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의 신-에어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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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松川
작품등록일 :
2017.07.03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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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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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1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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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가챠

DUMMY

내공수련이란게 때와 장소를 가리지는 않지만 좋은 때와 장소는 있다.

익히는 내공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내가 익힌 내공법은 조화를 중시하기 때문에 새벽, 특히 일출때를 최고로 친다. 음과 양이 교차하는 시점이고 가장 순수하기 때문에 그렇다. 일몰시간에도 음과 양이 교차하기는 하지만 일출때보단 기의 순수함이 떨어진다.

장소는 역시 산, 그 중에서도 땅, 그러니까 행성의 기운이 집중되는 거대 산맥이 좋다. 예를 들면 풍수지리에서 말하는 곤륜에서 뻗어나온 기운이 대륙을 따라 흘러 백두대간으로 연결해 어쩌고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백두대간과 연결된 산맥이 제일 좋다는 의미다.

하지만 현대인의 삶이란게 이런 산에 짱박히기 쉽지 않다. 당장 나만해도 알면서도 잘 못가니까. 그래서 아쉬운대로 동네 야산 같은 곳이라도 가면 된다.

그런데 여기서 또다시 걸리는게 있다. 바로 때도 맞추기 힘들다는 점이다. 일출 시간이야 안다. 너무 잘 안다. 인터넷에 보면 다 나온다. 그럼에도 맞추기 힘든건 도시라서 그렇다. 하루종일 인간이 만들어낸 온갖 나쁜 것들이 침잠하는 시간이 바로 이 시간이다. 대기 오염 심각해.

잡설로 한번은 전기도 기의 응집체이니 받아들이면 어떨까 싶어 시도해본 적이 있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젓가락 두 개 들고 집 콘센트에 확 꽂아본거지. 그리고 결과는... 두꺼비집 내려가고 난 기절하고.

너무 쎄더라. 그나마 준비를 하고 바로 두꺼비집이 내려가서 다행이지 골로 갈 뻔 했다.(건전지나 밧데리 계열에서 나오는건 의외로 탁기가 너무 심해서 도움이 전혀 되질 않는다)

예전 내력의 40%정도 회복하면 어떻게 될 것도 같은데 그 전엔 어림도 없을 것 같다.

여하튼 결론은 내공 수련도 결국 집에 앉아서 하는게 제일 좋다는거.

평소보다 조금 더 길게 내공수련을 하고 집 앞 작은 공원에서 입문 무공인 무극권으로 몸을 푼 후 학교로 갔다. 더 일찍 일어났지만 수련에 시간을 더 써서인지 평소에는 9시 반이면 들어가던 체육관을 10시가 다 돼서야 도착했다.

퉁, 퉁...

늘 나만 쓰던 체육관에서 공 튀기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 감독님도 그렇고 서재 감독님도 그렇고, 다 날리시던 선수니까 공이라도 던져보나보다.

안으로 들어서자 역시나 두 감독님들이... 어?

몇 명이 더 있는데? 거기다 외국인이 형도 있고. 낯도 익어.

“안녕하십니까?”

“어, 왔냐? 옷 갈아입고 와.”

“예.”

뭐야, 이 구성은. 안양팀 양희중, 서울팀 김신형, 전주팀 안드레 위밋?

올스타전이라도 하는거야? 그런데 안드레 위밋은 미국 안갔어? 시즌 끝난지가 언젠데...

연습복으로 갈아입고 들어오자 서재 감독님이 씨익 웃어보인다.

“오랜만에 운동 좀 해보자. 늙어서 못 뛴다고 구박은 하지 말고.”

“아, 예.”

지금 이 구성으로 고작 운동하러 왔다고요?

“이 친구들 누군지 알지?”

“예. 모르면 농구선수가 아니겠죠.”

안드레 위밋.

볼 호그 기질이 다분하지만 처리 능력과 테크닉은 확실한 선수로 전성기가 살짝 지났지만, 자유계약 시절 선수들과 비견되는 용병이다. 그래서 뒷돈이 있을 거라는 말도 꽤 많지만 어쨌든 그렇다.

