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망한 서버의 망한 길드의 망한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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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검[飛劒]
작품등록일 :
2013.03.0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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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8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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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3.27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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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길원 많은 길드 파벌 잘 날 없다. (4) - 수정본

DUMMY

“이거…… 여기 있는 애가 진짜 김예빈이냐?”

먼저 그런 얘기를 꺼낸 것은 황윤성이었다. 강희성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황윤성이 흠, 하고 턱을 괴더니 한참을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너 지금까지 얘한테 뭐 피해 본 거 있냐?”

그 말에 강희성은 곰곰이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 아직까지는 김예빈에게서 이렇다 할 물질적 피해를 받은 적이 없었다. 끽해야 게임 캐릭터가 서버 이전하는데 든 비용 정도. 그나마도 김예빈이 내줄 수 있다는 걸 굳이 자기 지갑을 털어 왔으니 피해는 아니었다. 황윤성이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주억였다.

“그래 뭐, 확실히 애가 싸가지가 없다는 건 인정하겠는데 말이지. 너한테 별 피해 없었으면 이게 무슨 상관인데? 여기 언급되는 건 너도 아닌데.”

“그게…… 음.”

말을 하려다 도로 입을 닫는 강희성을 빤히 보던 황윤성이 피식 웃었다.

“뭐냐. 너 설마 걔 좋아하기라도 했냐? 그래서 직접 피해본 것도 아닌데 이런 배신감으로 상담까지 요청하고?”

입술을 지그시 깨문 강희성은 결국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모르겠다.”

“모르긴 뭘 모르냐.”

찬물이 한 잔 더 넘어갔다. 식었던 머리가 도로 뜨거워지고 있었다. 강희성이 관자놀이를 짚고 희미한 신음을 흘리는 것을 지켜보던 황윤성이 먼저 말을 꺼냈다.

“너 이거 가지고 복수니 뭐니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거 알지?”

“아?”

다소 바보 같은 반문이 흘러나왔다. 황윤성은 강희성을 한심하다는 눈으로 한참 동안이나 바라보다가 말을 이었다.

“딱 봐도 견적이 괘씸죄구만. 배신감이라기 보단 그냥 이중성에 짜증이 난 거 아냐?”

“…….”

“그 전에 하나만 묻자. 이 영상 누구한테 받았냐?”

속일 이유는 없었다.

자초지종을 다 듣고 난 황윤성의 표정은 강희성의 예상과는 정 반대로 오히려 가벼워져 있었다.

“결국 자기 일도 아닌데 괜히 몰입돼서 그런 거네. 자식, 난 또 무슨 큰일이라고.”

“큰일은 큰일이지.”

“아~니, 전혀.”

황윤성이 말꼬리를 길게 빼며 고개를 크게 흔들었다. 그러더니만 손을 뻗어 강희성의 어깨를 툭툭 두들겼다.

“니가 가식적인 사람 싫어하는 건 나도 잘 알아. 근데 그렇다고 피해도 안 당했는데 해코지를 하면 너만 개새끼 된다고. 오케이?”

설명을 듣고 있자니 강희성은 조금씩 마음이 차분해지는 기분이었다. 끈적하게 뭉쳐 있던 감정의 덩어리가 조금씩 걸러지고 있었다. 강희성은 큰숨을 내쉬며 생각을 정리했다.

확실히 그는 김예빈에게 큰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나이도 어리고 귀여우며 상냥한 그 모습에 이끌리지 않을 라야 않을 수가 없었다.

‘게임에서 나타난 완전히 반전된 그 모습……. 나는 걔한테 뭘 기대했던 거지.’

드문드문 떠오르던 망상을 기대했으리라. 혹여나 이런 여자와 사귈지도 모른다는, 단순하면서도 지극히 비현실적이었던 망상을.

‘황윤성 말대로야. 그 앤 아직 나한테 이렇다 할 해악을 끼친 적은 없지. 그래. 단지 내가 그 애의 진면목을 보았고, 싫어졌을 뿐.’

한참 동안이나 말이 없이 생각에 잠겨 있던 그의 귀에 황윤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실을 직시해. 넌 걔를 대놓고 싫어할 입장조차 못 된다고. 그럼 그냥 조용히 김예빈의 레이더망에서 사라져야지. 안 그래?”

