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의 신-에어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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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松川
작품등록일 :
2017.07.03 09:23
최근연재일 :
2018.10.1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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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03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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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2-1. 농구가 하고 싶어요

DUMMY

“후우...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심각해...”

내공 수련을 마치고 몸에 남은 양을 체크해보니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벌써 귀환한지 4년이나 되었지만 내공의 양은 삼류수준일 뿐이었다. 물론 기가 쌓이면 쌓일수록 속도는 높아지겠지만 답답한건 어쩔 수 없다.

내가 익힌 내공 심법은 그 동네 역사상 최고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내 평범한 재능으로도 고작 십년만에 그 동네 최강자 수준에 이르렀으니 말 다한거지.

그런 심법으로도 무려 4년간 삼류수준이니 안답답하면 그게 더 이상하다.

내공 수준이 지지부진 한 이유가 이 동네 기의 양이 적어서는 아니다. 그 동네보다 기의 양이 적기는 하지만 미친 듯이 낮은 것은 아니니까. 그럼 뭐가 문제냐. 바로 이 동네 기는 너무 혼탁하다는 점이다.

기는 일반적으로 만물의 근본이라고 한다. 이는 주변 기의 상태에 따라 만물의 성향 등이 다르다는 것으로 증명된다. 예를 들면 마기가 들끓는 지역에선 마물들(생물, 무생물 다 포함해서)이, 사기가 많은 곳에선 사특한 존재들이, 정기가 가득한 곳엔 성물들이 득세한다.

자연의 이치가 그러하듯 기 역시 융화한다. 여러 기들 중 한가지가 집중되는 지역은 같은 세상에선 보기 힘들다. 마기가 많은 곳에선 정기가 뭉친 지역을 보기 힘들고 정기가 많은 곳에선 마기가 뭉친 지역을 보기 힘들다. 이 동네처럼 이런 저런기가 섞인 지역에선 순수한 마기나 사기, 정기가 뭉친 지역을 보기 힘들다.

인간이 사는 세상은 보통 정기가 많지만 그래도 여러 기들이 뒤섞였다고들 한다. 이유는... 학자들도 모르는데 내가 알 리가 없지.

여하튼, 왜 이런 쓸데없는 소리를 했느냐 하면 내공 수련이란걸 말하기 위해서다.

내공 수련은 단순히 보면 기를 받아들이고 체내에 쌓는 것을 말한다. 기를 쌓는 것 자체는 괜찮은데 이 때 주의할 점은 기의 근본에 따라 정제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인간이 사는 세상은 정기가 많지만 마기와 사기도 제법 된다. 그런 상황에 마구잡이로 기를 받아들이면(일반적으로 이를 마공 혹은 사공이라고 한다) 일정 경지에 도달하면 기의 속성간 충돌로 성장이 멈추고 심하면 주화입마에 빠질 수도 있다. 무엇보다 생의 끝자락이 되면 육신을 지탱해주는 기가 되려 해악을 끼쳐 큰 고통 속에 죽는다고 한다.

결국 제일 좋은건 기의 근본 속성에 맞춰 내공을 수련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동네의 기는 혼탁해도 너무 혼탁하다. 마기는 거의 없지만 사기가 너무 진했다. 그래서 세상에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미친 놈들이 많은 거겠지.

여하튼 이 사기가 너무 진해서 이를 정제하다보면 받아들인 기의 1%미만만 몸에 축기가 된다. 이러니 4년간 삼류 수준을 못벗어나지.

그래도 다행인건 내 몸뚱아리는 그 동네에서 이룩한 상태 그대로라 삼류 수준의 내공으로도 충분히 이 동네에선 특별할 수 있다. 물론, 이 동네 사람들이 혼탁한 기로 인해 심하게 약한 것도 있지만.

이 속도면 아마 앞으로 십수년은 이런 식의 좌선으로 집중적으로 심법을 운용을 매일 1시간 이상은 해야 간신히 일류가 보일 듯 싶다. 그렇지 않고 상시 심법만해선 일류 도착하기 전에 늙어 죽을수도 있다.