서울팀 김신형은 KBL에서 국내 최고의 공격형 가드로 불리며 돌파는 해외에서도 통할거란 소리를 듣는 선수다. 안양의 양희중은 공격력은 떨어지지만 수비력만큼은 리그 탑인 선수다. 대학과 프로초기까지만 해도 준수한 공격력을 지녔었는데 어느 시점부터 공격력이 현저히 떨어져버린 약간은 이상한 이력을 지닌 선수다.

“1:1로 하면 재미 없을 것 같아서 내가 데려왔어. 너랑 강 감독 그리고 희중이가 한팀, 나랑 안드레, 신형이가 한팀. 이렇게 3:3 하는거야.”

“...”

뜬금없이 나타나서 친선 게임이나 하자고 할만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럼 누구라도 날 직접적으로 확인하고 싶다고 생각하겠지만, 역시나 문제는 이제 겨우 데뷔한지 일년도 안된 나를 보겠다는건 무리가 있어보인다. 농구 관련 얘기 나오면 이름 한번은 꼭 거론되는 유명인이기는 하지만 말이야.

“운동 삼아 간만에 하는 거지만 지면 재미없잖아. 난 지는거 딱 질색이거든.”

“아, 형님 그래도 용병은 반칙이죠.”

“쟤도 몸이나 운동능력은 용병급이더만. 거기다 안드레보다 키도 크잖아. 농구는 이러쿵저러쿵해도 결국 키 큰 놈이 장땡이지. 안드레 너도 긴장해야할거야. 쟤 보니까 운동능력이 장난 아냐.”

통역으로 따라온 아저씨가 그 말을 영어로 말해주자 피식 웃으며 꽤나 길게 대답했는데 통역이 날 힐끔 보더니 간단히 말한다.

“걱정 말라고 합니다.”

그 모습에 약간은 황당한 웃음이 나왔다. 그 이유는 안드레의 말 때문이었다. 이 분들 날 잘 몰라서 그러는데 내가 영어랑 일본어는 능통하고 중국어랑 불어는 중급 수준은 된다.

영어는 어릴 때 엄마의 사업상 3년정도 미국에서 살아서 그냥 익힌거고, 일본어는 애니와 그 머시기(농구선수도 좋아하는 야구동영상?)를 보느라 익혔다. 불어는 알고 있으면 여자 꼬시는데 좋다고 아부지가 적극 추천해서, 중국어는 무협의 본고장이니 시간되면 제대로 여행해보려고 공부한거다.

그러보면 저쪽 동네 언어도 금방 익히고(말을 못알아들어서 무공을 못익혔다. 그랬더니 스승님들이 몸을 깨우치면 된다는 식으로 몰아붙이니까 정말 죽을 것 같았다) 여러 나라 말도 잘 배우는걸 봐선 언어적 재능은 상당한 것 같다.

오호! 오늘 인식하지 못한 천재성을 알아냈구나. 하하...

어쨌든 안드레의 말을 이러했다.

“감독님이 부탁이니까 진짜 제대로 하긴 할 겁니다. 아마 수비고 공격이고 이 친구 밑천 다 드러날거에요. 그런데 정말 괜찮아요? 그렇게 밑천까지 탈탈 털어내면 아직 어려서 국가대표가 되기전에 망가져버릴 수도 있는데.”

이 긴말을 그냥 걱정말라는 말로 해석해줘? 하긴, 딱히 틀린 말도 아니긴 하다. 중요한건 서 감독님이 내 밑천이 보일만큼 몰아붙이라고 한건 국가대표로서의 가능성을 보기 위함이 분명했다.

데뷔한 이래 국가대표의 꿈은 늘 가져왔다.

내 최종 목표는 농구 괴물들만이 서식한다는 NBA. 그곳에 가기 위해선 드래프트를 통과해야하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중국 선수들 중에 일부가 통과하기는 했지만 그것도 국제대회에 얼굴을 보여서 가능한 것이었다.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 때문도 있지만 능력이 부족했다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나도 그런 과정이 필요했다. 그래서 국가대표는 필수요소다. 다만 그 단계는 올해는 아니고 다음 월드컵이 있는 삼사년 후쯤을 보고 있었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기회가 찾아온거다.

