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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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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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9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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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1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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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림 113

DUMMY


113. 고무림 (113)


천신은 그런 서운강을 보며 빙긋 웃었다. 과거 천신의 아버지 무림은 산동성 절반을 거룡방의 수중에 넣은 수완가였다. 작은 주먹패 조직이었던 거룡방을 그 정도로 키우려면 탁월한 능력이 있어야했다. 지금 태청문이 혈룡방과 지존파의 영역을 모두 접수한다고 해도 장안의 한 부분일 뿐이었다.

“전쟁입니다. 놈들이 첩자까지 침투시켜 문주님을 함정으로 유인해서 공격하려 했으니 괘심한 지존파부터 치는 것이 좋겠습니다.”

“좋아! 자네가 지존파를 칠 모든 작전을 한번 짜보게.”

천신은 이제 16세 밖에 안 되었지만 서운강은 진천악 일을 계기로 천신을 태청문의 군사로 대우했다.

자신을 위험에서 사전에 구해준 고마움도 있었지만 진천악의 실토를 받아낸 거와 첩자들을 순식간에 잡아들이게 한 일처리 능력 등을 봤을 때 믿음이 갔던 것이다.

천신은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혈룡방과 지존파 정도는 혼자서라도 몰살시켜버릴 수가 있었다. 하지만 무림에게 교육받은 것이 있었기에 함부로 사람을 죽일 수는 없었다.

무림의 기본적인 생각은 사파에 있다고 해서 나쁜 놈이고 정파에 있다고 해서 좋은 놈이라는 구분이 없었다. 사파라도 얼마든지 좋게 바뀔 수가 있고 마음을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 악당도 정의로운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무림이 사파라고 할 수 있는 거룡방을 완전히 바꾸었듯이 천신의 생각 또한 무림과 같았다. 천신은 자신이 태청문에 몸담고 있다고 해서 태청문이 정의로운 집단이고 혈룡방과 지존파는 사파라고 단정 짓지 않았다.

어차피 따지고 보면 셋 모두 똑 같은 사파였다. 천신은 지존파를 공격하며 최대한 사망자를 적게 내기 위해서는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문주님! 우선 태청문의 모든 것을 알고 싶습니다. 태청문을 먼저 알아야 지존파를 칠 작전도 구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천신의 말에 서운강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네. 자네에게 태청문의 모든 것을 공개하지.”

서운강은 천신에게 당장 태청문의 문도들에 대해 상세히 기록한 인명록과 태청문이 운영하고 있는 사업장 관련서류, 수입 등을 모두 공개했다. 서운강은 그 모든 것을 꼼꼼하게 적어놓기는 했지만 태청문의 운영은 주먹구구식으로 하고 있었다.

‘태청문의 조직이 이런 상태라면 한순간에 무너져 버린다. 문파를 새롭게 정비해야 된다.’

천신은 서운강이 개방을 따라하려다가 얼마 못가서 망하게 생겼다는 것을 알았다.

“문주님! 꼭 개방을 넘어서야겠습니까?”

천신의 물음에 서운강은 깜짝 놀랐다. 그 누구에게도 개방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천신의 눈빛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은 눈빛이었다.

“자, 자네가 어떻게 알았나?”

“태청문이 어디서부터 시작했는지, 그리고 태청문의 조직구성을 보면 개방을 뛰어넘으려한 흔적이 많이 보입니다. 제 판단에 개방은 문주님의 철천지원수는 아닙니다.

하지만 개방은 문주님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거나 씻지 못할 아픔을 줬습니다. 그래서 문주님은 개방보다 더 큰 문파를 만들어서 개방의 방주에게 당당히 보여주고 싶은 겁니다. 제 짐작은 여기까지입니다. 틀렸습니까?”

천신의 말에 서운강은 놀라서 눈이 커졌다가 이내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맞네! 난 개방의 방주 천경일에게 내가 결코 못난 놈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네. 난 개방의 방주 천경일의 둘째 딸 천여경과 사랑하는 사이였네. 그런데 개방의 방주는 내가 몰락한 태청문의 후예라는 사실을 알고 반대를 했네.

천여경과 난 천경일의 반대에 도피를 하였지. 도피를 해서 조용한 곳에서 서인혜를 낳아 잘 살고 있었는데 개방의 눈을 피하지 못했네. 여경이는 천경일에 의해 강제로 끌려갔네.

이후 여경이는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네. 불치병이라는 말을 전해 들었지만 난 여경이의 죽음에 참을 수가 없었네. 불치병이라는 짧은 목숨… 나와 함께 했다면 죽을 때까지 만이라도 행복했을 것인데…….”

서운강의 눈에는 어느새 굵은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서운강의 가슴 아픈 사연을 다 들은 천신은 개방을 넘어서고자했던 서운강의 심정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태청문을 이런 식으로 이끌어 가면 수백 년이 지나도 개방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문주님! 문주님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문파를 새롭게 정비해야겠습니다. 이렇게 방만하게 운영하다간 스스로 몰락합니다.”

천신의 말에 서운강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름대로 총명하다고 소문난 서인혜가 이미 몇 번이나 태청문을 새롭게 정비해야 된다고 이야기했었기 때문이다.

“나도 그것을 느끼고 있었네. 하지만 실행이 되지 않더군. 이왕 이렇게 말이 나왔으니 자네가 태청문의 모든 것을 한번 바꿔보게.”

“알겠습니다. 문주님의 지시에 따라 태청문의 조직을 새롭게 구성하겠습니다.”

그날 밤. 천신은 서운강이 건네준 태청문에 관련된 서류를 모두 읽고 검토했다. 특히 인명록은 몇 번이나 꼼꼼히 살폈다.

