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림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천지
작품등록일 :
2012.11.19 08:07
최근연재일 :
2013.02.21 06:32
연재수 :
129 회
조회수 :
1,713,318
추천수 :
12,727
글자수 :
561,449

작성
13.01.25 06:29
조회
10,165
추천
116
글자
12쪽

고무림 101

DUMMY


101. 고무림 (101)


곤륜파의 영역에 들어서면서부터 천독강시에 의해 처참하게 찢겨서 죽은 제자들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깔끔한 죽음이 아니라 모두 사지가 찢어지거나 내장이 줄줄 흘러나와 있는 처참한 죽음이었다.

머리가 완전히 박살이 나서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하는 죽음도 있었다. 그런 시신을 수습하며 구중월과 곤륜파의 제자들은 피눈물을 흘렸다. 무림은 천지혜가 그런 모습을 보고 구토를 하거나 심할 경우 혼절을 하지 않을까? 염려했지만 의외로 담담했다.

곤륜파 제자들의 시신을 모두 수습하고 나자 어느덧 밤이 되었다. 밤이 되니 모두 곤륜파에서 하룻밤을 보내야했다. 다행이 천마가 곤륜파의 건물에 불을 지르고 가지 않았기에 잠잘 곳은 걱정이 없었고 숨겨둔 양식도 있었기에 모두 허기진 배를 채웠다.

무림과 지혜는 비교적 깨끗한 접견실에서 곤륜파 장문인 구중월과 장로인 운중룡과 마주 앉았다. 그들의 앞에는 따뜻한 차가 향긋한 김을 피워 올리고 있었다.

무림은 이제까지 아무 말 없이 구중월 옆에 있는 운중룡에게 왠지 관심이 갔다. 그는 곤륜파에서 가장 무공이 높기도 했지만 그의 기를 탐색해보니 과거에 한번 겪어본 것 같은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기를 느끼는 감각이 남들보다 월등히 발달해 있는 무림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보니 천신문에 있는 염천 무사부의 기와 비슷한 점이 있어.’

무림은 운중룡에게 정중히 말을 건넸다.

“운중룡 장로님은 곤륜파에만 계셨습니까?”

“아닙니다. 30세까지 무림맹의 적룡대 대주로 있다가 30세 이후로는 중원을 떠돌았습니다. 그러다가 곤륜파로 다시 복귀한 것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운중룡의 말에 무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중원을 떠돌며 혹시, 제자를 둔적이 있습니까?”

무림의 물음에 운중룡은 굳이 숨길 것도 없기에 사실대로 말했다.

“제자라고 할 것은 없지만 세 명에게 무공을 가르쳐주기는 했습니다. 한명은 염천이란 자로 꽤 오랫동안 무공을 가르쳤는데 머리가 나빠서 중도에서 포기한 놈이 있습니다.

두 명은 산동성 홍화루에 머물며 술값대신 기녀에게 무공을 가르쳐준 적이 있습니다. 기녀 한명은 소질이 좀 있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모두 부질없고 부끄러운 짓을 한 것이지요.”

운중룡의 말에 무림은 빙긋 웃었다. 염천과 아미, 희선의 사부가 누구인지 밝혀진 것이다.

“세상에 부질없는 일이란 없습니다. 운중룡 장로께서 제자로 거둔 그 세 사람이 지금은 모두 제몫을 하고 있습니다.”

무림의 말에 운중룡은 눈이 커졌다. 떠돌이 생활을 하며 강호에 떠도는 여러 가지 소문을 듣기는 했지만 염천에 관련된 소문은 듣지 못했던 것이다.

“그들이 제몫을 하고 있다니요?”

“염천은 현재 천신문의 무사부로 있습니다. 내공은 4갑자로 얼마 안 있으면 5갑자의 경지에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무림의 말에 운중룡의 눈은 더욱 커졌다.