“우리 같은 늙은이들이 뛴다고 설설 뛰면 안되니까, 뭐라도 걸자. 자, 내가 지면 마장동 가서 소고기 배부를때까지 산다. 강 감독 넌 어떡할래?”

“하아... 형님이야 돈 많으시지만 전 고작해야 대학 감독 아닙니까. 대학 감독이 무슨 돈이 있다고.”

“너 프로때 받은 연봉은 돈 아니냐? 앓는 소리 하지 말고 너도 똑같이 걸어.”

“쳇, 좋습니다. 저도 동일 공약 겁니다.”

“오케이.”

“대협아, 들었냐? 너 열심히 안하면 우리 여름 내내 특별훈련이다. 알았냐?”

“예!”

거 참 두분 연기 되게 못하시네. 평소하고 다르게 말투가 영 어색하시잖슴. 그리고요 그렇게 안하셔도 열심히 할 겁니다. 내 상대가 KBL 최고의 용병인데 이런 기회가 또 어디 있겠습니까. 가뜩이나 상대의 가벼움에 욕구불만인데.

“선배된 입장에서 너들 먼저 해라.”

전후반 각각 15점, 공격 성공팀이 공격권을 계속 갖고, 공수 전환시 어웨이는 없는걸로 한 후 게임을 시작했다. 선공은 우리였고 일단 표면상 두 감독님이 메인이라서 공을 넘겼다.

“형님, 진짜 막을 수 있으시겠습니까? 제가 형님보다 열 살이나 어린데.”

“농구를 입으로 하냐? 그리고 나 서재야 서재. 농구대통령.”

“아, 그렇지?”

끼익!

부드러운 동작으로 서재 감독님의 왼쪽을 파고 들었지만, 튀어나온 배와 나이탓인지 속도는 그닥이었다. 거기다...

“우어어...”

하체가 약해진 탓에 그 느리디 느린 속도조차 주체하지 못하고 골대쪽으로 방향을 꺾지 못하는 좀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발생했다. 그래도 날린 선수였던만큼 그대로 공을 버리진 않고 가까이 서 있던 양희중에게 패스했다.

그가 잡자 김신형이 자세를 낮추며 공쪽으로 손을 뻗어 위협했다. 몇 차례 의미없는 드리블과 포스트업을 시도하다 내게 패스를 한다.

“젊은 피가 좀 풀어봐.”

양희중이 공을 준 후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러자 내가 있는 왼쪽 코트가 텅 비어버렸다. 감독님들은 이미 외곽으로 빠져 있었던 것이다.

말로는 운동이네 어쩌네 해놓고 시작한지 불과 이십여초만에 대놓고 1:1을 만들어준다. 연기력들 참... 그러니까 운동선수겠지만 너무 빤하다.

“실력 한번 보여봐.”

안드레 위밋이 영어로 그것도 슬랭이 섞인 말로 날 도발한다.

“원하신다면...”

짧게 영어로 대답해주고 자세를 낮추며 공을 뒤로 빼고는 왼발을 길게 안드래쪽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안드레가 몸을 내게 붙이며 공격적인 수비로 대응해 왔다.

확실히 리그나 팀 훈련 때 선수들이 보여준 수비와 무게감이 틀렸다. 훨씬 수비범위가 넓었고 몸으로 밀고 오는 압박이 묵직했다. 이게 프로, 그것도 외국인 선수의 몸싸움과 수비구나.

이대로 힘에 밀리면 슛이나 돌파는 물론 패스조차 어렵다. 자세를 낮춘 채 어깨를 좌우로 움직이며 나 역시 힘으로 밀어내며 공간을 만들었다.

“오우, 제법인데?”

공간이 조금 나오자 곧바로 왼발을 다시 쭉 뻗어 잽스텝을 밟았다. 안드레가 움찔하며 살짝 물러섰고 이제야 제대로 뭔가 해볼만한 공간이 확보됐다.

