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앱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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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
작품등록일 :
2014.10.27 16:15
최근연재일 :
2014.12.16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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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1.12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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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Luck is the residue of design

DUMMY

세상사엔 예상하지도 못 한 일이 벌어진다.

지우의 경우가 그랬다.

뜨개질 동영상을 올리고 난 뒤에 솔직히 말해서 이렇게나 큰 인기를 끌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아니, 이젠 인기라던가 왈가왈부 할 수준이 아니었다.

그가 바라보고 있는 노트북 화면에는 정규 방송사를 비롯한 기자들이 취재 문의를 보냈다.

블로그의 조회수나 덧글 숫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덕분에 덧글을 달지 못 하게 제한을 해야 할 정도였다. 쪽지도 메일도 한 시간에 세 자리수가 추가됐다.

“말 가면을 써서 정말 다행이군. 만약 정체를 숨기지 않았다면 전국에 있는 뜨개질 장인이 날 죽이러 왔을 거야.”

전국의 뜨개질 장인이 대바늘을 들고 쫓아오는 모습이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재생됐다.

어쨌거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지우는 이러한 제의들을 죄다 거절했다.

그가 만든 목도리 자체가 유명해지는 것은 좋았지만 본인이 유명세를 타고 싶지는 않았다.

저번에 지하를 만나면서 고민한 거지만 아직 앱스토어의 정체가 오리무중이기에 선뜻 나설 수 없었다.

“원래 나서지 않으면 화제가 가라앉으니 걱정할 것 없어.”

방송의 출현제의 메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삭제한 그는 노트북을 종료하고 다시 대바늘을 잡았다.

세간에서 목도리의 신이라고 불리는 최고의 장인은 그저 말없이 대바늘을 움직여 뜨개질을 할 뿐이다.

“예전엔 지루했는데 요새는 슬슬 즐길 수 있게 됐어. 뜨개질을 하다보니까 마음도 차분해지고 좋은데? 반 년 정도 해도 괜찮겠다.”

지우는 상냥하게 웃었다.


* * *


“때려 처, 안 해!”

마법의 대바늘이 화려하게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석 달.

무려 90일 동안 지우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10시간씩을 투자하여 열 개의 목도리를 꾸준히 제작했다.

일이 끝나면 계좌에 들어온 입금 내역을 확인하고 근처 우체국 택배나 편의점 택배를 이용해 목도리를 보내는 방식으로 장사를 계속했다.

자신이 만드는 목도리는 패션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여성들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덕분에 주문은 상시 폭주 상태여서, 앞으로 목도리가 팔리지 않을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무려 석 달간 목도리 공장 뺨을 후려칠 정도로 일을 했더니 슬슬 인내심의 바닥이 보였다.

뜨개질을 석 달간 제작한 시간만 합산해보면 900시간이다.

하드 코어를 넘어 인간이 할 짓이 못 된다는 것을 느낄 정도로 뜨개질 노가다는 눈물이 날 정도로 힘들었고, 결국 그동안 애지중지한 마법의 대바늘을 바닥에 신경질적으로 내던져버리게 됐다.

하지만 수익만큼은 여전히 굉장하다. 이 석 달 동안 모은 돈은 무려 9천만 원에 이르렀다.

참고로 도중에 고시원 방이 짜증나서 월세로 원룸을 새로 구하는 등 이래저래 쓴 돈을 제하고도 이 만큼이나 남은 것이다.

“어차피 슬슬 끝내려고 생각했으니까.”

창문으로 바깥을 힐끗 쳐다보곤 중얼거린다.

저번 달만 해도 거리엔 하얀 눈으로 가득이었다. 밖에 나가면 두꺼운 코트도 모자라서 방한 도구로 몸을 둘러야 겨우 추위를 참을만했다.

그 사이에 외출했던 기억은 크리스마스에 딱 한 번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 적밖에 없었다. 그 외에는 집에서 마법의 대바늘과 몰아일체(沒我一體)에 빠져 정신없이 새 해를 보내고 한 살을 먹어 24살이 되었다.

“행복하다…….”

무의식적으로 만족스러운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는 계좌에서 잔액을 확인하고 순수하게 기뻐했다.

눈앞에 있는 건 단순히 숫자의 나열이 아니다. 뜨개질을 시작한지도 어언 넉 달하고도 이주 정도. 그동안 뼈 빠지게 노력해서 번 자산이다.

‘이제 나도 불행은 끝이야.’

그동안의 삶에서 행운과는 거리가 멀었다. 인연도 없었다. 애초에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불행과 익숙한 남자였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불행을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의 돈을 짧은 시간 내에 벌었다. 이 돈이면 가족의 가난도 해결할 수 있다. 적어도 중산층을 충분히 노려볼만했다.

기분이 굉장히 좋아진 지우는 큰 맘 먹고 구입한 침대 위에 누워서 스마트폰 액정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이 행운과 기적을 이어나가기 위해선 또 다시 돈을 벌 수 있는 힘이 필요해.’

