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망한 서버의 망한 길드의 망한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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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검[飛劒]
작품등록일 :
2013.03.0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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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8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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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3.08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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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강남은 친구 따라 가고, 망섭은 여자 따라 간다. (3)

DUMMY

수업은 무슨 정신이었는지도 모르게 끝이 났다. 곧 약속한 점심 때가 되어, 강희성은 복잡한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며 후문으로 향했다.

“앗, 희성 선배! 여기에요!”

먼저 나와 있던 김예빈이 양 손을 번쩍 들고 흔들며 외쳤다. 다소 새침하고 단정해 보이는 외모와는 영 다른 푼수 같은 그 동작에 강희성은 저도 모르게 긴장을 풀며 피식 웃었다.

“선배, 빨리 가요! 늦으면 자리가 없어지니까요.”

“그, 그래.”

마주 대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정말 이상할 정도로 흠 잡을 데가 없는 발랄함이었다.

그녀를 한 발짝 앞에 두고 뒤를 따라가던 강희성은 어느 순간, 앞에서 날아오는 향기를 의식했다. 여자들이 많이 쓰는 샴푸 특유의 향기가 어깨를 조금 넘는 긴 머리칼 사이사이로 새어나와 코끝을 자극했다.

‘좋네. 이래서 애인 있는 애들이 그렇게 헤벌쭉하고 다녔나.’

무심코 그렇게 생각하던 강희성의 눈길이 김예빈의 뒤태로 향했다. 자켓으로 덮여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잘록한 허리와 탄탄한 각선미가 자꾸만 눈에 들어왔다. 멍하니 그 자태를 감상하던 강희성은 문득, 지나가던 학생들이 던지는 시선을 느껴 정신을 차리곤 괜스레 얼굴을 붉혔다.

‘……정신 차리자! 아직 얘가 어떤 애인지 나는 잘 모른다.’

비단 황윤성의 충고 때문만은 아니었다.

‘잘못하면 평판 망쳐서 대학 생활 망할 수도 있어. 조심해야지, 암. 그렇고말고.’

강희성은 복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학내에 도는 소문이나 인평에 관해서는 거의 무지한 상태였다. 막말로 이 매력에 반해서 마음도 돈도 갖다 바치고 모텔까지 갔는데, 알고 보니 김예빈이 그 모든 상황을 유도한 것이라 일이 끝난 뒤 작정하고 소문을 퍼뜨리며 돈을 뜯어낸다면 그야말로 속수무책으로 인생을 말아먹는 셈이었다.

‘그, 그렇진 않겠지. 설마…….’

실제로 비슷한 사례로 곤혹을 치르다 휴학이나 편입을 하는 남자들을 몇 번 봤기에 더욱 남의 일 같지가 않은 그였다.

“선배! 저기에요.”

그 사이 도착했는지, 김예빈의 목소리가 그의 상상을 깨뜨렸다. 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 끝에 붉은 빛으로 화려하게 치장된 간판이 있었다.

“어, 응.”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다소 어벙하게 대답했다고 생각하는 찰나, 김예빈의 손이 그의 소맷자락을 덥석 잡고 끌었다.

“얼른 가요, 선배!”

어떻게 보면 서너 살이나 더 먹은 선배를 상대로는 다소 무례하다고까지 볼 수 있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김예빈은 특유의 매력으로 그런 것을 느낄 수조차 없게 만드는 여자였다. 오히려 강희성은 김예빈을 기분 나쁘게 생각하기는커녕 난데없이 옷섶 위로 전해진 고운 손의 온기에 움찔했다. 활짝 웃는 얼굴이 오히려 귀엽게까지 느껴질 지경이었다.

‘얘, 얘가 왜 이런다냐 진짜…….’

멍하니 있는 사이 어느새 이끌려 정신없이 자리에 앉게 된 강희성이었다.

복작복작한 소음에 파묻혀 혼을 반쯤 빼놓은 채 주문까지 한 강희성은, 주문한 크림 스파게티가 코앞에 나오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그러고 보니 평소에 아침도 제대로 먹지 않는 주제에 쓸데없이 머리를 많이 굴린 탓에 몹시 시장했다.

“와, 맛있겠다. 잘 먹겠습니다-!”

과한 제스처를 취하며 식사를 시작하는 김예빈이었다. 마치 잘 꾸며놓은 옆집의 귀한 고양이를 보는 기분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희성은 뱃속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작게 들린 후에야 포크를 들었다.

과연 맛있는 집이라는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는지, 썩 괜찮은 맛이었다. 아무 말 없이 서로가 천천히 접시를 반쯤 비웠을 때쯤 김예빈이 먼저 말을 걸어 왔다.

“저…… 선배.”

“응?”

“선배는 저 어떻게 생각하세요?”

난데없이 날아온 직격탄에 강희성은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의심했다.

“무슨 소리야? 난데없이.”

“첫인상이라던가, 느낌이라던가, 그런 거 있을 거 아니에요.”

“음…….”

강희성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솔직하게 말해야 할지 아니면 대충 얼버무릴지, 하고. 사실 솔직하게 말하고 싶긴 했지만 황윤성의 충고와 스스로의 경계심이 아직까지는 건재했다.

찬물 한 잔 마시며 생각을 정리하는 그에게 김예빈은 또 한 번 폭격을 퍼부었다.

“저 사실 선배 무지 좋거든요.”