왼발을 살짝 당겼다 다시 왼쪽으로 어깨를 움직였다. 안드레의 무게가 오른쪽으로 살짝 쏠린걸 확인하며 왼발에 힘을 주며 드리블과 함께 퍼스트스텝을 놨다.

퉁!

첫 스텝이 성공하며 안드레를 완벽히 따돌리고는 림으로 돌진했다. 아이솔레이션을 위해 다들 바깥쪽으로 빠져있던 상황이라 도움도 줄 수 없었고 가볍게 원핸드 덩크로 마무리했다.

“제기랄, 생각보다 훨씬 빠른데? 하아, 이거 확 타오르게 하네. 나한테 밟혀서 쓰러질까봐 조금은 봐줄까 했는데 안되겠어, 애송이. 내게 창피를 줬으니 아예 박살을 내주지. 기대하라고 친구.”

코트에 튀겨오르는 공을 잡아 내게 던져주며 속사포처럼 말을 내뱉었다.

다시 시작된 공격, 몇 차례의 눈에 보이는 무성의한 플레이 후 다시 내게 공이 넘어왔다. 돌파에 의해 첫 실점을 해서인지 이번엔 아까처럼 붙지 않고 약간의 거리를 두고 서는 안드레였다.

“친구, 다시 와 봐. 대신 아까처럼은 안될 거야. 처음이라서 대충 한거였거든.”

허세 가득한 말이지만 이게 허세라고 보기엔 확실히 수비가 달라져 있었다. 거리를 두고 있는데도 슛할 경우엔 수비에 걸리겠단 느낌이 강했고, 돌파도 여의치가 않았다.

사실 조금전에도 돌파를 당하자 아예 수비를 포기해서 그렇지 따라올려고 했으면 아예 막지는 못해도 상당한 압박을 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두세번정도 잽스텝을 넣었지만 아까같은 빈틈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결국 자세를 풀고 천천히 드리블을 하며 정면쪽으로 이동하는 선택을 했다.

“친구, 왜 그래? 아까의 패기는 다 어디간거야?”

자세를 살짝 높이며 날 따라오며 계속 말을 거는 순간, 왼쪽으로 틈이 보였다.

퉁!

직접 공격과 패스 중 패스쪽에 더 치중하듯 몸을 완전히 세웠던 내가 급격히 속도를 높이며 왼쪽으로 파고 들자 반박자 느리게 안드레가 반응했다.

지금까지 팀원들도 그랬고 실전에서도 퍼스트스텝이나 지금 같은 체인지 오브 디렉션에 걸리면 무조건 첫 마크맨은 떨어져 나갔다.

하지만 무려 NBA드래프트를 통과하고 식스맨이지만 두 시즌이나 그 무대에 있었던 선수답게 금새 따라붙어 몸을 대는 수비를 하고 있었다. 거기다 그냥 대는게 아니고 반칙콜이 나오지 않을만큼 밀어서 골대로의 접근이 쉽지 않았다.

이 악물고 공격을 하면 어찌어찌 하겠지만 지금 상태에선 공을 돌리거나 포기하고 돌아나가는게 맞다. 말이 팀전이지 대놓고 1대 1 능력을 확인하겠다는 듯 내가 공을 잡으면 움직이지 않아 내 선택은 돌아나가서 다시 기회를 보는 것으로 하려는 찰나였다.

지금껏 3점라인 밖에서 구경하던 양희중이 골대쪽으로 잘라오려는 모션이 보였다. 의도적으로 공격에 가담하지 않는 상황임에도 오랜 시간 게임을 해서인지 몸이 반응하는 듯 싶었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 더 뛰게 만들어 줘야지. 운동하러 왔는데 안하고 가면 후배된 입장에서 미안하잖아.

레이업하듯 뛰어올라 몸을 비틀며 움직일만한 경로 앞쪽으로 공을 던져줬다.

양희중은 딱 뛰어나가 잡을 수 있는 앞쪽으로 공이 떨어져 내리자 본능적으로 속도를 급히 높이며 캐치를 한 후 그대로 레이업을 성공시켰다.

“헤이 친구, 왜 피하고 그래. 내 수비에 당할까봐 그런거야? 어디 그래서야 남자라고 말 할 수 있겠어? 하긴 뭐 아직 꼬꼬마라서 무서울수도 있겠네.”