생각하면 할수록 답답하다.

좌선을 풀고 자리에서 일어나다 비틀했다. 순간 핑 돌아서다.

이유는?

숙취. 제기랄, 이류 수준만 되도 이 정도 운기하면 숙취따윈 바로 해소할 수 있는데!

이제 내려가서 해장국으로 이 살짝 남은 숙취를 날려보내자.




빡!

“나이스 블락!”

“와아!”

내 파리채 블락에 우리과 애들의 환호성이 터져나온다. 다시 이 세계로 돌아온 후 이런 게임의 순간이 아니면 듣기 힘든 힘찬 환호. 확실히 이런 환호는 언제 들어도 기분 좋단 말이지.

“어우씨. 살살 좀 해. 안그래도 몸 자체가 사기인 주제에.”

물리대 4학년 형이다. 나는 법대라서 알 수 없는게 정상이지만 워낙 자주 보다 보니 이렇게 편히 말하는거다. 이 형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둘 다 농구라면 환장하는 사람들이다. 순화하면 마니아고 거칠게 말하면 덕후다.

그래서 농구코트에서 너무 자주보다 보니 그냥 잘 아는 사이가 된 거다.

“형은 살살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닙니다.”

“너 선출이잖아. 선출이 일반인 상대로 이렇게 하는건 범죄야.”

“농구 그만둔게 벌써 3년이거든요?”

그렇다. 난 고2때 경기 중 큰 부상을 당해 본의 아니게 은퇴했다.

치료는 됐지만 운동은 더 이상 힘들다는 판정에 가출을 했고, 그러다 저쪽 세계에 소환(이라고 쓰고 납치라고 읽는다)되서 소설에서나 일어나는 일을 겪고 돌아왔다.

스승님들한테 강제로 소환된 후 10년 조금 넘게 수련(이라고 쓰고 가혹행위라고 읽는다)을 했고, 그 뒤로는 돌아오기 직전까지 그 동네 역사상 최악의 마도전쟁에 참여하다 돌아왔는데 그게 대충 23, 4년쯤 된다.

돌아올 방법을 찾았지만 결국 실패했고 결국 현실에 순응해 살아 남았다. 그 세월이 전쟁 대략 7, 8년에 전쟁 종료 후 제국에서 제국과 대륙을 구한 대영웅 중 하나가 되어 부와 명예 속에서 다시 5, 6년가량 지냈다.

전쟁이란 참혹한 지옥을 경험했지만 마지막 5, 6년은 정말 좋았다. 그렇잖아. 무려 대륙 제일의 무장이고 제국의 3대공 중 하나가 나였다. 난 악인도 아니지만 성인군자도 아니다. 내가 가진 그 힘을 그냥 놔뒀겠어? 당연히 백성들 피해 안가는 범위에서 흥청망청했지. 산해진미는 물론 미녀들과...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여튼 모든걸 포기하고 해피해피한 생활을 즐기는데 전쟁 중 인연이 있었던 날개달린 거대 도마뱀 어르신이 돌아갈 수 있는 진법을 계산했다고 찾아오셨다.

집에 가고 싶다고 말한적이 있는데 심심하다고 그걸 십년 가까운 세월동안 계산해서 풀었다고 엄청 좋아하더만. 하여튼 시간이 남아도는 도마뱀 어르신들의 취미는 참...

덕분에 돌아올 수 있는 기회가 왔는데 걱정스러웠다. 그 동네에서 지낸 세월이 너무 길었다. 한계를 넘은 육체 덕에 여전히 이십대의 전성기의 몸을 유지하지만 돌아오게 되면 사십대 아저씨다. 그 곳에서 이룩한 경지가 유지되면 모를까 만약 그걸 소실하면 사십대.

거기다 사십대에 먹고 살 방법도 없다.

