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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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트왈라
작품등록일 :
2008.11.30 21:34
최근연재일 :
2008.11.30 21:34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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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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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1.04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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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2쪽

첫번째 이야기 : 드래곤 8

DUMMY

취조실 건넌 방에서 반투명 창을 통해 취조실 안을 들여다보며 그린 경감과 이런 저런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 드래곤의 D자도 꺼내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신비를 포함하고 있는 사건이라면 괜히 잘못 말을 꺼냈다가 무슨 변을 당할지 모른다. 그게 마녀처럼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의 도리다. 미친 년 취급받기 딱 좋다는 소리다.


“변호사를 불러달라는데 불러줄까요?”

“그럼 방법이 있나? 하지만 변호사를 불러달라는 건 뭔가 걸리는 게 있다는 거겠지?”

“아니면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나가기 위해서겠죠. 웬만한 떠중이와는 달리 자신은 법학적 지식이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보이기 위해서일지도 몰라요.”

“음… 이번 사건 맡고 나서 처음으로 힘을 합하는 것같은 느낌인데. 그래서 자넨 어쩔 거야?”

“어쩌긴요? 변호사랑 싸울 검사 선생님 모셔와야죠.”

“누구?”

“누구긴 누구겠어요? 엄마 친구죠.”

“맥가이버 검사장을 또 끌어들인다고? 그 사람은 이번에 사건처리 개판으로 해서 재선 때에는 글렀다고 하던데.”

“재선같은 거 신경도 안 쓰는 사람이니까요.”


한번 엄마도 꼬리를 잡힐 뻔 한적이 있었다. 엄마가 스스로 초래한 결과이긴 했지만 위험한 순간인 것만큼은 틀림없었다. 혼자서 악당들을 척살하는 것만으로는 아무래도 힘이 버거웠던 엄마는 눈을 돌려서 정의감이 강한 사람들이 마피아에게 죽어나는 것을 막는 것도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그 땐 샌프란시스코도 그다지 치안이 좋지 못한 때였다. 문화와 자연의 도시는 생각만큼 세련되지 않았다. 그야 말로 내추럴하게 와일드 했던 때가 있었다. 뉴욕이나 디트로이트처럼 공권력이 땅에 떨어지는 정도까진 아니었지만 웬만한 외곽지역은 마피아들의 세력 싸움이 끊이지 않았고, 이 지역의 부의 대부분이 기업가가 아닌 마피아에게 집중된 적도 있었다. 더 정확히는 마피아들이 기업과 자연보호 운동에 앞장서던 때였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경찰 영웅이나 덕망 높은 판검사들은 암살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었고, 그 중에 앨리게이터, 악바리 검사 앨리 맥가이버도 끼어있었다. 더 정확히는 햇병아리에 겁모르던 정의에 눈이 먼 바보였다고 했다. 그리고 복수에 눈이 먼 바보였던 엄마는 그녀를 암살 위기에서 여러번 구해주었고, 알게 모르게 도와준다는 게 그만 앨리게이터에게 딱 물리고 만 것이었다.


마피아들이 연달아 살해되는 사건을 조사하던 중 살해당한 마피아들이 노린 사람이 자신이라는 것을 알아챈 맥가이버 검사는 공권력이 아닌 자경단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그 자경단원을 끌어내기 위해 유치한 연극을 했더랬다. 더 정확히는 그냥 구석진 어두운 곳에 들어가서 ‘끼야~’하고 비명을 질렀을 뿐인데도 은빛 사나이와 초록 머리 마녀가 자기 앞에 튀어나왔다고 했던가?


그 이후 초록 머리 마녀는 어둠 속에서, 앨리게이터는 빛 아래에서 악을 심판하기로 했다고 했다.


엄마의 과격한 방법에 대해서는 맥가이버 검사도 끝까지 찬성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엄마를 말린 적은 없었다. 어쨌든 애송이 검사에 불과했던 맥가이버 검사는 든든한 보디가드를 얻은 덕분에 거침없이 마피아들에게 대들어 댈 수 있었고, 그렇다고 해서 보복을 받은 적은 한번도 없었다. 대신 보복을 하기 위해 동원되었던 마피아들이 모두 처참하게 살해되었을 뿐이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처참함이다. 엄마가 살해한 사람들은 시체가 멀쩡하지 못했다. 엄마는 정말로 폭력적인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보통 두개골 함몰은 기본이고, 흉골 파손, 뇌내 출혈, 척추 손상, 목골절… 어떻게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엄마는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주먹으로 때려죽인 것이다. 엄마의 체형으로 봤을 때 엄마 주먹이 그렇게 강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엄마의 파트너라는 은빛의 괴한이라면 어떨지 모르겠다.