“홍화루의 기녀였던 아미는 현재 정파의 영웅으로 떠오르고 있는 황보일검과 결혼하여 자식까지 두고 있습니다. 아미의 내공은 3갑자로 곧 4갑자로 올라설 것입니다. 그리고 희선은 천신문 정보단체인 홍화단의 부단주로 있습니다. 내공도 3갑자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만하면 결코 부질없는 짓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지요? 저 역시 그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언제 한번 천신문을 방문해 주십시오. 그들이 장로님을 많이 보고 싶어 합니다.”

무림의 말에 운중룡의 입이 쩍 벌어졌다. 대수롭지 않게 가르친 그들이 그렇게 경지가 높아졌다니 놀라울 뿐이었다. 운중룡은 무엇보다 염천에게 미안했다.

염천에게 무공을 가르치며 머리가 나쁘다고 구박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그런 염천이 지금 5갑자의 경지를 바라보고 있다면 천재를 못 알아본 자신의 눈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무림이 막대한 도움을 준 사실을 운중룡이 몰랐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운중룡에게 아무리 대충 뿌린 씨앗이라도 다 크면 제몫을 한다는 말도 안 되는 믿음을 심어준 그날 밤이 지나고 이른 아침에, 무림과 천지혜는 천비룡을 타고 십만대산을 향해 떠났다.

십만대산.

그곳은 중원정복을 위해 천마의 뒤를 따라 주력세력이 모두 빠져나간 관계로 천마신궁을 지키는 인원은 몇 명 되지 않았다.

무림은 천비룡의 등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천마의 세력이 완전히 빠져나간 것을 확인하고 그냥 갈까? 하다가 천마신궁 내부를 한번 살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곳에서 왠지 소름끼치는 불길한 기운이 전해져왔기 때문이다.

“오라버니! 이곳을 빠져나간 천마의 세력을 찾아 바로 돌아갈 생각이 아니었어요?”

“천마신궁 내부에 뭔가가 있다. 불길한 기운이 계속 전해져 오고 있어.”

무림과 천지혜는 천마신궁의 지하광장을 지나 창고로 들어섰다. 그곳은 혈마와 사마가 천마를 만나기 위해 지하계단을 내려가던 곳이었는데 무림과 지혜 역시 그들처럼 지하계단을 따라 밑으로 내려갔다.

“천마신궁 지하광장 한곳에 또 다시 지하로 내려가는 곳이 있었군요.”

“내 생각이 맞는다면 천마의 영혼은 이곳에 머물러 있었다. 거미처럼 이곳에서 오랜 시간 먹이를 기다리고 있었겠지.”

계단의 끝에 도착하자 무림과 지혜를 맞이한 것은 특별한 것이 없었다. 아무것도 올려져있지 않는 제단과 뒤에 구덩이 하나 그리고 그 뒤쪽은 바위 암벽으로 막혀 있었다.

무림은 암벽을 주시했다. 불길한 기운은 바로 암벽 안에서 뻗어 나오고 있었다. 무림은 정신을 집중해서 손을 앞으로 뻗었다. 암벽 뒤에 분명 빈 공간이 있다는 것을 알아낸 무림이 무림장법을 펼친 것이다.

“쾅!”

생사경의 고수가 정신을 집중해서 펼치는 장법은 만년한철이라도 종잇장처럼 찢어버릴 가공할 위력이 있었다. 하지만 암벽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음! 설사 막혀 있는 암벽이라도 무림장법에 가격당하면 길게 구멍이 났을 것인데 안쪽이 비어 있는 암벽이 꿈쩍도 하지 않다니…….’

무림은 암벽에 손바닥을 대고 기를 흘려보냈다. 가장 약한 부분을 찾으려는 것이다. 가장 파악하기 어렵다는 인간의 몸도 기를 흘려보내 단숨에 상태를 알아내는 능력이 있는 무림이었다.

그런데 자신을 막아선 암벽은 일각 동안 기를 흘려보내 탐색을 해도 알아낼 수가 없었다. 무림은 무아지경 상태에서 한 시진 동안이나 암벽에 기를 흘려보내며 탐사를 계속했다.