상상도 못한 말에, 마치 저격수 세 명한테 치명타를 연속으로 맞은 표정을 짓는 강희성이었다.

“무, 뭐, 뭐라고?!”

하마터면 마시던 물을 그대로 뿜을 뻔한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강희성은 황급히 휴지로 입을 닦았다. 김예빈이 살짝 붉어진 얼굴을 숙이는 게 보였다.

“저, 사실 이상형이 저랑 같이 게임하면서도 가까이 사는 남자거든요.”

“게, 게임하는 남자가 이상형?”

“안 믿으시는 거에요?”

김예빈이 살짝, 아주 살짝 서글픈 표정을 지었다. 강희성은 그 변화를 보자마자 저도 모르게 손을 휘휘 내저으며 오버 액션을 취하고 말았다.

“안 믿긴! 믿어, 믿어.”

“저, 사실 예전 남자친구도 같이 위드 리스를 했거든요. 원래 피케이 별로 안 좋아하는데 남자친구가 좋아해서 레드 페어리에서 키운 거예요. 지금은 걔, 저랑 헤어진 뒤에 게임을 접어서 혼자 하고 있지만…….”

‘그랬었군.’

내심 가졌던 의문 중 하나가 절로 해결됐다. 강희성은 고개를 주억이며 그녀의 말을 계속해서 경청했다.

“저는 취미가 게임이라 같이 게임하는 사람이 좋거든요. 하지만 게임에서만 사귀고 현실에서 못 보면 그것도 좀 그렇고……. 그렇다고 취미 공유가 안 되는 사람하고는 사귀어 봤자 피곤하기만 하고…… 힝.”

“아아.”

남녀 입장이 바뀌었다 뿐이지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이야기였다. 게임의 특성상 무대가 되는 배경이 현실하고는 완전히 달랐기에 모르는 사람하고는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거기에 MMORPG 게임들은 장시간을 요구하는 컨텐츠가 많았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일지도 몰랐다.

“선배는 이 근처에 사시고…… 위드 리스도 하시고……. 게다가 성격도 꽤…….”

수줍음을 타는 것인지, 갈수록 목소리가 작아졌다. 강희성은 뭔가 대단한 폭탄발언이 나올 것을 직감하고서는 스파게티를 돌돌 말던 포크를 그대로 내려놓았다.

“서, 선배. 부탁이 있어요!”

“……뭔데?”

발랄했다가 조곤조곤해지고, 수줍어했다가 갑자기 박력이 넘치는 그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며 강희성은 내심 혀를 내둘렀다.

‘황윤성 말대로 이게 연기면 얘는 진짜 여우주연상 감이겠는데. 아니, 연기가 아니더라도 이건 참…….’

그러거나 말거나 김예빈은 그 박력 그대로 일방 선언에 가까운 발언을 했다.

“지, 지금 당장이 아니어도 되니까…… 레드 페어리 서버로 와 주세요! 이전비는 제가 댈게요!”

“어…… 그러니까 그건…….”

분명 어제 메신저로 거절한 적이 있는 말이었다.

“저도 알아요, 저격수가 오면 힘든 거! 그렇지만 저, 저, 저…….”

갑자기 얼굴이 빨개지면서 말을 더듬는 김예빈. 강희성은 순간 불길함을 느꼈지만 그렇다고 나오는 말을 막을 수는 없었다.

“선배가 너무너무 좋아서 사귀고 싶다구요! 지원 해드릴게요! 그러니까……!”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눈앞에 먹구름이 드리워진 것만 같은 착각이 들어 강희성은 그만 손으로 이마를 짚고 말았다.

하지만 그런 자세와는 다르게 낯빛은 또 발갛게 달아 오른데다 입술은 실실 웃고 있었으니, 어찌 보면 제정신이 아닌 것 같기도 했다.

‘미, 미치겠네! 이거 분명 좋긴 좋은 건데 PK서버라니 그럼 이게 뭐 어떻게 되는…… 나는 뭐 어떡해야 되는 거냐!’

황윤성의 충고와 그간 해왔던 경계 따위가 깡그리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작가의말

 

전편 댓글 두개가 어째선지 전부 응원하는 내용인데..

설마 연애 못한 저를 응원하시는 건 아니겠고... 번지수를 잘못 찾아오신 건가요...

본문을 몇 번이나 읽어봐도 그런 내용은 아닌 것 같은데..!?!?!?

SYSTEM : 비검은(는) 혼란 상태에 빠졌다!


이제 주인공이 망썹으로 넘어가기까지 두세편 정도가 남았꾼뇨

빨리 넘기고 굴려먹고 싶습니다만

현실은 제가 계단에서 굴러서 기어다니고 있다는 게 유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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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4. 길원 많은 길드 파벌 잘 날 없다. +7 13.03.23 3,711 17 11쪽
16 3. 이름값 하는 길드, 불야성(不夜城)과 현시언 (7) +9 13.03.22 3,580 17 13쪽
15 3. 이름값 하는 길드, 불야성(不夜城)과 현시언 (6) +11 13.03.21 3,551 23 10쪽
14 3. 이름값 하는 길드, 불야성(不夜城)과 현시언 (5) +10 13.03.20 3,544 13 9쪽
13 3. 이름값 하는 길드, 불야성(不夜城)과 현시언 (4) +6 13.03.19 3,583 1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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