그래서 망설이는데 날개달린 거대 도마뱀 어르신이 내 걱정을 한방에 털어주셨다. 이쪽 세상 시간은 그리 많이 지나지 않았을 것이고, 내가 이룩한 경지도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자신이 현신한 상태에서 식칼에 찔려 즉사할 확률과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잘난척하고 안하무인이라서 말하다보면 배알이 심하게 뒤틀리는때가 많아서 그렇지 도마뱀 어르신들의 머리는 감히 측정조차 하기 어려운바 과감히 돌아오는걸 선택했다. 물론 그곳에서 가진 내꺼가 무척 아깝기는 했는데 또 이곳에 남겨졌던 것들이 그리움이란 이름으로 다가오니 시작하니 미칠 것 같았다.

약간의 아쉬움과 혹시 잘못되면 어쩌나 싶은 두려움 속에서 돌아왔다. 다행히 도마뱀 어르신의 계산대로 시간은 가출기준 고작 삼주정도 된 시점이었다.

그리고 완벽한 육체와 넘치는 힘...은 개뿔 이 도마뱀 양반 식칼에 찔려 죽겠구만. 내 내공 다 어디갔어!

...

제기랄...

그래, 내공이야 날아갔지만 다시 쌓으면 그만이지. 심법을 까먹은 것도 아니고 깨달음을 잊어먹은것도 아니니까. 거기다 이 동네... 안전하잖아. 하하...

소환(납치)될 때만해도 망가져버린 육체로 인해 절망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자신감이 충만했다.

내공만 다시 복구하면 지옥을 경험하며 강해진 멘탈과 1인 세계정복도...는 오바같고 적어도 어둠의 세계의 제왕정도는 될 능력자가 될 수 있다. 고향의 탁한(돌아온걸 제대로 느낀건 역시 이놈의 탁한 공기 때문이다. 공기 좋은 곳에서 오래 살아서 그런지 이 동네 공기 진짜 탁하더라) 공기를 맡자 잊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했다.

집으로 돌아오자, 모두가 기뻐...하다가 엄청 많이 혼났다.

그래도 좋더라. 집이니까. 거기다 의외로 적응도 쉽게 했다.

산전, 수전, 공중전, 특수전, 마법전 등등을 겪은 사십대의 경험을 안고 있어도 정신연령은 특별히 신경써서 관리했던 나다. 그래서 여전히 이십대 초반 수준은 유지한다고 자부했다. 왜 있잖아. 키덜트인가?

여튼, 야단 좀 많이 맞고 한 후 이 동네에서 잠시 좌절했던 꿈을 다시 이어가려고 했다. 내공이 없지만 경지를 이룩하며 얻은 이 완벽한 육체만으로도 전무후무한 전설의 선수로 기억되리라.

그래서 자신있게 부모님께 말씀드렸다. 나 다 나았다. 거기다 전보다 더 뛰어난 운동능력을 가지고 있다. 증명삼아 덩크 팡팡도 했고, 인근 학교 운동장을 냅다 삼십분을 쉬지 않고 뛰어보기도 했다.

군면제 100%의 큰 부상과 일상생활만 가능할뿐 과격한 운동자체가 힘들거란 판정을 받은 내가 그렇게 해보이니 당연히 크게 기뻐하셨다.

그래서 결과는...

그냥 평범한 학생이 되었다.

이유는 간단하게 부모님이 반대해서였다.

그냥 이렇게 말하면 좀 이상하니 집안부터 설명한다.

아, 이러니까 완전 설명충 같지만 어쩌겠나. 이해는 시켜줘야 하는데.

나는 3남매 중 둘째로 네 살 위의 형이 있고, 다시 네 살 밑의 여동생이 있다. 형은 부모님이 젊은 혈기에 의한 사고 출생이고, 나는 결혼 후 의도된 가족계획하에 출생, 그리고 우리 막둥이는 그 놈의 술이 웬수 출생이다.

애가 셋이면 키우기 힘들다고 하지만 우리 부모님에겐 그리 어려운게 아니다. 친가나 외가가 모두 평범한 교육자 집안이라 큰 재산은 없지만 부모님이, 특히 엄마의 수입은 정확히는 몰라도 대단히 많다. 우리나라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로펌 공동대표니까 당연하다랄까.