뭐 어찌되었든 그 결과 앨리 맥가이버 검사는 거물 범죄자들을 차근 차근 구속시켜주었고, 덕분에 마피아들은 다시 어두운 세력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앨리게이터는 거물이 되었고, 마침내 지금에 와서는 지방 검사 선거에 당선되어 검사장의 위치에까지 올라와 있게 되었다.


그러니까 엄마 친구가 맞다. 둘이 안 어울릴 것같으면서도 서로에게 애정이 있긴 했는지 남들 눈에 띄지 않는 엄마조차도 선거 기간 동안에는 혹시나 싶어서 가슴에 ‘앨리 맥가이버를 선택하세요’라고 쓰여진 선거 홍보 배지를 차고 다녔더랬다.


이제와서는 엄마도 돌아가셨으니 더 이상 검사장의 위치에 앉아있는 것도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재선에 대해서는 열의를 불태우고 있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검사직을 포기하면 앙심을 품고 있는 잡범들에게 복수를 당할까 두려워 검사직도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 터였다.


“그럼 맥가이버 검사에게는 자네가 연락하도록 해. 저 녀석에게 전화기 갖다 주는 건 내가 할테니까.”


앨리게이터에게 전화하는 게 무서운 것도 있겠지만 이제 더 이상 살해 용의자가 아닌 거의 살인범으로 밝혀진 리우로부터 날 떼어놓기 위해서이기도 하겠지. 그의 제안대로 난 엄마에게 받은 전화번호 책을 꺼내기 위해 핸드백을 뒤졌고, 그린 경감은 경찰 지급 휴대전화를 꺼내들고 취조실로 들어갔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인가? 사건이 검사 쪽으로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앨리 맥가이버의 경우=


검찰 쪽에 아무런 사건 인지도 주지 않고 느닷없이 상대방이 변호사 들고 오니까 좀 뛰어오라고? 정말이지 애미나 딸내미나 어쩜 이렇게 똑 닮았을까. 이 쪽 곤란해 하는 거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다이렉트로 검사의 수장인 나 앨리 맥가이버에게 핫라인 전화를 걸다니 주위에서 보면 뭐라고 생각하겠어? 안그래도 지난 브레인리스 건도 미결로 넘겨서 인기 팍팍 떨어지고 있구만


그렇다고해서 거절을 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고 해서 일단 차를 타고 오긴 했다만…


“안녕하세요 앨리 아줌마.”


우우… 엄마 혼자서 애를 키우면 아이가 얼마나 망가지는지 딱 보이는 예가 앞에 서있는 바람에 화도 제대로 못낼 것같다.


“일할 때도 그렇게 입고 다니니?”

“제가 좋아서 입고 다니는 거에요. 그보다 여기 사건 관련 서류와 개요예요.”

“너 말이야. 다른 검사들이 오면 터무니없는 사건이라면서 불성실하게 맡을 것같아서 내가 오는 거지 결코 내가 한가해서 오는 건 아니야.”

“죄송해요. 하지만 제가 아는 사람 중에서 제일 영향력 있는 분이신 걸요.”

“하이고야… 그래서 난 비밀무기로 써달라는 거야. 되는대로 막 불러제끼지 말고. 일단 서류나 줘봐.”


대학교 다닐 때 배운 속독법으로다가 후다닥 서류 내용을 훑어가면서 핵심적인 것들만 추려서 떠 올려보았다. 대충 사건의 개요는 떠 오르지만 그 디테일함에서 오류를 범하면 안되기에 일단 한번 훑어본 내용에 증거물을 통해서 그 내용을 보강해 보았다.


“그러니까 두 건의 살인사건이란 말이지. 하나는 사고로 친구를 살해한 토마스 노튼, 그리고 그 토마스를 살해한 것으로 보이는 지금 취조 받고 있는 리우샤오타오란 말이지.”


