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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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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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9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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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림 121

DUMMY

121. 고무림 (121)


천신은 무림이 마련해둔 지하 서재에서 매일 똑 같은 생활을 반복하고 있었다. 하루에 한 시진만 자고 벽곡단을 먹고 무림이 남겨둔 무공서적을 읽고 무공수련만 계속했다.

원래 벽곡단은 하루에 한 알씩만 먹으면 된다고 적혀 있었는데 무림은 하루에 세알씩 먹었다. 무림이 아홉 달 양이라고 했으니 하루에 세알씩 먹으면 자신이 목표로 했던 세 달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천신은 이제 마지막 한 알 남은 벽곡단을 먹으며 세 달이 모두 지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 달 동안 무림은 놀라운 일을 이루어냈다. 무림이 적은 무공서적을 모두 이해했고 단전에 쌓인 기운도 대부분 내공으로 녹여냈다.

무림의 정확한 설명이 적힌 무공서적을 읽으며 천신은 그동안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을 모두 이해할 수 있었고 몇 번의 깨달음을 얻어 현경의 경지에 올라설 수 있었다. 천신의 나이에 현경의 경지라면 정말 놀라운 일이지만 천신의 얼굴은 결코 밝지 않았다.

‘천군과 마군이 모두 생사경의 고수다. 현경의 경지로는 그들을 절대 상대할 수 없다.’

천신은 생사경의 고수가 될 때까지 그곳에서 무공수련을 할까? 생각하다가 무림의 심득이 담긴 무공서적의 마지막 장을 넘겼다. 그곳에는 단 한 줄의 글이 적혀 있었다.

- 비워라. 그러면 얻을 것이다. -

그 글을 읽는 순간 천신의 뇌리엔 강한 충격이 전해졌다. 자신은 이제까지 끊임없이 채우기만 했었다.

무림에게 수도 없이 전이대법을 받았고 천신단의 기운이 담긴 불사지체의 피까지 무림에게서 받았다. 또한 천비룡이 잡아온 영물을 수도 없이 먹었고, 태산에서 가장 강한 기운이 올라오는 이곳에서 어릴 때부터 자신도 모르게 그 기운을 흡수하며 자라왔다.

그리고 지금은 소림의 대환단과 비슷한 효능이 있는 벽곡단을 세 달 이나 아침, 점심, 저녁마다 먹었다. 남들이라면 평생 한 번도 가지지 못할 기연을 매일 받으며 자란 천신이었다. 그러니 채우기에 바빠 비울 틈이 없었다.

‘그래! 그 뜻이었어. 비워라… 이제 그 뜻이 무슨 뜻인지 알겠어.’

무림이 마지막 장에 남긴 말은 천신을 위한 말이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은 아무리 그 뜻을 해석하려 해도 할 수가 없는 말이기도 했다. 채운 것이 없는 사람에게 비워라 한다면 오히려 역효과만 날 뿐이었다.

뇌리를 뒤흔드는 강한 깨달음에 바로 명상에 잠긴 천신은 3일 만에 눈을 떴다. 눈을 뜬 천신의 눈은 정광이 번쩍이는 눈이 아니라 의외로 일반인처럼 평범했다. 신비감이나 비범함은 찾아볼 수 없는 눈. 그 눈이 빙긋 웃었다.

‘태청문 문도들이 고생을 좀 하겠군.’

천신은 생각을 정리하고 밖으로 나왔다. 밖에는 미리 뇌파로 연락을 받은 천비룡이 기다리고 있었다. 천비룡을 보자 천신은 갑자기 기가 막힌 생각이 떠올랐다.

- 너, 금강불괴의 몸이지? -

- 금강불괴? 그것이 뭔데? -

- 검으로 네 몸을 찔러도 들어가지 않는 몸이 금강불괴다. -

천신의 물음에 천비룡은 가슴을 펴고 말했다.

- 내가 그까짓 검에 상처를 입을 것 같나? 나를 죽일 수 있는 놈은 네 아버지 무림 정도일 뿐이다. -

천비룡의 말에 천신은 천군과 마군을 상대하는데 천비룡이 도와주면 엄청난 힘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 너, 생사경의 고수 알아? -

- 알지. 무림과 반로환동을 한 마인적이 바로 생사경의 고수지. -

- 그럼 마인적과 싸우면 이길 수 있겠네? -

천신의 물음에 천비룡은 힘없이 말했다.

- 아무리 천하무적인 나라도 생사경의 고수에게는 안 된다. 그놈들은 사람이 아니라 신과 같은 놈들이다. -

천비룡의 말에 천신은 기운이 빠졌지만 천비룡을 탓할 수는 없었다. 천비룡도 분명 괴물이었지만 수백만 명 중에 한명 나올까말까 하는 생사경의 고수는 신에 가까운 존재였기 때문이다.

- 나를 태청문에 데려다줘. -

- 태청문? 그곳이 어디지? -

- 나를 태워왔던 곳에 내려주면 된다. -

- 알았다. -

천신을 태운 천비룡은 바람을 가르며 날아갔다.

천신이 태청문에 도착하자 연무장에 있던 서인혜가 정신없이 뛰어와서 천신의 가슴에 거머리처럼 달라붙으며 안겼다.

“어디 갔었어?”