길거리에 아무렇게 굴러다니는 돌도 그 모양이 다 다르듯이 사람 또한 적성과 가지고 있는 능력이 다르다. 그들에게 가장 알맞은 일을 주는 것이 인사를 책임진 자의 능력이었다. 그 어떤 문파이건 간에 그 문파가 발전하고 몰락하는 것은 사람을 어떻게 적재적소에 잘 배치하는 가에 달려있었다.

일차적으로 서류검토를 마친 천신은 다음날 태청문의 모든 문도들을 상대로 한명씩 면접을 봤다. 천신은 태청문 문도의 내공수준과 몸에서 발산하는 기의 성질 그리고 몇 가지 질문을 던져서 상대의 답변을 들으며 장점과 단점, 어떤 일이 적합한지 단숨에 알아냈다.

2일간에 걸쳐 면접을 끝낸 천신은 비로소 태청문의 조직을 새로 짜기 시작했다. 조직부터 구성해놓고 문도들을 파악한 것이 아니라 문도들의 장, 단점을 모두 파악하고 난 뒤 거기에 맞춰서 조직을 구성한 것이다.

우선 태청문을 유지하는데 무력이 필수였기에 과거 거룡방처럼 청룡, 주작, 백호, 현무단이라는 네 개의 무력단을 구성했다. 또한 정보조직이 필수였기에 잠영단을 구성하고 부상자를 치료할 수 있는 의룡단도 새로 만들었다.

태청문의 살림을 책임지는 총관이라는 직책을 만들고 그 밑에 3명의 지부장을 뒀다. 천신은 그 이외에도 세세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태청문의 새로운 조직 구성을 모두 마쳤다. 천신에게 태청문의 새로운 조직구성을 보고 받은 서운강은 깜짝 놀랐다.

“놀라운 일이군. 오랜 시간 태청문 문도들을 살펴본 나보다 자네가 문도들을 더 잘 파악한 것 같네. 아무리 살펴봐도 흠잡을 곳이 없네. 이대로 시행하게.”

천신이 구성한 조직도는 장로원이나 호법원 같은 것은 없었다. 태청문에는 아직 그런 것이 필요 없었기 때문이다. 태청문에 다른 문파에는 없는 직책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군사라는 직책이었다. 그래서 천신은 군사라는 직책 옆에 임시라는 단서를 붙였다.

천신은 태청문이 안정되면 군사라는 직책이 필요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서운강이 태청문의 모든 문도들을 모아두고 새로운 조직구성안을 발표하자 처음엔 적응이 되지 않아 우왕좌왕했지만 빠르게 안정을 찾아갔다.

천신이 가장 적성에 맞는 곳에 태청문의 문도들을 배치했기에 모두 쉽게 적응하고 안정을 찾았던 것이다.

서인혜는 주작단의 단주가 되었고, 유진화는 정보를 취급하는 잠영단의 단주가 되었다. 청룡단의 단주는 마동천이었고 백호단의 단주는 올해 37세인 장천수였다. 현무단의 단주는 45세인 범지상이었는데 그들 모두 서운강이 키운 제자들이었다.

태청문의 살림을 책임지는 총관에 임명된 자는 28세인 옥지천으로 평범한 외모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다. 한 시진 무공수련 뒤에 구걸을 다니는 인원에 포함되어 있으니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런 자를 총관에 올리자 서운강 뿐만이 아니라 모두들 의아하게 생각했다. 태청문의 살림을 책임지는 자리가 결코 가벼운 자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신은 흙속에 숨겨진 보석인 옥지천의 가치를 한눈에 간파했다.

옥지천의 내공은 보잘것없는 수준이었지만 천신은 옥지천의 몸에서 발산하는 기를 파악하고 그의 머리가 상당히 뛰어나다는 것을 알았다.

‘무슨 이유로 자신을 감추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머리에서 나오는 청량한 기를 봤을 때 대학자에서나 볼 수 있는 기운이다.’

천신은 태청문의 새로운 조직구성안을 발표하고 바로 무력단 단주를 몇 명 데리고 쪽문으로 갔다.

“이곳에는 왜 왔지?”

인혜의 물음에 천신은 빙긋 웃었다.

“인재가 도망치는 것을 그냥 보고 있을 수는 없지.”

“인재라니?”

“잠시 뒤면 알게 돼.”

천신의 말대로 일각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쪽문을 열고 옥지천이 나타났다. 옥지천은 쪽문 밖을 나오다가 천신과 무력단 단주들의 얼굴을 보자 깜짝 놀랐다.

“총관님께서는 어딜 급히 가시려는 길입니까?”

천신의 물음에 옥지천은 빠르게 안정을 찾으며 대답했다.

“자, 잠시 밖에 볼일을 보러 나가는 길입니다.”

“볼일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도망치기 위해서가 아닙니까? 손에 들고 있는 짐을 보니 이대로 나가서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겠군요.”

천신의 말에 옥지천이 조금 당황했다.

“초, 총관의 자리가 제 능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자리라 조용히 떠나려는 것입니다.”

옥지천의 말에 천신은 빙긋 웃었다.

“감당이 안 되는 자리라? 태청문이 너무 작아서 양이 차지 않는 모양이군요.”

“그, 그것이 아닙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총관의 자리에 그대로 앉아 주셔야겠습니다. 태청문은 이제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총관을 맡은 분이 배신을 하고 도망을 친다면 다른 문도들에게 본보기를 보이기 위해서도 사지를 절단하고, 눈알을 파내고, 혀를 잘라, 배신자의 최후가 어떤지 똑똑히 보여야 합니다.”

천신의 말에 옥지천은 두려움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가 아무리 머리가 잘 돌아가는 천재라도 공포심은 극복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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