아, 거 참 말 많네.

다시 시작된 공격.

공이 올거라고 생각했는데 우리 감독님과 양희중의 2:2플레이로 진행되었다. 양희중이 스크린을 걸고 우리 감독님이 돌파 혹은 양희중이 뛰어들어가는 형식의 픽 앤 롤을 하...는 줄 알았는데 안쪽으로 뛰는 척 하던 양희중이 3점 라인으로 빠져나왔다.

그리고 그 타이밍에 감독님으로부터 공이 나왔고 지체 없이 슛을 시도했다.

타이밍은 나쁘지 않은데 김신형 선수의 방해동작에 자세가 흔들렸다. 재빨리 골밑으로 뛰어들어갔지만 몸을 돌린 안드레가 팔을 벌려 진로를 방해하며 먼저 위치를 잡았다.

돌파할때도 느꼈지만 박스아웃하는 지금 더욱 거칠고 강하다. 왼쪽으로 가는척 하자 무게가 따라온다. 그 때 스핀무브를 하며 안드레의 앞쪽으로 들어가며 비슷한 위치를 잡아낼 수 있었다.

터텅!

림 안쪽을 빠르게 튀긴 공이 튀어나왔고 이를 향해 뛰어오르는 순간 안드레가 어깨와 팔로 날 밀어내버렸다. 덕분에 제대로 점프도 안됐을뿐더러 공에서 멀어진 탓에 안드레가 리바운드를 잡아냈다.

거의 동시에 착지했지만 안드레와 나 사이에 간격이 생겨버리다 보니 안드레는 날 힐끔보면서 손쉬운 골밑슛을 성공시켰다.

“나이스!”

서재 감독님이 박수를 치며 좋아라했고 난 당장 항의를 했다.

“반칙! 반칙! 뛸 때 팔을 썼다구요.”

“아니야, 그 정도는 몸싸움이지. 왜 이래 아마추어처럼.”

말도 안돼. 이게 무슨...

서재 감독님의 말에 항의를 하려고 했지만 눈이 웃고 있었다. 거기다 우리 감독님도 모른척 하는데 하아... 이거 공수교대할 생각인가 싶어 말았다.

“자자, 이대로 끝까지 이겨서 맛있는거 먹어보자!”

서재 감독님이 공을 잡고 정면에서 드리블을 하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돌아나오는 안드레에게 패스했다.

패스를 받은 안드레는 잡자마자 탄력대로 왼쪽으로 가는척 한 후 오른쪽으로 돌파를 했다. 방향전환을 하며 따라붙자 또다시 어깨를 내게 붙이며 힘으로 밀고 들어왔고 난 그에 버티며 사이드스텝으로 따라붙었다.

골밑에 오는 순간 더욱 자세를 낮추며 왼발을 깊게 넣은 안드레의 몸이 휙 돌아갔다.

맙소사, 이 속도에서 스핀무브를 해? 억!

돌면서 내게 살짝 기댄다. 그런데 이게 단순히 내 수비를 밀어내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라 스피드로 흔들리는 중심과 밸런스를 잡는 두가지 효과가 있다는 거다.

끼익!

힘으로 버티며 뛰어 올랐다. 거리가 벌어져서 막지는 못해도 충분히 방해는 될 정도였다. 하지만 안드레는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며 내 방해가 떨어지는 시점에 부드럽게 공을 긁어 올렸다.

림 위에서 두어번 통통거리다 안쪽으로 떨어져내린다.

공격은 미완성이라서 많이 부족하지만 수비는 거의 최정상급이라고 생각했다. 빠른 반응력, 넓은 시야와 허실을 알아보고 대비하는 예측력, 그리고 뛰어난 운동능력은 강력한 수비력으로 치환됐다.

내가 맡은 선수는 득점은 둘째치고 공조차 제대로 받아보지 못할 정도였다.

그런데 단숨에 너무나 쉽고 완벽하게 뚫려 버린 것이다.

“이 정도에 놀라면 안돼. 앞으로도 더 대단한걸 보게될테니까. 정신 단단히 잡으라고. 하하하...”