‘드디어 찾았다!’

무림은 암벽의 우측 하단부에 손바닥을 대고 순간적으로 장력을 방출했다.

“퍽!”

무림이 손바닥을 떼자 사람 한명이 지나갈 수 있는 작은 구멍이 뚫렸다. 암벽의 두께는 생각보다 얇았다. 무림이 살펴보니 손가락마디하나 정도의 두께였다. 암벽의 성분도 만년한철 같은 특수한 성분이 아니라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그냥 평범한 암벽이었다.

‘손가락 두께의 평범한 암벽이 생사경의 고수 장력을 막아냈다? 분명 내부에 어떤 힘이 작용하고 있겠군.’

지혜와 함께 뚫린 암벽의 벽안으로 들어선 무림은 강력한 마기에 천단심법을 극도로 운영하여 자신과 지혜의 몸을 보호했다. 암벽의 벽안에는 사방이 원형으로 된 막혀 있는 공간이었다.

빙판처럼 평평한 바닥에는 별모양의 그림이 그려져 있고 별의 각 모서리 부근에는 기이한 도형이 그려져 있었다.

“오라버니 도형에서 빛이 반짝이고 있어요!”

도형에서 빛이 반짝이자 별의 중간부근에서 검은 연기가 뭉클뭉클 피어올랐다. 무림과 지혜의 몸속으로 침입하려는 마기는 바로 별 모양의 중심에서 피어오른 검은 연기였다.

“오라버니! 벽에 이상한 글이 쓰여 있어요.”

지혜의 외침에 벽을 본 무림은 벽에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살폈다. 벽에 적혀 있는 글은 해독하기가 난해한 갑골문자였다.

“이것은 언제 만들어졌는지 모를 정도로 오래된 갑골문자다. 그런데 보관상태가 오늘 적은 것처럼 생생한 것을 보니 아마도 마기의 영향을 받아 손상이 방지된 모양이다.”

무림은 불로불사의 몸 이전에 천지인도 인정한 천하최고의 천재였기에 갑골문자의 해독도 가능했다. 갑골문자를 해독하며 읽어가던 무림의 얼굴은 점점 흙빛으로 변했다. 그만큼 내용이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 나 천자마(天自魔)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이글을 적는다.

인간은 강제로 이끌어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어리석은 존재다. 그래서 천신(天神)과 나 천자마는 어리석은 인간들을 강제로 이끌어 가기로 합의를 했다.

나 천자마는 인간들에게 공포를 심어 주어 강제로 따르게 해야 된다고 했고 천신은 어느 정도의 강제성은 필요하지만 인간들 스스로 법을 세워 지켜갈 수 있도록 자유를 줘야한다고 주장했다.

천신의 주장이 얼마나 어리석고 바보 같은 주장인가! 미련하게 인간들에게 자유를 주려하다니… 그것은 한마디로 바보 같은 짓이다.

천신과 난 의견대립이 벌어졌다. 결국 난 바보 같은 주장만 하는 천신과 더 이상 대화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 그래서 난 내 방법대로 인간들을 이끌어 가기로 했다.

먼저 내 말을 즉각적으로 따르지 않는 놈들을 골라 1천명을 죽였다. 인간들 1천명을 잔인하게 죽이니 살아난 놈들은 순한 양이 되었다. 난 인간들을 효과적으로 통치하기 위해 가장 나와 닮은 여덟 명의 제자를 받아들였다.

천마(天魔), 혈마(血魔), 사마(死魔), 지마(地魔), 수마(水魔), 풍마(風魔), 색마(色魔), 심마(心魔)가 바로 나의 제자들이다. 나의 제자들도 인간들을 효과적으로 통치하기 위해 본보기로 각각 인간들을 1천 명씩 죽였다.

공포와 두려움에 빠진 인간들은 역시 순한 양이 되었다. 이 얼마나 편리한 통치 방법인가! 어리석은 인간들이 잊을만하면 한 번씩 피의 축제를 열면 놈들은 다시 양처럼 순해졌다.