진중하면서도 무겁지 않은, 다소 모순된 충고가 그렇게 기분 좋게 들릴 수가 없었다. 강희성은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제야 알 것 같아. 그래.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생각만큼 멍청하진 않아서 다행이구만.”

“나쁜 선택은 아닌 것 같다만, 괜찮겠냐?”

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 그저 김예빈을 향했던 호감과 게임, 그것도 일반적이지 않은 상태의 게임이라는 두 가지 특이점 때문에 사고 능력이 얼키설키 얽혀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했을 뿐.

“괜찮아.”

불야성을 나간다면 게임이 험난해질 것이다. 황윤성의 괜찮겠느냐는 말도 그런 의미였다.

“게임에서까지 눈치 보고 살고 싶진 않으니까.”

강희성은 진심으로 황윤성을 만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제3자의 시선은 이럴 때 큰 도움이 되기 마련이었다. 황윤성의 손가락이 강희성의 휴대폰 액정 화면을 툭툭 쳤다.

“그렇게 결정했다면야 나로선 더 할 말이 없지.”

그러더니만 문득 생각난 듯 덧붙였다.

“보통 이런 애들은 머리가 좋아. 아마 만나서 ‘네 실체를 알았지만 조용히 있겠다, 그러니까 나한테서 신경 꺼라.’라는 식으로 말하면 더 이상 손은 안 댈 거다. 니가 김예빈만큼 인맥이 많다면 몰라도 그건 또 아니니까.”

강희성은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속은 좀 쓰렸지만, 현재의 그는 김예빈에게 절대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가 없었다.

마침 점심 때 김예빈과 약속도 잡아 놓은 참이었다. 어떻게 보면 아까 전화를 받은 것이 좋은 한 수였던 셈이다.

“잘 됐어.”

“뭐가?”

“아까 전화가 왔었거든. 걔한테서. 점심 때 보자고.”

“호~ 그래?”

황윤성이 다소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일어났다. 의자가 바닥에 끌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퍼졌다.

“운 좋네. 말할 타이밍을 저 쪽에서 잡아주고. 걔는 니가 자기 실체를 파악했을 줄은 하나도 모르고 있겠지만. 꽤 놀라겠는걸?”

“글쎄다.”

무심하게 대꾸하며 강희성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얘기할 때 혹시 모르니 녹음해라.”

“녹음?”

“혹시 모르잖냐. 비장의 한 수가 될지.”

그리 말한 황윤성이 먼저 계산대로 향하며 지갑을 흔들었다.

“짝사랑한테 데인 기념으로 오늘 밥은 내가 살게.”

“짝사랑은 얼어 죽을!”

다소 심통 맞게 대꾸한 강희성은 영상을 끄고 밖으로 나온 뒤, 천신혈갑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어제 메신저 id를 교환해두길 잘했다 싶었다.

-이따 김예빈 만나서 얘기 좀 할 거다.

한가한 상황이었는지, 답장이 바로 왔다.

-얘기요? 김예빈을만ㄴ나서요? 무슨애기요?

오죽 놀랐던지 오타가 여기저기에 만발했다. 강희성은 쓴웃음이 절로 나오는 것을 금할 수가 없었다. 이 순진한 놈은 대체 어쩌다가 김예빈한테 낚여서,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실체야 너랑 이드 누나 덕분에 알았지만, 내가 걔한테 직접적으로 피해를 본 건 없거든.

-그건 다행이네요.

-아마도

거기까지 친 다음에 강희성은 잠시 망설였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 자신이 뱉은 그 말의 의미는 명백했다.

-아마도 불야성을 나가게 될 것 같아.

혐오스러운 사람과 같은 길드에 있는 것이 싫다. 그렇다면 나가면 된다. 지극히 단순한 논리였다. 강희성은 진심으로 이런 일이 게임에서 터진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현실이었다면 일은 훨씬 더 복잡했으리라.

-네? 형, 불야성을 나간다고요? 제정신이에요? 아니면 진짜 게임 접으려고요?

물론 레드 페어리 서버에서 불야성을 적으로 돌린 채 게임을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건 아니었다.