그리고 보강된 내용이 현실과 잘 부합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질문을 던진다. 네 맞습니다가 나오면 대충 내가 떠 올리고 있는 사실의 내용은 진실이 되겠고, 아니라면 다시 찬찬히 읽어보면 된다.


“네 맞아요.”

“그런데 문제가 뭐야?”

“사실 관계는 확인이 되었는데 DNA가 불법 수집된 거라 증거 능력이 부정되어요.”

“…… 간단하잖아. 마침 변호사 님도 들어와 계시네.”


반투명 유리 너머로 취조실로 저 새파란 동양 원숭이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 선생이 보인다. 오 이런… 보통 외국인들이 웬만큼 성공하지 않고서는 변호사를 부를 생각을 하지 못하기 마련이고, 저 녀석이 법에 대해 조금 안다고 친다면 국선변호사를 부르기 마련인데 어쩐지 불안불안하다. 그리고 딱 돌아서면서 얼굴이 보이는 순간 그 불안함이 현실화 되었다.


“저 사람 마이클 폴리 아니야?”

“전 변호사들이랑 면식 없어요.”

“그냥 변호사가 아니잖아. 텔레비전에 나와서 사람들 법 상담 해주는 변호사란 말이야. 언젠가 닥터 필 쇼에 나와서 학대받는 여자들 변호를 맡아준다고 해서 스타덤에 앉은 성인군자 변호사라고.”

“성인군자요?”

“무료로 변호해주거든.”

“무료로 할 거면서 뭐하러 변호사를 한대요. 변호사라는 게 돈 많이 버는 직업이니까 온갖 더러운 짓거리를 다 맡아서 하는 거 아니었어요?”

“보통은 그렇지. 하지만 저렇게 철없이 날 뛰면서 정의의 편에 서 있다고 생각하는 신념의 종족들은 또 다루기 힘들단 말이야. 저 사람…. 자기가 이 의뢰인에게 하자가 있다고 생각하면 바로 버릴 걸.”

“변호사는 그러면 안되잖아요. 보호자 지위가 있으니까.”

“의뢰인과의 신뢰도 중요하지만 사회 정의가 더 중요한 사람이야. 반대로 의뢰인의 무죄를 믿는 동안에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우릴 막으려 들겠지.”

“그 거 엄마한테 들은 앨리 아줌마 이야기네요.”


그런 뜨끔한 소리 들으면 내가 곤란하잖니. 살짝 당황한 눈빛을 담아서 소피에게 쏘아 주자 소피는 억지 웃음을 0.1초 짓더니 다시 무표정이 되어서 취조실을 바라보았다. 내가 갈피를 못 잡는 것처럼 보였는지 강력반 반장께서 내게 말을 걸어왔다.


“검사장님, 여기까지 오시느라 수고많으셨습니다만, 아무래도 어서 들어가는 게 좋지 않을까요? 괜히 오래 기다리게 하면 저 변호사가 어떤 트집을 잡을지 모르겠습니다.”


날 대하는 게 어렵긴 어려운 모양이다. 하긴 오히려 이런 인간관계에 익숙한데 소피는 그런 게 없다.


“알았어요. 대신 누가 한명 뒤에서 보조 좀 해줘요. 아직 사건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으니까 백업이 필요해요.”

“제가 갈게요.”


소피가 지원하고 나선다. 소피… 저 철없는 것하고 같이 일하면 힘들 것같긴 하지만 그래도 날 어려워해서 실수를 하는 일은 없겠지. 하지만 반대로 이 베테랑 경찰 아저씨도 마땅히 실수를 할만한 타입같진 않고…


“마리아 요원은 가만히 있어. 이 사건은 어디까지나 샌프란시스코 경찰의 몫이니까.”

“잠깐, 부려먹을 땐 실컷 부려먹고 결정적인 순간에만 샌프란시스코 경찰 몫입니까?”


뭔가 기 싸움 할 것같은 느낌이다. 이런 건 초장에 잘라줘야지


“됐으니까 경감님 따라 들어오시고, 넌 여기서 대기하고 있어. 그럼 가죠.”

“네 검사장님.”

“그 검사장이라는 건 집어 치우고, 그냥 미스 맥가이버라고 불러주세요.”