그런데 어리석은 인간들을 강제로 이끌어 가기로 나와 합의를 한 천신이 나를 배신했다. 나와 내 제자들을 함정에 빠트려 놓고 공격을 한 것이다. 놈의 제자들 또한 공격에 가세했다.

놈들의 공격에 난 죽음을 앞두고 이곳까지 왔다. 이곳은 나의 모든 것이 있는 곳. 설사 내가 죽더라도 이곳은 제 기능을 다할 것이다. 내 영혼의 힘을 절반이나 뽑아서 이곳을 만들었는데 그것 때문에 힘이 부족해서 천신에게 당했으니 분하고 원통하다.

내가 죽으면 마계로 떨어지겠지만 이곳이 제 기능을 다 하면 난 마계에서 이곳으로 부활할 것이다. 내 제자들은 천신의 무리들에게 모두 죽었지만 그 영혼은 모두 내가 수거해왔다.

우선 밖에 시험적으로 천마와 혈마, 사마의 영혼을 흩어놓고 가겠다. 세월이 흘러 그들의 영혼이 깨어나면 마계에서 나와 나머지 제자들 또한 부활할 것이다.

천신의 제자들이 어리석은 인간들 무리 속에 섞여 들었으니 우리가 부활하면 놈들에게 당한 복수를 백배, 천배 되갚아 줄 것이다. 그들이 죽었다면 그들의 자손들이 죄를 대신 받게 될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자는 영광스럽게도 나의 영혼을 수용하게 될 몸이니 감사히 내게 몸을 바쳐라. 너의 영혼은 소멸되겠지만 육신은 나와 영원히 살아남을 것이다. -

무림은 천자마가 남긴 글을 읽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보니 바닥에 있는 별 모양의 그림은 마계와 통하는 연결통로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고무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9 고무림 129 (완결) +51 13.02.21 9,258 113 12쪽
128 고무림 128 +9 13.02.20 7,880 104 10쪽
127 고무림 127 +14 13.02.19 7,278 104 12쪽
126 고무림 126 +10 13.02.18 8,064 99 11쪽
125 고무림 125 +8 13.02.17 7,627 85 9쪽
124 고무림 124 +10 13.02.16 7,784 92 10쪽
123 고무림 123 +11 13.02.15 7,978 93 9쪽
122 고무림 122 +11 13.02.14 8,058 98 10쪽
121 고무림 121 +17 13.02.13 8,117 102 9쪽
120 고무림 120 +12 13.02.12 8,104 86 14쪽
119 고무림 119 +13 13.02.10 8,348 93 11쪽
118 고무림 118 +16 13.02.09 8,088 93 9쪽
117 고무림 117 +10 13.02.08 9,264 96 13쪽
116 고무림 116 +11 13.02.07 8,624 93 8쪽
115 고무림 115 +13 13.02.06 8,183 92 9쪽
114 고무림 114 +12 13.02.06 8,100 74 9쪽
113 고무림 113 +13 13.02.05 8,963 104 10쪽
112 고무림 112 +12 13.02.04 9,096 92 11쪽
111 고무림 111 +10 13.02.03 9,744 97 10쪽
110 고무림 110 +11 13.02.02 10,166 98 10쪽
109 고무림 109 +12 13.02.01 10,209 101 9쪽
108 고무림 108 +12 13.01.31 9,319 93 8쪽
107 고무림 107 +10 13.01.31 10,395 76 9쪽
106 고무림 106 +18 13.01.30 10,275 115 10쪽
105 고무림 105 +19 13.01.29 9,885 108 13쪽
104 고무림 104 +12 13.01.28 10,103 100 9쪽
103 고무림 103 +17 13.01.27 10,278 105 10쪽
102 고무림 102 +13 13.01.26 10,222 108 11쪽
» 고무림 101 +14 13.01.25 10,166 116 12쪽
100 고무림 100 +20 13.01.24 10,935 120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