이어진 공격에선 이중 스크린을 이용한 픽앤롤로 또 다시 쉽게 득점을 허용했다. 그 다음 공격도 이중 스크린이었는데 이번엔 대비를 해서 일차 공격을 무산시켰다.

포지션 정비 후 다시 재개된 공격에서 다시 이중 스크린. 아까와 같이 쫓으려고 했는데 이번엔 변형된 이중 스크린, 바로 최근에 프로나 NBA에서 종종 사용하는 일명 엘리베이터 스크린이었다. 스크린과 스크린 사이로 볼 핸들러가 빠져나가면 두 스크리너가 그 공간을 차단시키는 형태다.

공격은 계속되었다. 기본은 안드레의 개인기를 이용한 1:1이었지만 중간중간 프로에서나 볼 수 있는 부분전술을 통해 내 수비를 방해했다. 물론 우리쪽에서 스위치가 잘 되면 다행인데, 잘 될 리가 있나. 제기랄...

아니, 우리가 공격할 땐 아이솔을 하게 하더니 자기들은 이런 고급 전술을 막 사용해도 되는거야?

스크린에 신경쓰는 틈에 안드레가 춤을 추듯 레그스루, 비하인드 드리블, 크로스오버를 마구 펼치다 앞으로 나오다 스텝백 3점을 던졌다. 급히 손을 뻗었지만 타이밍을 뺏겨버린 탓에 전혀 방해가 되질 못했다.

철썩!

깨끗하게 림을 통과하며 전반이 종료됐다.

스코어는 15:6. 그나마 6점이라도 올린건 초반 2득점 이후 수비하다 리바운드에 이은 득점덕이었다. 세트 오펜스로 올린 점수는 초반 2점 빼고 없다.

의도적으로 공격을 실패하는데 재간이 없었다. 3:3이 아니라 5:1로 싸우는 기분이다.

분명 짜증나는 상황이지만 일단 내 실력 테스트를 하려고 일부러 그러니 괜찮다. 오히려 지금까지 경험한 선수들보다 한두단계 이상의 스킬과 운동능력을 지닌 선수와 대결한다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

배울 것도 많다. 스킬 훈련도 하고 영상도 많이 본다. 하지만 실전에서 직접 부딪치며 배우는건 절대 따라갈 수 없다는 진리는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드리블할 때의 박자감이나 무게 이동, 수비를 이용하거나 속이는 방법 등 머리로 알고 있던걸 직접 체험하니 너무 좋다.

공격할 때 바로 써먹어보고 싶은데 기회가 없어서 못했지만 있다가 리바운드 하면 해봐야겠다. 어차피 테스트라는데 이것저것 다 보여주면 좋잖아.




누가봐도 알만한 선수들 이름을 각색해서 사용했으나 실제 인물은 절대 아니며, 따라서 선수들의 프로 데뷔연도는 다르다는걸 감안하고 보시기 바랍니다.


작가의말

예약연재라는게 참 좋네요

지금 저는 비를 맞으며 수중전을 치루고 있거나 비는 그친 축축한 잔디밭에서

공을 치고 있을 겁니다.

부디 이기고 있길 바랍니다.

아... 골프보단 역시 농구인데...

체력도 체력이지만 이제 무릎과 발목의 관절이 버텨주질 못해서 직접 농구는 못합니다.

말하는걸로는 선출같지만 선출은 아니구요, 그냥 어릴때 많이 했는데

부상을 너무 많이 당해놔서 나이드니까 기능이 뚝 떨어집디다...

비도 왕창 온거 보고 양도 왕창 올렸습니다.

재미있게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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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3-1. 데뷔 +4 17.07.06 11,362 106 9쪽
5 2-4. 농구가 하고 싶어요 +12 17.07.05 11,809 115 14쪽
4 2-3. 농구가 하고 싶어요 +9 17.07.04 12,580 131 11쪽
3 2-2. 농구가 하고 싶어요 +10 17.07.03 13,740 134 15쪽
2 2-1. 농구가 하고 싶어요 +20 17.07.03 18,070 160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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