“……… 미스?”

“왜요? 이상해요?”

“아… 아닙니다. 미스 맥가이버.”


마이클 폴리와 설전이라, 살짝 기대되는 느낌이다.



취조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테이블을 놓고 양진영으로 갈라서서 서로를 바라보게 되었다. 아무래도 먼저 입을 여는 쪽은 검사측이 되어야겠지?


“반갑습니다. 미스터 폴리.”

“저도 검사장님이 직접 나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이 사건이 그렇게 중요합니까?”

“사람이 죽었는데 안 중요할 수 있을까요?”

“그렇군요. 그런데 어쩌죠. 저희 의뢰인은 죽이지 않았는데요.”

“그렇다면 집에 가셔도 좋겠네요. 하지만 못 보내드려요. 죽였거든요.”

“여기 제출하신 영장에는 분명히 리처드 디아즈 살해건으로 체포했다고 씌여있는데, 경찰에 요청한 자료에 의하면 리처드 디아즈의 유력한 살해 용의자는 토마스 노튼이라고 하던데요. 따라서 지금 체포는 부당한 체포이며, 부당 사유가 나온 즉시 석방하지 않으면 불법 구금이 된다는 사실 아시는지 모르겠네요.”


역시 마이클 폴리, 돈을 받지 않아도 일은 열심히 하는구나. 하지만 최신 정보는 오히려 이쪽에 있다. 내가 아직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서 그렇지, 그 건 그렇고 갑자기 확 달아오르는 느낌인데.


“아직 그 사건은 해결된 것도 아닌데다가 댁의 의뢰인이 그 현장에 있었다는 목격자와 증거물이 있거든요.”

“그 증거물이란 게 혹시 현장에 뱉은 침과 제 의뢰인이 강제로 뽑힌 머리카락의 DNA가 일치한다는 그 내용인가요?”

“네, 일단은 그렇네요.”

“미안하지만 그 건 이미 제 의뢰인이 이야기 끝낸 걸로 알고 있는데요. 불법 수집 증거 배제 원칙에 의해 그 건 증거효과가 없어요. 즉 그 것을 증거로 하여 우리 의뢰인이 그 현장에 있었다는 걸 증명할 수 없어요. 그 이외의 증거가 있다면 이야기 더 하고, 없으면 우리 웨이터 청년 아르바이트 하러 보내도 될까요?”


거의 스탠다드하게 나오는구나. 하여튼 변호사라서 그런지 말은 잘해요.


“자 그럼 리처드 디아즈 건으로 체포한 것은 저희 실수로 해두지요. 이제 가셔도 좋아요.”

“…… 그럼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마이클 폴리… 싸가지 없는 미소를 입에 담으면서 악수를 청하는데 그 면전에 대고 시익 웃어주었다. 그리고 내 옆에는 뭐 이런 검사가 다 있어 하면서 당황하는 경감의 얼굴도 보여서 그 얼굴에 대고도 시익 웃어주었다.


“경감님 뭐하세요? 용의자 체포해야죠?”

“네?”

“자 여기 영장이요.”


아군까지 깜짝 놀라게 하는 나의 화려한 영장 제시에 그 걸 받아든 미스터 폴리는 당황스러움을 금치 못하고 소리친다.


“장난하는 겁니까? 영장을 가져왔으면 가져왔다고 말을 해야지... 이 건 변호인의 변호의 기회를 주지 않고….”

“그 건 법정에서 할 말이예요. 수사단계에서 변호사와 같이 있을 때 체포당한 거야 말로 어떤 사법부서보다 빠르게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행하게 해주는 거라고요.”

“…… 그런 억지가….”


그런 억지가라는 말이 나온 곳은 폴리 변호사의 입이 아니었다. 그렇다고해서 이 영어를 제대로 할까 궁금하기까지한 옐로우 몽키도 아니었다. 아군이라고 생각했던 경찰 아저씨가 자기도 모르게 실언을 해버린 것이다.


“경감님, 억지라고 생각되세요?”

“…… 아… 아닙니다.”

“그럼 변호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당연히 억지지요! 하지만 어떻게… 이 영장은 어떻게 받아온 겁니까? 납득하기 전까진 체포를 거부하겠습니다.”