“세 달간 조용한 곳에 다녀온다고 미리 말했었는데.”

“아무리 그래도 세 달간 연락한번 안하면 어떡해. 그리고 세 달에서 벌써 일주일이나 더 지났다고. 내가 널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천신은 “네가 왜 날 기다려?” 하고 말하려다가 참았다. 그렇게 말했다가는 한동안 인혜에게 시달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천신은 자신에게 엉겨 붙은 인혜가 왠지 싫지는 않았다.

어머니인 천지혜에 비해 미모도 한참이나 떨어졌고 성격이 좋은 것도 아니고 무공이 뛰어난 것도 아니었다. 가문 또한 좋은 것이 아니었다. 태청문 정도의 문파는 중원에 수없이 많았다. 그런데도 은근히 정이 갔다.

“문주님은 안에 계시지?”

“아버지 역시 널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어.”

“너라니! 앞으로 날 군사라고 불러라.”

“단 둘이 있는데 뭐 어때.”

“문주님이 기다리신다니 빨리 들어가 보자.”

태청문의 문주가 업무를 보는 방으로 들어서자 서운강이 천신을 몹시 기다렸는지 벌떡 일어섰다.

“잘 왔네. 그래, 조용한 곳에서 생각은 잘 정리했는가?”

서운강은 천신이 조용한 곳에 세 달간 있다가 왔으니 태청문의 미래에 대한 원대한 구상을 해왔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태청문의 앞날에 대해 구상을 마쳤습니다. 그런데 각 무력단은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아침부터 저녁까지 열심히 수련 중이네.”

천신은 서운강의 말에 빙긋 웃었다. 태청문 문도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무리 열심히 수련해도 단기간에 무공이 상승하는 일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천신은 이들에게 자신의 내공을 전이대법으로 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천신은 무림이 남긴 무공서적에서 그 방법을 배웠지만 자신의 것을 남에게 주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런데 무림이 모두 비우라고 했다. 비우라는 말은 바로 그동안 채워 넣기만 했던 자신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문주님!”

“왜 그러는가?”

“믿지 못하실지 모르지만 제가 신선의 술법을 배운 적이 있습니다.”

“신선의 술법이라니, 그것이 뭔가?”

“신선의 술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신선술을 배워 신선이 되는 방법과 신선처럼 여러 가지 도술을 부리는 방법이 있는데 저는 그 중에 대자연의 기를 타인의 몸속에 전해주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천선의 말에 서운강의 얼굴이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변했다. 난데없이 신선의 술법이라니? 그것을 어떻게 믿겠는가. 천신이 만약 태청문의 군사가 아니었다면 서운강은 미친놈이라고 한바탕 욕이라도 해줬을 것이다.

“자넨 그것을 어디서 배웠는가?”

“아버님에게 배웠습니다. 그래서… 그 술법으로 태청문 문도들의 내공을 높여주려고 합니다. 먼저 문주님에게 그 술법을 사용하겠습니다.”

천신은 전이대법을 하겠다고 하면 자신의 경지와 무림과 자신의 관계 등에 대해 상세히 말해야하기에 그냥 신선의 술법이라고 둘러댔다. 그 편이 서운강을 이해시키기 편했기 때문이다.

“지금하려고?”

서운강의 얼굴은 별로 기대를 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아닙니다. 내일부터 하겠습니다. 오늘은 좀 쉬겠습니다. 배도 고프고.”

천신은 서인혜와 함께 밖으로 나가 식사를 했다.

“지금 무림맹의 상황은 어때?”

문득 생각이 난 듯 천신이 질문을 던지자 인혜는 기다렸다는 듯 신나게 대답했다.

“넌 대체 어디에 있었기에 무림맹에 신성이 나타난 것도 몰랐어?”

“신성이라니?”

“고천검과 고천학이라고 하는 쌍둥이 형제인데 이번에 무림맹을 위기에서 구했어. 고천학은 귀신같은 병법으로 귀주에 있는 천왕성을 박살내 버렸고, 중원구석구석에 뿌리 내리고 있던 천왕성과 마천성의 조직을 완전히 소탕해 버렸어.

그리고 고천검은 젊은 나이에 현경의 고수야. 천왕성에 묵철용이라는 현경의 고수가 나타나 무림맹 고수들을 마구 죽였는데, 고천검이 그것을 막아내고 놈들을 물리쳤다고 하더군.”

묵철용이 죽인 것은 무림맹 고수가 아니라 기마병들이었는데 소문이라는 것은 전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들이 너무 너무 잘 생겼다는 거야. 그리고 그들이 무림왕 전하의 자식들이라는 점이야. 그러니 강호의 여인들이 상사병을 앓고 있다고 하더군.”

천신은 인혜의 말에 속으로 안도를 했다. 자신의 배다른 형들인 천검과 천학이 천왕성과 마천성을 잘 막아주고 있었던 것이다.

무림맹의 떠오르는 신성인 천검과 천학에 대해 한동안 열변을 토하던 인혜는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하지만 난, 그들이 아니라 널 선택했어. 그러니 너도 다른 여자에게 한눈팔면 안 돼!”

천신은 인혜의 말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상식적으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상대를 두고 선택운운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천신은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그런 것을 말해봐야 입만 아플 뿐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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