엄마가 워낙 잘나가서 그렇지 아버지도 대단하시긴 마찬가지. 서울지법 부장판사니까 뭐...

어쨌든 흔히 말하는 공부 잘하는 집 자손인 관계로 내가 운동하는걸 좋아하지는 않으셨다. 물론 워낙 내가 좋아라 하니 큰 반대는 안하셨지만 큰 부상을 입자 안그래도 그닥 좋지 않았는데 몸까지 상하니 더 이상은 하지 않기를 바래서였다. 그게 부모 마음이지.

내가 백날 나 다 나았고 앞으론 그런 부상따위 입지 않을거라고 말해도 누가 믿겠냐고. 그렇다고 내 능력을 까발릴수도 없고.

여하튼 그런 이유로 난 그냥 평범한 학생이 되어 공부를 했다.

기본적으로 좋은 머리를 유전으로 받은 덕인지 운동을 하면서도 성적은 중위권은 유지한데다 믿기 힘든 시간을 보내고 능력이 생기면서 딱 1년 공부하고 우리나라에서 세손가락 안에 들어간다는 우리 학교에 당당히 입학했다.

뭐, 대한민국 최고이자 부모님과 형이 졸업하고, 장차 막둥이도 이변이 없는 한 입학이 기정사실인 한국대는 못갔어도 집에서 이를 가지고 뭐라 하는 사람은 없다. 운동만 하다 1년 반 공부해서 여기 온거면 대단한거 맞으니까.

그래서 지금은 정식 농구는 못하고 이렇게 취미로만 한다.



물리대의 공격은 결국 무위로 끝나고 상대코트로 넘어갔다.

“패스!”

내 외침에 공이 넘어왔다. 앞에는 물리대 에이스 센터 형이 투지를 불태우며 있지만...

착, 착!

잽스텝 한번 하고 돌아왔다 다시 잽스텝을 하다 슛동작. 훼이크에 움찔거리던 물리대 형은 결국 움직였고 몸이 살짝 떠올랐다.

“헛!”

퉁!

공중에 떠오른 물리대 형의 오른쪽을 스치며 베이스라인을 따라 골대로 돌진 후 스텝을 밟고 뛰어올랐고 파포 역할을 녀석도 급히 헬프를 들어오며 뛰어올랐지만 상관없다.

내가 198이고 윙스펜은 203이다. 거기다 서전트 점프가 1m정도인데 탄력이 붙은 그대로 뛰어 오른거다. 프로가 와도 먹힐 상황인데 잘해야 180이 넘는 일반인이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지.

쾅!

“억!”

비명과 함께 공중에서 몸이 부딪치며 중심을 잃고 나가 떨어지는걸 급히 붙잡아줬다. 잘못하다간 그대로 바닥에 뒹굴텐데 아무리 우레탄 바닥이라도 심하게 다칠 수 있다.

“괜찮아요?”

“아, 예예. 후우...”

반사적으로 뛰어올랐다 봉변당한 탓에 조금은 핼쓱해진 표정으로 대답했다.

“와아!”

“나왔다 슈퍼덩크!”

우리쪽에선 환호성이 터져나왔고,

“와나, 드디어 시작이다.”

“방금 덩크 한거야?”

저쪽에선 탄식과 놀라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탄식을 하는 이들은 날 아는 사람일테고 놀라워하는 이들은 학교 체육대회니까 그냥 응원 온 애들일거다.

“물리대 파울! 보너스 원샷!”

“아, 진짜, 괴수가 사람들 노는데 와서 이러면 안되지. 이게 바로 생태계 파괴 아니냐. 빨리 너가 살던 곳으로 돌아가라고.”

물리대 형이 백코트하는 나를 따라오며 하는 투덜거림...

그러니까, 나도 이런데서 생태계 파괴하며 있기 싫어요. 하지만 방법이 없잖슴까. 진짜 일반인 드래프트라도 신청해볼까.

