과 현시언 (7) +9 13.03.22 3,579 17 13쪽
15 3. 이름값 하는 길드, 불야성(不夜城)과 현시언 (6) +11 13.03.21 3,550 23 10쪽
14 3. 이름값 하는 길드, 불야성(不夜城)과 현시언 (5) +10 13.03.20 3,544 13 9쪽
13 3. 이름값 하는 길드, 불야성(不夜城)과 현시언 (4) +6 13.03.19 3,583 15 10쪽
12 3. 이름값 하는 길드, 불야성(不夜城)과 현시언 (3) +13 13.03.18 3,628 19 13쪽
11 3. 이름값 하는 길드, 불야성(不夜城)과 현시언 (2) +8 13.03.16 3,756 17 11쪽
» 3. 이름값 하는 길드, 불야성(不夜城)과 현시언 +10 13.03.15 3,970 19 9쪽
9 2. 어서와, PK는 처음이지? (4) +8 13.03.14 3,800 1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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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2. 어서와, PK는 처음이지? +8 13.03.11 4,042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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