“제가 여기 그냥 놀러오신 줄 아세요? 사건에 대한 서류를 받자마자 인지보고 올리고 바로 사건 담당 판사에게 영장 받아왔습니다.”


정확히 말해서는 소피에게 전화를 받을 때 어떻게든 구실을 만들어서 토마스 노튼 살해 건으로 체포 영장을 받아오라고 다짜고짜 이야기 해서 다짜고짜 영장부터 받아놓고 사건이랑 맞춰서 큰소리 치는 거지만 소피도 나름 치밀한 게 마음에 들었다.


“…….”

폴리 변호사는 의뢰인 동양 꼬마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고 막 일어서려던 두 사람은 다시 그 자리에 고대로 앉게 되었다. 상대방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는 게 이런 느낌인가. 역시 권력은 중독된다.


“자, 그럼 다시 이야기를 시작해볼까요? 현장에 있던 타액의 DNA와 우리 그린 경감이 채취한 두발의 DNA가 서로 일치한다는 이야기였죠? 즉 현장에 그 쪽 의뢰인께서 있었던 이유부터 이야기 해주실까요?”

“잠깐만요. 그 증거물은 배제되어야 한댔잖아요.”

“그야 그렇죠. 하지만 그 건 리처드 디아즈 살해 사건일 때의 이야기죠. 그럼 새로 토마스 노튼 살해 사건으로 넘어와서는 어떨까요? 물론 그 증거 수집의 방법이 위법하긴 하지만 데이터까지 위법은 아니지요. 리처드 디아즈 살해 사건에 대해서는 저희 무능한 경찰의 과실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서 수집된 그 쪽 의뢰인 리우샤오타오 씨의 DNA는 이미 경찰 데이터 베이스에 기록 되었고, 그 것을 바탕으로 현장의 타액과 비교하는 것은 전혀 위법성이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위법 수집된 증거에 의한 2 차 증거물이예요!”

“그렇게 생각되시면 지금 DNA 샘플을 넘겨주시든가요? 어려운 거 아니잖아요. 자기 의뢰인을 못 믿으시는 겁니까?”

“………….”


폴리 변호사가 조금 당황하고 있다. 그리고 왜인지 옆에서 존경의 시선이 느껴진다. 마이클 폴리, 이 변호사가 정의감이 조금만 덜 했더라면 위법 수집 증거에 의한 2 차 증거물이라며 질질 끌고 나갈 수도 있겠지. 하지만 자기 의뢰인을 못 믿는다는 모습을 내게 보여줄 수 없을 것이다. 그는 텔레비전 스타니까 쇼를 해야하는 사람이다.


변호사와 의뢰인의 이야기가 눈짓으로 오고간다. 폴리 변호사가 조금만 더 돈에 집착이 있었다면 이 쯤에서 시간 끌기라든지 어떻게든 발 뺌을 할 셈이겠지만 그 역시 진실이 뭔지 알고 싶은 모양이다.


“어찌할 겁니까?”


오히려 그는 의뢰인에게 의중을 물었다. 변호사는 넘겼다. 이제 이 흉악범의 목소리를 들어줄 차례다.


“…… DNA보다 더 좋아하는 걸 드리죠. 네 저 그 현장에 있었습니다.”


넘겼다! 자백을 받아냈다.


“거기서 뭘 했는데?”


약간 누그러진 목소리로 경감이 그에게 물었다. 자백을 받을 때는 상대를 어르듯이 한다 이 거겠지.


“제가 뭘했는지를 밝히는 것은 검찰 쪽 아닌가요?”


얘가 지금 무슨 소리하는 거지? 살인 현장에 혼자 있었으면 당연히 네가 살인을 했다는 거잖아!


“좋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내가 이야기 해볼게. 넌 평소와 다름없이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서 가게에서 나왔어. 그리고 그 곳에서 딱 마주친 거지. 리처드의 시체를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몰라서 안절부절하고 있는 토마스를… 커다란 비닐봉투에 담아서 음식물 쓰레기인척하고 버리기 위해서 그가 처음 리처드를 죽인 피어 39에서 가장 가깝지만 으슥한 골목을 찾아왔던 게 불행히도 차이나 타운의 코이 옆 골목길이었던 거지. 그런 모습을 본 넌 말이지, 남의 쓰레기 장에 쓰레기를 버리는 놈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거야…”


오호라… 역시 경찰들은 감이 뛰어나구나, 왜인지 스토리가 되는 게 설득력 있다.