그랬다가 집에서 쫓겨나면? 통장에 돈이 대충 용돈 아껴서 모은 500정도 있으니까 고시원에 들어가면 되고. 일반인 드래프트로 들어가면 돈을 얼마나 받을 수 있지? 그걸로 1년 버틸 수 있을라나?

그런 뻘 생각을 하며 열심히 물리대를 박살내 갔다.



“하아, 재중이는 그렇게 가면 안되는 녀석이었어. 어쩌면 제대로된 NBA리거가 될 재능이 있는 애였는데.”

“그렇죠. 그렇게 가선 안되는 아이였죠.”

“어쩌겠어. 지놈 운명이 그런 것을. 후우... 기분도 꿀꿀하고 어차피 애들도 휴식이 좀 필요한 시점이니까 오늘 훈련은 없는걸로 하자고.”

“그렇게 하시죠.”

“그래. 나 그럼 학교 한바퀴 돌고 갈테니 부탁 좀 할게.”

“걱정 마시고 감독님도 쉬세요.”

“알았어.”

신지성 코치에게 뒤를 부탁한 강병수 감독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모교로 돌아와 감독이 된게 8년이었고 지도자가 된건 벌써 11년째였다. 그간 좋은 선수들을 많이 키워냈지만 11년전 만났던 진재중은 그가 지도자뿐 아니라 평생 통 털어도 처음보는 압도적 재능을 가져 기대를 하게 했던 아이였다.

고1때부터 심혈을 기울여 가르쳤고, 운이 좋았는지 재중이 대학 진학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강병수 감독도 이곳 모교의 감독으로 부임했다.

하늘에 감사하며 열심히 가르쳤는데...

대학 3학년이 되던 봄에 진재중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첫 제자이자 가장 아꼈던 제자의 덧없는 죽음은 강병수 감독 마음에 큰 상처로 남아 있었다.

오늘이 제자 진재중의 기일이었다. 그래서 다녀왔다.

우울한 마음에 발걸음 가는대로 교내를 걸어다녔다. 따스한 5월, 중간고사가 끝난 학교는 봄 축제 겸 체육대회가 한창이었다.

제자 놈은 생기없는 곳에 있는데 이곳은 젊음과 생명이 요동치고 있다. 이런 생각이 드니 강병수 감독은 더욱 마음이 아파왔다.

“하아... 새끼, 뭐가 그리 급해서...”

긴 한숨을 내뱉으며 걸음을 옮길 때, 발치에 뭔가 부딪쳤다. 뭔가싶어 보니 농구공이었다.

“...”

공을 집어들고나니 주변의 함성소리가 제대로 들려왔다.

“나이스 블락!”

“이게 불락이지! 불락!”

‘블락?’

“어? 감독님. 안녕하세요.”

“어? 어, 그래.”

이름은 정확히 기억이 안나지만 체육과 학생 중 하나다. 차림을 보니 심판을 보고 있는 듯 싶었다. 들고 있던 공을 내주니 인사를 꾸벅하고는 코트로 달려갔다.

코트와의 거리는 이십여미터정도였다. 그리고 라인 근처엔 각 학과 학생들이 분명해 보이는 인원이 빙 둘러싸고 있었다. 그런데 공이 날아왔다.

‘블락한 공이 여기까지 왔다고?’

공이 이쯤까지 날아오려면 공을 아주 제대로 쳐낸거다. 하지만 블락슛을 제대로 쳐내는건 프로에서도 보기 드문 일이다.

호기심에 코트로 다가가다 보니 코트를 둘러싸고 있는 학생들 사이로 커다란 키의 학생이 공중으로 붕 떠오르며 리바운드를 잡는게 보였다.

종종 선출들이 있기는 하다. 그런데 자신이 모르는 얼굴이라면 다른 학부란 소리인데 강병수 감독이 있는 고선대는 선출들이 들어오기엔 커트라인이 높다.

