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is the residue of design3
“……오빠.”
“응…….”
“왜야……?”
많은 의미를 담은 함축적인 질문이었다.
‘그러게.’
열심히 살았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지하도, 본인도 가난하지만 그래도 나쁜 짓 하나 하지 않고 성실하게 살았다. 하늘에 맹세코 벌 받을 만한 짓은 하지 않았다.
지우의 가족은 가난을 결코 남 탓으로 돌리지 않았다.
평소에 농땡이 피지 않고 열심히 일했다.
대한민국의 건강한 남아로서 군대도 다녀왔고 부모님에게 민폐 끼치는 것이 싫어 곧바로 일했다.
여동생은 한창 사춘기인 나이인데도 단 한 번도 불평불만하지 않고 성실하게 공부했다.
부모님도 자식들을 위해서 사치부리지 않고 아껴가면서 살아왔다.
지우는 이를 뿌드득 갈면서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곤 소리죽여 울고 있는 여동생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 맹세하듯이 중얼거렸다.
“오빠만 믿어. 오빠가 알아서 할 테니까.”
누군가가 말했다.
운은 계획에서 비롯된다고.
지우는 이 말을 떠올리면서 생각에 빠졌다.
이 세상의 운이 정말로 계획에서 비롯되고 있다면, 답은 간단하다. 자신과 가족의 계획에 간섭하여 그 운 자체를 바꾸면 된다.
‘나에겐 계획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으니까.’
암울한 분위기 속에서 지우의 눈이 별처럼 빛났다.
* * *
지독했던 하루가 지났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지하의 담임선생님 맞으시죠?”
하루가 지났지만 악몽은 아직 지나가지 않았다.
지우는 다음날 지하의 담임선생님에게 전화해서 집안 사정으로 며칠 동안 지하가 학교에 나오지 못할 것 같다고 전했다.
혹시 결석 때문에 성적에 문제가 되지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다행히 지하가 평소 성적도 우수하고 지각 한 번 없이 성실하게 다녔기 때문에 담임선생님은 걱정하지 않아도 알아서 처리해주신다고 답해주었다.
딱히 가정 사정의 이유를 묻지도 않았고, 지하가 힘들지 않게 곁에서 지켜봐달라고 걱정까지 해주었다.
좋은 담임선생님이었다.
아버지는 일이 끝날 때마다 병원에 꼬박꼬박 들려 의사와 상담하거나 어머니 곁에서 간병하는 등 가장답게 든든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아무리 아버지라고 해도, 의사에게 어쩌면 평생 걸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고 역시나 안색이 크게 어두우지셨다.
아버지는 그저 말없이 지하의 옆에 앉아 어머니의 손을 붙잡고 앉아있을 뿐이었다.
지우는 그동안 몰래 원무과에 다녀왔다.
어머니의 수술비, 입원비 등의 처리 때문이었다.
“후우…….”
숫자들이 나열된 병원비 영수증을 든 지우의 입에선 한숨이 절로 튀어나왔다.
생각한대로 병원비의 가격은 상당했다.
일단 구급차를 타고 곧바로 응급실에 들어갔고, 수술을 했다. 그리고 중환자에 속해서 독실에 입원했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병원비가 나왔다.
오늘까지만 해도 수술비랑 입원비를 합하니 무려 천만원이 나왔다.
사실 지금은 천만 원이지만, 아마 입원이 길어지게 된다면 가격은 터무니없이 오를 것이다.
하필이면 입원한 병원이 서울에서 나름 유명한 곳인데다가 또 중환자실이기에 가격이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중환자를 돈이 없다고 다른 병원으로 옮길 수는 없었다. 아무리 돈이 좋다고 해도 소중한 가족을 해칠 정도는 아니다.
지우는 원무과에서 천만 원을 일시불로 결제했다.
아마 아버지 입장에선 상당히 부담될 것 같아서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어 드리려고 자신이 지불했다.
그는 요 넉 달 동안 돈을 악착같이 벌어둔 것을 진심으로 다행으로 여겼다.
영수증을 반으로 접어 주머니에 넣은 뒤, 지우는 다시 어머니가 있는 병실로 향했다.