“…그래서 넌 토마스 노튼을 공격했어. 하지만 넌 실수를 했던 거야. 자기가 얼마나 강한지 모르고 철사장으로 그의 가슴을 공격했고 심투경이 손에서 발하면서 토마스 노튼은 내상을 입고 피를 뿜어내었지!”


………… 지금 뭐하는 거야?


“잠깐 경감님….”

“무공을 가지지 못한 사람은 무공에 저항력이 없기 때문에…”

“저기 경감님… 스탑 스탑.”

“… 쉽게 내상을 입기 마련이지 즉 한번에 목숨을 잃을 만큼 피를 토해낸 거야.”

“그만 좀해요… 창피하게….”


아우 그린 경감의 말도 안되는 폭주에 창피해서 얼굴을 감싸 쥐자 그는 이번엔 내게 몸을 돌려서 웃통을 벗어제꼈다.


“웃기는 농담이 아니란 말입니다. 엊그제 저 녀석에게 한방 맞은 자국입니다. 여기 선명한 손자국 보이시죠? 틀림없는 철사장입니다.”


아우 저 걸 어떻게 말린 담… 하지만 정말 손으로 맞은 자국이 시퍼렇게 멍이 들어서 손모양으로 나있는 것은 신기함을 넘어서 웃기기까지 했다. 심지어 폴리 변호사도 이제 더 이상 듣지 않는다는 눈치로 허튼 곳을 보고 있었다.


“그래서 토마스 노튼이 죽자마자 넌 그 시신을 처리해야만 했던 거야. 그래서 그가 가져온 비닐 봉투를 뒤집어서 그 봉투에 토마스를 넣어서 처리하려 했지. 어차피 시체를 가져온 봉투니까 토마스를 넣기에 딱 좋은 사이즈였을 거야. 그렇게 비닐봉투를 까 뒤집어 놨더니 시체가 툭하고 떨어지는 거였지. 엄청 놀랐을 거야 아마. 하지만 자기가 죽인 시체가 아닌 이상 발견된다고 해도 자신에게 화살이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네 녀석은 토마스의 시체만 봉투에 담아서 치워 놓았고 실수로 리처드의 머리를 건드리는 바람에 머리가 구르고 굴러 대로에까지 나오게 되자 사람들에게 발견되어 버린 거지. 그렇게 되면 딱 우리가 알고 있는 현장 상황이 되어버려. 넌 현장에 있는 유일한 사람이 되고, 마치 네가 리처드를 죽인 사람처럼 보이게 되지. 하지만 아니었잖아?”


…… 중간에 철사장을 제외하면 왜인지 정말 앞뒤 아귀가 잘 맞아 떨어지는 이야기같은데… 무섭다. 이 게 증명만 되면 그린 경감은 정말 유능한 수사관이다. 철사장이나 내상, 무공 같은 것도 믿어줄 의향이 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다 들은 동양 꼬마녀석은 오히려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훌륭하세요 변태 아저씨.”

“변태가 아니야!”

“이야기 정말 훌륭하게 잘 짜셨는데 가장 결정적인 걸 빼먹으셨네요.”

“…… 뭔데?”

“시체 말이에요. 그 토마스 노튼의 시체가 경감님 말씀 대로라면 쓰레기 장에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어서 안 찾고 뭐해요!?”


오히려 당당하게 명령을 내리고 있다. 이거 서로 당황스러운 이야기인데. 아니 나도 잘 나가던 페이스가 갑작스런 철사장이나 심투경에 당황하고 있다.


“웃는 것도 잠시야. 안그래도 이미…”



....................................................................



결국 그날 밤새도록 쓰레기장을 수색하였고, 그 외 의심나는 곳을 모두 뒤져보았으나 토마스 노튼의 시신은 나오지 않았고, 리우샤오타오는 귀가 조치 되었다.


내 명예? 그런 건 어차피 다음 재선같은 신경도 안쓰는데 뭐… 하지만 이러다가 오히려 검사직에서도 쫒겨날까봐 그게 두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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