이런 생각을 하며 학생들 뒤쪽에 자리를 잡고 섰다. 강병수 감독도 키가 190에 달하는 장신이다 보니 뒤쪽에 있어도 보는데 문제는 없었다.

“패스!”

선수 사이에서 있어도 큰 축에 들만한 키의 학생이 3점 라인 바깥쪽에서 받은 후 잽스텝을 이용한 훼이크로 수비수를 공중에 띄우더니 빠르고 긴 퍼스트 스텝과 함께 베이스라인을 타고 골대로 돌진했다. 수비가 뚫리는게 보이자 상대편 수비쪽에서도 골대쪽으로 움직이는것도 확인했다.

퉁! 퉁!

하지만 전혀 신경쓰지 않고 달려들다 공을 잡으며 속도 그대로 오른발부터 빠르고 짧게 원투스텝을 밟았다.

‘덩크?’

아마추어가 경기 중에 덩크를 하긴 하지만 대부분 노마크일 때 뿐이다. 인 유어 페이스가 말처럼 쉬운게 아니기 때문이다. 분명 높은 타점의 레이업 정도...

“!!”

날았다. 진짜 날아올랐다. 이러면 수비따위...

쾅!!

강병수 감독은 머리 끝이 찡할정도의 전율을 느꼈다. 완벽한, 너무도 완벽한 인 유어 페이스 덩크가 터졌다.

엄청난 높이, 수비를 밀쳐내는 힘, 부딪쳤음에도 무너지지 않는 바디밸런스, 그 와중에 공중에서 중심을 잃고 쓰러지는 수비수를 잡아주는 순발력... 저게 아마추어라고?

“와아!!”

“나왔다, 슈퍼덩크!”

그 뒤 강병수 감독은 짜릿한 전율을 느끼며 참 오랜만에 아마추어 게임에 집중했다. 아니, 큰 키의 알 수 없는 학생의 플레이에 집중했다.

키 때문에 수비에선 센터역할을 수행했지만 공격은 전천후로 움직였다. 돌파를 주로 했지만 명백히 슈가 혹은 스포의 움직임이었다.

워낙 신체적, 기술적 차이가 있어서 선수들 틈에 있을 경우 어느정도인지 파악하기 힘들지만 야투율은 거의 백발백중이었다. 타이밍도 좋고 슛터치도 좋았다. 무엇보다 발군의 운동능력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대단히 유연했다.

확인은 다시 해봐야 하겠지만 그냥 봐선 재중이 지니고 있던 재능을 훌쩍 넘어서는 느낌이었다. 강병수 감독은 급히 핸드폰을 들고 전화를 했다.

“신코치.”

<예, 감독님.>

“지금, 지금 빨리 코트로 와.”

<예? 지금 코트에 있는데...>

“아니, 체육관 말고 야외 코트 말이야.”

<아,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일단 빨리 와. 오면 알거야. 그러니까 최대한 빨리 오라고!”

통화를 끝내고 계속 게임에 집중했다. 전반이 끝나고 하프 타임에 신지성 코치가 도착했다.

“후우, 무슨 일이세요?”

“저기, 저기 있는 애 보여?”

“누구... 아, 저 키 큰 친구요?”

“어, 그래. 걔. 보니까 법학부 애 같은데 엄청나.”

조금전까지만 해도 세상 우울해 보였던 강병수 감독의 얼굴엔 흥분이 가득 차 있었다.

“흐음...”

신지성 코치는 갸우뚱했다. 가끔 아마추어 사이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하는 선수들이 있다. 하지만 그건 상대적으로 주변이 못해서 어마어마해보일뿐 실제 전문 선수들 틈에 섞이면 그냥 그런 수준일뿐이다. 왜냐하면 그런 활약을 하는건 선출들이고 그런 선출들 대부분은 경쟁에서 밀려 일반인 사이로 흘러드는 거니까.

강병수 감독도 그런 생각을 알기에 긴 설명은 하지 않았다.