아직 앱스토어의 정체는 모른다. 인터넷으로 검색도 해보고 여러 방면으로 찾아봤지만, 단서가 단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여전히 신경쓰였지만 눈앞에 보이는 돈 때문에 의구심과 공포라는 감정은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흐려져 있었다.

“좋아, 예전과 달리 돈도 많으니까. 이 돈으로 마법의 대바늘보다 효능이 우수한 걸 사야지.”

요새는 이렇게 쇼핑에 대해 흥미도 깊어졌다. 여자가 왜 쇼핑을 하면 시간이 그렇게나 오래 걸리는지 요즘엔 이해할 수 있었다.

우우우웅

“엇?”

그때였다.

손에서 진동이 전해져오며, 액정 화면이 바뀌었다. 녹색 전화기 모양과 함께 ‘아버지’ 라고 석자가 떠올랐다.

‘웬일이시지?’

어머니는 질릴 정도로 전화를 많이 하는 편이다. 평소 잔걱정이 많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경우는 그 반대다. 다른 가정의 아버지들처럼 자식과 대화하기를 어색해 하시고, 전화는 특히 안하는 편이다.

“예, 여보세요?”

-지우야…….

“응……? 자다 일어나셨어요?”

아버지의 목소리가 답지 않게 낮게 가라 앉아있었다.

게다가 목도 꽤나 갈라졌는지 쉰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또한 장소가 바깥인지 전화기 너머로 잡음이 섞여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게……네 엄마가…….

“…….”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야구 선수인 웨슬리 브랜치 리키(Wesley Branch Rickey)는 말했다. 운은 계획에서 비롯된다(Luck is the residue of design)고.


* * *


한국 드라마에 질리도록 나오는 소재가 있다.

주인공이 위기를 극복하고 행복한 결말을 받았을 때, 갑작스레 뜬금없이 가족 중 누군가가 교통사고를 당한다.

전형적인 막장 드라마의 진부한 전개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이를 좋다고 즐겨본다.

이유는 단순하다. 주인공이 별다른 위기 없이 행복해지면 재미없기 때문이다. 볼 때마다 욕하면서 진부한 전개라곤 하지만, 그럼에도 불과하고 시간을 투자하여 시청한다.

단지, 재미있기 때문이다. 극적인 전개에 무언가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그렇기에 자극적인 소재로서 자주 인용되곤 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드라마이기 때문에 즐겁다.

주변에서 정말 교통사고가 일어나면 그 참담함은 말로 설명할 수 없다. 특히 가족에게 일어났을 경우 주변인의 정신 상태는 붕괴한다.

“하악……하악…….”

온 몸을 땀으로 샤워한 지우가 숨을 거칠게 내쉬며 아버지가 알려준 병원 응급실 앞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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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복수를 꿈꾸다3 +26 14.12.05 9,182 275 7쪽
33 복수를 꿈꾸다2 +23 14.12.03 8,725 254 7쪽
32 복수를 꿈꾸다 +10 14.12.01 8,945 289 7쪽
31 요정이 들려주는 이야기4 +12 14.11.29 9,956 311 7쪽
30 요정이 들려주는 이야기3 +16 14.11.26 9,423 301 7쪽
29 요정이 들려주는 이야기2 +18 14.11.24 10,615 312 7쪽
28 요정이 들려주는 이야기 +17 14.11.22 10,177 320 7쪽
27 돈은 대부분을 해결해준다5 +27 14.11.20 10,655 326 9쪽
26 돈은 대부분을 해결해준다4 +23 14.11.19 9,697 308 7쪽
25 돈은 대부분을 해결해준다3 +24 14.11.18 9,885 297 7쪽
24 돈은 대부분을 해결해준다2 +14 14.11.17 10,154 316 7쪽
23 돈은 대부분을 해결해준다 +12 14.11.16 11,190 339 7쪽
22 Luck is the residue of design4 +13 14.11.15 9,907 345 7쪽
21 Luck is the residue of design3 +10 14.11.14 9,700 306 7쪽
20 Luck is the residue of design2 +8 14.11.13 9,774 307 7쪽
» Luck is the residue of design +10 14.11.12 10,239 310 7쪽
18 정씨 남매5 +14 14.11.11 9,999 324 8쪽
17 정씨 남매4 +13 14.11.10 9,902 321 7쪽
16 정씨 남매3 +11 14.11.09 10,806 313 7쪽
15 정씨 남매2 +15 14.11.08 11,420 329 8쪽
14 정씨 남매 +11 14.11.07 10,785 312 7쪽
13 판타지의 시작은 뜨개질이다4 +10 14.11.06 10,338 328 9쪽
12 판타지의 시작은 뜨개질이다3 +8 14.11.05 10,252 309 7쪽
11 판타지의 시작은 뜨개질이다2 +14 14.11.04 11,690 35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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