중환자실이 위치한 층이기 때문인지, 복도는 다른 병실이 있는 층과 달리 상당히 조용한 편에 속했다.
고요한 복도를 지나치자 어머니의 병실이 보였다.
“왔나.”
병실 입구 앞에는 수수께끼의 상자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지우는 상자가 누가 보냈는지 한 눈에 알아차렸다.
‘일처리 한 번 귀신같구나.’
상자의 정체는 앱스토어에서 보낸 물건이었다.
그는 어제 밤, 지하를 달래고 난 뒤에 스마트폰으로 또 하나의 상품을 급하게 주문했다.
그리고 배송지의 주소를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앱스토어는 지우의 위치를 귀신같이 알아내서 병실 앞에 두고 사라졌다.
지우는 상자를 품에 안은 채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가, 소리가 나지 않도록 문을 조심스레 닫았다.
고개를 들어보니 여전히 병상에 누워있는 어머니가 보였다. 옆에는 밤새 간호를 한 지하가 지쳤는지 앉은 채로 잠을 청하고 있다.
지우는 지하를 부드러운 눈길로 살펴본 뒤, 시선을 돌려서 품 안에 둔 상자를 바닥에 내려두었다.
그리고 어느 때와 달리 상당히 조심스럽고 세심한 손길로 상자를 열었다.
상자를 열자 언제나처럼 상품 위에 올려둔 설명서가 가장 먼저 지우를 반겼다.
- 상품을 구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본 상품은 취급 주의임으로, 깨지지 않게 특히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배달 확인 뒤 상품 손상 시에는 일절 책임지지 않습니다.
-「하이 포션(High potion)」은 우수한 품종의 트롤 블러드(Troll blood)를 재료로 하여, 실력 좋은 연금술사가 제작한 회복 물약입니다.
- 복용시 피로 누적 회복, 원기 회복, 우울증 해소, 각종 질병 등을 대부분 해소해줍니다. 다만 마법이나 주술로 인한 저주나 특이 체질을 해결해주지는 않으니 주의해주시길 바랍니다. 또한 부작용은 없으니 안심하시고 마셔도 상관없습니다.
- 양을 나눠서 드시면 소용이 없습니다.
- 내상이 아니라 외상의 경우엔 바르셔도 무관합니다. 또한 양을 나누셔도 되지만, 양에 따라 회복량이 다르니 이 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 사지 절단의 재생을 원하시는 경우 상위 상품임 엘릭서를 이용해주시길 바랍니다.
- 가끔 불로불사를 원하시는 고객 분들은 돈 좀 더 팍팍 쓰시길 바랍니다. 설사 하이 포션을 백 개를 복용해도 그런 일 따위 없습니다.
하이 포션(High potion) : \40,000,000
“사람이 어쩔 수 없는 불행이라면, 사람이 어쩔 수 없는 힘으로 해결해주지.”
어제 주문했던 상품은 판타지 RPG에서 필히 나오는 회복 아이템, 포션이다.
포션은 총 세 종류로 나뉘는데 최하 등급인 로우(Low)와 중간 등급에 속하는 미들(Middle). 그리고 포션 중에서도 최상급에 속하는 하이 포션이다.
로우 포션의 경우엔 간단한 외상의 경우만 회복이 가능하고, 내상 회복 능력은 미들 포션부터 존재한다.
또한 로우 포션과 미들 포션의 경우엔 하이 포션에 비해서 회복 속도가 느린 편이었다.
물론 느리다고 해도 하루에서 삼일이면 다 회복되니, 상식적인 입장에선 이것도 굉장한 편이다.
그에 반면 하이 포션은 어떤 면에서도 월등했다.
뼈가 완전히 부러지고, 근육이 상하고, 힘줄이 잘리는 등 현대 의학으로도 도저히 치료할 수 없는 경우에도 단시간 만에 곧바로 치유하고 재생시킨다.
그 외에도 설명서에 기입된 것처럼 누적 피로 해소, 원기 회복 등 뿐만 아니라 우울증 해소처럼 정신적인 문제가 해결해주는 그야말로 마법의 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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