-만에 하나, 정말 만에 하나지만 김예빈이 나를 진짜 좋아하는 게 아닌 이상은 나가게 되겠지. 걔도 자기 실체를 아는 사람이, 그것도 현실에서 같은 학교를 다니는 그런 사람이 같은 길드에 있는 걸 좋아하진 않겠지.

-그거야 그렇겠죠. 언제 까발려서 매장시킬지 모르는데.

현실에서 얼굴을 보고 가까이서 지낸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힘이 있다. 비록 강희성이 지금은 김예빈보다 훨씬 인지도가 딸린다지만, 사람 일이야 어떻게 될지 모르는 법이다.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지만 강희성은 불야성에 남아 있으면 알게 모르게 곤란한 일이 많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직감하고 있었다. 김예빈의 그 독기와 영리함이라면 그러고도 남았다.

-그리고 임마, 게임을 접긴 왜 접어. 불야성이 분명 큰 길드인 건 맞지만 그렇다고 지들이 개발자인 것도 아니잖아. 어떻게든 길이 있겠지.

-아이고 형, 제발 생각 바꾸세요. 불야성은 형이 생각하는 것 이상이라고요.

-됐다. 일단 이따 김예빈하고 얘기한 뒤에 다시 메신할게.

-어휴…….

그 말을 끝으로 강희성은 휴대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황윤성이 옆에서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다가 피식, 하고 웃었다.

“무슨 비장한 결의를 한 거냐? 표정이 싹 바뀌었네.”

“비장은 개뿔.”

이번에는 그도 가볍게 맞받아쳤다. 잠시 동안 두 사람은 실없이 웃었다.

“고맙다. 덕분에 생각이 정리가 됐어.”

그렇게 먼저 말한 것은 강희성이었다. 황윤성이 씩 웃으며 두툼한 손으로 그의 어깨를 두들겼다. 덩치에 걸맞지 않은 익살스런 목소리가 같이 흘러나왔다.

“고생 끝에 낙이 오나니~ 이번 일로 액땜했으니 다음번엔 좋~은 애인 생길 거다. 힘내라고.”

“웃기고 있네. 고생한다고 생길 애인이었으면 열 명은 더 있었겠지.”

확실히 고심하던 문제의 탈출구를 찾고 나니, 흘러나오는 말부터가 한결 가벼웠다.

날씨가 맑았다. 어떻게든 잘 될 거라는 쓸데없이 긍정적인 기분이 들 만큼.


작가의말

전편의 전개가 억지스럽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한글 파일로 있는 본문은 약간 내용을 수정하였으나,

연참대전에 커팅이 아슬아슬한 고로 내일 전화 본문을 수정하고 알림문을 띄우겠습니다.

피드백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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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길원 많은 길드 파벌 잘 날 없다. (4) - 수정본 +11 13.03.27 3,570 2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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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4. 길원 많은 길드 파벌 잘 날 없다. (2) +12 13.03.25 3,260 20 10쪽
17 4. 길원 많은 길드 파벌 잘 날 없다. +7 13.03.23 3,711 17 11쪽
16 3. 이름값 하는 길드, 불야성(不夜城)과 현시언 (7) +9 13.03.22 3,580 17 13쪽
15 3. 이름값 하는 길드, 불야성(不夜城)과 현시언 (6) +11 13.03.21 3,551 23 10쪽
14 3. 이름값 하는 길드, 불야성(不夜城)과 현시언 (5) +10 13.03.20 3,544 13 9쪽
13 3. 이름값 하는 길드, 불야성(不夜城)과 현시언 (4) +6 13.03.19 3,583 15 10쪽
12 3. 이름값 하는 길드, 불야성(不夜城)과 현시언 (3) +13 13.03.18 3,629 19 13쪽
11 3. 이름값 하는 길드, 불야성(不夜城)과 현시언 (2) +8 13.03.16 3,756 17 11쪽
10 3. 이름값 하는 길드, 불야성(不夜城)과 현시언 +10 13.03.15 3,970 19 9쪽
9 2. 어서와, PK는 처음이지? (4) +8 13.03.14 3,800 18 11쪽
8 2. 어서와, PK는 처음이지? (3) +13 13.03.13 3,975 1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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