“지금은 내가 왜이러나 싶겠지만 게임 시작하면 신코치도 내가 왜 이리 호들갑인지 금방 알게 될꺼야.”

오분의 하프 타임이 끝나고 후반전이 시작됐다. 그리고 삼십초도 지나기 전에 시큰둥하던 신지성 코치의 표정도 강병수 감독의 것과 똑같게 변해버렸다.

십여분 지나 게임이 끝났다. 정확한 점수는 모르겠지만 큰 키의 학생이 있는 팀이 상대를 압살한건 분명했다.

대충 본 것만 3점슛 1방에 미들레인지 2방, 골밑 4방, 그리고 돌파는 5번까지 세다가 그만뒀다. 거기다 블락과 인터셉트, 패스까지 1대 5로 싸워도 이길 것은 분위기로 게임을 완전히 지배해버렸다.

“신코치, 어때?”

“그게... 기술이 단조롭습니다만 저 극강의 운동능력이 모든걸 커버쳐주네요.”

“슛은?”

“좋네요. 조금만 손보면 점프슛의 교본이라고 애들한테 보여주고 싶겠는데요.”

강병수의 눈이 점점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럼 저 퍼스트 스텝은? 우리 애들이 막을 수 있을까?”

“음... 장담 못하겠네요.”

“그렇지?”

그렇게 말한 강병수 감독은 결의에 찬 얼굴로 곧바로 학부생들과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큰 키의 학생에게 다가갔다.

“자네, 어디 학부인가?”

“법학부입니다만, 무슨 일이시죠?”

강병수 감독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자네 농구해 볼 생각 없나?”




누가봐도 알만한 선수들 이름을 각색해서 사용했으나 실제 인물은 절대 아니며, 따라서 선수들의 프로 데뷔연도는 다르다는걸 감안하고 보시기 바랍니다.


작가의말

첫 스포츠 글입니다.

농구 매니아로서(지금은 몸이 나이를 먹어서 농구 거의 못하지만) 한번쯤 써보고 싶었습니다.

제대로 표현하면서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뭐...

늘 그렇듯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분량을 조금 높여봤습니다.

절대 분량 조절 실패가 아니...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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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7-2. 돌아오길 잘했어 +8 17.07.28 9,028 92 16쪽
20 7-1. 돌아오길 잘했어 +6 17.07.27 9,242 101 10쪽
19 6-4. 대협!! 출현 +8 17.07.26 8,921 98 10쪽
18 6-3. 대협!! 출현 +5 17.07.25 9,041 111 17쪽
17 6-2. 대협!! 출현 +9 17.07.24 9,232 107 14쪽
16 6-1. 대협!! 출현 +7 17.07.21 9,678 102 18쪽
15 5-4. 벼랑 끝에서 이름이 불려지다 +6 17.07.19 9,245 106 13쪽
14 5-3. 벼랑 끝에서 이름이 불려지다 +2 17.07.18 8,980 83 10쪽
13 5-2. 벼랑 끝에서 이름이 불려지다 +3 17.07.17 9,236 90 17쪽
12 5-1. 벼랑 끝에서 이름이 불려지다 +6 17.07.14 9,633 121 12쪽
11 4-4. 가챠 +13 17.07.13 9,643 104 16쪽
10 4-3. 가챠 +5 17.07.11 10,003 97 19쪽
9 4-2. 가챠 +4 17.07.10 10,365 126 16쪽
8 4-1. 가챠 +10 17.07.07 10,678 114 16쪽
7 3-2. 데뷔 +6 17.07.06 11,094 114 15쪽
6 3-1. 데뷔 +4 17.07.06 11,362 106 9쪽
5 2-4. 농구가 하고 싶어요 +12 17.07.05 11,809 115 14쪽
4 2-3. 농구가 하고 싶어요 +9 17.07.04 12,580 131 11쪽
3 2-2. 농구가 하고 싶어요 +10 17.07.03 13,740 134 15쪽
» 2-1. 농구가 하고 싶어요 +20 17.07.03 18,071 160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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